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의 편지
조현아 지음 / 손봄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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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아이들은 왜 누군가 한사람을 괴롭힐까. 누군가를 괴롭혀도 좋을 일은 하나도 없다. 시간이 흘러도 괴롭힘 당한 사람은 그 일을 잊지 못한다. 괴롭힌 사람은 잊어도. 때린 사람보다 맞은 사람이 발 뻗고 잔다고도 하지만, 이 말은 옛말이다. 이제 누군가를 괴롭히고 죄책감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다. 혼자가 아니어설지도. 누군가한테 묻어서 함께 한 아이를 괴롭히거나 아예 모르는 척하겠지. 모르는 척한다고 괜찮을까. 그것 또한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내가 지금 학생이었다면 난 괴롭히는 쪽보다 괴롭힘 당하는 쪽이 됐을지도. 난 별거 아닌 것에도 무척 마음 쓰는데, 모두가 날 괴롭히고 따돌리면 무척 힘들 것 같다. 그런 일은 없어서 다행이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아이들이 그렇게 무섭지 않았다. 어쩌면 그때 어른은 ‘요즘 애들 무서워’ 했을지도. 예전보다 지금이 더한 것 같다.

 

 라디오 방송에 나온 사람이 요즘 아이들은 안됐다 아이들한테 도움을 주고 싶다 했을 때, 아이들만 생각하다니 했다. 아이가 아니어도 힘들고 외로운 사람 많은데. 그래도 아이들이 더 힘들까. 난 아이들은 거의 생각하지 못하는구나. 학교가 아이들을 힘들게 하면 집에서는 마음 편하게 지내게 하면 될 텐데 싶기도 하다. 아이가 공부 잘하고 좋은 학교에 가고 좋은 일자리를 얻기를 바라는 부모도 있겠지만, 부모 마음대로 아이 앞날을 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학교 공부 좀 못하면 어떤가. 부모는 아이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찾도록 도와주는 게 낫다고 본다. 내가 몰라서 이런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시험 점수가 안 좋으면 아이가 힘들어할지도. 그러면 공부해야겠지. 학교가 달라져야 하는데 여전히 입시만 생각하는 듯하다. 그런 게 답답해서 아이들은 누군가를 괴롭히는 건지도.

 

 소리는 학교에서 괴롭힘 당하는 친구를 돕고 그 친구 대신 아이들한테 괴롭힘 당한다. 괴롭힘 당하는 아이를 그저 보기만 하는 건 자신한테 화살이 돌아올 수도 있어서겠지. 여름방학이 지나고 친구는 다른 학교로 가고, 소리도 다른 학교로 옮긴다. 예전과 다른 학교고 누군가 자신을 괴롭히지도 않았는데 소리는 주눅들었다. 아이들한테 제대로 말도 못했다. 그런 때 소리는 책상 속 위에 누가 붙여둔 편지를 찾아낸다. 거기에는 반 아이들 이름과 학교 정보가 쓰여 있었다. 그리고 다음 편지가 있는 곳도. 어렸을 때 소풍 가면 보물 찾기 했는데 소리가 편지를 찾는 건 보물 찾기 같았다. 소리는 편지를 쓴 아이가 정호연이라는 걸 알게 되고 학교에 있는 비밀 기지 같은 곳을 찾는다. 소리는 호연이가 쓴 편지를 받고 학교에서 일하는 경비기사 김순이 님도 만나고 호연이 친구인 김동순도 만난다.

 

 동순이도 어떤 아이한테 괴롭힘 당했다. 그 아이는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동순이한테 맡기고 나쁜 짓을 했다. 그 아이는 왜 그랬을까. 집에서 잘 지내지 못하는 건 아닐지. 그런 때 동순이는 호연이를 만나고 달라졌다. 호연이는 동순이한테 무언가를 시키는 아이한테 이제 그만하라는 말을 한다. 힘이 센 아이한테 맞서기는 쉽지 않겠지만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동순이는 호연이를 만나고 학교에 있는 좋은 곳을 알게 된다. 그곳은 있지만 눈여겨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이건 사람도 그렇겠지. 그저 많은 사람을 보는 것과 한사람을 보는 건 다르다. 동순이는 여름방학이 끝나고서야 호연이가 멀리 떠났다는 말을 듣는다. 호연이는 아무 말도 없이 떠났다.

