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선의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는 법. 그것이 삶의 아이러니다. 가족에게 도움이 되고자 쓰레기를 모아 태우다가 그만 할머니는 그해의 결실이 모여 있는 창고에 불을 내고 만다. 뇌졸중으로 몸을 빨리 움직일 수 없어서 불타는 창고를 망연히 보고 있어야만 한다. - P-1

삶에 아이러니가 존재한다는 말은 우리가 우리 행동의 결과를 다 통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고,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 발생한다. 그래서 나는 예언자들을 기피하고, 쉽게 단정하는 이들을 의심하며, 만병통치약을 파는 이들을 경계하고, 쉽게 확신하는 이들을 불신한다.
아이러니로 가득한 이 삶을 통제할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영화 <미나리>는 "버티라"고 말한다. 미나리는 버티는 식물의 대명사다. 실로, 삶에 아이러니가 있다는 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 아이러니가 있기에 희망도 있다. 생각하지 못했던 불행이 있는 만큼 예상치 못했던 선물도 있다. 아칸소주 시골로 이사 왔을 때, 그 환경 변화가 손자의 심장 상태를 개선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나쁜 일만 있는 게 삶이라면 삶은 예측 가능하리라. 삶은 예측 가능하지 않기에, 좋은 일도 있다. 삶의 아이러니는 좌절할 이유도 되지만 버틸 이유도 된다. - P-1

자신의 정체성을 확신한 모리스는 자신이 가진 모든 자산과 사회적 지위를 거는 사랑의 모험에 나선다. "영혼을 잃고서 작고 갑갑한 상자들만을 소유한 수백만 겁쟁이들"의 사회에 맞서기로 결심한다. "그것은 오랜만에 맛보는 정직의 맛이었다." 환희에 찬 모리스를 보며, 클라이브는 사회적 지위는 유지했지만 뭔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을 잃어버렸다는 열패감에 휩싸인다. - P-1

어떤 점에서 2021년은 한국 역사의 획기적인 전환점이다. 연간 기준 주민등록인구가 역사상 최초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한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0년 12월 31일 기준 우리나라 등록 인구는 5182만 9023명이다. 이는 일 년 전보다 2만 838명(0.04퍼센트) 감소한 숫자다. 대규모 재해나 전쟁 없이 인구가 이토록 급격하게 줄어드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 P-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허구가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허구를 믿을 수 있다. 미천한 인간 세계에는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을 할 수 있는 역설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이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길을 가다가 어떤 압도적인 귀여움과 마주치면 가끔 인간이 쓰레기라는 사실을 잊기도 하는데,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고, 오늘도 계속 살아갈 힘을 얻는다. - P-1

저항 세력이 권력자가 되어 개혁의 예리함을 잃어갈 때는 곧 정치적 냉소가 자라나기 쉬운 시기이기도 하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으나 약속했던 새 시대가 금방 도래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의 많은 문제가 특정 정권의 행태로 환원되지 않을 정도로 뿌리 깊은 것임이 드러난다, 부패한 기득권을 질타하며 집권한 세력 역시 적지 않게 부패했음이 드러난다, 이리하여 정치적 유토피아는 다시 한번 유예된다. 그 유예된 공터에서 예술가들은 도래할 정치적 유토피아에 집착하는 대신 허무와 심연을 보곤 한다. - P-1

이 비극을 끝내는 것이 바로 재앙신으로부터 상처 입은 아시타카, 그리고 인간으로부터 버림받아 인간을 저주하게 된 모노노케 히메라는 점은 상처 입은 이들에게 용기를 줄지도 모른다. 그것은 상처받은 인간만이, 자신을 넘어 타인의 상처를 이해하고 공감하고 치유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 P-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현대의 대의정치를 유지하기 위해서 국민주권이라는 허구가 필요한 것처럼, 인간이 삶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허구가 필요하다. 성욕을 매개로 번식을 거듭하던 존재가 기어이 사랑이라는 픽션을 만들어냈듯이, 비루함으로 가득 찬 세속에서 기어이 신성(神性)을 발명해냈듯이, 허구는 삶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기 위해 필요하다. "바꿀 수 없다면 사랑하라,"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의 삶이 허구를 버릴 수 없다면 허구와 더불어 사는 법을 익혀야 한다.
허구는 사실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단순한 거짓말이나 궤변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 허구는 삶의 필요가 요청한 믿음의 대상이다. 허구를 즐기기 위해서는 허구를 믿어야 한다. 소설이나 영화와 같은 픽션도 그렇지 않던가. 보고 읽으며 울고 웃기 위해서는 그 이야기의 진위를 따져 묻기를 그만두고 일단 이야기의 전개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 이야기의 세계를 ‘마치 그러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그 속을 유영(遊泳)해야 그 허구를 즐길 수 있다. 허구를 믿고 즐기는 것이야말로 허구와 더불어 살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이다. - P-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을 위로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위로하는 좋은 말들처럼 평탄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의 인생 역시 어려움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인생보다 훨씬 더 뒤처져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좋은 말들을 찾아낼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중 - P-1

나는 누구에게도 삶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삶이 누구에게나 같은 정도로 힘들 리는 없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삶은 쉽지 않다. 내가 듣고 보고 경험한 모든 인생들이 그랬다. - P-1

