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 인생 100년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건이라도 100만 년이라는 긴 세월에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도, 그리고 심지어 20세기에도 아주 기이한 자연 현상이 몇 건 일어났다. 그중의 하나가 1908년 6월 30일 이른 아침 중앙시베리아의 한 오지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그날 거대한 불덩어리 하나가 하늘을 가로지르는 것이 목격됐다. 그것이 지평선에 닿는 순간,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약 2,000제곱킬로미터의 숲이 모두 납작하게 밀렸고, 낙하 지점 가까이에 있던 수천 그루의 나무가 순식간에 재로 변했다. 그때 대기에서 발생한 충격파가 지구를 두 바퀴나 돌았다고 한다. 그때부터 이틀 동안은 미세한 고체 티끌 입자들이 대기 중에 하도 많이 떠돌아 다녀서 폭발 지점에서 무려 1만 킬로미터나 떨어진 런던에서도 한밤중에 신문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온 하늘이 산란광으로 가득했다고 한다. 당시의 제정 러시아 정부는 그런 사소한 일을 한가하게 조사할 여력이 없었다. 멀고 먼 시베리아의 오지, 미개한 퉁구스 족이 사는 곳에서 일어난 사건이었으니 더더욱 그랬다. 현지의 상황을 조사하고 현장의 증언을 청취하기 위해서 파견된 정부 조사단이 도착한 것은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고 10년이 지난 후였다. 그들이 조사 현장에서 가져온 증언의 일부를 들어 보자.
이른 아침 아직 잠에서 깨어나기 전이었다. 천막 안에서 자고 있던 사람들이 천막과 함께 갑자기 공중으로 떠올랐다. 땅바닥에 떨어져서 주위를 둘러보니, 가족 모두가 경미한 타박상을 입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크리나와 이반은 정신을 잃은 채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이들이 정신을 차릴 즈음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주위의 나무들이 온통 불에 타고 있었으며, 숲의 태반이 파괴돼 있었다.
나는 그때 바노바라의 무역 사무소 앞에 집을 갖고 있었다. 아침 식사 시간이었다. 짚 앞 베란다에 앉아서 북쪽을 바라보고 있다가 나무로 만든 통에 테두리를 두르려고 막 도끼를 집어 들었을 때, ...... 갑자기 하늘이 둘로 쪼개지고, 숲 위로 높이 타오르는 불빛이 북쪽 하늘로 넓게 번지고 있었다. 동시에 나는 내 웃옷에 불이 붙은 듯한 열기를 느꼈다. ...... 상의를 벗어 던져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꽝 하는 굉음과 함께 하늘에서 아주 큰 무엇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베란다에서 약 6미터 정도 떨어진 땅 위로 튕겨 나가 잠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아내가 뛰어와서 나를 오두막으로 데리고 갔다. 그러자 돌이 쏟아지는 듯한, 아니면 총을 쏘는 듯한 소리가 하늘에서 들려왔다. 땅이 흔들렸다. 나는 머리를 감싸고 땅에 엎드렸다. 머리가 돌에 맞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늘이 쪼개질 때, 대포에서 나올 법한 뜨거운 바람이 북쪽에서 불어와 오두막을 쓸고 지나갔다. 땅바닥에는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아침을 먹으려고 쟁기 옆에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대포 소리가 쿵 하고 들렸다. 내 말이 그 소리에 놀라서 땅에 펄썩 주저앉았다. 북쪽 숲 위로는 불길이 치솟았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가문비나무 숲이 다 쓰러지고 있었다. 나는 폭풍이 온다고 생각했고 쟁기가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두 손으로 쟁기를 움켜쥐었다. 바람이 아주 강해서 땅 위의 흙을 휘몰아 갔으며, 폭풍은 앙가라의 강물을 거꾸로 흐르게 만들었다. 내 땅이 언덕배기에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이 모든 광경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요란한 소리에 말들이 어찌나 놀라던지, 어떤 놈은 쟁기를 질질 끌면서 이리저리 도망다녔고, 어떤 녀석은 그 자리에 그냥 주저앉았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굉음이 들렸을 때 넋이 나간 채 가슴에 성호를 긋는 목수들이 보였고, 세 번째 충격음이 터지자 목수들이 건물에서 나무토막이 쌓인 곳으로 떨어졌다. 너무 큰 충격으로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있어서 안심시켜 주느라고 나는 그들을 달래야 했다. 우리는 결국 일거리를 내버려 둔 채 마을로 돌아왔다. 두려움에 떨던 마을 사람들이 모두 거리에 나와 서성거리고 있었다.도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난 것인지 파악하느라고 모두들 자기가 겪은 상황을 떠들썩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그때 밭에 있었다. 말 한 마리는 쟁기에 이미 붙들어 맸고, 나머지 한 마리마저 막 매려던 참이었는데, 오른쪽에서 총소리가 한 방 크게 들렸다. 내가 즉시 돌아서 보니, 하늘에 길쭉한 물체가 불길에 싸여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앞쪽의 머리 부분이 꼬리 부분보다 훨씬 넓었고 색깔은 대낮에 보는 불과 같았다. 크기는 태양보다 여러 배 컸지만 밝기는 태양보다 덜 밝아서 맨눈으로 쳐다볼 수 있었다. 불길 뒤로 먼지처럼 보이는 것이 따랐다. 가장자리를 빙 둘러가며 먼지 구름이 작게 피었고 지나간 자리에 푸르스름한 연기가 감돌았다. ...... 불길이 사라지자마자 꽝꽝 하는 소리가 총소리보다 더 크게 들렸고 땅이 흔들렸으며 판잣집의 유리창이 산산조각 났다.
