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의 우산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한테는 써야 하는 것이 있을까. 쓰고 싶지만 쓸 수 없어서 오랫동안 붙잡고 있는 이야기. 가끔 그런 말을 하는 글을 봤다. 보통 사람은 어떨까. 나는 딱히 쓰고 싶지만 쓰지 못한 건 없다. 나는 그렇구나. 난 쓸거리가 떠오르기를 바란다. 쓰고 싶은 게 있는 게 더 낫겠다. 한동안 생각했던 건 벌써 썼다. 대충. 난 그냥 쓰는 사람이니 아주 잘 써야겠다는 마음은 없다. 그래서 잘못 읽히기도 하는 걸까. 나도 내가 빼놓는 게 많다는 거 안다. 그런 걸 더 생각하고 써야 하는데. 자꾸 쓰면 늘어지고 더 이상해질 것 같아서 안 쓴다. 사실은 게을러서. 어쩌면 글은 쓴 사람 마음대로 전해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끔 소설을 보고 글쓰기를 생각하기도 하는구나. 잘 써 보려고 해야겠다는 말은 잘 하지 않는다. 내가 그렇지. 그런 말을 하면 그렇게 되려고 애써야 하니 아예 말 안 한다. 이런 내가 답답할지도 모르겠다.

 

 황정은 소설 그렇게 많이 읽지는 않았다. 이번이 네번째인가 보다. 그래도 <d> 앞 이야기라 할 수 있는 <웃는 남자>는 만났다. <d>도 처음에는 ‘웃는 남자’였던 것 같은데. 단편 웃는 남자에서 남자는 자신을 방 안에 가뒀는데(그때는 도도였던가), 여기에서 d는 집 안에서 나온다. dd가 죽고 얼마 동안은 방에만 있었지만. 집을 나오고 d는 본래대로 돌아갔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건 자신을 방어하는 걸지도. 예전에 다른 사람이 쓴 글에서 여소녀를 보고 여자라 생각했는데 남자였다. 남자라고 해서 여성 중성 이름을 쓰지 못할 건 없기는 하다. d는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사람과 말을 잘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것보다 d한테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 나이 많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d가 레코드판 들을 것들을 사려고 했을 때 난 d가 고시원에 산다는 걸 잊었다. d가 그걸 고시원에 가지고 가서 들을 때 생각났다. d는 그곳에서 음악을 듣고 옆방 사람이 자신이 있다는 걸 안다고 느꼈다. 고시원에는 사람이 많지만 마주치지 않는다고 한다. 고시원만 그런 건 아니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도 다르지 않다.

 

 첫번째 소설 <d>는 d가 dd를 잃은 개인의 슬픔에서 많은 사람 슬픔으로 커진 듯하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광화문 광장 촛불 시위. 이건 다음 소설로 이으려고 넣은 걸까. 시간의 흐름, 예전과 많이 달라진 세운상가. 물건을 사는 사람은 여전히 있지만 거의 인터넷으로 산다. 세운상가는 그런 물건이 잠시 머물다 가는 창고가 되기도 했다. 다시 상가에 사람이 오게 하려 한다고 하지만 잘 될까. 예전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많은 게 바뀌었으니. d와 dd만 생각할 수 없는 이야기다. 제목은 <d>구나. 그렇다 해도 d한테 dd는 잊을 수 없는 사람이다.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을 생각하는 걸로 마음에 살게 하라 하지만 그 말 쉽지 않다. d는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아주 사라지는 것으로 여긴 것 같기도 한데, 나중에는 생각이 조금 바뀐 것 같기도 하다. 그냥 그런 느낌이 든다.

 

 다음 이야기는 <d>보다 조금 긴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다. 소설 제목은 이런데 말이 무척 많다. 지금까지 본 황정은 소설과 달라 보이기도 한다. 이건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한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를 말하니. 페미니즘도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잘못 본 건 아니겠지. <d>에도 dd와 d 엄마는 아들만 생각하는 부모 때문에 힘들었다. 여기에서 가장 처음 나온 건 1996년인가. 연세대에서 김소영(나)과 서수경이 만나고 스무해 동안 함께 살았다고 한다. 제2차 세계전쟁, 홀로코스트, 동성애, 1980년대, 세상에 절망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츠바이크와 아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그리고 광화문 광장 촛불 시위. 제18대 대통령 박근혜는 대통령에서 물러난다. 2017년 3월 10일에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걸 생각하는 걸지도. 여기에 무슨 뜻이 있는 걸까.

