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이이잉 쓸쓸하게 바람이 불자

땅을 뒹굴던 가랑잎은 멀리멀리 날아가고

공기는 무척 차가워졌다

 

한송이 두송이 천천히 내리던 눈은

이내 셀 수 없이 날렸다

 

세상은 조용하고

소복소복 눈 쌓이는 소리만 울렸다

 

너도 듣고 있을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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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는 이번 성탄절에는 눈이 오기를 바랐다. 아직 아이는 눈을 본 적 없다. 옛날에는 겨울이면 눈이 오고 세상을 하얗게 덮기도 했다는데. 겨울이 오고 추운 날은 있어도 눈은 오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눈이 올까 하다가, 아이는 착한 일을 하기로 했다. 산타한테 다른 것보다 눈 선물이 받고 싶었다.

 

 한해 동안 아이는 엄마 일을 돕고 숙제도 빼놓지 않고 스스로 했다. 자기보다 어린아이한테 잘해주고 무거운 짐을 든 어른이 보이면 잽싸게 달려가 자신이 짐을 들었다.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겨울인 십이월이 왔다. 아이는 들뜬 마음으로 십이월 하루하루를 보냈다. 자기 전에 아이는 “산타님 이번 성탄절에는 눈이 오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했다.

 

 성탄절 전날 하늘은 잔뜩 흐렸다. 아이는 자기 바람이 이뤄질지도 모른다 여기고 그날은 일찍 잠들었다. 성탄절 아침에 아이는 가장 먼저 창을 열어 보았다. 아이 눈에 들어온 건 눈에 덮인 하얀 세상이 아닌 비에 젖은 잿빛 세상이었다.

 

 실망한 아이는 하루 내내 집에만 있었다. 엄마 아빠가 맛있는 거라도 먹으러 갈까 해도 싫다고 했다. 아이는 울다 지쳐 잠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아이는 추위를 느끼고 눈을 번쩍 떴다. 둘레를 둘러보니 거기는 자기 방이 아니었다. 그곳은 눈에 덮인 세상이었다. 아이가 입김으로 두 손을 녹이자 아이 앞에 순록이 끄는 썰매가 나타났다. 썰매에 탄 산타가 말했다.

 

 “좀 늦었지. 여기는 추우니 이 옷 입어.”

 

 아이는 산타가 건네준 두꺼운 옷을 입고 장갑도 끼었다.

 

 “자, 이제 여기 타.”

 

 “네?”

 

 “한바퀴 돌아볼까 해서. 왜 싫어?”

 

 “아니요.”

 

 순록이 끄는 썰매는 눈 위를 달리다 조금씩 떠오르더니 하늘을 달렸다. 하늘에서는 하얀 눈이 펑펑 쏟아졌다. 그림책에서 보던 하얀 세상이었다.

 

 아이가 잠든 방에 엄마가 들어와서 아이를 보니 아이는 웃고 있었다. 엄마는 조금 마음을 놓고 아이 방 불을 끄고 조용히 문을 닫았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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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은 부드럽다가도

어느 날은 매서워지는

봄바람

 

가끔 부드럽게 뺨을 스치고

때론 꽃보라를 일으키는

봄바람

 

따스하면서도

잘 토라지는

봄바람

 

해마다

잊지 않고 찾아와서

고마워

 

 

 

 

*또 때에 맞지 않는 글, 실제로는 봄에 썼다. 늘 그때가 아닌 걸 쓰려고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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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11-25 1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괜찮습니다. 꼭 지금의 계절과 일치해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봄바람을 다른 걸로 상상해서 읽으면 되니까요. 또는 지금 봄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되니까요. ㅋ

희선 2020-11-26 01:31   좋아요 0 | URL
페크 님 고맙습니다 지난번에도 그런 말씀을 해주셨는데... 꼭 그때에 맞는 글을 만나지는 않지요 소설도 시도 보다보면 그때가 아닌 이야기도 있으니... 그럴 때는 그런가 보다 하는군요


희선
 

 

 

 

 글을 써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쓴다. 쓰고 싶으니까. 쓸 때는 별로여도 시간이 흐르고 예전에 쓴 걸 보면 내가 쓴 거 맞나 싶은 생각도 든다. 이런 거 좀 우스울지도. 요새는 쓸 게 없다. 언제는 쓸 게 있어서 썼나. 쓸 게 없어도 그냥 썼구나.