나는 그때 칸 강변에서 양모를 빨고 있었다. 어디에선가 갑자기 놀란 새의 파닥거리는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는 강물이 급작스럽게 불어 수위가 높아졌다. 그 뒤에 날카롭고 큰 소리가 한 번 들렸는데, 그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일하던 사람 중 하나가 놀라서 물에 빠졌다.
이 놀라운 현상을 우리는 퉁구스카 사건Tunguska Event이라고 부른다. - P164
169-70 만일 이와 같은 규모의 충돌이 오늘 다시 발생한다면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진 사람들은 그것을 핵폭발로 오인할 소지가 다분하다. 혜성 충돌의 결과가 메가톤 급의 핵폭탄이 폭발할 때 볼 수 있는 상황과 아주 흡사하기 때문이다. 치솟는 불덩이의 규모며 버섯구름의 출현은 물론이고 그 모양까지 똑같다. 단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혜성의 경우 감마선의 방출과 방사능 낙진이 없다는 점이다. 큼직한 혜성 조각과 지구가 충돌할 확률이 희박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사건이 전혀 안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자연에서 반드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자연 현상이 핵전쟁을 유발할 수도 있지 않을까? 괴이한 시나리오이기는 하지만 한번 들어 보도록 하자. 과거 45억 년의 역사를 통해서 수백만 개의 혜성들이 지구와 충돌해 왔듯이, 작은 혜성 하나가 지구와 충돌하는 사건이 오늘 발생한다면, 현대 지구 문명은 그 사건에 즉각적으로 잘못 반응하여 핵전쟁을 일으키고는 자기 파멸로 치달을지도 모른다. 이 시나리오의 개연성은 혜성 충돌로 일어나는 현상이 핵폭발과 유사하다는 사실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혜성 자체의 구조, 지구와 혜성 충돌 가능성 그리고 그 충돌이 가져올 자연 재해의 내역과 규모 등을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수준보다 훨씬 더 깊게 연구해 둘 필요가 있다. 실제로 우려할 만한 사건이 한 번 있었다. 1979년 9월 22일 미국의 벨라 인공 위성이 남대서양과 서인도양 근방을 날다가 강렬한 불빛이 두 번 번쩍거리는 것을 감지했다. 사람들은 이 섬광의 발생 원인으로 우선 핵실험을 꼽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이스라엘이 TNT 2,000톤 규모, 즉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핵폭탄의 6분의 1 수준의 소형 핵무기를 비밀리에 시험하는 중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이 사건이 국제 정치에 미칠 심각한 영향을 세계 도처에서 우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섬광의 원인이 애초부터 핵무기가 아니라 소행성이나 혜성 조각의 충돌로 밝혀졌더라면 그 사건의 성격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공군기가 섬광이 검출된 지역의 상공을 비행하면서 실제로 방사능을 측정해 본 결과, 그 어떤 방사능도 검출되지 않았다. 결국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세계는 이 사건을 통해서 확실한 교훈을 하나 얻었다. 즉 지구와 근접 천체의 충돌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철저하게 연구하지 않는다면, 현대 지구 문명이 엉뚱한 이유 때문에 핵전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 P169
170-1 혜성은 대부분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천문학에서 흔히 사용하는 ‘얼음‘이라는 표현은 순수하게 물로 된 얼음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물, 메탄, 암모니아 등의 혼합물이 결빙된 것을 총체적으로 얼음이라고 지칭한다. - P170
181 태양계의 형성 초기에는 생성 중이던 행성들이 꽤 많았을 것이다. 그것들 중에서 긴 타원형 궤도를 그리며 서로 엇갈리는 궤도를 돌던 행성들은 충돌하여 붕괴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원형 궤도를 돌던 원시 행성들은 살아남아 점점 크게 자랄 수 있었다. 현재의 행성들은 충돌이라는 자연 선택의 과정에서 살아남은 것들이다. 초기의 파국적 충돌을 모두 이겨내고 이제 우리 태양계는 중년의 안정기에 들어선 것이다. - P181