 

 세상은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고 조금씩 바뀌었다. 지금도 조금씩 바뀌고 있을 거다. 그렇다 해도 아직 여전한 것도 많다. 여자는 남자하고 결혼해야 한다 같은. 어느 시대를 살든 힘들기는 마찬가진데 윗세대는 아랫세대한테 뭐가 힘드냐고 한다. 윗세대는 전쟁이 없고 굶지 않으면 괜찮다고 여기겠지. 사람이 먹고 살기만 해도 되겠지만, 그렇게 되면 다른 것도 생각하지 않을까. 그게 좋은 거면 좋겠다. 지금 물질은 넉넉해졌을지 몰라도 마음은 굶주리지 않았나 싶다. 남녀차별은 여전하고 동성애자를 안 좋게 보는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밖에 가진 게 별로 없는 사람, 장애인보다 비장애인 중심인 세상. 김소영 아버지나 엄마는 자신이 불쌍하지 않느냐는 말을 했는데 왜 그런 말을 할까. 난 그런 말할 자식이 없어서 다행이구나. 자식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없지만. 세상은 비장애인이나 결혼한 사람 중심이다. 그것도 바뀌어야 할 텐데.

 

 모두가 만족하는 세상은 없겠구나. 그냥 안 보이는 데서 조용히 살아야겠다.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플란다스의 개 (양장) TV애니메이션 원화로 읽는 더모던 감성 클래식 1
위다 지음, 손인혜 옮김 / 더모던 / 2019년 5월
평점 :
일시품절


 

 

 일본에서는 오래전에 쓰인 소설로 만화영화를 많이 만들었다. 어릴 때 만화영화 볼 때는 그게 일본에서 만든 건지 몰랐다. 디즈니 만화영화도 했지만. <플란다스의 개>도 어릴 때 봤는데 그때는 잘 몰랐고, 마지막에 넬로와 파트라슈가 죽었을 때 그렇게 슬프지 않았다. 그때 난 몇 살이었는지……. 이 만화영화는 시간이 흐르고 EBS에서 할 때 한번 더 봤다. 그때는 왜 그렇게 슬픈지. 많이 어릴 때는 내가 감정을 잘 몰랐나 보다. 나이를 조금 먹고 그걸 알게 되다니. 넬로네 할아버지가 아파서 집에 누워 있기만 하는 것뿐 아니라 넬로와 파트라슈가 우유 배달하는 게 안돼 보였다. 넬로는 그걸 힘들게 여기지 않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다니. 책은 별로 두껍지 않은데 만화영화는 길게 만들었구나. 보면 슬프겠지만 한번 더 보고 싶다. 예전에 제대로 못 봐서.

 

 책 제목은 만화영화 제목과 같게 ‘플란다스의 개’라 했지만, 플랑드르 지방이고 책속에서는 영어 발음으로 플랜더스라 했다. 넬로나 알루아도 참 어색하다. 네로와 아로아로 알았는데. 예전에 만화영화 할 때 제대로 발음을 썼다면 좋았을걸. 플랜더스보다 플랑드르라고 하는 게 낫겠다. 《빨강머리 앤》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썼다는 거 나중에라도 알았는데 이 소설은 작가 이름 몰랐다. 나와는 다르게 작가 이름 알았던 사람도 많겠구나. 예전에 이 책을 볼 수도 있었는데 그 기회를 놓쳤다. 그러고 보니 그때 소설이 원작이라는 걸 알았구나. 이제라도 책 봤으니 괜찮은 거 아닌가 싶다.

 

 넬로 할아버지 요한 다스는 여든살에 두살 배기 넬로와 살게 됐다. 만화영화 봤을 때 넬로 할아버지 나이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 그뿐 아니라 알루아 아버지가 넬로와 알루아를 만나지 못하게 한 건 넬로가 열다섯살 때였다. 만화영화는 훨씬 어려 보이는데. 만화영화 볼 때 알루아 아빠가 왜 그러나 했던 것 같다. 소설을 보고 그때 의문을 풀었구나. 예전에는 알루아 아빠가 넬로가 가난해서 알루아와 만나지 못하게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난 알루아 아빠가 꼭 그렇게 해야 했을까 싶다. 지금과 그때는 다르겠지만 그때도 그림 그리고 잘사는 사람 있었을 텐데. 넬로는 무척 가난했다. 그림 그릴 걸 살 돈이 없어서 먹을 걸 못 먹기도 했다. 할아버지는 넬로가 얼마 안 되는 땅이라도 갖고 평범하게 살기를 바랐다. 넬로가 자기 꿈을 말할 수 있는 건 언제나 넬로와 함께 있는 파트라슈와 친구인 알루아뿐이었다. 넬로한테 파트라슈와 알루아가 있어서 다행이다.