삶이 그토록 고단한 것이니, 사람에 대한 예의는 타인의 삶이 쉬울 거라고 함부로 예단하지 않는 데 있다. - P-1

그렇다. 누군가 고단한 당신을 위로하고자 나직하게 노래한다고 해서 그의 인생이 노랫말처럼 곱게 흘러갔다는 뜻은 아니다. 그 역시 쉽지 않은 삶을 살았기에 그 노랫말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 P-1

삶이 쉽지 않은 것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인생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작가 기리노 나쓰오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보다 좋은 내일, 내일보다 좋은 모레, 매일매일 행복한 나. 제멋대로 미래를 꿈꾸는 것도 미망에 홀리는 것이다. 이것이 정도를 넘으면 죄를 짓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꿈이 결락되어 있는 인간은 무력한 사람이 된다. 인생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삶을 사랑한 나머지 지나치게 행복을 꿈꾸어도 죄를 짓게 되고, 아예 꿈을 꾸지 않아도 무력해진다. 자기 아닌 것을 너무 갈망하다 보면 자기가 소진되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면 자신이 왜소해진다. 그래서 인간은 가끔은 탁월한 무언가가 되고 싶기도 하다가 또 어떨 땐 정녕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기도 하다. - P-1

그러나 이따금 기적이 일어난다. 삶의 고단함과 허망함을 자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정치의 잔혹함과 비루함을 통절히 깨닫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그들은 마치 결별을 선언해야 마땅한 상대와 재결합을 시도하는 사람들처럼 무모해 보인다. 그러나 정치적 동물로서 인간의 영광은 바로 끝내 이 세계에서 살아가고자 결심한 그들의 마음에 있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예술 비평가 스탠리 카벨은 별생각 없이 그냥 결혼해서 무난한 듯 사는 일보다 (적절한 이유가 있다면) 이혼의 위기를 극복하고 헤어졌던 상대와 다시 재혼하는 일이야말로 의미심장한 결합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그 결합은 별 고민 없이 진행된 첫 번째 결혼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들은 이미 상대의 한계와 결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결합하기로 감히 결심한 것이다. 상대에 대한 오해나 불신을 극복하고 마침내 화해에 이른 것이다. 불행한 기억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함께 살아가기로 약속한 것이다. - P-1

나는 삶이나 정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혼한 배우자와 다시 결합하기로 결심하는 것처럼, 어떤 사람은 인생이 고단하고 허망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살아내기로 결심한다. 어떤 사람은 정치의 세계가 협잡과 음모로 얼룩져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거의 유혹을 떨치고 정치의 세계로 나아간다. 그들의 인생이나 정치는 그러한 자각이 없는 인생이나 정치와는 다를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냥 사는 인생이나 마냥 권력을 쥐려는 정치가 아니라 반성된 삶과 숙고된 정치다.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정치적 동물의 길》은 바로 그러한 삶과 정치에로 초청하는 작은 손짓이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하나의 문제이며, 정치는 그에 대한 응답이다. - P-1

아무리 분투해도 안 되는 일이 있음을 인정하는 데 정치가 있다. 불면증을 생각해보라. 우리가 잠에게 다가갈 수는 없다. 잠이 와야 한다. 정치에는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오길 기다려야 하는 일. 억지로 가려고 하면 도리어 멀어지는 일. - P-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엇보다 평균, 중간을 추구한다는 국룰 자체에 문제가 있습니다. 서글프게도 중간의 인간은 대체됩니다. AI는 중간을 학습해요. 그런데 우리 인간이 지금 중간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실로 많은 변화가 중간에 있는 인간들을 없애고 있습니다. - P-1

이처럼 방법은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플랫폼을 만들거나 장인이 되는 것. 즉 프로바이더가 되거나 크리에이터가 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1등이 되어야 하고요. 가운데는 없어요. 결국 이 이야기의 무섭고도 슬픈 결말은, 우리가 완전체가 되는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 P-1

이제는 스스로의 흔적을 남기고 성장의 기록을 채록하는 것이 곧 나의 프로파일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첫째, 직접 하셔야 하고요. 둘째,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그 성장 과정이 나의 자산으로 환금될 것입니다. 일종의 사회문화적 자본이니까요. 그리고 그게 나의 업이 될 테니까요. - P-1

그러니 늘 조심하고 늘 사려 깊게 사는 삶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물론 상당한 피로도가 따르겠죠. 항상 착한 척하는 건 몹시 어려우니까요. 그러니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다시 말하지만 착하게 살아야 해요. 근원적으로 착해야 합니다. 그래야 일탈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고 착한 척한다면, 긴장이 풀어진 순간 단 한 번의 일탈이 인생에 돌이킬 수 없는 오점을 만들 수 있습니다. 나아가 이 모든 개인의 정보가 줌인되어 확대되고, 환기되고, 재생될 수 있으므로 앞으로는 ‘일상의 매 순간이 항상 건실해야 한다’는 삶의 법칙이 각자에게 요구될 것입니다. - P-1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구글에 검색해본 다음, 같은 게 나오면 안 하는 것입니다.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걸 해야지, 나오는 걸 하는 순간 카피캣이 됩니다.
이런 작업을 꾸준히 하면 나만의 신용이 쌓일 테고, 그것이 브랜딩이 되겠죠. 저는 이것이 진정성의 시대에 개인의 덕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남들이 하는 건 하지 않는 것, 반골이죠. 저는 이것을 존재의 의미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나는 다르니까요. 그리고 소중하니까요. - P-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