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를 빌려드립니다 요괴 대여점 시리즈 1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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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오래된 물건에 마음이 생긴다는 말을 했는데, 여기에는 그런 물건이 나온다. 그건 부상신(쓰쿠모가미)으로 가재 집기가 백년 묵으면 그렇게 되기도 한단다. 그런 물건이 모여서 이야기하면 어떨까. 사람은 그걸 무섭게 여길지 재미있게 여길지. 난 재미있을 것 같은데, 모든 사람이 그걸 반기지는 않겠다. 물건에 귀신이 들렸다고 부수거나 팔지도 모르겠다. 못 쓰게 부수거나 버리기보다 다른 데 팔면 좀 낫겠다. 그런 걸 받아주는 사람도 있을 테니 말이다. 요괴가 나오는 이야기는 지금 시대도 있지만 에도 시대가 많다. 요괴를 나오게 하려면 에도 시대가 편할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요괴가 없다 여기는 사람이 더 많을 테니 말이다. 에도 시대에는 요괴가 있다 여기는 사람이 많았겠지. 지금 시대를 배경으로 해도 재미있게 쓸 수 있겠지만 물건 빌려주는 가게는 별로 없다. 요괴가 나와서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했다기보다 그저 작가가 에도 시대를 좋아해서 그렇게 한 것 같다.

 

 이즈모야는 중고물건을 팔기도 하고 물건을 빌려주는 가게로 오코와 세이지가 함께 한다. 누나와 동생이라는데 둘은 피붙이는 아니다. 아이가 없던 오코 작은아버지가 세이지를 양자로 들였다. 몇해전 오코 아버지가 죽고 혼자가 된 오코는 이즈모야에 오게 된다. 작은아버지도 세상을 떠나 이즈모야에는 오코와 세이지 둘만 남았다. 이즈모야에는 오래된 물건이 좀 있다. 오코와 세이지는 그런 물건이 이야기하는 걸 들으면서도 모르는 척했다. 부상신은 자기들끼리는 이야기해도 사람하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래도 같은 말을 써서 서로의 말을 알아듣는구나. 좀 재미있지 않은가.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더 재미있겠지만. 물건이 요괴가 돼서 그런 규칙을 만든 건 아닐까 싶다. 보통 물건이 아니어서 움직일 수도 있지만.

 

 츠루야는 가게를 싸게 샀는데 그 가게에 귀신이 나온다는 말이 있었다. 세이지는 츠루야에 물건을 빌려주러 갔다 낮에 귀신을 본다. 츠루야는 그 가게에 귀신이 나온다는 걸 알고도 사고 예전 가게 주인은 귀신이 나와서 싸게 판 거였다. 부상신이 그 가게에서 있었던 일을 듣고 이즈모야에 돌아와서 떠들었다. 예전 가게 주인이 사귄 여자가 아이를 갖고 버림 받았는데, 여자가 낳은 아이가 죽고 얼마 뒤 여자도 죽었다. 부상신은 귀신이 복수하려는 걸 도와주려고 하는데, 세이지는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예전 주인은 자신이 잘못한 일을 잘못했다 생각하지 않았다. 자기 때문에 독감에 걸려 죽은 사람도 있었는데 그게 왜 자기 잘못이냐고 여기고. 귀신이 나타난 것도 왜 자신한테만 그런 일이 일어나느냐고 했다. 세상에는 그런 사람 있다. 남한테 해를 끼쳤으면서도 자기 잘못이 아니다 여기는 사람. 많은 사람은 자신 때문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미안하게 생각하는데. 츠루야는 예전 주인 때문에 식구를 잃었다. 귀신한테 혼나봐라 하는 마음으로 츠루야를 샀다. 남한테 옮길 수 있는 병, 가벼운 감기여도 조심해야 한다.

