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구판절판


어머니가 내게 물려준 가장 큰 유산은 자신을 연민하지 않는 법이었다. 어머니는 내게 미안해하지도, 나를 가여워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가 고마웠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내게 '괜찮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정말로 물어오는 것은 자신의 안부라는 것을, 어머니와 나는 구원도 이해도 아니라 입석표처럼 당당한 관계였다. -16 쪽

아버지가 비록 세상에서 가장 시시하고 초라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 그런 사람도 다른 사람들이 아픈 것은 같이 아프고,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같이 좋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니 아버지는 내가 아버지를 상상했던 십수년 내내, 쉬지 않고 달리는 동안 늘 눈이 아프고 부셨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밤 아버지의 얼굴에 썬글라스를 씌워드리기로 결심했다.

<달려라, 아비>-28쪽

이따금 '말'이 듣고 싶을 때 당신은 수다쟁이 사장이 있는 세븐일레븐에 가라.

<나는 편의점에 간다>-56 쪽

...... 나는 여전히 기다리는 사람, 나는 세금을 받으러 온 주인의 기척이 들리면 집에 없는 척하는 사람, 나는 점점 여기 없는 사람인 척하는 사람, 나는 여기 없는 척하느라 당신이 불러도 대답하지 못했던 사람, 그러나 그때 사실 당신 근처까지 갔던 사람 ...... 하여 나는 이 많은 말들 속에서도 당신이 끝끝내 나를 찾아내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다.

<영원한 화자>
-13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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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사
수키 김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9월
품절


부모님이 무엇이 한국이고 무엇이 아닌지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할수록 그녀는 미국이라는 이 땅을 받아들일수 없었다. 부모님이 브롱크스의 가게에서 하루 열두 시간,일주일에 칠 일 동안 일할수록 그녀는 미국 대학, 미국 친구, 미국 연인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두분의 딸인 이상 미국인이 될 수 없었다. 그녀는 살기 위해 두 분을 배신한 것이었다.-343 쪽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한때는 없으면 안 되는 줄 알았던 물건이 사라진 것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니 어쩌면 그럴 수가 있을까? 그런데도 좋아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사랑한다면 그보다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하는 것 아닐까? 사랑은 책임을 의미하는게 아닐까? -381쪽

한 사람을 알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하지만 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 비밀을 감출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조금은 안심이 된다 -463쪽

"그래서 그 편지들이 더 매력적이라니까? 가족들의 사랑에 숨막혀 죽을 것 같으면서도 거기에서 헤어나올수가 없었던 거야. 하루 일과 보고로 테오의 숨통을 거의 졸라놓다시피 한 걸 보면 그는 선을 긋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것 같아. 숨이 막혀 한 것도 그런 점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싶은데, 빈센트는 그 어떤 것과도 선을 긋지 않았어. 가족과 자기 자신하고도, 심지어는 해바라기처럼 평범한 대상하고도. 자연을 그린 작품들을 봐! 그가 그린 꽃이 독특할 수 있는 이유는 화가와의 거리감이 전혀 없기 때문이야. 자화상이건 마을의 집배원이건 해바라기건 빈센트의 눈에는 다 똑같거든. 느긋하게 앉아서 분석하는 우리야 즐겁지만, 빈센트는 지옥 같았을 거야. 세상하고 어느 정도 간격을 유지하지 못하면 미칠 수밖에 없지."-4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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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2-08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죠^^

icaru 2005-12-08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64 쪽!! 호오... 오늘은 제가 이등이랍니다~! 야호... 맨날 뒷북댓글... 좀 벗어나고 팠답니다..

잉크냄새 2005-12-09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께 있으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 칼릴 지브란... 세월이 지날수록 가슴 깊숙이 각인되는 말인가 봐요...^^
아, 근데 이카루님은 라이카님 서재에서 처음 뵙는것 같은데요...

icaru 2005-12-09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 님 잠수하셨을 적에...작업 들어갔죵..

Laika 2005-12-09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물만두님, 좋아요.. 선물로 받은 책이라 더 좋고요...^^
icaru님,...감사합니다 ^^
잉크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 정말 좋은말이네요..^^
네, 서재 비우시면 안돼요..저희는 물밑작업을 하였는지라...ㅎㅎ
 
연애중독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창해 / 2002년 5월
절판


나는 좋아하는 사람의 손을 너무 꽉 잡는다. 상대가 아파하는 것조차 깨닫지 못한다.그러니 이제 두 번 다시 누구의 손도 잡지 말자.
체념하기로 정한 것은 깨끗하게 체념하자. 두 번 다시 만나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과는 정말로 두 번 다시 만나지 말자.
내가 나를 배신 하는 짓은 하지 말자. 타인을 사랑할 바에는 차라리 나 자신을 사랑하자. -32쪽

선택. 그렇다, 창을 열 것인가 닫을 것인가. 그것도 자그마한 일상의 선택이다. 욕심내지 말고 조용히 살짝 숨어서 살자고 결심을 하고도 역시 이렇게 무언가를 끊임없이 선택하고 만다. -50 쪽

한쪽 다리를 벽에 기대고 있을 뿐 전혀 걸을 생각을 하지 않는 나. 누군가 친절한 사람이 지나가다 차에 태워 데려가 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나. 내 그런 어리광이 정말 지긋지긋했다. -73 쪽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사람이 반드시 강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그때 알았다. 그들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딸이 자신들이 짜놓은 예정표대로 자라지 않았다는 현실을 직시하기 싫은 것이다. 나 역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 였지만. - 226쪽

