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가 본 적 없지만

우주에선 빛이 빠르겠지

그 빛도 오랜 시간이 걸려야

지구에 닿겠어


우주에선 빛만 달려

빛과 빛은 부딪쳐도

사고 나지 않겠어


빛과 빛이 만나면

서로 반가워할까


지구에선 우주를 가로질러

달려오는 빛을 반갑게 맞아야지


어서 와 별빛

반가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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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청춘
정해연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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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이 바뀌는 걸지, 영혼이 바뀌는 걸지. 두 사람 영혼이 서로 바뀌면 처음엔 혼란스러워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게 됩니다. 이야기가 늘 그렇게 흘러가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엄마와 딸, 아버지와 딸은 서로를 조금 알게 됐던 것 같아요. 모르는 사람은 어떨지. 신카이 마코토 영화 <네 이름은>에서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바뀌고 서로의 삶을 살아 보는군요(소설을 봤는데 영화를 말하다니, 지금 생각하니 영화 보기는 했네요). 둘은 서로한테 관심을 가지게 됐네요.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니 그럴 수밖에 없겠습니다. 서로 몸이 바뀌고 본래대로 돌아오면 전과 달라지기도 하겠습니다. 저는 누군가와 바뀌고 싶지 않군요. 이 소설 《백일청춘》을 조금 보니 아사다 지로 소설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이 생각났습니다. 거기에서도 영혼이 바뀌는데 죽은 사람이 바뀐 거였어요. 책 본 지 오래돼서 다른 건 생각나지 않네요.


 앞에서 두 사람 영혼이 바뀌는 이야기를 한 건 여기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서예요. SH물류 회장 주석호는 폐암 4기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날 죽음이 찾아왔어요. 석호는 쓸쓸하게 혼자 죽음을 맞는구나 했는데, 잠에서 깨니 자신이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거예요. 고등학생 김유식으로. 그때는 바로 자신과 다른 사람이 바뀌었다 생각하지 못했는데, 곧 석호와 유식은 서로가 바뀌었다는 걸 알게 돼요. 석호는 말기암을 알게 되고 지금까지 쉬지 않고 일만 한 게 억울했어요. 고등학생 김유식도 엄마와 살고 돈이 없는 게 억울했던가 봐요. 두 사람이 바뀌었을 때 좋은 건 석호겠습니다. 늙고 병든 몸이 아닌 젊고 건강한 몸이니. 유식도 석호한테 돈이 많아도 늙고 병든 몸은 좋아하지 않았어요.


 두 사람 몸에는 숫자가 나타났어요. 100부터 줄어드는. 그러니 두 사람은 백일 동안 바뀐 채 살아야 하는 거죠. 백일이 지나면 석호는 죽겠지요. 말기암이니. 아무 일 없이 앞으로 살 날이 백일 남았다면 그날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겠습니다. 백일이 지나면 죽는 건 석호일지, 유식일지. 그런 것도 모르니 무섭겠습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저절로 깨닫는 것도 있겠지요. 석호는 백일이 지나면 자신은 죽어도 유식은 죽지 않을 거다 여겼습니다. 유식은 이제 열여덟살이니. 죽으면 억울하겠네요. 석호는 한 회사 회장이니 자신이 죽기 전에 정리를 해야 하는군요. 믿었던 사람이 배신하기도 해서 안 할 수 없었네요. 석호는 자신이 유식이 모습이어서 바로 나서지는 않고 유식이한테 그 일을 하게 합니다. 유식이가 석호 모습이 아니었다면 경험하지 못할 일이군요. 유식이가 석호 몸이 되어 아주 안 좋은 것만은 아니었군요.


 영혼이 바뀌는 건 다른 사람이 되어 보는 거기도 하겠습니다. 사람 마음을 알기는 쉽지 않지요. 그 사람이 되어 생각해 보라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겠습니다. 모습이 달라지면 조금 쉬울지도. 이 책 제목은 ‘백일청춘’이에요. 석호는 지금까지 열심히 일만 한 자기 청춘이 안됐다 여겼군요. 유식이 모습이 되고 젊은이처럼 놀아볼까 했는데, 그런 일은 하루면 지칠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식이는 돈을 펑펑 써 보았군요. 그것도 언제나 좋지는 않을 것 같아요. 유식이는 공부는 잘 안 했지만, 엄마를 아주 많이 생각했어요. 유식이는 돈이 있으면 엄마를 편안하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했군요. 그 생각이 아주 틀린 건 아닐지라도 돈을 석호한테 받거나 석호 아파트를 엄마한테 준다고 엄마가 기뻐할 것 같지는 않았어요. 고등학생 때는 단순하게 생각할까요.


