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 계속 쓰려는 사람을 위한 48가지 이야기
은유 지음 / 김영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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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는 작가가 되고 책도 나오면 좋겠다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저 ‘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다행하게도 지금은 인터넷이 있고 글을 쓸 곳이 있잖아요. 제가 쓴 글을 책으로 내 봤자 잘 안 팔리고 나무만 버릴 겁니다. 혼자 써도 괜찮지만, 그런 건 아무렇게나 쓰고 같은 말만 되풀이합니다. 혼자 보려고 글을 써도 괜찮지만, 다른 사람도 보는 데 써야 글이 나아지기도 하겠지요. 혼자만의 생각에 빠지지 않는 게 좋아요. 이렇게 말해도 혼자 보는 데 아무렇게나 쓰기도 합니다. 그건 글이라기보다 거의 낙서예요. 그런 것도 잘 하면 좋을 텐데 그러지도 못하네요.


 은유 작가 책 다는 아니지만 여러 권 봤군요. 지금도 글쓰기 수업을 하는가 봅니다. 이 책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는 2020년 12월에서 2021년 12월까지 네이버에 연재된 오디오 클립을 고쳐쓴 거예요. 마흔여덟가지 물음에 답합니다. 저는 늘 글을 쓰기는 하지만 잘 쓰지 못하네요. 잘 쓰려면 책을 잘 봐야 할 텐데 그러지도 못하고. 글을 잘 쓰려면 애써야 합니다. 뭐든 저절로 되지는 않지요. 뭐든 잘 외우고 머릿속에 빨리 집어넣고 자신이 보고 들은 걸 바로 아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저는 그렇게 못하고 게으르기도 합니다. 이런 부끄러운 말을. 꼭 부지런해야 글을 잘 쓰는 건 아니지만, 이 책을 보고 이 생각 저 생각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게을러도 글을 쓸 때는 게으름 피우면 안 되겠습니다.


 앞에서 제가 늘 글을 쓴다고 했군요. 그런 말을 하다니. 제가 쓰는 건 거의 책 읽은 감상입니다. 책을 읽고 거기에서 뭔가 글감을 찾고 쓴다면 훨씬 좋겠지만 그러지는 못합니다. 책을 보고 아무것도 안 쓰면 안 된다고 여기고 쓰는군요. 글쓰기는 중독과 다르지 않습니다. 어쩌다 마음먹고 잘 쓰는 사람도 있기는 한데, 저는 안 쓰면 아예 안 쓸 것 같아서 책을 보면 책 내용 정리든 감상이든 쓰는 겁니다. 이것도 책을 읽을 때부터 하지는 않았어요. 써야겠다 하고 쓰려고 했을 때는 쓸 게 떠오르지 않아서 별로 못 썼습니다. 책 읽고 쓰는 것도 자꾸 써야 조금이라도 늡니다. 저는 조금씩 늘기를 바라고 쓰는가 봅니다. 책을 여러 가지 봐야 할 텐데.


 여러 가지에 관심을 가지고 이런저런 책을 보는 것도 좋겠지만, 어떤 책이든 잘 보려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잘 보려고 하는 것보다 여러 가지로 보려고 해야겠네요. 그런 거 저도 잘 못하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글을 잘 쓰려면 잘 들어라 하더군요. 여기에도 그 말 있습니다. 저는 듣는 거 좋아합니다. 사람을 만나지 않으니 책을 봅니다. 책을 보는 것도 듣는 것과 다르지 않지요. 이런저런 사람 말을 잘 들어야겠습니다. 누군가의 말이 맞기도 하지만 그게 아닐 때가 있기도 하지요. 생각하지 않으면 그런 거 모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하는 것도 힘이 드는 거죠. 그걸 쓰는 건 더 힘듭니다. 생각한 걸 그대로 글로 나타내기 어렵잖아요. 글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알게 써야 합니다. 저도 그걸 자꾸 잊어버리고 저만 알게 쓸 때 많아요.