 

 네해 전에 오코를 좋아하는데 집안에서 혼담 이야기가 나와서 집을 떠난 사람이 돌아왔다. 오코는 그 사람이 자기 때문에 집을 나갔다고 생각하고 조금 걱정했다. 집에 돌아왔다면 바로 오코를 찾아와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그 사람은 며칠전에 집을 나가서 소식이 없었다. 세이지와 오코는 그 사람이 찾던 향로가 어디 있는지 부상신한테 이야기를 듣고 오라고 한다. 부상신은 그러겠다고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오코가 부상신을 팔아버리겠다고 하자 그 말을 듣기로 한다. 맨 앞에서 오코가 스오(향로면서 이름이기도 하다)를 찾아서 그 사람을 좋아하나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바로 아니다 하면 안 되나. 오코는 세이지가 자신한테 누나라고 하는 것에 화냈다. 오코 마음은 세이지한테 있었나 보다. 세이지도. 어쩐지 부상신은 다 알고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부상신과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듣기만 해도 알 수 있겠지. 둘은 사촌이지만 남이다. 한국 사람은 그런 거 이상하게 여기겠다. 나도 예전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그런가 보다 한다. 지금도 일본 사람은 사촌끼리 결혼할 수 있다 해도 그런 사람 많지 않을 거다.

 

 부상신은 사람이 말하는 걸 듣고 사람 속마음을 아는 것도 같다. 나한테는 백년 넘은 물건은 하나도 없다. 그런 물건이 있다면 말하는 거 조심해야 할지도. 오코랑 세이지만 부상신이 말하는 걸 들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즈모야에서 부상신이 편하게 말하는 건 세이지와 오코가 가만히 있어서다. 부상신이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도 있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말하지 않는다. 그런 말해도 진지하게 들을 사람 없을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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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날을 함께 살고 일생이 갔다 문학동네 시인선 122
배영옥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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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에서 나오는 시집은 색깔이 예쁘기도 한데 검정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장례식을 떠오르게 하는 검은 바탕에 흰 글씨다. 난 배영옥 시인을 몇달 전에 알았다. 우연히. 이 시집이 나왔을 때쯤이 아니었을지. 그때는 배영옥이 세상을 떠나고 한해가 지난 뒤였다. 배영옥 두번째 시집은 배영옥이 세상을 떠나고 1주기를 맞았을 때 나왔다. 그런 걸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무겁다. 이름이 잘 알려진 작가의 죽음은 더 많은 사람이 아는데. 2018년에 내가 몰랐던 거고 아는 사람은 알았겠구나. 지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 죽을 텐데. 모든 사람 죽음을 알 수는 없겠다. 난 내가 죽은 걸 다른 사람이 몰랐으면 한다. 아마 알기 어려울 거다. 오랫동안 연락이 없다면 ‘어쩌면…….’ 하고 생각하기를 바란다. 나중에 그렇게 생각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사람 인연은 시간과 함께 흘러간다. 남는 사람 얼마 없겠다.

 

 어두운 말로 시작했지만 어쩔 수 없다. 이제 시인은 세상에 없으니. 시인은 시를 남겨둬서 괜찮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누군가는 여기 담긴 시를 보고 배영옥을 그리워하겠다. 배영옥와 가깝게 지낸 사람. 발문을 쓴 이영광도 배영옥과 오래 알고 지낸 사이로 배영옥이 세상을 떠나기 며칠전에 얼굴을 보러 갔다. 그런 시간을 가져서 좀 낫지 않았을까 싶다. 며칠 뒤 배영옥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슬펐겠지만.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사람도 있고 괜찮겠지 여긴 사람도 떠날 수 있다. 다 슬프겠지만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게 좀 나을 것 같다. 그것도 아니다. 배영옥 어머니는 배영옥이 스무살에 죽었는데 여전히 슬퍼했다. 그런 슬픔은 평생 가겠지. 지금 배영옥은 저세상에서 어머니를 만났을지도.

