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작가 초롱
이미상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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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말과 행동 중 제3의 원은 무엇이었을까?
읽은지 한 달 넘게 지났는데도,
계속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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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우리가 학교에서 내내 배웠듯이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인 학문이 아니다. 과학자라는 ‘사람‘들이 하는 학문이고, 정부의 정책과 규제는 다양한 정치적 행위자들의 협상과 합의의 산물이다. 한국사회의 형성과 변화에 과학기술의 영향력이 컸던 만큼 앞으로의 입장과 태도 역시 중요하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곳이 모두에게 더 공평하고 정의롭고 행복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면, 과학기술도 그러한 가치를 실제로 반영하고 수행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서 있다. - P205

거짓 양성(false positive) 또는 1종 오류(type 1 error)라는 용어로 이 상황을 이해해보자. 의학적 예시를 들어 설명하면, 거짓 양성은 ‘어떤 질환에 대하여 양성을 보이는 검사가 그 질환에 걸리지 아니한 사람에게서도 양성을 나타내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탐정이 무고한 사람을 지목해 "당신이 범인이다."라고 한다면 이는 ‘거짓 양성‘이다. 반대로 진짜 범인을 향해 "당신은 범인이 아니다."라고 한다면 ‘거짓 음성‘이 된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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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에게는 큰 붕이나 작은 새나 어떤 차이도 없는 것이 되고 만다. "따라서 작음과 큼은 비록 다르나, 소요하는 것은 하나이다." 작은 새나 큰 붕이나 할 것 없이 노니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붕은 하늘의 못을 향해 날아가며 벌레나 작은 새는 작은 나무에 올라가면 될 뿐이다. 그 둘이 가고자 하는 데는 크거나 작거나 한 다름이 분명히 있으나 그 둘 모두 자신의 본성에 따라 노니는 것이어서 결국 소요에서는 하나라는 논지이다. - P226

혜강은 인간의 본성을 안락함을 좋아하고 어려움을 싫어하고, 편한 것을 좋아하고 힘든 것을 싫어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 P231

이는 도가철학에서 줄곧 강조하는 정신과 육체의 동일론적 사고이다. - P232

능력이나 실천력은 사람마다 다른데, 우리는 어떤 인물을 이상적이라 할 수 있는가? 재주가 좋은 사람은 끈기가 없고, 끈기가 있는 사람은 재주가 없는 경향처럼 각자의 능력과 그에 따른 한계가 있는데 그것은 극복될 수 없는가? 이른바 영웅은 똑똑함(聰明)과 힘(膽力)이 함께 있어야 하는데 똑똑한 ‘영’과 힘센 ‘웅’의 재질이 모두 갖추어져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 P241

철학은 이와 같이 어쩔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이루어진다. 철학의 내용과 방법은 바뀌지만 우리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는 시공을 넘어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 시대에 무슨 파인가? 그리고 자신이 속한 파는 현실을 어떻게 마주보고 있는가? 떠나야 하는가, 아니면 머물러야 하는가? 과연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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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는 이런 통증을 받아들입니다. 뜨거운 열정이 남긴 유산이 우리 삶에 진정한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걸 압니다. 애도는 잃어버린 사랑의 흔적을 미래로 가져가라고 우리를 독려합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볼까요. 나는 재능있는 작가였던 한 남자를 사귄 적이 있습니다. 그는 나보다 훨씬 어렸습니다. 내가 책상머리에 앉아 글과 씨름할 때 그는 앉은 자리에서 20쪽씩 써내려가곤 했습니다. 신기했습니다. 하지만 내 자신이 짜증스럽기도 했습니다. 생각을 글로 써낼 수 없다면 내가 한 경험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요? 그를 만나는 동안에는 내게 별 다른 변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와 헤어지고 난 후 나는 어떤 변화를 감지했습니다. 글을 쓰려고 앉았을 때 나는 실제로 글을 써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하루에 20쪽은 아니어도 5쪽은 너끈히 썼습니다. 이별은 10년도 더 된 일이건만 그 뒤로 나는 펜을 놓아본 적이 없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글쓰기에 대한 그의 진중한 태도를 내가 어떻게든 이어받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나는 이런 선물을 준 그에게 감사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은 대단한 선물이었으니까요. 그는 떠나갔지만 가장 매력적이었던 그의 자질 하나는 내게 남았습니다. - P210

그러니 사랑하는 이들과의 매우 친밀한 유대는 오죽하겠습니까. 우리를 가장 아프게 하는 이들은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하죠. 사랑이 개방성을 의미하는 한 이를 피해갈 방법은 없습 214 니다. 인생의 아이러니 가운데 하나는 마음을 열수록 우리는 더 취약해진다는 사실입니다. - P213

많은 연애지침서는 우리에게 그렇지 않다고 설득합니다. 관계가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우리가 구사할 수 있는 전략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보다 비생산적인 것도 없습니다. 내가 늘 우세한 입장에 설 수 있도록 애정 생활을 조종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농밀한 관계 속을 더 잘 헤엄쳐나가는 법을 배울 수는 있겠지만 결코 마스터가 되지는 못합니다. 또한 오만해질수록 우리는 넘어질 공산이 큽니다. 그러므로 사랑의 불투명함을 인내하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사랑의 모호성과 불확실성, 혼란과 예측 불가능성을 다루는 능력만큼 여러분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가 맞서 싸워야 하는 대상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다시 말해 여러분 내부에서 싸워야 한다는 뜻이죠. 사랑의 복잡미묘함을 견딜 만큼 내 마음이 강하다는 걸(그리고 내 삶이 충분이 충만하다는 걸) 아느니보다 더 든든한 보호막은 없습니다.
- P226