 글을 쓰고 싶어도 쓸 게 없을 때가 많습니다. 여기에서는 한해 동안 걸은 다음에 글을 써 보라고 했어요. 걸은 다음 글쓰기. 그 말 보고 한번 해 볼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모르겠습니다. 같은 시간은 아니어도 저는 날마다 하는 게 있어요. 걷기 안 해도 그냥 써요. 예전에 걷고 글을 써 볼까 하고 해 봤는데 잘 안 됐습니다. 걷다 보면 아주 가끔 쓸 게 떠오르기는 해요. 그냥 걷는 게 아니고 다른 일로 나가면서 걸어서 안 좋은 걸지도. 날마다는 어렵겠지만 걸으려고 해야겠습니다. 밖으로 나가 이것저것 보다보면 늘 보던 것도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르죠. 자연은 늘 달라지기는 합니다. 조금씩 바뀌어서 그때는 잘 모르고 많이 바뀌면 보이지요. 그럴 때 신기합니다.


 책 읽는 사람은 적은데 글을 쓰려는 사람은 많다고 합니다. 저도 책을 많이 읽는 것과 글쓰기는 비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책을 많이 잘 읽은 사람은 잘 쓰기는 합니다. 자신이 쓰는 것만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 글도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세상을 보는 것도 있군요. 저도 여러 가지 잘 보려고 해야겠습니다.




희선





☆―


 글쓰기 수업 차시가 더해지면서 학인들이 자연스럽게 깨달아요. 잘 쓰면 잘 쓰는 대로 못 쓰면 못 쓰는 대로 나눌 게 있고 배울 게 있다는 걸요. 그리고 글쓰기 능력을 한번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 누구나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요. 같은 사람이 한번은 잘 썼지만 다음번엔 조금 부족한 글을 써 낼 수도 있고요. 가장 큰 배움은 이거죠. 사는 일을 남과 경쟁할 수 없듯이 쓰는 일에도 경쟁이 크게 소용없다는 깨달음입니다.  (60쪽)



 자기 호흡과 리듬으로 쓰면 그 장단에 흥이 난 독자가 모일 테니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써 보면 어떨까요?  (98쪽)



 쓸수록 옹졸해지고 피폐해지기보다 품이 넓어지고 진실해진다면 우리 글쓰기는 삶의 선물이 되겠죠. 칠레 소설가 이사벨 아옌데도 말했습니다. “제가 악마를 쫓아내고 천사를 맞이하고 저 자신을 탐구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글쓰기입니다.”  (288쪽~2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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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인 것처럼

──아니 마음 가는대로





언젠가 다가 올 마지막 날

그날은 아마 모르겠지요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것처럼

열심히

게으르게

즐겁게

지내요


하나 이상한 게 있다고요

마지막 날이라고

알차게 보내야 할까요

게으르게 지내도 괜찮아요


제목이 잘못됐네요

마음 가는대로

하루하루 살아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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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쓰러뜨리려는 바람은

자주 나타나겠지

그 바람에 밀려 쓰러지기도 할 거야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고

뿌리까지 뽑히지 않기를 바라


쓰러졌다 일어나기 힘들면

잠깐 누워 있어

누워 있다 보면

다시 일어나고 싶을 거야

그 마음이 찾아오길 기다려


널 쓰러뜨리려는 바람도 있지만,

널 일으켜 세우려는 바람도 있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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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어딘가로 데려가는 소설

즐거운 이야기가 보고 싶어


우울하고 어두운 이야기는

현실만으로도 벅차


사실 세상은 소설보다 더 어두울지도 몰라

사람은 저도 모르게 밝은 이야기를 보겠지


세상도 소설도

늘 어둡지 않았으면 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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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 최근에 들은 것 중에서 기억에 남는 흐뭇하거나 기쁜 얘기는 뭐야?




 그런 거 없다. 처음부터 없다고 하다니. 내가 듣는 게 뭐가 있나. 라디오밖에. 그거라도 잘 듣고 뭔가 말하면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한다. 그저 그때만 들으니. 라디오 들으면서 기억하는 건 얼마 안 된다.


 좋은 이야기 있었던 것 같은데. 지난주에 들었던 거 하나, 오월은 여름으로 들어가는 입하가 있다. 그게 5월 5일이었다. 이제 걷기 좋은 때니 자주 걸어 보라는 말을 들었다. 걷기는 한다. 요새 많이. 걸을 수밖에 없어서구나. 날마다 걸으니 조금 힘들다.


 그저께는 걷다가 하늘을 보니 햇무리가 보였다. 오랜만에 봤다고 할까. 무지개는 거의 못 봤는데. 무지개 닮은 햇무리를 봐서 반가웠다.