 자신이 자신을 부정하면 슬프겠습니다. 석호는 유식이와 함께 지내면서 하나 깨달았어요. 자기 청춘이 일만 하느라 불쌍한 건 아니었다는 걸. 자기 청춘은 자신이 세운 회사 SH물류에 있다고 여겼습니다. 석호가 늘 최선을 다해서 SH물류가 있는 거기는 하죠. 식구가 있다 해도 죽음은 혼자 맞는 거겠지요. 그래도 석호는 백일 동안 그리 쓸쓸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유식이도 마찬가지였어요. 유식이는 백일이 지나고 자기 몸으로 돌아오고 열심히 삽니다. 다 잘 되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사는 게 어디예요. 한번뿐인 삶 아쉬움 없이 사는 게 좋겠지요. 이렇게 말하지만 저는 게으르게 살겠습니다. 저는 석호처럼 살고 싶지도 않고 유식이처럼 살고 싶지도 않습니다. 저는 저죠. 제가 살고 싶은대로 살 거예요. 책을 보고 글을 쓰면서 즐겁게.




희선





☆―


 무조건 놀기만 하는 게 청춘인 건 아니었다. 닥친 환경 안에서 최선을 다해내는 것, 그것이 바로 석호의 청춘이었다. 석호는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키워낸 회사가 곧 자신의 청춘이었다. 지금까지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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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리운 그림자는

거두기 쉽지 않아요


마음이 어둠에 잠겼어요


어떤 어둠이든 걷힐까요

어둠이 걷히는 것보다

끝이 먼저 올 것 같아요


잠시라도

어둠에 잠긴 마음에

볕들길


살다보면

마음을 삼킨 어둠이

잠시 걷힐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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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 누군가의 '찐팬'이 되어본 적이 있어?




​ 처음부터 없다고 말해야 하다니. 좋다 여긴 사람은 있지만, 조금 좋다 여기고 말아서 말이야. 누군가를 오래 오래 좋아하는 사람 대단해. 내가 그러지 못해서 그렇겠지.


 뭐든 그럴지도 모르겠어. 한때는 <원피스> 재미있고 좋게 여겼는데, 아직 만화책은 봐. 그나마 다행인가. 예전보다 덜 좋아해요 끝까지 보고 싶기도 해.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끝나겠지. 끝난다고 했으니 말이야.


 재미있게 쓰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군.


 요새 찐팬까지는 아니고 그냥 팬이 되고 싶은 사람 봤어. 지금 복면가왕에서 가왕인 희로애락도 락이다. 앞으로 오래오래 노래하면 좋겠어. 밴드로.


20240427








311 여태 어떤 닉네임들을 썼어? 그 닉네임 뜻과 배경은 뭐야?




​ 다른 이름 쓴 적 아주 없지 않지만, 그건 아주 짧은 시간이었네요. 그런 것에 무슨 뜻이 있었을지. 그냥 별거 없었습니다. 그런 것도 정하기 귀찮아서 이제는 그냥 제 이름을 씁니다. 이름이면 어떤가 싶네요. 이름이니.


 멋진 닉네임 있는 사람 부럽기도 하네요. 그런 것도 멋지게 짓지 못하다니. 자기 이름을 자신이 다시 짓는 사람도 있군요. 그것도 멋진 거군요. 저는 딱히 이름을 바꾸고 싶다 생각하지 않았네요. 누군가 지어준 건 아니고 돈 주고 지은 이름인 듯합니다. 그렇게 이름 지을 수도 있죠 뭐.


20240430








312 나를 즐겁게 하는 것 5가지




​ 책. 무엇보다 책이 나를 즐겁게 하지. 늘 즐겁게 보는 건 아니지만, 좀 힘들게 볼 때도 있어. 그런 일 자주 있는 건 아니군. 어려운 책은 별로 안 보니.


 글, 잘 쓰지 못해도 글을 쓰면 즐거워. 오늘도 썼네 하면서. 가끔 쓰고 나서 왜 썼나 할 때도 있지만. 여러 가지 쓰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건 아쉬워.


 음악, 늘 듣는 것만 듣지만. 가끔 새로운 거 듣기도 해. 많은 사람이 아는 건 아니고 그저 내가 괜찮게 여기는 거군. 그런 거면 어때, 아주 없는 것보다 낫지.


 이것도 다섯 가지나 써야 하다니. 더 생각해 보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세 가지만 쓸래. 예전에도 비슷한 거 쓴 것 같군.


20240501








313 지난 시간 중 가장 운이 좋았을 때는 언제였어?