 

 가난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못한다 해도 넬로는 착했다. 방앗간에 불이 나자 알루아 아빠는 기회라는 듯 넬로가 방앗간에 불을 질렀다고 한다. 넬로는 그 말에 아무 말도 못했다. 부자인 알루아 아빠가 넬로를 안 좋게 말하자 마을 사람도 넬로를 모르는 척했다. 가난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 마음을 안다지만 때로 가난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을 자기보다 밑으로 끌어내리기도 한다. 그걸 사람이 약해서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마을 사람은 넬로가 방앗간에 불을 지르지 않았다는 걸 알면서도 알루아 아빠를 거스르려 하지 않았다. 넬로는 그림대회에서 1등 하면 사람들이 자신을 다시 보리라고 생각한다. 넬로한테 좋은 일이 있기를 바랐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죽고 희망도 깨지고 넬로는 밀린 집세 때문에 집을 비워줘야 했다. 착한 사람한테는 왜 더 안 좋은 일만 일어나는 건지. 넬로는 배고픔과 추위에 떨면서도 길에서 주운 알루아 아빠 지갑을 돌려준다.

 

 앞에서 벌써 말했듯 넬로와 파트라슈는 함께 얼어죽는다. 넬로는 파트라슈만이라도 알루아 집에서 잘 살기를 바랐는데 파트라슈는 넬로를 찾아간다. 넬로가 혼자가 아니어서 다행이구나. 넬로는 죽기 전에 보고 싶은 그림을 본다. 그것도 돈이 없어서 못 봤는데, 좀 더 빨리 화가가 넬로 그림을 알아보고 알루아 아빠가 넬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좋았을 텐데. 끝은 슬퍼도 넬로와 파트라슈 우정은 보는 사람 마음을 따스하게 한다. 가난하다고 꿈을 가지면 안 될까. 그건 아니겠지.

 

 

 

희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20-01-13 2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난할 때 꿈이라도 있으면 가난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어요. 꿈을 생각하는 동안은 자신이 가난하다는 사실도 잊게 되지요.
플란다스의 개는 오래전 티브이를 통해 만화영화로 봤는데 단순한 스토리인 것 같아도 감동적인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눈물을 흘리며 본 적도 있어요.
소녀 감성이고 싶어서였는지? 빨간머리 앤을 오디오북으로 어제 구입했어요. 에이번리 이야기 편입니다. 들어 보고 좋다 싶으면 종이책으로도 살 생각입니다. ㅋ플란다스의 개도 새로운 느낌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희선 2020-01-14 01:36   좋아요 0 | URL
아무것도 없다 해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게 자신한테 힘이 되겠지요 네로한테는 재능이 있었는데, 그래도 그림을 그리고 꿈을 꿀 때는 즐거웠을 거예요 할아버지와 아로아 그리고 파트라슈도 있었으니... 네로를 좋아하고 믿었네요 네로 그림을 조금만 빨리 알아봤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소설에서는 슬프게 끝났지만 현실은 달랐으면 좋겠습니다

앤은 언제 만나도 반갑지요 다음 이야기는 앤이 에이번리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일어나는 일이군요 오디오북으로 들어도 재미있겠습니다


희선
 
철도의 세계사 - 철도는 어떻게 세상을 바꿔놓았나
크리스티안 월마 지음, 배현 옮김 / 다시봄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은 기차뿐 아니라 차에 비행기도 있다. 배를 타고 멀리까지 가야 할 때도 있었구나. 아주 먼 곳은 어려워도 그리 멀지 않은 섬 사이에는 다리를 놓아서 배를 타지 않고도 다른 섬에 갈 수 있게 됐다. 이제 배는 교통수단으로 거의 이용하지 않게 되지 않았나 싶다. 여전히 배로만 가야 하는 곳도 있겠지만. 아주 먼 곳에 갈 때는 사고가 난 적도 있겠지. 21세기인 2014년에도 참사가 일어났구나.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었는데. 그 일은 역사에 남겠구나. 좋은 일이 역사에 남는 게 좋을 텐데. 이제는 배를 타고 가야 하는 곳 그렇게 많지 않겠지. 내가 사는 곳도 예전에는 기차를 타려면 배를 타고 가야 했다. 배는 20분 걸렸다. 아니 15분이었나. 오래돼서 잊어버렸다. 이젠 다른 곳에 가서 기차를 타지 않아도 된다. 그전에 다리가 생겨서 차가 다니게 되고는 배 타는 사람이 줄었구나.

