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원리는 이 책을 이해하고 암기하는 순간 바로 익힐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사주를 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니, 그것은 사주의 여러 가지 원리가 머릿속에서 다양하게 한꺼번에 종합되면서 응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물론 다른 학문을 하는 분들도 그렇겠지만 특히 명리학을 하는 사람들은 수도승처럼 생활을 깨끗하고 맑게 해야 한다.
명리학은 하늘이 사람에게 부여한 운명을 해석하는 일이다. 때문에 그 책임이 막중하여 지금까지도 인격이 갖추어진 사람이 아니면 전해 주지 않아야 하는 비인부전非人不傳의 학문으로 여겨진다. 남의 인생을 읽고는 그것을 빌미로 금품을 갈취하거나 속이는 일 등의 나쁜 일에 명리를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189
이쯤하여 혹시 사주에 의해 그 사람의 인생이 이미 결정되었다고 보는 독자가 있다면 꼭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음양오행의 방향은 분명히 정해져 있지만 세세하게 사주 인자를 다르게 사용함으로써 전혀 다른 길을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굳센 의지를 가지고 영혼을 순화시키려고 노력하지 않고 오행의 기운에 그대로 휩쓸려 쉽게 살게 되니, 술사는 가능성이 많은 방향으로 사주를 풀이하여 단지 그 사람의 삶을 맞추는 것일 뿐이다. 앞의 사주도 열기를 해소하기 위해 명예에 뜻을 두고 열심히 노력하며 살 수도 있고, 잘못하여 관을 쾌락의 도구로 나쁘게 사용할 수도 있으니, 그 운명이 어떻게 결정되었다고 확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훌륭한 인생의 목표를 정해 놓고 인내하며 살면, 사주 안의 기질에 201 끌려가지 않고 다른 길로 가게 되어 일반적인 사주 풀이로는 그 인생을 추측할 수 없다. 그러니 운명이 꼭 정해졌다고만 볼 수는 없는 셈이다. 위의 사주는 관과 인이 뚜렷하고 너무 뜨거운 사주라 열기로 가득한 식신 미토의 사용을 꺼리니, 자신의 화기를 식혀 주는 명예를 위해 열심히 공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희박하지만 혹시 부모나 조부모 대에서 나쁜 생활을 했다면, 그 기운이 후손으로 이어져 잘못된 삶을 살 수도 있다. 관은 명예도 되지만 여자에게 남자도 되기 때문이다. 자식이나 손자가 전혀 모르게 나쁜 생활을 해도 그 기운이 그대로 흘러가니 이를 명심해야 한다. 정말 인과응보가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육친에 능통해지면 남들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만 봐도 그 사람의 대략을 파악할 수 있다. 말이 거의 없다면 금과 수로 인성이 발달해 점잖은 사람일 확률이 높고, 조용하고 차분하게 말을 한다면 금과 수로 식상관이 발달한 사람으로 유흥을 즐길 수 있다. 빠르고 큰 소리로 말을 유창하게 한다면 목과 화로 식상관이 발달한 자로 남들을 잘 선동할 가능성이 높다. 여자가 조용하면서 공부를 많이 했다면 인성이 발달한 여자인데, 인성이 식상관 곧 자식을 극하기 때문에 그 자손이 드물고 또 잘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부록에도 육친표가 있으니 참고하여 능숙해질 때까지 익히고 또 익히길 바란다. - P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