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를 보고 병을 미리 아는 원리를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우리 인체의 주요 장기는 오장(五臟)이다. 이 오장은 오행과 연결되어 있어서, 어떤 오행이 그 사람의 사주팔자에 지나치게 많거나 적으면 거기에 해당하는 장부에 이상이 생긴다고 본다. 예를 들어 팔자에 화 93 가 지나치게 많거나 적으면 죽을 때 다른 이유보다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높다고 본다. 목이 과불급이면 간장에 이상이 생기고, 토가 과불급이면 위장 계통에 이상이 발생하며, 금이 과불급이면 폐장에 문제가 발생하고, 수가 과불급이면 신장에 이상이 생긴다고 본다. - P92

사주 책에 보면 (중략) 일간이 경신(庚申)일이고 가을이나 겨울에 태어난 사람은 술이 몸에 받는다. 사주가 냉한데다가 알코올이 들어가면 몸을 덥게 하기 때문에 적당한 음주는 몸에 아주 좋다.

물론 사주 따라서 반드시 그 병에 걸린다고 100퍼센트 장담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럴 확률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 P93

음양오행이라고 하는 여의주를 하나 가지면 사주.풍수.한의학을 하나로 꿸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을 요즘 식으로 표현하면 ‘시스템적 사고’다. 이걸 건드리면 저것이 움직인다. 언뜻 보기에는 서로 관련이 없는 것 같아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물코와 같이 촘촘하게 연결된다. 이것이 동양사상의 특징이다. 그래서 동양사상을 아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연륜이 필요하며 흰머리가 발생해야 한다. 전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으니까 말이다. 음양오행이라고 하는 시스템적 사고를 체득하는 데 있어서 가장 선결문제이면서도 어려운 부분이 기본 전제의 이해다. 기본 전제가 되는 개념에 대한 파악이 확실해야 한다. - P94

특히나 해방 이후 세대는 한문보다 영어 공부에 더 치중한 세대다. 영어는 상업적인 언어여서 분명하다. 분명하지 않으면 계약에서 분쟁이 생기는데, 영어는 분명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반대로 한문은 매우 포괄적인 문자다. 이렇게도 해석하고 저렇게도 해석할 여지가 많은 언어다. 영어와 같은 분명한 언어에 익숙해진 해방 이후 세대가 매우 다의적인 한문 세계에 들어가면 당황하게 마련이다. 더구나 오행과 같은 한자문화권의 핵심개념에 들어가면 그 당혹감은 더욱 가중된다. - P95

목화토금수라는 것은 ‘나무’나 ‘불’과 같은 자연형질 자체를 말하는 것 97 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것을 배제하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목화토금수의 실체에는 형(形)과 질(質)의 두 가지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행의 법칙인 목화토금수는 단순히 물질만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요, 또는 상(象)만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다. 다시 말하면 형이하와 형이상을 종합한 형(形)과 상(象)을 모두 대표하며 또는 상징하는 부호인 것이다. 오행이란 이와 같이 형질을 모두 대표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주점(主點)은 상(象)에다가 두고 있다.

- 『우주변화의 원리』, 60쪽

목화토금수에는 형이상의 의미와 형이하의 의미 둘이 있다고 지적한 부분도 중요하다. 두 면을 모두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현상보다 본체의 측면, 즉 형이상의 측면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한동석은 강조한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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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의 ‘철학의 길’도 걸어보았다. 난젠지(南禪寺)에서 시작되는 이 길은 하천 옆을 따라 2.5킬로미터 정도 된다. 일본의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가 사랑한 길이다. 과연 사색의 길이었다. 서양 철학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고유의 철학 이론을 세우려 한 이른바 교 109 토학파(京都學派)가 이 길을 걸으면서 탄생되었다. 걷기는 철학자의 생각의 도구이다.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학파인 소요(逍遙)학파도 ‘걷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철학자 루소는 "나는 걸을 때만 생각한다.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고 했다. - P108

고전을 읽고 나면 자기가 좋아하는 문구가 한두 구절은 머릿속에 남아야 한다. 머릿속에 한 구절도 안 남아 있으면 헛 읽은 셈이다. 《맹자》를 읽고 나서 내 머릿속에 남은 문구는 ‘궁즉독선기신 통즉겸선천하’였다. 궁할 때는 혼자 수양하는 데 집중하고, 통할 때는 세상에 나가 좋은 일을 한다는 의미다. 궁할 때라는 것은 세상사 풍파로 인해서 깡통 찰 때다. 깡통 찼을 때 비관하지 말고 홀로 도 닦고 자기 수양하는 기회로 여기라는 말이다. - P111