 

 편지는 호연이가 두 친구한테 보낸 거였다. 어릴 때 잠시 만나고 헤어진 친구 소리와 중학생 때 만난 친구 동순이. 동순이는 호연이가 자신을 친구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섭섭하게 여겼는데. 떠난 친구가 그렇게 편지를 남겨줘서 소리와 동순이는 기뻤겠다. 호연이는 소리가 예전 학교에서 괴롭힘 당한 걸 몰랐지만 호연이가 쓴 편지는 소리한테 힘이 됐다. 그 편지가 있어서 소리는 다른 아이한테도 마음을 열었다. 제목 ‘연의 편지’는 호연이가 보낸 편지면서 인연의 편지가 아닌가 싶다. 인연을 맺게 해주는 편지 말이다. 정말 전학 온 아이한테 마음 쓰는 아이가 있다면 멋질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없겠지. 이렇게 생각하는 건 꿈이 없는 걸까. 누군가 쓴 편지가 없다 해도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 만난 친구와 잘 지내려고 하면 괜찮을 거다. 모든 아이가 누군가를 괴롭히는 걸 좋아하지는 않겠지. 요즘 아이들 무섭지만 마음을 알려고 하면 아이들도 마음을 열 거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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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iyoung 2019-12-17 0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아직 학교도 세상도 살만하답니다.

희선 2019-12-18 01:33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입니다 누군가를 괴롭히는 일이 자주 일어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해요 그걸 보고 모든 아이가 가만히 있지도 않겠지요


희선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 강의 서가명강 시리즈 1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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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의학자는 무슨 일을 할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누군가한테 죽임 당한 사람을 부검하는 거다. 책이나 일본 드라마에서 그런 모습을 봐서 그렇게 생각한 듯하다. 이건 법의학자가 하는 일을 좁게 보는 게 아닌가 싶다. 법의학자와 부검의는 다를까. 이건 나도 잘 모르겠다. 한국에는 법의학자가 겨우 마흔 사람 있다 한다. 병원에서 죽은 사람은 그곳 의사가 해부할까. 그것도 자주 하지는 않을 거다. 부검, 해부는 사건성이 있을 때만 한다. 병원 중환자실에 있던 사람이 죽으면 바로 병원 장례식장으로 간다. 병원에 장례식장이 없으면 다른 장례식장으로 옮기겠지. 지금은 많은 사람이 병원에서 죽는다. 그런 죽음은 별로 좋지 않을 듯하다. 평소에 말 안 하던 사람이 어떤 일이 있다고 해서 말 하는 건 아니겠지만. 병원에서 맞는 죽음은 어쩐지 쓸쓸하다. 드라마에서는 식구가 다 모인 가운데 눈을 감고 한줄기 눈물을 흘리던데. 실제는 드라마와 많이 다르다 생각한다.

 

 언제부턴가 한국에서 범죄가 많이 일어난다고 느꼈는데, 누군가한테 죽임 당하는 사람이 아주 많지 않다고 한다. 누군가를 잔인하게 죽이면 뉴스에서 그 일을 크게 다룬다. 그런 것 때문에 한국에도 범죄 피해자가 많다고 생각한 건지도. 일본에서는 범죄소설이 많이 나오는데 거기는 한국보다 누군가한테 죽임 당하는 사람이 적다고 한다. 알려진 일이 끔찍한 사건이어어서 세상이 무섭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사이코패스가 저지르는 사건도 있을 테지만, 갑작스럽게 사람을 죽이는 일도 많을 거다. 그렇다 해도 죗값을 치러야 한다. 가장 안 좋은 건 어린 부모가 아기나 어린이를 때리고 죽이는 거다. 요즘 그런 일이 늘지 않았나 싶다. 이건 사회문제겠구나. 지금은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못하고 화난다고 죽이거나 잔인하게 죽이기도 하는데, 이것도 경쟁이 심한 지금 사회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 아닐까.