 

 

 

주인공인

나만 없을 것이다

벅찬 고통을 감당하기 어려워

일찍 떠났으므로

엉킨 실타래 같은

검은 부재의 바람이 불고

태극기 휘날리고

잿빛 비둘기만 구구거리며 하늘로 날아오를 것이다

무거운 공기가

이제 진짜 안녕이라며

작별을 고할 것이다

새 없는 공중으로 검은 비가 내릴 것이다

한가한 사람들도 오지 않을 것이다

주인공인 나만 홀로

슬플 것이다

 

-<훗날 장례식>, 50쪽

 

 

 

 자신이 곧 죽으리라는 느낌은 어떨까. 예전에도 같은 말을 했는데 그럴 때 난 아무것도 안 할 것 같다. 그저 이런저런 생각에 빠질 듯. 지금도 난 못해서 아쉬운 건 없다. 아직 만나지 못한 책이 많구나. 살아 있는 동안 책 많이 보고 글도 쓰고 싶다. 이것도 욕심이구나. 다른 건 없으니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자신의 장례식에는 자신이 없다. 세상을 떠났으니 없겠지. 장례식은 죽은 사람보다 남은 사람을 위한 거다. 요즘은 죽기 전에 자기 장례식을 치르기도 한다던데. 이건 일본에서만 하는 건가. 죽기 전에 먼저 장례식을 치르면 언제 죽어도 괜찮다 생각할까, 남은 사람을 더 소중하게 여길까.

 

 

 

 어느 날 나는 신원 불명 변사체로 발견될 것이다 뼈만 남은 주검과 대조로 함께 발견된 벌레들은 희고 통통할 것이다 쇠파리떼가 환영한다는 듯 윙윙대며 머리통 주위를 이리저리 날아다닐 것이다 검시실로 옮겨지고 행방불명 이름들이 차례로 호명되어도 누구 하나 명확한 사인을 내리지 못할 것이다 함몰된 두개골에 고여 있는 마지막 눈빛 3D 영상 속에서 안면 윤곽과 함께 되살아날 것이다 온몸의 뼈마디가 갑자기 표정을 얻더라도 내 주검은 아무런 의심도 질문도 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다 국경 밖을 떠돌던 영혼이 실수로 불려나오더라도 아무도 추궁하지 않을 것이다 내일이나 모래도 나는 여전히 신원 불명 변사체로 남을 것이다 이미 오래전에 지워진 실종된 이름의 일부이거나 전부인 나는, 아마 벌레의 족속으로 기록될 것이다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벌레의 족속>, 90쪽

 

 

 

 앞에 옮겨 쓴 시를 보니 내 죽음이 생각났다. 여름에 죽지 않아야 할 텐데 싶다. 어쩐지 이 시에서 죽은 사람은 누군가한테 죽임 당한 것 같다. 두개골이 들어갔다고 하니 말이다. 배영옥은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고 썼을까. 신원 불명은 되지 않을 것 같은데. 여기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시가 여러 편 실렸다. 시를 어느 한 시기에만 쓴 것 같지는 않은데. 자신이 얼마 살지 못하리라는 걸 모를 때 쓴 시도 있을 듯하다. 배영옥은 쿠바에 갔다 오기도 했다. 그때 산문집을 내고 어머니 이야기를 했던가 보다.

 

 

 

다음에, 하고 돌아서는데

너무 많은 다음에 치인 다음이

손사래를 친다

다음이 다음을 기다리는 줄 모르고

기다리는 다음이

영영 세상을 등지는 줄도 모르고

다음에, 다음에 올게요  (<다음에>에서, 65쪽)

 

 

 