‘인걸은 지령이다.’ 풍수라는 말을 기록에 처음으로 남긴 중국 동진의 곽박이 한 말이다. 한자문화권에서 적어도 5,000년이라는 세월의 임상실험 끝에 정립된 이치이다. 몇 년 사이에 ‘인걸’과 ‘지령’의 상관관계를 입증하기란 어렵다. 이는 실험실에서 몇 주 사이에 나오는 임상 데이터가 아닌 것이다. 적어도 수백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야 이 양자의 함수관계를 깨닫게 된다. - P163

물을 바라보면 욕심이 사라지고 마음이 가라앉아서 지혜가 생긴다. 또 인간을 이완시키는 효과가 있다.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일수록 물 옆에서 살아야 한다. 머릿속에서 타는 불을 식혀주기 때문이다. 물에는 바닷물이나 호수 물도 있지만 완만하게 흐르는 강물을 우리 조상들은 좋아했다. 특히 강물 위에 넓적한 바위가 있으면 그 바위에 걸터앉아서 강물에 발을 담그고 바라보는 것이 좋다. - P203

워딩은 단어의 신중한 선택과 정제 작업이다. 한국 사회가 앵그리Angry 사회가 되었다. 정제되지 않은 생각이 분노와 욕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로 인한 상처와 화, 우울감이 가득하다. 상대방의 장점을 이야기하는 ‘축사’의 워딩이 부족하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해봐야 한다.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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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일간이 화인데 나머지 자리에도 화가 많다는 건 일단 자신의 ‘명주’에 해당하는 기운이 강하다는 뜻이 되지만 일간이 수인데 화가 많다면 이 사람은 자신의 명주인 수기운이 화기운에 의해 잠식당한다는 뜻이 된다. 이렇듯, 화가 많다는 사실은 동일하지만 그것이 내 운에서 작용하는 방식은 정반대인 셈이다. - P85