 

 군대에서 죽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 일이 일어나서 아들이 있는 부모는 아들이 군대에 갈 때가 되면 많이 걱정하겠다. 사람을 무척 심하게 때리면 죽기도 하는구나. 맞아 죽었다는 말을 듣지 못한 건 아니기는 하다. 법의학자는 무엇 때문에 죽음에 이르고 그게 안에서 일어난 건지 바깥에서 어떤 일을 한 건지 알아본다. 겉으로 보기에 아무렇지 않아도 잘 살펴보면 참된 것을 알겠지. 죽은 사람은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말한다. 사람은 머리를 단단한 걸로 맞거나 부딪치면 죽기도 한다. 누군가한테 머리를 단단한 걸로 맞고 깨어났다가 죽는 건 소설에서 보기도 했다. 머리를 어딘가에 부딪치거나 맞으면 병원에 가 보는 게 좋겠지.

 

 언젠가 세계에서 한국 사람이 가장 많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말을 들었다. 지금은 2위라 한다. 그렇다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줄어든 건 아니다. 더 많은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나라가 있어서다. 안락사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건 뭐가 다를까. 비슷한 것 같은데. 하나는 의사 도움으로 죽고 하나는 스스로 자신한테 무언가를 하는 거구나. 한국에도 스위스에 가서 죽으려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소설에서 그런 이야기 봤는데, 실제 일어나는 일이었구나. 사람한테는 죽을 권리도 있을까. 심한 병에 걸리고 더는 낫지 않고 몸이 무척 아픈 사람은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 해도 남은 삶을 살았으면 한다. 이제는 연명치료를 할지 안 할지 밝히면 그렇게 한다. 이 부분은 괜찮은 듯하다. 그런 건 식구가 결정하게 하기보다 자신이 생각하고 먼저 말해두는 게 좋겠다. 평소에 죽음을 생각하고 사는 사람 별로 없을 거다. 나도 그렇다. 삶은 언제든 갑자기 끊길 수 있다. 끊긴다기보다 끝난다고 해야겠구나.

 

 이 책을 쓴 유성호는 여전히 한국 사회가 죽음을 말하기를 꺼린다고 했는데 내가 볼 때는 몇해 사이에 죽음을 많이 말하게 된 것 같다. 그런 책이 자주 나오니 말이다. 죽음을 생각하면 삶이 다르게 보이겠지. 이제는 제대로 죽기라는 말도 한다. 제대로 죽기가 제대로 살기구나. 커다란 일보다 작은 일에 기뻐하고 고맙게 생각하면 사는 것도 괜찮겠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죽음을 말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까. 책이 있다 해도 모든 사람이 그걸 보지는 않겠구나. 어릴 때부터 그걸 배우면 좋을 텐데.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고. 목숨 있는 건 다. 이 우주와 지구도 언젠가는 사라지겠지. 그건 아득히 먼 앞날일 거다. 사람이 죽지 않으면 좋을까. 죽음이 있기에 삶은 아름답고 빛난다. 건강하게 즐겁게 하루하루 살다보면 자기 삶을 마무리할 때가 다가오겠지. 그때를 잘 마주한다면 괜찮은 삶일 것 같다. 많은 걸 이루지 못하면 어떤가. 끝까지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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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JOR 2nd(メジャ-セカンド) 17 (少年サンデ-コミックス) (コミック)
미츠다 타쿠야 / 小學館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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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세컨드 17

미츠다 타쿠야

 

 

 

 

 

 