"과거에 '만약'이라는 말을 끼워 넣지 마." -2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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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12-08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금붕어님덕에 주문했는데 기대 됩니다..^^

Laika 2005-12-08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史野님, 저도 야마모토 후미오의 나머지 작품도 찾아서 읽으려합니다...^^

이리스 2005-12-08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이거 보관함에 있대요~ ㅎㅎ

DJ뽀스 2005-12-09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나리아를 읽고 야마모토 후미오 작품 다 찾아볼려구요. 블루 혹은 불루는 읽었고 연애중독도 위시리스트에 곱게 넣어두었답니다. 다행히 동네 도서관에 3권 다 있더라구요. ^^:

Laika 2005-12-09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 어서 읽어보세요..빠져들꺼예요..^^
DJ뽀스님, 저와는 반대네요..저는 플라나리아 읽고나서 이거 먼저 읽고 이제 블루 혹은 블루 읽으려고요...^^

DJ뽀스 2005-12-09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혹은블루 재미있어요. 일본에서 드라마화 되었다는 소문있던데, 이 작가의 미덕은 정말 페이지가 술술 잘 넘어간다는 게 아닐지..^^: (고이케 마리코의 "아내의 여자친구" 읽어보셨어요? 추천!)

Laika 2005-12-09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추천감사합니다. 얼른 가서 "아내의 여자친구" 를 찾아서 보관함게 쏙~ 넣고왔지요..^^

로드무비 2005-12-10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솔깃, 엿듣고 가요.^^

Laika 2005-12-10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오늘 친구에게 빌려줬답니다. 로드무비님도 읽어보세요..^^
 
쟈레스 헤어 리페어링 팩 - 800ml
나드리
평점 :
단종


레브론 제품이 쟈레스로 바뀌면서 이 제품도 "레브론 더 슬릭 헤어 트리트먼트 팩"에서 "쟈레스 헤어 리페어링 팩"으로 바뀌었다.
뭐가 바뀌었나보려고 그 전 제품이 다 떨어지기 전에 주문했는데, 뒷면에 "기술제휴 : 레브론"이라는 말이 없어졌다는것과 7,900원에서 10,500원으로 가격이 쑤욱 인상되어버렸다는 점 뿐인것 같다.
하지만, 뭐 제품의 질은 그대로인듯싶고, 가격은 20%할인 쿠폰이 있으니 딱 500원 비싸게 샀다.

사용법이 "샴푸 후 타월드라이하고, 두피와 모발에 적당량 도포하여 2~3분간 마사지하고 모발 손상도에 따라 10~20분 방치한 후 물로 충분히 헹궈 냅니다." 라고 나와있는데, 바쁜 아침에 말릴시간도 없는데,  10분씩이나 방치할 시간은 더더욱 없어서 그냥 샴푸후 헹굴때 한번 슬쩍 발라주고 헹궈버리면서 린스처럼 사용한다.

처음에는 린스도 쓰고, 이것도 썼는데, 시간도 없을뿐더러, 이거 하나만 써도 충분한 느낌이었다.
머리카락도 부드럽고, 차분해지고, 겨울철 옷입을때 정전기도 안일어나고, 느낌도 좋다.

단 한가지 결점은 제품이 4분의 1 이상 남아 있을때부터는 펌푸질이 안되서 뚜껑을 열고 퍼서 쓰는 원시적인 방법을 사용해야한다는 점이었는데, 새 제품은 어떨지 아직 모르겠다. 이런 결점에도 불구하고 별다섯개 줘도 괜찮을거 같은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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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rain 2005-12-06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저는 전의 레브론 트리트먼트 참 잘썼어요.^^ 이 제품도 같다니 한번 사 봐야겠네요.^^

Laika 2005-12-06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레브론 제품들 잘 썼어요...^^
 
국자 이야기
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장바구니담기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공포를 경험하게 될까. 하긴 그것도 끝까지 한번 살아봐야 알게 되겠지. 불안은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두려움이 다시 또 온다면 두 눈 크게 뜨고 그것을 오래 직면할 것이다. 혹여 그물에 걸린다면 거세게 저항도 한번 해보고 싶을 것 같다. 나는 벽을 밀고 있는 나의 손을 바라본다. 그 손.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손이다. 밤하늘 저편의 수많은 별들 중 어느 것도 나의 운명을 지배하지는 못할 것이다. 밤마다 검은 흙을 배꼽에 문지르고 잘 것이다. 그게 떠난 사람을 기다리는 의식이 될 수 있다면 말이다.
(잘 자요, 엄마 )
-136쪽

그 집을 나서는데 문득 죽어서도 차마 묻을 수도 화장해버릴 수도 없는 그런 사람이 생에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했습니다.
(100마일 걷기)
-15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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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11-21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경란, 읽을만 하던가요? (저는 물론 읽었지만...오래전에 읽은 듯 희미한 기억뿐...ㅎㅎ)
라이카님과 국자이야기와 조경란... 묘한 삼각관계 ^^

Laika 2005-11-22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쉬운독서가 아니라고 말하셨는데, 저야 오죽했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