 내가 생각하는 ‘다음에’ 와 같은 뜻으로 썼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아니 맞겠지. 뒤로 미루는 말 다음에. 그러고 보니 얼마전에 본 시집에는 비슷한 말이 있었다. 거기에는 ‘나중에’가 쓰여 있었다. 시간은 자꾸 흘러간다. 다음과 나중은 영영 오지 않을지도. 늦지 않아야 할 텐데. 배영옥을 난 늦게 알았구나. 더 일찍 알았다 해도 크게 다를 건 없었겠다. 정 없는 말을 했구나. 중요한 일은 다음으로 미루지 않는 게 좋겠다. 뒤로 미뤄도 괜찮은 일과 바로 해야 하는 걸 잘 알아야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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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리튼 키
미치오 슈스케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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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기 전에 소시오패스 이야기를 들었다.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조금 다르겠지. 사이코패스는 유전되기도 하고 자라면서 그렇게 되기도 한다. 소시오패스는 어떨까. 유전이 아니라 해도 날 때부터 그런 사람 있을 것 같다. 백명에서 25퍼센트라는 말을 들었는데 어떨지. 세상에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에는 사이코패스가 있다고 한다. 이런 건 이제 많이 알려졌구나. 사이코패스가 가진 충동을 사람을 죽이는 데 쓰지 않고 다른 데 쓰는 걸지도. 어떤 사람은 자기 뇌가 사이코패스와 같지만 과학자가 됐다고 한다. 사이코패스라고 다 사람을 죽이는 건 아니다. 그런 거 생각하면 다행이구나. 자기한테 이익이 되면 이용하고 도움이 안 되면 죽인다면 남아날 사람이 어디 있겠나. 평범한 건 뭘까.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해도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 많다. 그것을 안 좋게 볼 수도 있겠지만 개성으로 봐도 괜찮지 않을까. 나도 좀 이상해서.

 

 사람은 어릴 때 다 감정 같은 걸 배울까. 감정도 배우는 게 아닌가 싶다. 살면서 익힌다고 해야겠다. 어릴 때 모든 감정을 익히는 건 아닌 듯하다. 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감수성이 넘쳤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어쩐지 난 모자랐던 것 같다. 세상 물정을 잘 몰랐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구나. 다행하게도 날 속인 사람은 없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내가 그런 사람을 사귀지 않았구나. 누군가한테 속는 사람은 자꾸 속는 것 같다. 사이코패스도 자신이 속일 수 있는 사람을 잘 알아보겠지. 그렇다 해도 그런 사람 눈에 안 띄고 싶다. 난 살면서 사이코패스 안 만나고 싶다. 좋을 때는 괜찮아도 기분을 나쁘게 만들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자신이 사이코패스라는 걸 알고 충동을 억누르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렇지 않은 듯 사람들 속에 섞여서 사는 사람도 있겠지.

 

 어릴 때부터 보육원에서 지내다 그곳을 나와서는 택배 배달을 하다가 기자 눈에 띄어 특종을 잡게 도와주게 된 사카키 조야는 사이코패스다. 연예인 비밀을 캐내고 사진 찍는 것에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조야는 자신이 다른 사람한테 공감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라는 걸 안다. 어떤 일에도 심장이 빨리 뛰지 않고 땀도 나지 않았다. 그런 조야는 심장을 조금 빨리 뛰게 하려고 우울증 치료제에 쓰이는 항우울제를 먹었다. 약보다 커피가 낫지 않을까. 카페인을 마시면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한다. 많이 먹었을 때인지 진한 것이었을 때인지 모르겠지만. 카페인과 항우울제에 든 건 다를지도. 우울증인 사람한테 커피 많이 마시지 마라고 하니. 어쨌든 조야는 스스로를 제어하려고 했다. 사이코패스에는 이런 사람 있겠지.

 

 조야가 보육원을 나올 때 원장은 조야 엄마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려준다. 시간이 흐르고 조야와 함께 보육원에 있던 우동(하자마 준페이)이 한번 만나자고 한다. 우동은 자기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됐는데 아버지가 죽인 사람이 조야 엄마 같다고 한다. 조야 엄마는 일하는 곳에서 돈을 훔치러 온 남자가 쏜 산탄총에 맞았다. 그렇게 이어지기도 하다니 놀랍구나 했는데 더 놀라운 일이 뒤에서 기다렸다. 그걸 보면 앞에서 한 이야기를 왜 했는지 알게 된다. 깜짝 놀라야 하는데 왜 난 덜 놀랐을까. 이상하구나. 책을 보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설지도. 그런데 총알에 든 납이 배 속 아이한테 영향을 미치고 사이코패스가 되게 할까. 그건 아주 잠시고 조금일 텐데.