강밀도를 파악할 때 유념해야 할 것은 일곱 개 카드 사이의 파워와 진동수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다.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진 것은 월지와 시지다. 월지는 내가 태어난 계절을 보는 것이다. 봄·여름·가을·겨울 가운데 언제 태어났는가, 더 구체적으로는 24절기 가운데 어떤 절기에 태어났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이미 언급했듯이, 태양이 황도 몇 도를 지나고 있는가, 그때 지구에 보내는 빛과 열의 강도가 얼마인가가 관건이다. 그것이 일간이 놓인 시공간적 조건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예로 봄의 을목과 겨울의 을목, 다시 말해 봄에 피어나는 들풀과 겨울의 나목은 분위기가 완전히 딴판이다. 거기에 덧붙여지는 게 시지다. 하루 중 언제인가. 겨울 밤인가 아침인가 여름 한낮인가 새벽인가. 또 다른 예로 일간이 병화와 정화인데, 한여름 대낮에 태어났다면? 생각만 해도 후끈거린다. 당연히 온몸이 불구덩이다. 외모에서 풍기는 포스도 강렬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자연의 잔칫상에는 거저가 없다고, 이런 사주의 경우 물이 현저하게 모자랄 테니, 뼈나 치아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 뼈를 만드는 건 신장이고, 신장은 오행상 수기운이 주관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병화와 정화라고 해도 겨울 새벽에 태어났다면 사정이 전혀 다르다. 물기운을 충분히 받기 때문에 대체로 단단하고 야무진 편이다. 또 이 시절의 불은 어둠을 밝히고 추위를 덥히는 역할을 톡톡히 할 터이니 존재 자체가 영롱하다(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자신의 팔자를 제대로 살고 있지 못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월지와 시지만 가지고도 수많은 유추가 가능하다. - P88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팔자의 지도, 그 의미를 읽어 내는 첫 번째 91 코드는 오장육부다. 목은 간담, 화는 심소장, 토는 비위, 금은 폐대장, 수는 신방광 등으로 연동되어 있다. 따라서 팔자의 배치는 곧바로 내 안의 오장육부의 흐름을 반영한다. 따라서 사주명리학이 주는 첫 번째 메시지는 나를 움직이는 생리기전이다.
초보자들도 이 정도의 사항은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잘 모르면 지금 바로 외우시라! 얼마나 쉬운가?) 운명은 어디까지나 몸을 통해 자신의 비의를 드러낸다. 그래서 운명을 바꾸려면 몸의 습속을 바꾸어야 한다. 주기적으로, 습관적으로 앓는 질병들, 얼굴의 형태, 몸의 구조, 생리적 기전을 알면 이제 기질이나 개성도 드러난다. 기질의 핵심은 사건을 대하는 태도와 심리적 회로에 있다. 심리기전 또한 생리적 오행과 연동되어 있다. 예컨대, 목(간담)은 분노, 화(심/소장)는 기쁨, 토(비위)는 생각, 금(폐/대장)은 슬픔, 수(신장/방광)는 두려움의 정서를 담당한다. 그래서 해당 장기에 문제가 있으면 감정의 균형이 깨어지게 마련이다. 예를 들면, 간담의 목기운이 태과불급이면 분노의 감정에 쉽게 휘둘리게 되고, 심소장의 화기운에 문제가 있으면 기쁨의 정서가 조절이 안 된다. 그래서 기뻐했다 슬퍼했다를 반복하게 된다. 비위의 토기운에 불균형이 생기면 쓸데없는 망상이 멈추질 않는다. 신경성 위장병이 많은 건 이 때문이다. 폐대장의 금기운에 균 92 열이 있으면 슬픔에 쉽게 노출된다. 작은 일에도 우울증에 걸리기 십상이다. 또 폐는 호흡과 피부를 주관하기 때문에 아토피나 비염 등도 폐기와 깊은 관련이 있다. 신장·방광의 수기운에 문제가 있으면 늘상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모든 사건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습관에 빠질 수도 있다. 감정은 곧 물질적 대사로 연결된다. 감정의 흐름이 깨져도 장부에 병이 생기고, 거꾸로 장부에 문제가 있어도 감정의 자연스러운 리듬이 깨지게 된다. 두려움이나 슬픔 같은 정서만이 아니라, 기쁨과 즐거움 역시 마찬가지다. ‘좋아 죽는다’는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특히 요즘처럼 과도한 볼거리와 이벤트 만능 시대에는 빠른 비트의 춤과 노래에 노출되는 청소년들이 아주 많다. 당연히 심장기능에 항진이 올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갑상선 항진증, 공황장애, ADHD 등의 질병은 지난 10여 년간 과도하게 화기를 부추긴 결과라는 점에서 일종의 시대적 돌림병에 해당한다. 요약해 보면, "자꾸 화를 내면 간장과 쓸개가 병들고, 지나친 쾌락에 빠지면 심장과 소장에 병이 생긴다. 또한 지나친 걱정은 비장과 위장을 병들게 하고, 커다란 슬픔은 폐와 대장에, 섬뜩한 공포는 신장과 방광의 병을 만든다."(허훈, 『마음은 몸으로 말한다』, 63~64쪽) - P90

덧붙이면, 네 개의 기둥을 따로따로 파악하는 방법도 있다. (오른쪽부터) 순서대로 초년·청년·중년·노년 순서로 읽기도 하고, 초년은 조상의 운, 청년은 부모의 운, 중년은 배우자의 운, 노년은 자식의 운, 이런 식으로 생로병사를 읽어 내기도 한다. 한편, 천간 따로 지지 따로 분리해서 전자는 존재가 지향하는 가치와 욕망의 흐름으로, 후자는 존재가 부닥치는 구체적인 삶의 현장이라고 보기도 한다. 예를 94 들어 천간에 재성이 있는 것과 지지에 재성이 있는 것은 전혀 다르게 작동한다. 전자는 재물을 향한 지향이 있다는 의미이고(물론 그래서 재물과의 인연이 깊을 수 있다), 후자는 나의 지향과는 무관하게 삶의 구체적 현장이 재물운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수많은 방식의 독법이 가능하다. 팔자의 동그라미에는 작용과 반작용의 파노라마가 무궁무진한 까닭이다. - P93