 메이저 세컨드 16권 본 건 몇달 전이지만 그게 나온 건 2018년 11월이다. 그 뒤로 시간이 가도 다음 권이 안 나와서 어떻게 된 건가 했다. 다음 권이 바로 나오지 않아서 마음 편하게 16권까지 다 보기는 했다. 그랬더니 17권 나온다는 소식이 들렸다. 앞으로는 전처럼 석달에 한권 나오지 않을까 싶다. 다음 18권이 나오기 전에 17권 봐야 하지 않을까 하고 이번 권 만났다. 다이고가 주장인 후린중학교 야구부는 오오비중학교와 지역 예선 결승전을 했다. 조금 더 하면 후린중학교가 이길 듯했다. 어떻게 될지 짐작은 갔지만 실제 보고 싶었다. 오오비중학교와 좋은 경기를 했지만, 아쉽게도 후린중학교가 졌다. 초등학생 때 팔꿈치를 다쳤던 사와가 공을 던졌는데 7회말에는 제구가 안 되고 포크도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사가라(타오)는 사와를 걱정했다. 사와는 팔꿈치 아프지 않다고 했지만 아주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었나 보다. 사와는 힘내려 했는데 오오비중학교 타자가 홈련 쳐서 경기는 끝났다.

 

 오랜만에 다이고 아빠 고로가 다이고가 경기하는 모습을 보러 봤는데. 고로는 다이고가 꽤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다. 다이고가 초등학생일 때는 아빠인 고로는 여전히 야구선수였는데 지금은 코치하는가 보다. 고로는 늘 야구할 것 같았는데 더는 못하게 됐구나. 예전 후린중학교 야구부는 실력이 좋았는데 다이고가 1학년일 때 2학년이 안 좋은 일을 해서 감독이 책임지고 그만뒀다. 야구부는 반년이나 활동을 쉬어야 했다. 야구부는 쉬었지만 다이고를 주장으로 뽑은 듯하다. 주장이 된 다이고는 집에서 쉬는 아빠 고로한테 야구를 알려달라고 한다. 고로는 다이고한테 야구를 알려주고 앞으로 자신이 갈 길을 찾았다. 고로는 가까운 데서 안 하고 먼 데서 야구 코치하는가 보다. 고로는 다이고를 만나지 않고 편지만 남겨두고 떠났다. 딸인 이즈미하고는 잠깐 캐치볼 하고.

 

 아홉 사람뿐인 후린중학교 야구부지만 봄 경기를 잘해서 다이고는 욕심을 냈다. 중간 시험이 끝나고 다이고는 야구부 아이들한테 앞으로 연습 시간 늘리고 여름에는 지역대회를 이기고 현대회에 나가자고 한다. 중학교 2학년이 된 다이고를 처음 봤을 때와 다른 모습이었다. 그때는 경기를 안 해서 그랬던 걸까. 다이고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경기 이기고 싶어하기는 했다. 이번에는 그런 마음을 드러낸 거구나. 다이고는 쉬는 날에도 연습하고 야구부 실력을 올리려 했는데 자신이 먼저 몸이 안 좋아졌다. 다이고는 잠시 아프고 나서야 자신이 서둘렀다는 걸 깨달았다. 다른 부원도 좀 달라졌다. 지금까지는 다이고가 연습 계획을 짰는데 자신들이 알아서 연습하겠다고 한다. 잠깐 삐걱거렸지만 좋게 흘러 갔다.

 

 여름대회는 첫회에 졌다. 3학년인 단바가 빠지고 후린중학교 야구부는 여덟 사람이 돼서 경기에 나갈 수 없었다. 가을대회도 있을 텐데. 그래도 단바가 와서 연습경기를 함께 했다. 그런 단바가 다쳐서 연습경기도 못하게 됐다. 다이고는 신입생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지금 학교에 다니는 사람 가운데 누가 없을까 한다. 1학년 치사토가 언니가 같은 학교에 다닌다고 말해서 다이고와 무츠코가 치사토 언니인 치요를 만나러 갔다. 치요는 키가 컸다. 그걸 본 다이고는 치요가 마음에 들었는데, 치요는 야구 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다이고는 다시 치요를 찾아가고, 치요한테 몸이 커서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그런 말을 하다니. 다이고를 찾으러 온 니시나가 그 말을 들었는지 여자한테 그런 말하면 안 된다고 한다. 그걸 치요가 들었다. 치요는 니시나한테 조금 관심을 가졌다.