 

 날 때부터 사이코패스라 해도 사랑 받으면 좀 다르지 않을까 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자기 거였던 걸 빼앗겼다 생각했다. 사이코패스는 자기 걸 빼앗기는 걸 싫어할까. 자기가 싫어서 버리는 건 괜찮아도 억지로 빼앗기는 건 싫을지도. 조야는 우동 아버지가 엄마를 죽인 걸 화내기보다 자신의 다른 삶을 빼앗긴 걸 화냈다. 조야는 히카리를 만나서 자신을 제어하려 한 걸까. 히카리도 보육원에서 만나고 친하게 지냈다. 히카리는 조야한테 조야가 사이코패스라는 걸 알려줬다. 그런 말을 하고도 히카리는 조야를 멀리 하지 않았다. 조야가 자신을 제어하려고 한 건 히카리가 조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설지도. 그건 사이코패스가 아니어도 바라는 일이구나. 조야가 깊은 감정은 몰랐지만 조금씩 감정을 익힌 것 같다.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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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책 - 제8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3
이민항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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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그저 사물이기만 할까. 책이 생각하거나 사람을 조종할 수도 있을까. 이건 컴퓨터 그러니까 인공지능이 할 만한 일일까. 아니 꼭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오래된 물건은 영혼(마음)을 갖는다는 말도 있다. 이건 일본에서 전해오는 이야기지만. 거기에 책이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듯하다. 없는 상상력으로 책이 사람을 끌어들이고 책속에 가두는 걸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런 이야기 아주 없지 않기도 하다. 책을 보다가 책속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무언가를 해내야 현실로 돌아오는 이야기. 미하엘 엔데 《끝없는 이야기》는 책속에 들어간 자신이 이야기를 끌어가던가. 이야기 세계에서 중요한 사람을 구한다. 그건 재미있게 봤구나.

 

 지금까지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책속에서 책을 찾는 이야기도 있다. 이것도 그런 것처럼 보이기도 하면서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사람은 어딘가에 떠나면 다시 자신한테 돌아오고 자신이 정말 바라는 게 뭔지 알게 된다. 이 책도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윤수는 곧 문을 닫는 풀잎도서관에서 알렉산드리아도서관 바티칸도서관 토머스 모어가 모은 책이 있는 곳에 갔다가 1953년 풀잎도서관으로 돌아온다. 모험이라면 모험이지만 책을 보는 것과 책속 사람이 되는 게 섞였다. 다른 사람을 보다가 윤수가 그 시대 사람이 되기도 한다. 무언가를 바꾸지는 못한다. 윤수가 읽는 건 인류가 가장 처음 만든 책이다. 그 책에는 많은 지식과 우주 비밀이 담겨 있다고 전해진다. 그런 책 있다면 찾고 읽어보고 싶겠지. 읽어보고 싶어하는 사람과 책이 위험하다고 여기고 그것을 지키는 사람이 있었다.

 

