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말했듯이 한 철학자의 철학은 그 자신의 인격(즉 한 개인의 마음씨, 기질, 경험 등을 총칭) 혹은 개성과 커다란 관계가 있다. 이 점에서 철학은 문학이나 종교와 비슷하다. 모든 철학문제는 과학문제에 비해서 성격이 더욱 광범한지라 아직도 완전히 객관적으로 연구할 수는 없다. 따라서 그 해결은 주로 철학자들의 주관적인 사고나 "소견(見)"에 의지한다. 그러므로 과학이론은 온 세상이 인정하는 공언(公言)이 될 수 있지만, 한 사람의 철학은 그저 한 개인의 말일 뿐이다. 윌리엄 제임스에 따르면, 철학자들은 성정과 기질에 따라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유연한 마음(軟心 : tender-minded)의 철학자들인데, 마음이 유연한 만큼 아무래도 우주간에 가치 있는 것들을 차마 무가치한 것으로 귀납해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의 철학은 유심론적, 종교적, 자유의지론적, 일원론적이다. 또 하나는 강경한 마음(硬心 : tough-minded)의 철학자들인데, 마음이 강경한 만큼 가차 없이 우주간에 가치 있는 것들을 모조리 무가치한 것으로 귀납시켜버리기 때문에, 그들의 철학은 유물론적, 비종교적, 결정론적, 다원론적이다(『다원적 우주』). 또 회프딩에 따르면, 철학에서의 여러 문제들은 우리 인식의 한계선상에 위치하여 엄밀한 방법(exact methods)이 미칠 수 없는 지대에 존재하기 때문에, 철학자의 인격이 바로 사상의 방향을 때로는 자기도 모르게 결정한다. 뿐만 아니라 때로는 철학에서 어떤 문제의 발생은 바로 그 철학자의 인격이 선결조건이 되기도 한다. 어떤 사상은 단지 모종의 심리상황에서만 발생할 수 있고, 또 철학자가 문제해결을 위한 근거로서 인용한 내용 자체도 그의 문제해결에 관련이 있다. 따라서 우리가 한 사람의 철학에 대해서 역사적 연구를 행할 때에는 그 시대의 정세와 각 방면의 사상적 배경에 대해서도 주의해야 한다. 이것은 모두 철학사 연구자가 주의해야 할 점이다. 맹자는 "아무개의 시를 읊고 글을 읽으면서 그 사람을 알지 못한다면 말이 되겠느냐? 따라서 그가 살았던 시대를 규명하는 것이다"고 했다. 송유(宋儒)는 옛 성인의 "기상(氣象)"에 대해서 가장 주의를 기울였다. 그들의 동기는 수양 방면에 있었지만, 한 사람의 철학에 대해서 역사적 연구를 할 때는 실로 그 "기상"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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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7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0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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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준다는 교훈을 강조한 메시지를 많이 들어서인지 그동안 1984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재미가 없을 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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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4-02-28 2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재밌게 읽었어요. 그 안의 반전도 좋았다는 기억이 있어요.

베텔게우스 2024-02-29 15:09   좋아요 1 | URL
저에게도 너무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문학만이 주는 여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이야기를 많이 찾아 읽고 싶습니다.
 

누구나 어떤 상황에 있든 이 책의 각기 다른 부분에서 희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이 책의 장점이면서 단점이다. 좋게 말하면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뜬구름 잡는 소리라는 뜻이다. 저항과 양심을 구분하는 기준도 상당히 애매하다. 제목부터 내용까지 은유로 점철된 책이라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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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는 이틀 동안 수업에 나가지 않고, 아는 사람들과 한 마디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내내 작은 방에 틀어박혀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고민했다. 조용한 방과 책들이 그를 에워싸고 있었다. - P55

그에게는 지금까지 내면을 성찰하는 버릇이 없었디 때문에 자신의 의도와 동기를 찾아 헤매는 일이 힘들 뿐만 아니라 살짝 싫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이 자신에게 내놓을 것이 거의 없다는 생각, 내면에서 찾아낼 수 있는 것 또한 거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 P55

마침내 결정을 내리고 나자 결국 이렇게 될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 P55

동료들과는 조심스럽고 정중하며 모호한 관계를 유지했다. - P64

손님들이 그의 주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자리를 바꿔 앉기도 하고, 새로운 대화 상대를 만나 어조를 달리하기도 했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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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1-01 1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베텔게우스님, 오늘부터 2024년 갑진년이 시작되었어요.
새해에도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베텔게우스 2024-01-01 19:0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멋지고 새로운 꿈을 꾸고 그것을 이룰 수 있는 한 해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는 부모에게 반드시 해야 하는 이야기를 생각하다가, 자신의 결정을 이미 돌이킬 수 없음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이 결정을 무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들었다. 경솔하게 선택한 목표에 도달하기에는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고, 자신이 버린 세계가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는 자신과 부모가 잃어버린 것을 슬퍼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이 그 세계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 P34

이 세 사람, 즉 스토너, 매스터스, 핀치는 금요일 오후에 컬럼비아 시내의 작은 술집에서 만나 커다란 잔으로 맥주를 마시며 밤늦도록 이야기하는 버릇이 생겼다. 스토너는 여기서 유일하게 사람들과 어울리는 기쁨을 느꼈지만, 자기들의 관계가 과연 무엇인지 의아할 때가 많았다. 그들은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었지만, 친한 친구는 아니었다. 서로 속내를 털어놓지도 않았고, 매주 술집에서 모일 때를 제외하면 거의 만나지도 않았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이런 관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 P42

자네는 꽤 똑똑해. 어쨌든 우리 둘의 친구인 저 녀석보다는 똑똑하니까. 하지만 자네에게는 오점이 있네. 오래된 약점. 자네는 여기에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지. 여기서 뭔가를 찾아낼 수 있다고. 하지만 세상에 나가면 곧 알 수 있을 걸세. 자네 역시 처음부터 실패자로 만들어졌다는 걸. 자네가 세상과 싸울 거라는 얘기가 아냐. 세상이 자네를 잘근잘근 씹어서 뱉어내도 자네는 아무것도 못할 걸세. 그냥 멍하니 누워 무엇이 잘못된 건지 생각하겠지. 자네는 항상 세상에게서 실제로는 있지 않은 것, 세상이 원한 적 없는 것을 기대하니까. 목화밭의 바구미, 콩줄기 속의 벌레, 옥수수 속의 좀벌레. 자네는 그런 것들을 마주보지도 못하고, 싸우지도 못해. 너무 약하면서 동시에 너무 강하니까. 이 세상에 자네가 갈 수 있는 자리는 없네. - P46

"하지만 전쟁의 결과가 무엇인지는 알 수 있네. 전쟁은 단순히 수만 명, 수십 만 명의 청년들만 죽이는 게 아냐. 전쟁으로 인해 사람들 마음속에서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뭔가가 죽어버린다네. 사람이 전쟁을 많이 겪고 나면 남는 건 짐승 같은 성질뿐이야. 나나 자네 같은 사람들이 진흙탕 속에서 뽑아낸 그런 인간들 말일세." - P53

그가 느리게 말했다.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기로 선택했는지,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잊으면 안 되네. 인류가 겪은 전쟁과 패배와 승리 중에는 군대와 상관없는 것도 있어. 그런 것들은 기록으로도 남아 있지 않지. 앞으로 어떻게 할지 결정할 때 이 점을 명심하게."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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