 

 봄에 니시나와 함께 왔던 아이에서 하나가 야구부에 들어오려 했다. 다이고는 반겼지만 그 애는 좀 별로였다. 야구부를 우습게 본달까, 사람이 모자라니 자신이 와준다는 식이었다. 그런 애 야구 좋아하는 거 맞나. 니시나는 성실하게 연습하려고 하는데 그 애는 그런 니시나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누군가한테 잘 보이려는 거냐는 말도 했다. 다른 아이들하고도 좀 안 맞았다. 후린중학교 야구부 어떻게 되려나. 치요가 들어올 거다. 이번 책 맨 앞에 그림을 보면 여자아이 일곱이 있다. 공을 던지는 무츠코 뒤에 있는 아이에서 오른쪽 밑 안경 쓴 아이가 치요다. 치사토는 치요가 니시나한테 관심 가진 걸 알고 좋은 생각이 있다고 말한다.

 

 메이저 첫번째 것은 거의 만화영화로 만들었다. 이건 어떨까 했는데 다음해(2020) 4월부터 만화영화 한단다. 반가운 소식이다. 보게 되면 좋을 텐데 어떨지 모르겠다. 앞으로 후린중학교 야구부 더 나아질 것 같다. 중학생 시절은 1부 2부로 나뉜 것 같구나. 책이 오래 쉬었다 나와서 이런 느낌이 드는 건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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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길지라도 우리 내일은 - 신동엽 50주기 기념 신동엽문학상 역대 수상자 신작시집
고재종 외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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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엽이라 하면 사람들은 개그맨 신동엽을 가장 먼저 떠올릴까, 시인을 떠올릴까. 개그맨은 알아도 시인 신동엽은 아예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아니 잊어버렸을까. 신동엽 시인 하면 <껍데기는 가라>가 생각난다. 난 그걸 언제 알았을까. 고등학생 때인지 그 뒤인지. 무척 신기하게도 내가 시집과 책을 읽게 되고 한해쯤이 지나고 신동엽 시선집을 샀다. 신동엽 책은 그거 한권밖에 없다. 산 다음에 한번쯤 봤을 텐데. <껍데기는 가라>에는 사월과 동학이 나온다. 왜 내 기억속에는 동학만 있었을까. 동학을 말해서 신동엽이 옛날 시인 같은 느낌도 들었다. 신동엽은 1930년 충남 부여에서 나고 1959년에 시인이 되고 1969년에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예전에도 이런 거 봤을 텐데 다 잊어버렸다. 신동엽이 시를 쓴 기간은 열해다. 시는 그전부터 썼을까. 시뿐 아니라 다른 글도 썼겠다.

 

 시인 이름으로 주는 상도 많겠지. 김수영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이상도 있구나. 이상문학상은 단편소설에만 주던가. 신동엽문학상도 있다. 어쩐지 이 상은 그렇게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내가 잘 몰랐던 걸지도. 지난해 2018년이 38회였다. 예전에는 시 소설 상관없이 하나에만 줬는데, 제29회(2011)부터는 시집과 소설집에 주었다. 이 시집에는 신동엽문학상을 받은 시인이 쓴 시가 세편씩 실렸다. 모두 스물한사람이다. 2019년은 신동엽 시인이 죽고 쉰해가 된다. 벌써 그렇게 됐구나. 시집도 나오고 소설집도 나왔다. 그리고 《신동엽 시선집》과 《신동엽 산문전집》도 나왔다. 그 사람이 죽고 시간이 흘러도 글은 남아서 나중 사람도 그걸 볼 수 있구나. 신동엽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어서기도 하겠다. 지금 세상은 무척 빨리 흐르고 빨리 잊힌다. 그야말로 껍데기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이명박근혜 시절

국정원이 위법으로 관리한

문예예술인 249명 중점관리명단을 보았다

A, B, C 등급이 매겨져 있는데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A등급 스물네명에 내 이름이 올라 있었다