첫 번째 근거. 누구든 여덟 개의 카드뿐이라는 사실. 왕후장상이건 농민이건 브라만이건 수드라건 혹은 그 누구건 여덟 개 이상의 카드를 가질 수는 없다. 현실을 보면 슈퍼맨이나 영웅 혹은 대자본가가 있지만 운명의 차원에선 그들 역시 ‘팔자’ 그 이상을 누릴 수 없다. 만약 그들의 부와 권력이 타고난 것이라면 대신 다른 것들을 포기해야만 한다. 세상을 온통 애플로 만들어 버린 스티브 잡스, 그의 재산은 8조 달러쯤 된다고 한다. 우리 시대에 부와 명예에 있어 그를 따라갈 자는 없다. 세계 최고의 부자이면서 동시에 정신적 구루 역할을 했던 존재. 하지만 그도 결국 2011년 가을 췌장암으로 길지 않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의 재산도, 그의 명예도, 그의 탁월한 상상력도 이 병과 죽음 앞에선 그저 무력할 따름이다. 또 전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마이클 잭슨. 마이클 잭슨만큼 성공한 가수가 세상에 또 있을까. 하지만 그는 성형중독으로 평생 자신의 몸을 학대했고, 지독한 외로움 속에서 결국 약물중독으로 죽음에 이르렀다. 그래서 결국 모든 인생이 다 허무하다……는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와 마이클 잭슨, 그들이 지닌 능력과 질병은 분리될 수 없음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능력만 얻고 질병은 버리면 될 것 같지만 운명의 세계에서 그런 편법은 통하지 않는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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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
예: 밝음, 친절, 배려, 형식적 법도, 법식과 절차, 반목, 범주화된 예법
미시 권력: 권력욕, 의존적, 대리자, 위험한 유혹
뜨거운 내면: 삶의 추동력, 화병의 불씨 - P153

정화는 예와 배려의 아이콘이다. 처음 사람을 대할 때부터 밝고 친절하고 따뜻하다. … 그에 비해 정화는 자기를 낮추고 상대를 돋보이게 하며, 상대가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배려한다. 그러나 몸에 배어 있는 이런 따뜻한 예절이 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거짓된 행동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몸에서 이런 형식적 법도가 습관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예의 속성이 그렇다.
"예라는 글자 속의 풍(豊)은 제기(祭器)를 나타내며, 예의 기원은 신들에 대한 제사이고, 나중에 인간관계 전반을 규율하는 것으로 의미가 확대되었다고 설명해 왔다."미조구치 유조 외, 『중국 사상 문화 사전』, 김석근 외 옮김, 책과함께, 2011, 438쪽 이런 기원으로부터, 예는 제도와 정책, 신분 질서 등의 정치·사회 관계의 형식적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즉, 예는 형식적 절차와 법식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둔다. 정화도 법식과 절차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러한 습관은 사회생활에서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때가 많다. 사람들에게는 질서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은 어딜 가나 기본은 한다는 무의식적인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식과 절차가 모든 관계에서 우호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인간관계라면 문제가 좀 다르다. 정화에게는 인간관계도 하나의 예법이다. 우정에 대한 예법, 사랑에 대한 예법, 공부에 대한 예법. 그런데 자기 안의 예법에서 벗어나는 경우엔 갈등이 유발 155 된다. 자기 법도를 지켜 가는 것을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것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순간, 반목이 시작된다. 예법은 진리가 아니라 어떤 조건 안에서 범주화된 것일 뿐이다. 개인적으로 내면화한 법도와 절차를 마치 누구나 지켜야 하는 진리인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윤리를 강요하거나 회유하게 된다. 그 노력이 잘 먹히지 않을 때, 큰 스트레스가 따른다. 정화의 인간관계는 이 지점에서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많다.

필요한 곳에 등장하여 스스로 빛이 되는 것, 그것이 정화의 본성이다. 정화가 병화보다 더 밝아 보이고 쾌활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 P154

그런데 모두가 기댈 수밖에 없는 그 희소한 가치는 때때로 권력의 욕망을 부추긴다. - P157

정화의 권력은 정교하고 미시적으로 행사된다. 미시 권력은 거대한 힘에 의존되어 있다. 작은 공간의 권력자는 스스로 절대자임을 천명하려 하지 않는다. 더 큰 힘에 기대어 대리자 노릇을 한다. (…) 미시 권력을 이용하는 자는 큰 힘의 대리인을 자처하며 큰 힘과 나머지 구성원 사이에 자신을 위치시킨다. 그런 위계적 구도 안에서 큰 힘에게는 의존하고 나머지 구성원들에게는 그 힘을 대리하여 안전하게 권력을 행사하려 한다. (…) 위대한 힘엔 위험한 유혹이 따른다. 그래서 힘을 가진 자에게는 항상 책임이 따르는 것이다. 만일 위계적이고 의존적인 굴레에 갇혀 있다고 생각되면, 당당하게 홀로 자기의 길을 밝히며 한정된 공간을 떠나는 것이 정화의 운명적 과제다.