20240513








320 오늘 하루 일정을 간단히 정리해 보자




​ 나한테 무슨 일정 같은 게 있겠어. 난 늘 비슷하게 지내. 다른 일이 있는 날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런 게 자주 있는 건 아니니.


 하는 게 별로 없어서 그것도 말하기 부끄러워서 안 쓸래. 그냥 책을 오래 읽고 싶은데, 그런 날보다 덜 보는 날이 많지 않나 싶어. 책을 하루에 한권 보는 사람도 있을 텐데, 난 이틀이나 사흘 길면 더 걸리기도 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 요새는 다른 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는데,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일찍보다 늦은 시간이야.


20240514








321 생애 가장 빛났던 시기는 언제였어?




​ 대답하기 어려운 물음이다. 언젠가도 비슷한 물음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가장 빛난 때, 없다. 내가 모르는 거고 한번 정도는 있었으려나. 있었을지도 모르고 없었을지도 모르지. 없었던 것 같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좀 괜찮았던 적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그게 가장 빛난 때였는지 잘 모르겠다. 좋은 때는 지금이다 말하고 싶지만, 그렇지도 않다. 그냥 살아야지 어쩌나.


20240516








322 계절의 여왕 5월에 일어난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줘




 오월은 좋은 달이지. 나무가 푸르잖아. 푸른 바람이 부는 오월.


 없지, 이렇게 말할지 알았을 것 같아. 언제나 없는 나. 미안해. 정말 없어서 그런 걸 어떡해. 없으면 뭔가 괜찮은 거라도 지어 쓰면 좋을 텐데, 그러지도 못하네.


 시간이 잘 가. 오월 반이 넘게 갔어. 오월이 가고 유월이 오면 2024년도 거의 반이 가겠어. 유월이 가야 하지만, 유월이 한해 반이 가는구나 생각해. 좀 빠른가.


 남은 오월이라도 즐겁게 지내야지.


20240517






 이번주에도 별로 재미없게 썼다. 오월이 잘 간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은 늘 잘 갔을지도 모르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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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4-05-19 0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부터 이 질문들이 어디 나오는 건지 궁금했어요. 어디서 보고 여기에 이렇게 답을 올리시는 걸까 하고요.

321번 질문에 대한 답을 읽고 저도 한참 생각하게 되네요.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가다보니 저 스스로도 그렇고, 주변에서도 그렇고 자꾸 이젠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한 편으로는 아직 살 날이 한참 더 남았을텐데, 미래는 모르는 거니까, 내가 가장 빛나는 때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희선님의 남은 5월이 밝고 즐겁기를 바랍니다.

희선 2024-05-21 23:36   좋아요 0 | URL
지난해에 쓰면서 그거 쓰기는 했는데, 그런 건 한번만 쓰면 안 되겠군요 질문 일기장에 있는 거예요 다른 분이 여러 사람과 함께 하면 어떠냐고 해서 저도 하기로 했는데, 쉽지 않네요 처음엔 재미있을 것 같았는데... 저도 그런 일기장 사고는 거기 쓰여 있는 건 안 써야지 했던 게 나중에 생각났습니다

요새는 게을러서 바로 못 쓰고 쓸 게 없기도 해서 못 쓰기도 했습니다 좀 늦게라도 없다고 씁니다 없으면 안 쓰면 될 텐데, 없다고 한 게 꽤 되는군요 저 혼자 쓴 것만 보면 재미없기는 하죠 밑에 주소 있으니 한번 가서 보세요 저 글은 처음 시작할 때 그분이 쓰신 거예요

https://blog.naver.com/renascitalee/222997969083

그분은 이리나 님이라고 영어를 한국말로 옮기기도 하고 얼마전에는 산문을 쓴 책도 나왔습니다 그 책 읽고 쓰려고 하는데, 남은 오월이라도 덜 게으르게 지내야 할 텐데... 저거 유월에 끝나려나 했는데 숫자 보니 칠월까지 갈 것 같습니다

자신이 빛나는 때는 꼭 한때는 아닐 거예요 지금이 가장 젊고 빛나는 때다 생각해도 괜찮죠 그렇게 사는 게 기분 좋을 듯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생각하는데 저런 걸 보면 그런 때 없었는데, 하네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