 

 어렸을 때는 가끔 기차 타고 친척집에도 갔는데 기차 안 타 본 지 꽤 오래됐다. 새 역에는 아직도 못 가 봤다. 이젠 새 역이라 말하기 어려울 텐데. 한번도 안 가 본 나한테는 아직도 새 역이구나. 기차에서 빠른 건 못 타 봤다. 기차는 비둘기호 통일호 무궁화호 새마을호가 있었다. 지금은 비둘기호 통일호가 없다. 무궁화호는 있는 것 같은데 새마을호는 어떻게 됐는지. 이제는 그것보다 더 빠른 기차가 생겼다. KTX. 이것도 한번도 못 타 봤는데 내가 사는 곳에는 다니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기차와 가까웠던 적도 있는데 지금은 아주 멀구나. 기차뿐 아니라 다른 차도 거의 안 탄다. 멀리에 갈 일이 없고 가고 싶지 않기도 하다. 내가 사는 동안에도 여러 가지 바뀌었구나. 산업혁명 뒤 세상이 바뀌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겠지. 지금도 바뀌고 있겠다.

 

 과학이 발달하고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세상이 빨리 바뀌었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이 빨라진 것에 철도가 들어간다는 건 생각하지 못했다(이건 과학과 상관있겠다). 철도가 자동차보다 먼저 개발된 건 길 때문이었다. 1800년대에 자동차가 다닐 길은 그리 좋지 않았다. 지금 세상을 보면 19세기나 20세기초를 떠올리기 어렵다. 평소에 그런 걸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다. 이 책을 쓴 사람은 생각했겠다. 책을 보는 사람도 그걸 보면서 옛날 모습을 조금 생각하겠다. 산업혁명을 그저 어렴풋이 아는데 영국에서 먼저 일어나고 온 세계로 퍼지지 않았나 싶다. 철도도 영국에서 먼저 놓았다. 그전에도 선로를 이용했지만 철로된 커다란 차를 달리게 한 건 영국이 먼저고 영국은 증기 기관차를 여러 나라로 수출했다. 영국은 그걸로 돈을 많이 벌었겠구나.

 

 19세기초에 나타난 철도는 사람 세상을 많이 바꾸었다. 신선한 채소와 음식을 먹게 되고 먼 곳까지 가게 되었다. 처음 기차를 본 사람은 저게 움직일까 하지 않았을까. 지금 사람은 처음부터 있었으니 신기하게 생각하지 않겠다. 영화나 만화를 보면 증기 기관차에 석탄을 넣었는데 처음에는 나무를 땠나보다. 석탄은 나중에 나왔던가. 처음에 기차는 화물을 실어날랐는데 곧 사람이 많이 이용하게 됐다. 한 지역에만 살던 사람이 자신이 사는 곳을 떠나게 되고 운동 경기를 보게 됐다. 많은 사람이 함께 운동 경기를 보러 가려고 기차를 탔다. 그런 기차를 운행했을까. 옛날부터 행사가 있었구나. 다른 행사가 있을 때도 많은 사람이 기차를 탔다. 기차가 비싸지 않다 해도 처음에는 부자가 더 많이 탔겠지. 미국은 흑인이 타기에 안 좋았고 인도에는 계급 때문에 차별이 있고 백인은 인도 사람을 다 차별했다. 철도와 산업은 함께 자라지 않았나 싶다. 영국 유럽 사람이 쓰는 것 때문에 인도에 철도를 놓았다.

 

 다리는 섬과 섬을 이어주는데 철도는 나라와 나라를 이어주고 한나라가 되게 했다. 철도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미합중국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엄청나게 넓은 미국 땅에 철도를 놓는 건 쉽지 않았을 듯하다. 미국은 미국 방식으로 했다. 어느 나라든 철도 공사를 한 사람이 있다. 그걸 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가난한 사람 이민자 노예 죄수.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죄수한테 일을 시켰다. 19세기초에는 사고보다 전염병으로 죽는 사람이 더 많았다. 기차가 달리는 철도 밑에는 많은 사람 시체가 있구나. 지금 사람은 죽은 사람을 밟고 산다. 그런 걸 자주 생각하지 않지만. 예전 사람들은 철도 사고는 크게 여겼지만, 일하는 사람이 죽는 건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철도 사업에는 사기꾼 투기꾼도 많았다. 할아버지가 철도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오르한 파묵이 생각난다.