열심히 살아온 것을 인정해준

국정원이 고마웠다 B나 C였다면

난 국정원의 존립 이유와

그 파일의 신빙성을 믿지 못했을 것이다

 

-<자존심>, 송경동, 102쪽

 

 

 

이만원 삼만원짜리

동네 재래시장표 구두만 산다

큰맘 먹고 처음으로 백화점에서

거금 120만원을 들여

사 신었던 랜드로바

 

공교롭게도 사고 난 며칠 후

기륭전자 앞 포클레인 점거농성에 들어가

벗어두어야 했던 아까운 구두

농성 중 실족해 발뒤꿈치뼈가 부서져

다시 몇개월 병원 수납장에서

심심해야 했던 그 깜찍한 구두

퇴원해서도 한짝은 목발에

내주어야 했던 안타까운 구두

깁스 풀고 신을 만하니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지명수배 생활

슬리퍼에 발 내주고

민주노총 전국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사무실 한쪽에서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먼지만 쌓여가던 서글픈 구두

다시 부산구치소 영치함에

나와 함께 갇혀 지내야 했던 억울한 구두

보석 석방의 기쁨도 잠시

다시 녹색병원 병실 수납장에서

외롭게 나를 지켜주던 구두

 

언젠가 그 구두를 반짝반짝하게 닦아주고

산으로 들로 바다로 데려다주어야지 했지

낯설고 먼 나라 구경도 시켜주고 싶었지만

늘 또다른 투쟁 현장으로만 끌려다니다

빛 한번 제대로 못 보고

낡아버린 구두 한켤레

 

-<사랑하는 구두>, 송경동, 108쪽~109쪽

 

 

 

 예전 70, 80년대에는 심의라는 게 있었는데 그건 대중음악뿐 아니라 시나 소설에도 있었겠지. 시대가 뒤로 간 적도 있었구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도 있었다니. 송경동은 A, B, C 등급에서 자신이 A등급에 올라있는 걸 자랑스럽게 여겼다. 웃음이 나면서도 어쩐지 씁쓸하구나. 이제는 이런 거 없기를 바란다. 세상에는 비싼 구두 비싼 옷이 있겠지. 그런 걸 아무렇지 않게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그렇게 못한다. 송경동은 처음으로 백화점에서 비싼 구두를 샀는데 제대로 신지 못했다. 구두 샀을 때는 앞으로 신을 걸 생각하고 기뻐했겠지. 여러 일이 일어나서 못 신고 낡아버리다니. 지금은 구두 잘 신을까. 난 비싼 거 사면 아까워서 못 신을 것 같다. 이런 난 늘 싼 운동화만 신겠구나. 그래도 괜찮다.

 

 

 

장모 떠난 빈집

부추꽃 피었다

오래 베어 먹지 않아서

부추에 꽃이 피었다

 

장모가 무쳐주던 부추겉절이

알싸하게 입안 맴도는데

장모는 먼 길 떠나고

부추꽃만 남았다

 

헝클어진 텃밭 모서리

철없이 부추꽃은 피어

하얀 꽃이 노란 꽃밥 물고

늦가을 벌 나비 부르는데

 

빈집처럼 나는 외로워

마당 헤적이는 바람처럼 외로워

가슴속엔

하얀 별꽃이 진다

 

-<부추꽃>, 윤재철, 132쪽

 

 

 

 식물은 모두 꽃을 피운다. 우리가 먹는 채소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우린 꽃을 쉽게 볼 수 없다. 무 파 부추는 꽃이 피기 전에 먹는다. 부추꽃이 핀 건 언제까지고 내버려둬서다. 그걸 거둘 사람이 없어서. 시인 장모는 세상을 떠났으니. 슬프구나. 집도 비었나 보다. 사람이 살다 죽고 집이 비면 집도 쓸쓸하겠다. 부추꽃이 피고 늦가을 벌과 나비가 찾아와도. 쓸쓸한 풍경이다. 시인만 그런 풍경을 보는 건 아니다. 사람은 다 언젠가 누군가 떠난 빈 자리를 본다.