 이 책을 다 읽어보니 인류가 가장 처음 만든 책은 요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문만 대단하고 실제로는 사람이 가진 기를 빼앗아 오래 살아남은 책. 마지막에 그런 말이 나오기도 한다. 최초의 책은 사람 생기를 빨아먹는다는. 여기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책한테 생기를 빨리고 책속 시간에 갇힌 사람도 있을 거다. 최초의 책은 자신을 펼친 사람 생기를 먹이로 삼았겠지. 그러지 않았다면 이 책은 오래 살아남지 못했을 거다. 여러 사람이 봤기에 책속 이야기는 자꾸 늘어났겠지. 최초의 책에는 그걸 찾는 사람 이야기가 담겼다. 책을 찾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못 찾는 사람도 있단다. 여기에는 책을 못 찾은 사람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윤수는 고등학생으로 사서가 되기를 꿈꾼다. 지금은 어떤 일이든 쉽게 하기 어렵다. 사서도 자리가 그리 많지 않겠지. 윤수가 돕는 풀잎도서관은 곧 문을 닫는다. 그곳에 미군 미사일 기지를 짓는다고. 윤수는 우연히 최초의 책을 알고 읽게 된다. 최초의 책은 자신을 읽을 사람을 골랐다. 윤수한테는 그 자격이 있었다. 책 때문에 윤수는 오래전에 있었던 도서관을 보고 그때 사서를 본다. 그런 게 윤수한테는 더 좋았던 게 아닐까 싶다. 힘들다 해도 사서가 되겠다 마음먹으니 말이다. 윤수가 사서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건 사람들이 책 읽는 모습을 보는 것과 책을 알려주는 걸 좋아해서기도 했다. 풀잎도서관 사서인 권영혜 선생님을 돕기도 해서 사서에 관심을 가졌다. 권영혜 선생님 때문에 최초의 책도 알게 됐구나.

 

 세상, 우주 비밀이 담긴 책은 정말 있을까. 겨우 책 한권 보고 무언가를 알려고 하는 건 욕심이 큰 거 아닐까 싶다. 그걸 알면 어떻게 될까. 그 책을 보려는 사람은 부자가 되고 싶은 건지, 세상을 지배하고 싶은 건지. 우주 비밀은 아니지만 법칙 하나는 안다. 그건 무엇이든 시작과 끝이 있다는 거다. 이건 많은 사람이 알겠다. 시작하면 언젠가 끝난다 해도 시작과 끝 사이는 자신만의 이야기로 채우면 좋겠다. 사람 삶은 책과 다르지 않다. 윤수는 사서가 되기 힘들어도 하기로 한다. 최초의 책을 보고 사서를 더 생각하게 됐다. 옛날 사서는 책을 지키려고 애쓰기도 했다. 윤수는 그런 모습에서도 영향 받았겠지. 윤수는 모험을 하고 꿈을 굳히게 됐구나. 무언가 꿈을 갖는 건 좋은 일이다. 책은 사람을 꿈꾸게 한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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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 가까운 말 창비시선 386
박소란 지음 / 창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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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시가 가득하지. 무엇이든 시로 볼 수도 있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야. 세차게 쏟아지는 비는 어떤 시일까. 난 시보다 걱정을 하겠지. 비 많이 오면 안 될 텐데 하고. 겨우내 집에만 있다 봄이 오고 밖에 나가 푸릇푸릇한 새싹과 새순을 만난다면 마음이 기쁠 듯해. 겨우내 집에만 있지는 않겠지만. 날마다 세상은 바뀔 텐데 눈에 보이는 게 있어야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구나 하지. 겨울에서 봄으로 바뀔 때는 많이 달라져서 바로 알기도 해. 여름에서 가을로 바뀔 때는 어떨까. 뜨거운 여름 날을 보내고 어느 날 밤 서늘한 바람을 느끼고 풀벌레 소리를 들으면 여름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할 듯해. 냄새와 느낌으로 철이 바뀌는 걸 알겠어.

 

 

 

노래는 구원이 아니어라

영원이 아니어라

노래는 노래가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어라  (<노래는 아무것도>에서, 8쪽)

 

 

 

 구원도 영원도 아닌 노래라 해도 그걸 듣거나 부를 때만큼은 구원받고 영원하지. ‘순간’이면 어때. 그 순간이 있기에 살 수 있는 거 아니겠어. 그런 순간조차 없다면 삶은 얼마나 어둡고 추울까. 어둡고 추워도 그걸 이겨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람은 다 단단하지 않아. 아주 쉽게 깨어지고 무너지는 사람도 있어. 누군가는 깨어지고 무너져도 다시 일어나기도 하겠지. 그것 또한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마음이 단단하다고 해서 상처받지 않는 건 아닐 거야. 보이지 않는 금이 자꾸 늘면 부서질지도. 아니 다시 붙어서 멋진 무늬를 만들까. 시와 노래가 그렇게 되게 도울지도 몰라. 자, 세상을 바라보고 시를 찾아봐.

