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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성공은 기다리지 않는다
조안리 지음 / 문예당 / 1995년 11월
평점 :
품절
『사랑과 성공은 기다리지 않는다』는 올해로부터 25년 전인, 1995년에 나온 책이다. 최신 개정판이 나온 것도 아니고, 부모님이 사둔 책도 아니다.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순전히 뜻밖의 사건이었다.
작년 여름이었는데, 내가 사는 곳 맞은편 빌라 앞에 누군가 버리려고 내놓은 책 꾸러미가 놓여 있었다. 궁금해서 살펴보다가,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몇 권 들고 왔는데, 이 책이 그 중에 하나다. 총 여섯 권을 챙겨 왔었는데, 대부분 오래된 책들이었다.
저자인 조안 리는 1945년생의 한국인 여성 사업가다. 책날개에 써 있는 작가 소개글에 따르면, 스물 셋에 서강대학교 학장을 맡고 있던 미국인 신부와 결혼을 한 일로 세간에 화제가 되었다고 하며, 94년에 쓴 『스물 셋의 사랑 마흔 아홉의 성공』은 베스트셀러에 올랐었다고 한다.
무심코 들고 왔던 책을 쓴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저자가 한때에는 제법 유명한 사람이었다는 게 신기했다. 동시에, 내가 저자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긴 하지만, 나름 알려진 사람이었다는데도 불구하고, 이름을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게 놀라웠다. 역시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그렇게 세상이 변하면서 많은 것은 잊혀지는구나 하는... 조금은 감상적인 생각이 들었다.
책은 사랑과 자녀 교육, 자기계발, 일 등 여러가지 주제를 망라하여 인생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과 통찰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저자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이 흥미로워 즐겁게 읽었다. 인상 깊었던 문장들을 밑줄긋기로 남겨둔다.
여기 콜라병처럼 생긴 상대방이 있다. 나는 그가 나와 마찬가지로 사이다병처럼 생겼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를 사이다병으로 만들기 위해서 주무른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우악스럽게? 그래서는 안 된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콜라병 자체가 깨져버릴 수도 있다. 상대방을 우그려뜨리거나 깨트리는 행위는 사랑의 실천이 아니지 않는가. 콜라병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콜라병 자체의 아름다움을 깨닫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P34
말은 빠르고 편하다. 글은 느리고 불편하다. 그러나 보다 더 묵직한 신뢰감을 주는 것은 글이다. - P59
대화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그 대화 속에서 사용된 단어들의 지적 수준이 아니다.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이 얼마나 마음을 열어놓고 있으며 그 대화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가가 보다 더 중요하다. 대화는 지식의 전달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두 사람 간의 사랑과 신뢰를 더욱더 두텁게 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 P92
그 시절을 돌이켜보니 웃음부터 난다. 그러나 지나버린 세월이니까 웃음을 띠고 기억할 수 있는 것이지 실제로 그 세월을 살아가고 있노라면 결코 웃음 따윈 떠올릴 수 없다. - P101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자신감은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시험을 통하여 만들어가는 것이다. 아무리 작은 일이어도 좋다. - P119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란 얼마나 공허한 삶인가?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다 속일 수는 있어도 자기 자신만은 속일 수가 없는 법이다. 밖에서 보기에는 무엇 하나 부러울 것이 없는 할리우드의 스타들이 왜 마약에 빠져들고 가정생활에서 파탄을 일으키며 급기야는 자살까지 감행하는가? 엄청난 부를 쌓고 경탄할 만한 외모를 갖추었으며 거의 종교적인 열광상태에 빠져들곤 하는 팬들을 가졌어도 그들은 공허한 것이다. 외로운 것이다. 허무한 것이다. 그들이 조금만 더 자기 자신의 내면에 관심을 쏟았더라면 그런 참담한 지경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 P125
내가 생각하는 나 자신의 이미지는 어떤 것인가? 나의 외양이 아닌 내면의 이미지는 어떤 것인가? 나는 지금 내가 원하고 있는 나의 내면의 이미지에 걸맞은 삶을 살고 있는가?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그것을 교정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만 할 것인가? 언제나 이런 질문을 던지고 그것에 답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그르치는 경우를 나는 상상할 수 없다. - P125
겁이 많은 것을 탓해서 무엇하겠는가? 차라리 그것을 신중함이라고 판단하고 스스로를 승인할 수 있어야 한다. - P126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뭐 그리 중요한가? 내게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의 이미지이다. 그것이 내 마음에 들고 외부의 시선에 의하여 흔들리지 않으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 P128
자신의 삶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를 내세운다는 이런 자세는 나의 두 딸 성미와 현미에게도 고스란히 물려졌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자니 그런 방식의 삶의 태도가 때로는 곁에 있는 사람을 조금쯤 외롭게 만든다는 사실도 뒤늦게야 깨닫게 된다. 무슨 뜻인가? 너무도 자족적인 개인주의자에게서는 사랑으로 메꾸어주고 싶은 빈 공간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 P137
경제적 자립 없이는 정신적 자유도 없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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