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점’이라고 할 때는 이렇게 긴 호흡을 보는 게 아니라 사건을 중심으로 보는 것이다. 즉 사업에 투자하거나 시합에 나가거나 이사를 하거나, 아주 구체적인 사건을 놓고 산통을 흔들어서 『주역』의 괘를 뽑아 보는 것이다. 사건과 운명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일단은 무관하다. 사건에서 길하다고 해서 인생이 잘 풀리는 건 아니다. 오히려 지금 이 사건은 안 풀려도 명이 좋으면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통 ‘주역’이라고 할 때는 바로 이 사건 위주의 점복을 말한다. - P50

1997년 이후 제도권 바깥에서 공동체 생활을 해왔다. 처음엔 분과, 학벌, 지위, 성별 등을 벗어나면 모든 것이 가능해질 줄 알았다. 지식의 횡단, 자유롭고 수평적인 연대, 새로운 주체의 탄생 등등. 하지만 오산이었다. 분과를 넘고 학벌, 지위, 기타 등등 사회적 코드를 넘어섰지만 다양성과 자율성은 확보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놀라울 정도로 기존의 가치를 고수했고, 끔찍할 만큼 타율적이었다. 그래서 여차하면 학벌, 자본, 가족의 품으로 되돌아갔다. 말과 글로는 자유와 횡단을 말하지만 일상은 구속과 억압을 열망하고 있었다. 에리히 프롬이 말한바, "자유로부터의 도피"가 바로 이런 것일 터. 그때 건져올린 화두가 바로 ‘몸’이었다. 아는 것과 사는 것 사이의 그 엄청난 간극은 세계관이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몸의 문제였다. 구체적으로는 몸 안에 새겨진 습속의 리듬. 학습과 이론의 힘에 비하면 그것은 실로 엄청난 중력장이었다. 그것을 외면한 채 새로운 삶과 혁명을 꿈꾼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 P52

"밤하늘의 별을 보고 길을 찾아가던 시대는 복되도다!" ㅡ루카치가 『소설의 이론』 첫머리에서 했던 말이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이 ‘길’이 끊어진 시대다. 통계와 수치가 길을 대신하고 그 길에는 ‘홈’이 깊게 파여 있다. 오직 소유와 증식을 향한 사다리만으로 이어져 옆을 볼 수도 전체를 볼 수도 없다. 하여, 타자의 삶을 대신 살아가고 타자의 욕망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한다. 그래서 모두가 불안하다. 이 불안의 늪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밤하늘의 별과 인생의 길을 하나로 이어 줄 지도를 찾아내면 된다. - P63

그래서 일단 이 앎의 체계에 들어오면 자연과의 왕성한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입산하거나 은둔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산이나 바다는 물론이려니와 도시의 모든 현상들에도 오행이 다 들어 있다. 도시 79 의 기계문명은 당연히 목기와 금기가 태과다. 화려한 스펙터클은 화기에 속한다. 그 덕분에 사람들의 영혼은 불안과 고독에 사로잡혀 있다. 화기의 치성으로 수기가 불급한 것이다. 이런 배치하에선 우울증이 만연할 수밖에 없다. 한편, 현대사회는 지식정보화 사회로, 전방면에 걸쳐 여성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일종의 후천개벽이 진행 중인 것. 여성 안에 있는 남성성, 곧 양기가 밖으로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비례하여 남성들은 점차 여성화되어 간다. 남성 안에 있는 음기가 작용하는 까닭이다. 헌데, 그렇게 되면 안정된 가정을 꾸리기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아니, 어려워진다기보다 남녀 모두 결혼과 가족을 둘러싼 욕망들이 희박해져 간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결국 음양오행론적으로 볼 때, 가족의 해체는 필연적이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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