 

 새롭고 빠르다고 누구나 좋아하지는 않겠지. 시골에 철도가 놓이는 걸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는 좋게 여기지 않았다. 문학에 철도가 나오고 그림도 그렸다. 철도가 기근을 없앴지만 전염병을 빠르게 퍼지게 했다. 지금은 비행기 때문에 더 빨라졌다. 기차가 떠나는 시간은 정해져 있었지만 도착하는 건 많이 늦었다. 오르막을 오를 때는 사람들이 내려서 밀거나 탈선하면 다시 돌려두기도 했다. 한국은 철도가 그리 길지 않아서 쓰기 어렵지만 철도가 길고 복잡한 곳은 추리 소설에서 철도 시간을 이용한 속임수를 썼다. 철도는 기업이 나타나게 하고 유럽 국경을 이었다. 철도 궤간이 다르기도 했지만 표준을 정하고 그걸 쓰는 곳이 많았다. 표준으로 하지 않아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 괜찮았던 곳도 있다.

 

 철도는 전쟁에도 이용됐다. 많은 병력과 군수품을 옮겼다. 전쟁에는 그런 거 무척 중요하다. 오래전에 말이나 소가 식량을 실은 수레를 끌었을 때 그 길을 끊으면 상대는 졌다. 제1차 세계전쟁 때는 철도를 임시로 놓거나 부수기도 했다. 제2차 세계전쟁 때는 홀로코스트에 이용됐다. 많은 사람을 수용소로 옮겼다. 시베리아 수용소에 보낼 때도 기차에 태웠던 것 같다. 한국전쟁 때 많은 사람이 기차를 타고 피난했다. 피난에만 이용하지 않았겠구나. 제1차 세계전쟁과 제2차 세계전쟁 사이에 증기 기관차 이용이 줄었다. 느려서였겠지. 철도는 다른 운송수단과 경쟁해야 했다. 자동차와 비행기. 철도를 이용하는 사람이 줄다가 석유 파동이 일어나고 조금 달라진다. 석탄이나 석유는 영원하지 않다. 석탄은 이제 거의 안 나오던가. 자동차가 아주 많아져서 길은 자주 막힌다. 예전에 명절에 친척집에 갈 때 기차 타고 가서 시간이 그렇게 많이 걸리지 않았다. 차를 타고 가는 사람은 엄청 오래 걸렸다. 지금은 고속철도 시대다. 철도 때문에 자연이 파괴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철도가 환경에 더 좋다. 안전하기도 하다. 철도가 생긴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사고가 자주 일어났다. 그런 일이 있었기에 많이 고치고 안전해졌다.

 

 아주 먼 거리를 기차를 타고 가는 기분 어떨까. 한국에서는 그럴 수 없다. 북한과 통일하면 중국 러시아로 기차 타고 갈 수 있겠지. 중국을 넘을 수도 있겠구나. 기차가 편안해야 오래 탈 텐데. 시베리아를 가로지르는 기차는 그렇게 편하지 않다고 한다. 앞으로 달라질 수 있겠지. 침대차가 아주 안 좋았을 때도 있었으니. 여성은 생각하지 않기도 했다. 아주 편하지 않아도 옛날 사람은 기차를 탔다. 앞으로도 철도가 살아 남았으면 한다.

 

 

 

희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20-01-11 0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저는 기차와 기차역을 좋아해요. 기차역을 더 좋아하지요. 해질 무렵 혹은 아침이 열렸을 때의 기차역을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롭스크역까지만 타 본 적이 있는데 꽤 좋았어요. 13시간 정도 걸리는데 창밖이 점점 어두워지며 놀이 붉어지는 풍경과 여명이 밝아오던 광경이 기억에 남아 있답니다. 언젠간 다시 다른 구간으로 타보려구요. 블라디보스토크역이 2015년에 코레일과 협약을 맺었더군요. 역에 그 증표가 붙어있어 반가웠어요. 언젠간 서울역에서 블라디역으로 기차가 가겠지요. 좋은 리뷰 잘 읽었어요 ^^

희선 2020-01-13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라디오 방송에 러시아에서 귀화한 사람이 나왔어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 보셨군요 지금도 그때 일이 떠오를 듯합니다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롭스크 들어본 적만 있네요 밤이 가고 날이 밝아오는 모습을 기차 안에서 보는 것도 멋지겠습니다 한주 이상 걸리는 곳도 있다고 하더군요 거기는 좀 힘들 듯하지만... 블라디보스토크 역이 코레일하고 협약을 맺었군요 저는 그런 것도 몰랐습니다 지금 바로는 어렵겠지만 언젠가 서울에서 러시아로 가는 기차가 생긴다면 좋겠네요 기차역은 어딘가로 가는 사람과 어딘가에 갔다 돌아오는 사람으로 붐비겠습니다 비행기가 있다 해도 여전히 기차 타고 다니는 사람 많겠지요


