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통근, 즉 천간과 지지의 만남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천간은 하늘이고 지지는 땅이다. 이 상징성으로부터 천간과 지지의 결합은 명령-수행, 지휘-실무, 이론-실전, 사유-현장, 욕망-조건, 관념-실재 등의 짝으로 응용될 수 있다. 『자평진전』에서는 지지(특히 월지)에 뿌리를 내린 천간을 고을 군수에 비유한다. 그렇다 106 면 그때 결합한 지지는 관청의 실무자들이 될 것이다. 즉, 천간은 명령을 내리고 지휘하는 역할을, 지지는 그것을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고 비유할 수 있다. 또는 욕망과 사유가 천간이라면 그것들이 펼쳐질 조건과 현장은 지지가 된다. 욕망이 현장을 만났을 때 삶의 동력이 증폭된다. 그래서 통근은 마음의 방향성이 현실화되는 행운적인 측면이 있고, 이로 인해 자기 힘을 극대화시키려 하는 강인함을 불러올 수 있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같은 이유에서 매우 고집스럽고 잘 타협하지 않으며 교만한 태도를 갖게 되기도 한다. 사회적인 성공이나 실패의 여부 등 현실에서의 구체적 상황은 이런 점들이 어떻게 함수관계를 갖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강인한 힘과 속도가 사회적 성공에 유리한 고지를 먼저 점령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하지만, 과도한 힘과 자존심은 소통의 문제를 일으켜 다음 스텝을 멈추게 할 수도 있고, 아예 고립된 영토 안에 갇혀 있게 되기도 한다. - P105
그러나 금은 제련에 의해 단번에 다른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 그게 화극금의 원리다. 금의 형태는 정해져 있지 않다. 화에 의해서 제련되어 여러 형태로 변한다. 금이 가지고 있는 정의감도 그렇다. 어떤 뜨거운 감정이 정의롭게 생각했던 기존의 마음을 녹이면 다른 정의감이 생겨난다. 그래서 시비판단의 근거가 확실할수록 더욱 조심해야 한다. 그 근거가 언제 녹아서 변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화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다른 점이기도 하다. 화는 금처럼 예리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쉽게 분류하고 또 잘못되었다 싶으면 쉽게 판단을 뒤집는다. 그래서 깨달음의 수준도 표면적인 것을 벗어나지 못한다. 겉으로는 바뀐 것 같지만 자신도 알 길이 없는 심연의 습속을 건드리기란 여간 쉽지 않다. 금의 경우는 다르다. 판단의 근거가 중층적인 의미망을 기반으로 하는 까닭에 웬만한 충격에 쉽게 바뀌진 않는다. 그러나 어떤 자극에 의해 자신의 논리가 강렬하게 전복되면, 그 힘이 존재를 녹여 그 사람의 심연까지 바꿔 놓는다. 금은 혁명적으로 전체를 변화시킨다. 그것을 종혁이라 한다. 물론 종혁의 내용과 수준 등은 천차만별일 테지만.
한 가지 더 부연하자면, 금은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쇠와 논리 모두 인공적인 속성과 통한다. 금속은 자연물로부터의 추출과 제련의 공정이 있어야 하고, 논리 역시 소통의 인위적인 형식인 언어를 통과해야만 이루어진다. 그것이 금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만약 금기운이 강한 사람을 설득하려면 논리와 정당성을 이용해 보는 것도 괜찮다. 사적인 이익보다 공공적인 측면과 윤리를 강조하고 정의감을 앞세우면 설득하기 유리할 것이다. - P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