​ 지금까지 살면서 운이 좋았다고 느낀 적은 한번도 없다. 그런 일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니지만, 어쩌다 한번. 그런 건 자주 오는 건 아니고 아주아주 가끔 오지 않나 싶다. 운이라는 것도 자신이 끌어당기는 걸지도 모를 텐데, 게으른 난 그러지 못하는구나. 운도 부지런해야 자신을 찾아오지.


 운 안 좋아도 괜찮다. 그런 거 별로 바라지 않는다. 내가 이렇다. 앞에서도 말했듯 운은 자신이 하기에 따라 오는 게 아닌가 싶다. 난 열심히 하지 않으니 안 오는 거겠지. 안 오면 말지.


20240502








314 오늘 하루 내 몸을 위한 선물을 해준다면 어떤 걸 해주고 싶어?




 잠을 오래 자게 해주고 싶네요. 요새 잠을 잘 못 자서. 잠을 못 자서 더 우울한가. 싶기도 하네요. 잠이 오면 자면 되는데 그 시간에 자면 어쩐지 아쉬울 것 같아서 졸린데도 바로 안 잡니다.


 이런 것도 선물이 될지. 아주 안 될 건 없겠지요.


20240503






 사월에서 오월이 됐다. 달이 바뀌면 조금 기분이 좋기도 한데, 이번 오월은 그저 그랬다. 게으름 피우다 글도 제대로 못 쓰고, 아니 못 올리고. 책 별로 못 봤다.


 비가 온다. 지난해였는지 언제였는지 잊어버렸지만, 어린이날에 비 온 적 있다. 이번에도 비가 오다니. 어린이날만 어린이를 생각하지는 않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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ミッドナイトスワン
內田英治 / 文藝春秋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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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스완

우치다 에이지






 차이콥스키 발레 음악 <백조의 호수>는 조금 알고 무슨 내용인지는 잘 모른다. 오데트가 마법에 걸려 낮엔 백조가 되고 밤엔 사람이 되는 거던가. 사람이 되면 누군가를 만나겠다. 동생이 가시가 달린 덩굴로 스웨터를 짜서 오빠들 백조한테 입히고 마법을 푸는 건 <백조왕자>겠지. <백조의 호수> 줄거리 찾아보려고 했는데 잊어버렸다. 그런 걸 잊어버리다니. 오데트 이름은 아는구나. 이름만 안다. 익숙해서 안다고 생각하는 거 많을 것 같다. 차이콥스키 하면 발레가 떠오른다. 음악은 조금 들어봤지만 발레는 본 적 없다(요즘은 동영상 찾아보면 나오려나). 어릴 때 <백조의 호수> 만화 같은 거 봤을지도. 이건 영화로도 만들었던가. 원작과 조금 다르게.


 이 책 《미드나잇 스완》은 영화로 만든 <미드나잇 스완>을 감독 우치다 에이지가 소설로도 썼단다. 일본에는 자신이 만든 영화를 소설로도 쓰는 감독도 있다. 감독이 시나리오를 써서 소설도 쓴 거겠다. 시나리오가 먼저일지 소설이 먼저일지. 이 소설 《미드나잇 스완》은 한국에 책이 나왔을 때 알았다. 소설은 한국말로 나왔다. 난 그냥 일본말로 보고 싶어서. 영화 예고편 본 다음에 그런 생각했을지도. 영화 <미드나잇 스완>은 여러 상을 받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니 영화 상은 남자 여자 이렇게 주는구나. 그렇게 안 하고 주연, 조연 그렇게 주면 안 되나. 세상엔 남자 여자 두 가지 성만 있는 건 아닐 텐데 말이다.


 나기사는 남자로 태어났다. 본래 이름은 다케다 겐지다. 나기사는 어릴 때 자신이 왜 남자 수영복을 입어야 하나 했다. 나기사가 산 시간 쉽지 않았겠다. 나기사가 여성으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서른이 넘어서다. 나기사는 도쿄 신주쿠에 있는 뉴하프 클럽 <스위트피>에서 춤을 췄다. 트랜스젠더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일반 회사에서는 사람 쓸까. 지금은 세상이 조금 달라졌다지만 여전히 차별 심하겠다. 나기사는 아직 성전환수술을 못했다. 그거 보면서 수술 안 하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난 나기사 같은 사람 마음을 모르는 거겠지. 수술하는 데 돈도 많이 들고 위험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나기사 같은 사람은 몸도 여성이 되어야 진짜 여성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어느 날 시골 히로시마에 사는 어머니 가즈코가 나기사한테 전화를 한다. 어머니는 나기사가 어떤지 모른다. 전화를 받은 나기사는 어머니가 아는 겐지 목소리로 말한다. 전화 받기 싫은 걸 억지로 받은 느낌이다. 어머니는 나기사한테 잠시 동안 이모 딸이 낳은 아이 이치카를 돌봐달라고 한다. 이모는 아프고 딸인 사오리는 아이를 제대로 기르지 않았다. 나기사는 싫었지만 돈을 준다는 말에 이치카를 맡기로 한다. 그 돈이 성전환수술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였다. 사오리는 어릴 때 히로시마에서 불량한 아이들과 어울리고 십대에 아이를 갖고 결혼했다. 사오리가 이치카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은 사라졌다. 사오리는 혼자서라도 이치카를 기르려 했는데 엄마가 아프고 사는 게 힘들어지자 예전에 알았던 아이들을 다시 만났다. 딸인 이치카는 내버려두고.