희선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19
박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집은 일찍 사두었는데 바로 만나지 못하고 이제야 봤습니다. 박준 첫번째 시집은 2012년에 나왔는데 두번째 시집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군요. 그동안 박준이 시를 안 쓴 건 아니겠지만, 첫번째 시집은 나오고 시간이 좀 지난 뒤에 알았는데 두번째 시집은 나오는 거 바로 알았습니다. 저는 시집이 나온다고 했을 때 알았지만, 나오기 전부터 나온다는 걸 안 사람도 있었겠습니다. 박준 시집이 나오길 기다린 사람이 그랬겠습니다. 저는 나오면 볼까,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온도가 그리 높지 않은 마음이군요. 많은 것에 그런 반응입니다. 어쩌다 한번 조금 들뜨기도 하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 가지 않습니다. 그게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니, 덜 기대하기. 이런 말하는 것 자체가 아직 기대하는 마음이 있다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그런 마음이 없다면 아무 말도 안 할 테니.

 

 제가 시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지. 괜찮게 생각합니다. 예전에도 한번 한 말인데 제가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시도 가끔 봤어요. 알고 본 건 아니고 그냥, 잘 몰라도 느낌이 좋았습니다. 아쉽게도 시를 만나지 않은 시간도 있었어요. 그런 시간 없이 줄곧 봤다면 나았을지. 그건 모르겠군요. 예전보다 지금 제가 책을, 시를 잘 읽는다고 말하기 어려우니(이 말도 여러 번 했군요). 전 시는 언제 누가 보든 괜찮다고 생각해요. 나이 성별을 떠나서. 제가 살았을 때 어느 정도나 시를 만나고 책을 볼 수 있을지. 여전히 많이 보고 싶은 마음과 천천히 깊이 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이 왔다 갔다 합니다. 잘 모르고 시간이 흐른 다음에 잊는다 해도 책 보는 게 낫겠지요. 그 안에 시가 있다면 더 괜찮을 듯합니다.

 

 한국말로 시를 쓴 지 일백년쯤이 되었군요. 이런 건 거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시는 늘 있었다 생각한 건 아닌지. 조선시대에는 한시를 썼겠습니다. 한글은 진작부터 있었는데.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조선시대에도 한글로 쓴 시 있지 않았을까요. 황진이 생각나는군요. 조선시대에 한글로 쓴 소설도 있었습니다. 한국 사람은 지금도 시를 좋아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70, 80년대에 더 많이 좋아했다는 말도 있지만, 70, 80년대는 시대가 그랬으니. 일제강점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한글을 마음대로 쓰지 못할 때 시인은 한글로 시를 썼습니다. 그때 시는 공부 시간에 배워서 어렵게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 주제 상징 은유, 이밖에 어떤 말이 있던가요. 다 잊어버렸네요. 학교 다닐 때라고 그런 걸 잘 알았던 건 아니군요. 시 이론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시를 느끼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인이 이론대로 시를 쓰지도 않겠지요. 그저 말하고 싶은 걸 말하고 보여주고 싶은 걸 쓸 거예요.

 

 

 

올해 두 살 된 단비는

첫배에 새끼 여섯을 낳았다

 

딸이 넷이었고

아들이 둘이었다

 

한 마리는 인천으로

한 마리는 모래내로

한 마리는 또 천안으로

 

그렇게 가도

내색이 없다가

 

마지막 새끼를

보낸 날부터

 

단비는 집 안 곳곳을

쉬지 않고 뛰어다녔다

 

밤이면

마당에서 길게 울었고

 

새벽이면

올해 예순아홉 된 아버지와

 

멀리 방죽까지 나가

함께 울고 돌아왔다

 

-<단비>, 36쪽~37쪽

 

 

 

 앞에 옮겨 쓴 시에서 단비는 개겠지요. 개라고 자식을 생각하지 않을까요. 사람과 살아서 개는 일찍부터 새끼와 떨어지는군요. 어미와 떨어진 새끼는 다른 집에 가서 밤새워 울 듯합니다. 그래도 동물은 어릴 때 어미와 떨어져도 씩씩하게 삽니다. 사람은 나이를 먹어도 좀처럼 부모 곁을 떠나지 못하고 부모도 언제까지나 자식을 걱정하지요. 그런 마음 애틋하게 보면 좀 낫겠습니다.