183 지구와 작은 헤성 조각이 충돌하면 퉁구스카 사건과 같은 폭발이 일어나는데, 이런 사건은 대략 1,000년에 한 번꼴로 발생한다. 그러나 핼리 혜성과 같이 지름이 대략 20킬로미터 수준에 이르는, 비교적 커다란 혜성과 충돌할 확률은 기껏해야 10억년에 한 번꼴이다. - P183
195 과학자가 아닌 사람들이 제시한 것만이 아니라, 과학자들이 제시한 가설들 중에도 훗날 틀렸다고 밝혀지는 것이 많다. 그러나 과학은 자기 검증을 생명으로 한다. 과학의 세계에서 새로운 생각이 인정을 받으려면 증거 제시라는 엄격한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벨리코프스키 건의 가장 서글픈 면은 그 가설이 틀렸다거나 그가 이미 입증된 사실을 간과해서가 아니라, 자칭 과학자라는 몇몇 이들이 벨리코프스키의 작업을 억압하려 했던 데에 있다. 과학은 자유로운 탐구 정신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했으며 자유로운 탐구가 곧 과학의 목적이다. 어떤 가설이든 그것이 아무리 이상하더라도 그 가설이 지니는 장점을 잘 따져 봐 주어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생각을 억압하는 일은 종교나 정치에서는 흔히 있을 지 모르겠지만, 진리를 추구하는 이들이 취할 태도는 결코 아니다. 이런 자세의 과학이라면 한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우리는 어느 누가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할지 미리 알지 못하기 때문에 누구나 열린 마음으로 자기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 - P195
196-7 사이 사진 중) 여기에서는 DNA 나선을 볼 수 있는데, 나선 가닥 각각에 원자들이 대략 4,000개씩 늘어서 있다. DNA 분자 하나에서 나선 가닥은 대략 1억번 휘감아 돈다. 그러므로 DNA 분자 하나는 약 1000억 개 정도의 원자로 구성돼 있다.1000억은 전형적인 은하 하나에 속한 별들의 총수와 엇비슷한 수이다. - P196
198 자외선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호박벌과 광전 소자는 자외선을 능히 감지할 수 있다. 세상은 우리 눈이 볼 수 있는 것만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많고 넓다. - P198
199-200 1844년 철학자 오귀스트 콩트는 영원히 미지로 남겨져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식의 예를 찾고 있었다. 그는 별과 행성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에 대한 문제를 자신이 찾던 완벽한 사례라고 생각했다. 별에 직접 가 볼 수도 없고 시료를 채취할 수도 없으니 별의 구성 성분을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콩트가 죽은 지 겨우 3년 후에 스펙트럼으로부터 화학 성분을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P199
236-7 하지만 지구상의 세균 중에는 산소를 필요로 하지 않는 종류가 상당수 있다. 그 밖에도 온도가 너무 떨어지면 일시적으로 활동을 중단하는 종류, 자외선을 피해 자갈이나 얇은 모래층 밑으로 숨는 종류 등도 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액체 상태의 물이 소량이라도 존재하면 세균들이 실제로 번식하기도 했다. 지구의 세균이 화성의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다면, 그리고 만약 화성에 세균들이 존재한다면 그들은 화성에서 훨씬 더 잘 살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거기에 가 보기부터 해야 한다. (구)소련은 무인 행성 탐사 프로그램을 활발히 운영했다. 1년이나 2년에 한 번씩 최소한의 에너지로 화성이나 금성으로 우주선을 발사할 수 있는 시기가 지구에 찾아온다. 행성들의 상대 위치와 케플러의 법칙과 뉴턴의 물리학만 알면 그 시기를 계산할 수 있다. 1960년대 초반 이후 (구)소련은 그런 기회를 거의 놓치지 않고 그때마다 우주 탐사선을 발사했다.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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