 

 

 

길바닥에 떨어진 십원짜리

 

십원으로 무엇을 살 수 있나요 아무것도

너는 살 수 없어 말하듯 단호한 표정으로 흩어지는 풍경들,

겨울

 

언젠가

한닢의 십원짜리를 위해 잠시 걸음을 멈출 사람

허름한 전구를 만지작거리는 것처럼 조심스레 눈동자를 밝혀 들고

값싼 화장이 뭉개진 작고 동그란 얼굴을 넌지시 들여다 볼 사람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겠지 나는

 

곁에 누웠던 누군가 황망히 떠난 새벽 한때의 여관방 같은 보도블록 위

십원짜리

 

십원짜리를 주워 살그머니 제 주머니 속으로 들일 사람

주머니는 참 따뜻할 텐데

붉은 담요를 두른 손이 있어 찬 등을 가만가만 쓸어줄 텐데

 

기다릴 수밖에 없겠지 기다림이 기다림의 잃어버린 모양을 문득 알아볼 때까지

 

별 수 없으니까, 바닥이란

원래 그런 거니까

 

-<참 따뜻한 주머니>, 18쪽~19쪽

 

 

 

 길에 떨어진 십원짜리를 보고 쓴 시일까. 예전 십원짜리는 길에 떨어져도 흠집이 심하지 않았는데 지금 십원짜리는 쉽게 찌그러지고 흠집도 심해. 그런 거 써도 괜찮을까. 난 십원짜리 길에서 보면 주워. 내 주머니도 따듯하겠지. 그렇다고 말 해. 십원짜리로 무얼 살 수 있을까. 십원짜리 하나는 어렵겠지만 좀 더 있으면 괜찮아. 십원짜리를 우습게 보면 안 돼. 작은 것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 마음은 따듯하겠지. 길에 떨어진 십원짜리 마음처럼 보이기도 해. ‘날 주워’ 같은. 십원짜리를 봐도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많겠지만 십원짜리를 알아보고 줍는 사람도 있을 거야. 잠시만 더 기다려 십원짜리야. 널 반갑게 여길 사람이 나타날 테니. 울지 마.

 

 

 

내 집은 왜 종점에 있나

 

 

안간힘으로

바퀴를 굴려야 겨우 가닿는 꼭대기

 

그러니 모두

내게서 서둘러 하차하고 만 게 아닌가

 

-<주소>, 50쪽

 

 

 

 몇해 전에도 만난 시인데 난 또 이 시에서 멈추었어. 무언가 많이 가진 걸 시로 쓸 수도 있겠지만, 시는 모자란 걸 더 쓰는 것 같아. 슬프고 아프고 괴로운 마음도. 이 시집에 담긴 시에서 가난을 여러 번 느꼈어. 가난하면 어떤가 싶기도 해. 가진 사람은 못가진 게 어떤 건지 잘 모르기도 하지만 못가진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 마음을 조금 알기도 해. 있는 사람보다 없는 사람 마음을 아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이런 것도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일까. 사람은 다 모자란 부분이 있을 텐데. 많은 걸 가진 사람이어도 채우지 못한 게 있을 거야.

 

 시는 가까운 것 같으면서 멀기도 해. 자연에서 보는 시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담은 시는 마음 아프게 해. 마음 안 좋고 슬프고 아파도 잘 보고 잊지 않으면 좋겠지. 지금 시대는 많은 일이 쉽게 흘러가버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닐지라도 자신한테 일어난 일에도 실컷 슬퍼하고 울어. 그런 시간도 있어야 해. 그런 시간이 다른 사람도 생각하게 하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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