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구판절판


어머니가 내게 물려준 가장 큰 유산은 자신을 연민하지 않는 법이었다. 어머니는 내게 미안해하지도, 나를 가여워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가 고마웠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내게 '괜찮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정말로 물어오는 것은 자신의 안부라는 것을, 어머니와 나는 구원도 이해도 아니라 입석표처럼 당당한 관계였다. -16 쪽

아버지가 비록 세상에서 가장 시시하고 초라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 그런 사람도 다른 사람들이 아픈 것은 같이 아프고,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같이 좋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니 아버지는 내가 아버지를 상상했던 십수년 내내, 쉬지 않고 달리는 동안 늘 눈이 아프고 부셨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밤 아버지의 얼굴에 썬글라스를 씌워드리기로 결심했다.

<달려라, 아비>-28쪽

이따금 '말'이 듣고 싶을 때 당신은 수다쟁이 사장이 있는 세븐일레븐에 가라.

<나는 편의점에 간다>-56 쪽

...... 나는 여전히 기다리는 사람, 나는 세금을 받으러 온 주인의 기척이 들리면 집에 없는 척하는 사람, 나는 점점 여기 없는 사람인 척하는 사람, 나는 여기 없는 척하느라 당신이 불러도 대답하지 못했던 사람, 그러나 그때 사실 당신 근처까지 갔던 사람 ...... 하여 나는 이 많은 말들 속에서도 당신이 끝끝내 나를 찾아내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다.

<영원한 화자>
-13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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