 

 지금 이렇게 쓰는 것도 언젠가 한번 썼을지도 모르겠다. 같은 생각을 또 하고 그걸 쓰다니. 이런 일 처음은 아니구나. 다른 것도 비슷한 걸 조금 다르게 썼을 뿐이다. 쓰면서 예전에 썼던가 생각하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새로운 걸 쓸지. 누군가는 자꾸 썼더니 어떤 거든 쓰게 됐다던데, 난 그렇게 못하려나 보다.

 

 내가 생각하는 게 거기에서 거기라는 말 했는데, 하는 것도 거기에서 거기다. 단순한 생활이어서 더 쓸 게 없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아니 꼭 그건 아니구나. 바깥에 나가 자연을 만나고 거기에서 지금까지 못 본 걸 찾아야겠지. 그냥 지나치는 거 많다. 늘 보는 거여도 날마다 다를 거다. 조금씩 바뀌는 것도 알아채야 할 텐데. 마음도 그렇겠다.

 

 잘 쓰기보다 꾸준히 쓰기,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다. 꾸준히 한다고 해서 잘하게 되는 건 아니다. 기대하지 않기. 글에도 기대하지 않아야 하는구나. 이제야 그걸 알았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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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11-24 0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매일 비슷한 이야기 씁니다.
매일매일 비슷하게 사는 모양이예요.
조금 더 나아지고 싶은데.
희선님 날씨가 많이 추워졌어요.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밤되세요.^^

희선 2020-11-24 01:41   좋아요 1 | URL
사람은 거의 날마다 비슷비슷하게 살 거예요 저도 거의 날마다 비슷하게 지내요 하루가 끝날 때, 오늘 별일 없어서 다행이다 합니다 이건 요새 그랬네요 좀 걱정이 많아서... 서니데이 님은 꾸준히 글을 쓰시는군요 그날 생각하고 본 것을 쓰시니, 나중에 글을 보면 그날을 떠올리기도 하겠습니다

어제 바람이 아주 차갑더군요 아직 가을이 다 가지 않았지만, 겨울은 겨울다우면 좋겠네요 그러면서 추우면, 춥다고 하겠습니다

서니데이 님 아직 날은 밝지 않았지만,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0-11-24 1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페이퍼 쓰면서, 이거 언젠가 글 올린 적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길 때가 있어요. ㅋ

희선 2020-11-25 00:33   좋아요 2 | URL
저는 제가 쓴 거 시간이 지나고 예전에 비슷한 거 썼다는 거 알기도 해요 시간이 지나고 먼저 쓴 걸 잊어버리고 비슷한 걸 또 쓰다니... 그런 생각을 다시 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쓴 것도 가끔 봐야 먼저 썼는지 안 썼는지 알겠네요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0-11-24 2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 재밌습니다. 희선님도 댓글 다신 분들도. 다들 비슷한가봐요. 저는 반백년 살았어요. 언젠가 보니 내 일기가 그말이 그말이길래 글을 놓아버렸어요. 에잇 신변잡기 따위!! 후회는 하지 않는데. 요즘 그냥 얼떨결에 쓰는 매일 시읽기 덕에 깨달은 것이 있다면, 아, 써야 또 쓸 게 생기는구나 하는 거예요.
희선님 꾸준한 글쓰기 응원해요~~~^^

희선 2020-11-25 00:39   좋아요 0 | URL
일기는 정말 그렇죠 카프카도 자신이 쓴 일기를 보고 비슷하게 썼다고 했으니... 그래도 카프카는 그걸 알고 다르게 썼겠습니다 저는 일기 가끔 쓰는데 시간이 지나도 비슷한 생각만 해요 몇 해 동안 비슷한 생각을 쓰고... 그런 건 안 하고 싶은데 잘 안 되는 듯합니다 잘 해결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일지도... 쓸 게 없어도 쓰려고 하면 떠오르기도 해요 여전히 유치하지만... 날마다 시를 읽고 그걸 쓰는 것도 쉽지 않겠습니다


희선

카알벨루치 2020-11-25 05: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기에서 거기...그 표현이 좋습니다 사람 사는게 다 거기에서 거기...글도 쓰다보면 잘 쓰고 싶지만 잘 쓸려고 하면 힘이 들어가고 때론 인용하나 만으로 문장 하나만으로 빛이나는 작가의 말과는 달리 내 말과 글은 나혼자 ‘이 연사 외칩니다’ 이러는거 같고 그렇네요 ㅎㅎ