 

 

 

그곳 아이들은

한번 울기 시작하면

 

제 몸통보다 더 큰

울음을 낸다고 했습니다

 

사내들은

아침부터 취해 있고

 

평상과 학교와

공장과 광장에도

빛이 내려

 

이어진 길마다

검다고도 했습니다

 

내가 처음 적은 답장에는

갱도에서 죽은 광부들

이야기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들은 주로

질식사나 아사가 아니라

터져 나온 수맥에 익사를 합니다

 

하지만 나는 곧

그 종이를 구겨버리고는

 

이 글이 당신에게 닿을 때쯤이면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고

시작하는 편지를 새로 적었습니다

 

-<장마 - 태백에서 보내는 편지>, 48쪽~49쪽

 

 

 

 이 시집 제목이 담긴 시예요. 누군가한테는 아픈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2019년 다른 해와 다르지 않게 함께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고 장마를 맞겠지 했는데 그러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소식과 갑작스러운 일. 2019년이 저만 슬픈 해는 아니었겠군요. 해마다 다른 곳에서 아프고 슬픈 일을 만나는 사람 많을 듯합니다. 그저 만나고 헤어지는 것도 슬픈데. 더 볼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거 더 슬픕니다. 별 말 하지 않는다 해도. 나이를 먹는 건 슬픔을 안고 그것과 함께 사는 거군요. 어릴 때는 막연히 생각했던 건데. 박준은 저보다 더 일찍 그런 일을 겪었군요. 이 시집에도 그런 마음을 나타낸 시가 보입니다. 그것이 맞는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흐르는 건 막을 수 없겠습니다. 거기에 휩쓸려 다 흘려보내지 않아야 할 텐데.

 

 

 

게들은 내장부터 차가워진다

 

마을에서는 잡은 게를 바로 먹지 않고

맑은 물에 가둬 먹이를 주어가며

닷새며 열흘을 더 길러 살을 불린다

 

아이는 심부름길에 몰래

게를 꺼내 강물에 풀어준다

 

찬 배를 부여잡고

화장실에 가는 한밤에도

 

낮에 마주친 게들이 떠올라

한두 마리 더 집어들고 강으로 간다

 

-<천변 아이>, 73쪽

 

 

 

 배가 고파도 아이는 게를 불쌍하게 여겼군요. 어릴 때는 그러지요. 그런 마음이 자라서도 사라지지 않으면 좋을 텐데. 모든 먹을거리한테 고맙다고 해야겠습니다. 식물, 동물 다. 욕심내지 않고 딱 자신한테 있어야 하는 만큼만.

 

 저도 몰랐는데 박준을 문학계 아이돌이라고도 하더군요. 재미있는 말입니다. 시인에도 그런 사람 있어도 괜찮겠지요. 예전에도 그런 시인 소설가가 없지 않았겠습니다. 여기에는 한철만 담기지 않았어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말합니다. 지금만 말하지 않습니다. 이건 신형철이 쓴 해설을 보고 그렇구나 했습니다. 지나간 날이라 해도 사라지지 않고 지금 찾아오기도 한다는. 예전에는 몰랐던 걸 시간이 흐른 뒤에 깨닫기도 하잖아요. 지금 일은 언젠가 나중에 다가오기도 하겠습니다. 기억과도 같군요. 어떤 시간은 그곳에 남아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흐르는 건 멈출 수 없다 했는데 꼭 그렇지도 않겠네요.

 

 

 

희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0-01-07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08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력의 태동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해 전에 《라플라스의 마녀》를 만났는데, 이건 그것보다 앞에 이야기다. 《매스커레이드 호텔》도 나중에 앞에 이야기를 쓰더니 이것도 그랬다. 앞으로 우하라 마도카가 나오는 이야기 또 나올까. 그건 기다려봐야 알겠구나. 이번에 나온 마도카를 보니 조금 부러웠다. 무엇이 부러웠느냐면 마도카는 별거 아닌 일에 마음 안 쓸 것처럼 보였다. 난 지금도 별거 아닌 일 크게 생각하고 걱정해도 좋아지지 않을 일을 걱정한다. 그러고 싶지 않지만 안 되는 걸 어쩌란 말인가. 누구나 앞으로 일어날 일은 잘 모른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확하게 몰라도 어떤 일을 되풀이해서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안다. 그렇다고 많이 달라지지는 않던가. 날마다 먼지를 털지 않으면 쌓이고, 이건 아주 기초구나. 자기 전에 이를 닦지 않으면 이가 썩기도 하고 몸에 안 좋은 음식을 먹으면 건강이 안 좋아진다. 몸에 안 좋은 것뿐 아니라 괜찮은 것도 많이 먹으면 몸에 안 좋다. 이런 건 살면서 얻는 지혤까. 물리와는 상관없을지.