 

 스물한사람이 세편씩 썼는데 옮긴 건 얼마 안 된다. 시집 제목은 신동엽 시인이 쓴 시 제목이기도 하다. 그 시 제목은 ‘밤은 길지라도 우리 내일은 이길 것이다’다. 오늘 싸워야 괜찮은 내일을 맞이할 수 있을지도. 난 그저 밤이 길어도 아침이 온다고 생각하는구나. 난 나대로 살 수밖에. 누구나 혁명가가 될 수는 없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하면 된다. 그게 별거 아닐지라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도 혁명이라 했던가. 시나 글을 보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좀 낫겠지. 다는 못 봐도 조금은 볼 거다. 세상은 바로 좋아지지 않는다. 그래도 조금씩 나아진다고 믿고 싶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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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의 마법
무라야마 사키 지음, 김현화 옮김 / 직선과곡선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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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백화점이 어떤 곳인지 난 잘 모른다. 한번도 가 본 적 없다. 내가 사는 곳에는 백화점이 없다. 백화점과 비슷한 곳은 있던가. 그곳은 가게가 많이 모여 있다. 그런 곳도 거의 못 가 봤구나. 백화점은 어쩐지 뭐든 비쌀 것 같다. 이런 내 생각 틀렸을까. 한국에도 처음 생기고 오래된 백화점 있겠지. 그런 곳은 서울이나 수도권에 있을 것 같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고 좋은 기억이 많은 백화점은 있을지. 이 소설에 나오는 호시노 백화점은 가자하야 마을 서쪽 헤이와니시 상점가에 자리 잡았다. 헤이와니시 상점가는 전쟁을 겪은 사람이 만든 곳이다(헤이와는 평화平和구나). 그 중심에 호시노 백화점이 있다. 호시노 백화점은 1967년에 문을 열고 2017년에 쉰해가 됐다. 서민 백화점으로 가자하야 마을 사람한테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호시노 백화점은 문화공간 노릇도 했다. 가자하야 마을 사람은 주말에 부모와 아이가 백화점에 왔다. 방학에는 아이들끼리 다녔다. 옥상에는 놀이기구가 있었다. 지금은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곳이 많구나.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바뀐 지금 호시노 백화점은 기울었다. 이건 더 전부터 그랬구나. 그래도 백화점을 세운 호시노 세이이치는 백화점에서 일하는 사람을 생각하고 백화점에 찾아오는 손님을 생각했다. 호시노 세이이치는 여든이 넘고 몸이 아팠다. 앞으로 호시노 백화점은 살아 남을지. 어쩐지 백화점을 다시 살리려는 이야기처럼 말했다. 그런 일이 아주 없지 않지만 그것만 나오지 않는다. 백화점에서 일하는 사람과 백화점에 찾아온 손님 이야기가 담겼다. 그게 감동스럽고 따듯하다. 책을 보다보면 이런 백화점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꿈을 꾸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꿈을 꾸게도 만든다. 누군가는 백화점에서 일하는 사람을 마법사라고도 했다. 백화점을 다니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겠지. 이룰 수 없는 꿈을 꾼 아버지를 떠올리고 꿈꾸는 엄마를 그리는 사람. 엄마가 자신을 사랑했을까 한다. 호시노 백화점에서는 태어난 아이한테 곰인형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거기에는 아이 이름뿐 아니라 아이가 태어난 날 태어났을 때 몸무게도 수놓는다고 한다. 곰인형 무게가 아이가 태어났을 때 무게와 같던가. 아이가 태어났을 때 몸무게를 엄마가 기억한다면 아이를 사랑하는 거겠지. 그 엄마가 사고가 났는데 불에 많이 탄 곰인형은 돌아왔다. 호시노 백화점에서는 그걸 고칠 수 있다고 한다. 좋은 백화점이구나. 이런 모습은 다른 이야기에서도 몇번 본 것 같기도 하다. 가게 사람이 손님한테 마음을 다하면 그곳에 다시 오려고도 하겠지.