음적인 화라는 것은 그런 속성이 크게 드러나지 않고 잠시 숨겨져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정화는 표면적으로는 온화하지만 내면엔 뜨거운 화염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성욕일 수도 있고, 음악이나 미술 등에 대한 열정일 수도 있다. 세상을 바꾸는 혁명적 실천이기도 하고, 학문이나 기술에 대한 발심이기도 하다. 이런 욕 159 망들이 겉으로는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심연에서 폭발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그 불꽃 같은 경험은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삶의 근원적 추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화병의 불씨가 되는 경우도 있다. - P158

경금의 기호
바위, 무쇠, 중장비, 단단한 물질
강한 신념 : 소신, 의지, 추진력, 결단력
구조화 : 명분, 원리원칙, 믿음, 정의감
혁명 : 현실화, 거시적 혁명
결실 : 실리, 독선
승부욕 : 활력
동료애 : 융통성 부족, 비판적, 비타협적, 약한 사교력

경금은 거시적 혁명과 현실적 이해타산 사이에서 갈등하는 금의 모습을 닮았다. 신금에 비해서는 논리적 날카로움이나 절제력이 약하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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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점’이라고 할 때는 이렇게 긴 호흡을 보는 게 아니라 사건을 중심으로 보는 것이다. 즉 사업에 투자하거나 시합에 나가거나 이사를 하거나, 아주 구체적인 사건을 놓고 산통을 흔들어서 『주역』의 괘를 뽑아 보는 것이다. 사건과 운명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일단은 무관하다. 사건에서 길하다고 해서 인생이 잘 풀리는 건 아니다. 오히려 지금 이 사건은 안 풀려도 명이 좋으면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통 ‘주역’이라고 할 때는 바로 이 사건 위주의 점복을 말한다. - P50

1997년 이후 제도권 바깥에서 공동체 생활을 해왔다. 처음엔 분과, 학벌, 지위, 성별 등을 벗어나면 모든 것이 가능해질 줄 알았다. 지식의 횡단, 자유롭고 수평적인 연대, 새로운 주체의 탄생 등등. 하지만 오산이었다. 분과를 넘고 학벌, 지위, 기타 등등 사회적 코드를 넘어섰지만 다양성과 자율성은 확보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놀라울 정도로 기존의 가치를 고수했고, 끔찍할 만큼 타율적이었다. 그래서 여차하면 학벌, 자본, 가족의 품으로 되돌아갔다. 말과 글로는 자유와 횡단을 말하지만 일상은 구속과 억압을 열망하고 있었다. 에리히 프롬이 말한바, "자유로부터의 도피"가 바로 이런 것일 터. 그때 건져올린 화두가 바로 ‘몸’이었다. 아는 것과 사는 것 사이의 그 엄청난 간극은 세계관이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몸의 문제였다. 구체적으로는 몸 안에 새겨진 습속의 리듬. 학습과 이론의 힘에 비하면 그것은 실로 엄청난 중력장이었다. 그것을 외면한 채 새로운 삶과 혁명을 꿈꾼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 P52

"밤하늘의 별을 보고 길을 찾아가던 시대는 복되도다!" ㅡ루카치가 『소설의 이론』 첫머리에서 했던 말이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이 ‘길’이 끊어진 시대다. 통계와 수치가 길을 대신하고 그 길에는 ‘홈’이 깊게 파여 있다. 오직 소유와 증식을 향한 사다리만으로 이어져 옆을 볼 수도 전체를 볼 수도 없다. 하여, 타자의 삶을 대신 살아가고 타자의 욕망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한다. 그래서 모두가 불안하다. 이 불안의 늪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밤하늘의 별과 인생의 길을 하나로 이어 줄 지도를 찾아내면 된다. - P63

그래서 일단 이 앎의 체계에 들어오면 자연과의 왕성한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입산하거나 은둔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산이나 바다는 물론이려니와 도시의 모든 현상들에도 오행이 다 들어 있다. 도시 79 의 기계문명은 당연히 목기와 금기가 태과다. 화려한 스펙터클은 화기에 속한다. 그 덕분에 사람들의 영혼은 불안과 고독에 사로잡혀 있다. 화기의 치성으로 수기가 불급한 것이다. 이런 배치하에선 우울증이 만연할 수밖에 없다. 한편, 현대사회는 지식정보화 사회로, 전방면에 걸쳐 여성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일종의 후천개벽이 진행 중인 것. 여성 안에 있는 남성성, 곧 양기가 밖으로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비례하여 남성들은 점차 여성화되어 간다. 남성 안에 있는 음기가 작용하는 까닭이다. 헌데, 그렇게 되면 안정된 가정을 꾸리기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아니, 어려워진다기보다 남녀 모두 결혼과 가족을 둘러싼 욕망들이 희박해져 간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결국 음양오행론적으로 볼 때, 가족의 해체는 필연적이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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