 책을 보고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조금 슬펐다. 나기사는 나기사대로 힘들고 이치카는 이치카대로 힘들어서. 이치카는 엄마가 자신을 제대로 안 봐서 말도 안 하고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 이치카가 관심을 가지는 게 있었다. 그건 발레다. 이치카는 발레 하기에 좋은 몸을 가졌다. 어떤 건 재능이 있어야 하지 않나. 발레가 그럴지도. 그저 즐기는 발레도 나쁘지는 않다. 이치카는 나기사 집에서 발레 할 때 입는 옷을 보고 호기심을 가졌다. 나기사는 뉴하프 클럽 ‘스위트피’에서 다른 세 사람과 <네 마리 백조>라는 춤을 추었다. 이건 <백조의 호수>에 나온단다. 나기사는 그걸 할 때가 좋았다. 진짜 발레는 아니어도, 춤을 추려고 화장하고 옷을 입으면 마법에 걸린 듯했다.


 이치카는 나기사와 살게 되고 아무 말도 안 했다. 우연히 발레 교실을 알게 되고 하루 견학만 했다. 이치카는 나기사한테 발레를 말하고 싶었지만 못한다. 이치카는 발레 교실에서 만난 린을 학교에서 만난다. 린은 같은 학교 한 학년 위로 집은 잘살았다. 이치카는 린과 아키하바라에서 사진 모델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돈을 번다. 그 돈으로 발레 교실에 다니는데 사고가 나고 나기사가 이치카 일을 알게 된다. 이치카는 자기 팔을 물고 아픔을 참았다. 나기사는 그런 이치카를 보고 이치카가 자신과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된다. 아무한테도 이해받지 못한 쓸쓸한 자신. 나기사는 이치카가 발레 교실에 다니게 하고 낮에 할 만한 일을 찾으려 했는데 잘 안 됐다. 나기사 모습으로는 구하지 못한 일을 겐지 모습으로는 구했다. 그 일은 힘을 쓰는 거였다.


 왜 이렇게 슬프게 흘러가는지. 나기사와 이치카 사이는 좋아졌지만, 세상은 두 사람이 함께 살게 해주지 않았다. 이치카한테는 엄마가 있으니까. 나기사는 이치카와 살면서 어머니가 되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됐다. 세상에는 실제 나기사 같은 사람 있겠지. 이거 보다 보니 예전에 본 일본 드라마 <마더>가 생각났다. 그건 어쩌다 학대받는 아이를 구한 게 유괴한 게 됐지만. 거기에서도 두 사람은 헤어진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고 다시 만난다. 그 두 사람은 아주 남이었구나. 나기사와 이치카는 친척이다. 이치카가 발레를 해선지 영화 <빌리 엘리어트>도 생각났다. 빌리는 남자아이고 아버지와 형이 빌리를 위해 일을 했구나. 그건 괜찮게 끝나는구나. 나기사는…….


 이 이야기 끝은 진작에 정해졌을지도. 앞부분 볼 때 어쩐지 슬펐던 건, 내 무의식이 그걸 알아버렸을지도. 그렇다고 슬프기만 한 건 아니다. 이치카는 발레를 하게 됐으니 말이다. 나기사를 만나고 발레 교실 선생님을 만나고 린을 만나서. 그전에 만난 기엠 선생님도 있구나. 공원에서 발레 교실을 열었던. 나기사가 희망을 가지고 살았다면 좋았을걸. 한번 잘 안 됐다고 절망하다니. 그 마음을 내가 어떻게 아나. 엄마가 되고 싶어하는 마음도 모르는데. 잠시였다 해도 나기사는 이치카 엄마였다. 아마 이치카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다. 아니 이치카는 나기사도 엄마로 생각할 거다. 그렇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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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3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5-05 17: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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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3 09: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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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5 17: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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