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와 의미 있는 방식으로 관계 맺지 못한다고 느낄 때, 서로 의지하고 속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의미 있는 관계가 없다고 느낄 때 우리는 외로움을 느낀다. 그리고 문화적 의미체계는 우리가 타인과의 관계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 타인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 맺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관계에 관여된 타인과 관계 자체에 어떤 목적과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영향을 미친다. 오늘날의 외로움 위기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능 인간과 관계에 관한 문화적 서사 형식의 변동을 함께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 P23

그러나 정체성을 대화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독백적으로 이해하는 문화에서, 타인은 나를 더 잘 알기 위한 통로가 아니라 진정한 나를 오염시키는 존재로만 이해되기 쉽다. - P31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늘 긍정적이고 행복한 인간만을 건강한 인간으로 여기는 문화에서는 부정적 감정이란 그 종류와 맥락을 막론하고 자기 관리를 통해 제거해야 할 감정적 병리로 취급받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간관계의 많은 갈등과 부침이 스트레스로 평면화될 때, 타인을 만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맞닥뜨리는 갈등과 부침, 고통은 우리의 적극적인 성찰이나 관여를 요구하는 관계적 사건이 아니라 치유나 회피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감정적 손상이라는 측면에서 이해되기 쉽다.
특히 그 무엇보다 자존감을 중시하며 건강과 동일시하는 현대 치료요법 문화에서 우리의 견해, 성격, 삶의 방식이나 소비 취향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은 자존감을 떨어트린다는 점에서 유해한 사람으로까지 여겨질 수도 있다. ‘취향 존중‘이라는 무비판적 태도가 젊은 세대의 절대적 가치가 되어버린 이유이기도 하다. - P62

우리는 어떤 친구를 만났을 때는 즐겁다가도 헤어진 뒤에는 공허감을 느끼기도 한다. 흐르는 세월 속에서 죽고 못 살던 친구와 멀어지기도 하고, 친하지 않았거나 심지어 미워했던 사람과 친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친구의 말에 기분이 나쁘거나 불편감을 느끼다가도 시간이 지난 뒤에는 그 친구가 정말 옳은 말을 해준 좋은 친구라는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인간이 되기 위해 정말로 필요한 것은 무한한 공감만을 퍼붓는 무해한 친구가 아니라 우리를 진실로 사랑하는 이의 유해하지만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인지도 모른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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