 

 모모타 제화점은 백화점에서 자리를 빌렸다. 그곳 주인 사키코는 어릴 때 가수가 되고 싶었다. 엄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서 그 꿈을 접고 엄마가 하려던 신발 가게 일을 맡았다. 사키코와 함께 노래 한 친구 안은 여전히 노래했다. 사키코는 오래전에 밴드 마지막 공연을 제대로 하지 못한 걸 아쉽게 여겼다. 할 수 있다면 꿈속에서라도 그 공연을 하고 제대로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 꿈은 이뤄진다, 꿈에서. 호시노 백화점에는 오드아이 흰 새끼 고양이가 마법을 쓴다는 이야기가 있다. 백화점에서 흰 새끼 고양이를 보면 바라는 일 하나를 들어준다고 했다. 여러 사람이 오드아이 흰 새끼 고양이를 만나고 바라는 일을 이뤘다. 흰 고양이가 정말 마법을 쓴 것일 수도 있고 사람이 바라는 마음이 커서 잘된 것일 수도 있겠지. 그래도 난 흰 새끼 고양이가 백화점 현관 스테인드글라스 안에서 나오고 사람들이 바라는 일을 이뤄줬다고 생각하고 싶다.

 

 어릴 때 어머니와 함께 호시노 백화점에 오던 사토 겐고는 지금 호시노 백화점에서 일한다. 사토 겐고는 어머니하고 둘만 살았는데 어느 날 어머니가 백화점에서 기다리라고 하고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사토 겐고는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고 다시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바람은 어떻게 됐을까. 사토 겐고는 어머니를 만난다. 어머니는 사토 겐고를 버린 걸 미안하게 생각해서 연락하지 않고 백화점에 몰래 와서 사토 겐고를 보고 갔다. 어머니는 사토 겐고가 호시노 백화점에서 일한다는 걸 알았다. 이제 어머니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머니가 참 외로웠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남은 시간 동안이라도 어머니가 사토 겐고와 즐겁게 지냈으면 한다.

 

 꿈을 접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걸 좋아하고 호시노 백화점 자료실에서 일하는 사오토메 이치카한테도 마법 같기도 기적 같기도 한 일이 일어난다. 이치카는 중학생 때 잡지 그림 대회에서 일등한 그림을 보고 좋아하고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치카도 그림을 그리고 냈는데 가작이었다. 일등한 사람은 이치카 그림을 보고 호시노 백화점에 와 보고 싶었고 그림을 그린 이치카도 만나고 싶었다고 한다. 그림만 보고 서로 같은 생각을 하다니. 이것도 기적이겠지.

 

 그동안 열심히 일한 부부는 이제 일을 그만두고 여유를 갖고 살려 했다. 가자하야 마을에서. 두 사람은 호시노 백화점과 인연이 있었다. 호시노 백화점에서 만났다. 두 사람을 호시노 백화점에서 일하는 사람도 알았다. 백화점 사람은 두 사람을 똑똑이와 복덩이라고 했다. 오래전 두 사람을 기억하고 다시 돌아온 모습을 보고 백화점 사람은 반겨주었다. 부부는 백화점 사람들이 자신들을 지켜본 걸 모른다. 아니 바로 몰랐다 해도 느꼈을지도. 이런 백화점은 오래 남아야 하지 않을까. 어쩐지 오래 남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느낌도 든다. 영원한 건 없다는 말이 나오니 말이다. 그래도 호시노 세이이치 손녀 유코가 백화점을 조금 살리지 않을까 싶다. 유코는 혼자가 아니다. 백화점에서 일하는 사람도 유코를 도울 거다.

 

 

 

희선

 

 

 

 

☆―

 

 “어른이 할 일은 어린이를 억지로 꿈에서 깨우는 게 아니야. 마법을 꿈꿨던 시절은 나중에 분명 행복한 기억이 될 거야. 괴로운 일이나 슬픈 일이 있을 때 기적을 믿었던 기억은 마음속 부적이 될 거야.”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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