시대가 변했습니다. 가족적 가치관의 상실을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있지만 사람들이 이혼을 일삼는다고 해서 사회 질서가 무너지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의 붕괴보다 훨씬 더 긴박한 문화적이고 정치적인 이슈들이 있습니다. 테러리즘에서 환경 문제까지 우리 사회는 이전 세대들이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문제들과 씨름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사람들의 애정생활과는 별 관계가 없죠. 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는 단순히 혼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 때문에 이혼을 피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우리를 더 진지한 관계로 이끌어주기 때문입니다. 내 남자가 내 곁에 있는 것은 사회적인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나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믿게 되니까요. - P231

사람들은 열정을 유지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욕망이 죽지 않도록 사력을 다해야 한다고요. 하지만 정말이지, 인공호흡기를 달아 억지로 열정을 유지하느니 열정이 제 갈 길을 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때로는 더 낫습니다. 우리는 이미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 않은가요? 왜 끝없이 애쓰는 관계가 되어야 하나요? 게다가 노력한 보람마저 적다면요? 사랑을 안정적으로 만들려는 우리의 시도가 사랑의 즐거운 즉흥성을 억압한다는 사실이야말로 사랑의 역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랑을 보호하려는 조치들이 우리가 보호하고자 하는 바로 그 대상을 잃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애초에 우리를 매혹시켰던 바로 그 정열을 파괴할 수 있다는 거죠.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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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 모든 사회관계, 모든 세대 간의 관계, 모든 개인 간의 관계에서 대단한 위협이 될 것이다. 그리고 권력은 너그러워 보이는 법률, 어쨌거나 보편적인 법률을 이용해서 바로 이 그림자, 이 유령, 이 두려움을 좌지우지하려 할 것이다. (…) 그러면 위험, 그것도 보편적인 위험이란 형태로 나타날 성을 통제하는 온갖 법규가 생길 것이다. 이건 그야말로 엄청난 변화다. _미셸 푸코Michel Foucault - P107

하지만 섹스나 성적인 침해가 피해자에게 끼치는 영향, 가해자의 심리 상태, 형벌이 피해자에게 갖는 치료적 기능에 관해 형법에 담긴 지식은 결코 과학적으로 증명된 진리가 아니다. 과학적으로 진리를 밝혀야 할 심리학이나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도리어 형법이 전하는 진실에 적응하고 말았다. 이 진실은 일련의 전략적 진술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목적은 이전까지 국가가 별로 관심을 두지 않던 인간 생활의 특정 측면에 국가가 개입하는 새로운 권한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 P111

동의에 실린 부담이 얼마나 큰지, 어떤 성관계에 동의했던 많은 여자가 나중에 실제 상황은 이와 달랐다고 느끼는 경우가 생긴다. 겉으로는 자신이 동의해서 한 행위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이면에서 사실상 자신의 영혼이 파괴되었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러면 여자는 자신을 가해한 사람에게 그 대가를 치르게 만들려고 법적 판단을 요구한다. 강간당한 사람이 보이는 증상이 자기한테도 나타난다고 생각되면, 이 사실을 정당화해주는 사건이 일어났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야 자신이 겪는 아픔의 원인이 인정되고, 강간범이 처벌받고, 치유의 과정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118 덧붙여, 성 혁명에서 비롯한 새로운 이중적 성도덕은 애착 없는 성관계를 했다고 여자를 비난하기 때문에, 많은 여성이 자신이 더럽혀졌다는 느낌과 죄책감에 시달리고, 강간을 고발함으로써 이런 느낌을 씻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서구의 이중적 성도덕과 북아프리카 문화 특유의 남성 중심주의적인 성도덕이 혼합된 문화를 지닌 젊은 여성의 경우에 이 현상은 더욱더 심하게 나타난다. 이 때문에 매우 심한 사법적 불안감이 조성되었다. 어떤 여자와 동의한 성관계를 가졌다고 진실로 그리고 실제로 믿고 있었는데 강간으로 고소된 남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 P117

몇 년 전에 나는, 여성에게 어떤 성행위를 강간으로 규정할-여성이 한 말의 진위 여부를 문제 삼아 반박할 수도 없는-일방적인 권리를 주는 프랑스와 미국의 페미니즘 경향에 대해 책을 썼다. 이런 권한이 과도하고 독단적일수록 제도는 공포와 위협을 동원해 권위적인 지위를 만들어내는데, 공포와 위협은 제도가 자기 목적을 완수해내는 수단이기도 하다. 공포와 위협으로 남자들의 "사고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슬로건에 담긴 생각을 사회에 정착시키는 것이 정치권의 의도 아닌가? 이 슬로건을 들으면 생쥐스트Saint-Just(프랑스 혁명 시대의 정치가. 로베스피에르의 오른팔로 불리며 공포정치를 지지하였다-옮긴이)나 스탈린의 슬로건이 떠오른다. - P122

이 모두가 가해자와 커플이 아닌 강간 피해자라면 알 수 없을 일상적인 상황이다. 그렇다면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어서 남편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고 가끔 남편과 성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고 체념하던 여자가, 자신이 해 준 동의가 사실은 동의가 아니었다고 생각해볼 유혹이 들지 130 않겠는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커플 관계에서는 이루 셀 수 없이 무수한 강간이 이루어지고, 이를 고발하느냐 마느냐는 오로지 여자의 의지에 달린 셈이 된다. 커플로 함께 지내는 사람들 사이에서 강간이 이루어졌음을 입증하는 일은 어려운데, 현재 법 논리에서는 이 때문에 강간을 유죄로 판결 내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여성의 말에만 더욱 힘이 실리는 실정이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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