희선 2020-11-26 01:29   좋아요 1 | URL
아주 다르게 사는 사람이 없지 않겠지만, 많은 사람은 날마다가 비슷한 날일 거예요 지금은 그런 날이 괜찮은 듯해요 별 일 없는 날, 그렇다고 늘 아무 일 없지는 않지만... 저는 거의 혼자 말하는 듯합니다 그런 게 괜찮으면 좋을 텐데 가끔 우울한 것도 있네요 그것도 몇번이나 안 써야지 하면서 시간이 가면 또 써요


희선
 

 

 

 

 

 

 드라마 보고 바로 뭔가 쓰고 싶었지만, 이걸 어떻게 쓰지 하다가 시간이 가 버렸다. 처음 봤을 때는 재미있었는데. 그때 기분이 별로였고, 거기에 나온 것에서 부러운 게 있었다. 난 그러지 못하는 거지만. 내가 본 건 일본 드라마로 <G선상의 당신과 나>다. 그 드라마는 우연히 알고 오랜만에 봤다. ‘G선상의 당신과 나’는 바흐 곡 <G선상의 아리아>를 빗댄 제목이다. 원작은 만화인가 보다.

 

 <G선상의 당신과 나>는 바이올린 교실에서 만난 세 사람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다. 이건 이 드라마를 찾아보면 나오는 소개말이다. 어른이 다니는 바이올린 교실 같은 거 한국에도 있겠지. 언젠가 만화영화 <금색의 코르다>를 보고 바이올린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 드라마 ‘G선상의 당신과 나’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고 ‘금색의 코르다’를 떠올리기도 했다.

 

 세 사람은 우연히 쇼핑몰에서 열린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바이올린 교실에 다니게 된다. 코구레 야에코는 회사를 그만둔 날이었다. 결혼하려고 했는데 결혼하려던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했다. 같은 회사에 다녀서 야에코는 그대로 일을 그만뒀다. 카세 리히토는 대학생으로 형이 사귀던 사람이 바이올린 연주하는 걸 본다. 리히토가 그 사람을 만난 건 중학생 때다. 형은 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 리히토는 바이올린 교실에 다니면서 그 사람과 친해져 볼까 한다. 키타가와 유키에는 주부로 시어머니 때문에 조금 힘들었다. 집안 일만 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건 거의 못하고 살았다. 그런 때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바이올린을 배우면 어떨까 한다. 그때 쇼핑몰에서 세 사람이 들은 게 <G선상의 아리아>다.

 

 

 

 

 

 

 

 바이올린 교실에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발표회를 열기도 한다. 거기는 음악학원 같은 곳으로 바이올린뿐 아니라 다른 악기도 가르쳤다. 야에코는 리히토와 유키에한테 자기랑 같이 발표회에 나가자고 한다. 목표가 있으면 좀 더 잘 하려 하고 즐겁게 하겠지. 첫번째에는 그리 잘하지 못한다. 세 사람에서 가장 잘하는 리히토도 잘 못했다. 세 사람은 다음 발표회를 목표로 연습한다. 그때는 <G선상의 아리아>를 연주하려 한다. 발표회 날 유키에는 시어머니가 쓰러져서 함께 하지 못한다. 유키에는 한동안 바이올린 교실도 쉰다. 또 한사람 리히토는 바이올린 교실 선생님한테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차인다. 앞에서 말한 형 여자친구였던 사람이 바로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사람이었다.

 

 야에코는 유키에와 함께 발표회 못한 게 아쉬워서 셋이 연주회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한다. 연주회라고 해서 좋은 곳에서 하는 건 아니다. 생일잔치나 식구끼리 모여서 잔치를 여는 곳에서 하려 했다. 유키에는 그 말에 솔깃했지만, 시어머니를 돌봐야 해서 당분간은 어렵다고 한다. 시어머니는 몸이 좀 낫고 유키에한테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한다. 유키에 시어머니가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세 사람은 연주회를 연다.

 

 

사진 : https://www.tbs.co.jp/gsenjou/gallery/ep1.html

 

 

 

 이 드라마 보면서 나이나 처지가 달라도 친구가 되기도 하는구나 했다. 유키에와 야에코. 리히토와 야에코는 사귀게 된다. 갑자기 이런 말을. 앞에서 우정과 사랑이 담겼다고 하지 않았나. 리히토와 야에코 보는 재미도 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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