 

 마도카가 어떤 아이인지 여기에는 자세하게 나오지 않는다. 아버지가 뇌신경외과 의사고 엄마는 토네이도 때문에 죽었다는 것밖에. 다른 사람은 신비한 아이로 본다. 《라플라스의 마녀》에는 자세하게 나왔을 텐데 잊어버렸다. 그저 뇌가 다른 사람과 다르고 그것 때문에 어떤 걸 보기만 해도 안다는 것만 생각난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물리로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듯하다. 그 계산을 아주 빠르게 하면 앞으로 일어날 일도 알 수 있다. 마도카가 그렇다고 봐야겠구나. 이런 사람이 마도카 하나뿐일까. 마지막 이야기에 다른 사람이 하나 나온다. 마도카가 찾는 사람이 그 사람일지도. 그러고 보니 《라플라스의 마녀》에서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 알아맞혔던 것 같다. 실제로도 그렇게 아는 사람 있을까. 사람 행동은 심리학으로 다가가서 볼 수도 있겠다. 어딘가에서는 바람을 잘 읽는 모습을 보기도 했는데, 그건 자연을 몸으로 느끼는 거겠지. 그것도 깊이 보면 뇌와 상관있겠다.

 

 이번 이야기 어쩐지 따듯한 느낌이 든다. 운동하는 사람과 앞이 보이지 않는 피아니스트면서 작곡가 마음을 낫게 하기도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운동 이야기도 썼다. 과학과 운동은 가깝다. 운동하는 사람한테 침을 놔주는 구도 나유타가 나오는 건 뜻밖일까(옮긴 사람이 그런 말을 해서). 운동을 하고 나면 마사지 받고 근육을 풀어줄 것 같기는 하다. 나유타는 운동 하고 아픈 사람한테 침을 놔주었다. 몸도 안 좋고 나이도 먹은 스키 점프 선수는 한번만 뛰고 그만두려 했다. 첫날 두번째 기록이 안 좋아서 둘째날에는 아예 안 뛰려 했다. 마도카는 자신이 신호를 보내면 뛰라고 한다. 첫번째 기록은 아주 좋았다. 두번째는 다른 사람과 거의 같은 조건이어서 마도카는 스키 점프 선수 아내한테 신호를 보내라 한다. 바람을 잘 읽고 좋은 때 뛰어야만 기록이 잘 나올까. 실력도 있어야 하고 더 중요한 건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아닐까. 스키 점프 선수는 실력과 잘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마지막에 뛰었다.

 

 야구 선수도 나온다. 너클볼을 못 받게 된 포수. 마도카와 투수 그리고 나유타는 포수가 공을 받을 수 있게 돕는다. 그것도 다른 사람이 도와준다고 잘 되는 건 아닐 거다. 경기에서 실수하고 자신을 잃었던 포수는 다시 자신을 갖는다. 세번째에서는 나유타가 다닌 학교 선생님 마음을 풀어준다. 부모는 자식이 위험에 놓였을 때 구하지 못하면 죄책감을 느끼겠지. 죄책감을 느껴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데. 지금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사람이 바로 그러지 못하는 걸 아쉬워하지 않고 지금과 앞으로를 생각하면 얼마나 좋을까. 피아니스트면서 작곡가인 아사히나 잇세이한테 소중한 사람인 오무라 이사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듯했다. 아사히나는 자신 때문에 오무라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아닐까 한다. 나유타와 마도카는 오무라 이사무가 어쩌다가 죽었는지 밝혀낸다. 오무라는 아사히나한테 영감을 줄 자연의 소리를 녹음하러 산에 갔다가 갑자기 분 바람 때문에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 나유타는 그저 마도카를 지켜보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람인가 했는데 나유타한테도 마음속에 응어리가 있었다. 나유타는 마도카를 만나고 그걸 풀게 된 걸까.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됐다고 해야겠다.

 

 마지막 이야기는 ‘라플라스의 마녀’에 나오는 사람이 나온다. 그 사람들 이름은 잊어버렸는데, 마도카는 잊지 않았구나. 황화수소 가스 때문에 죽은 식구 이야기는 안타깝다. 눈이 많이 쌓이지 않거나 여관 사람이 더 조심하라고 말했다면 좋았을 텐데. 라플라스의 마녀는 황화수소 가스로 죽은 사람 이야기로 시작한다. 황화수소가 고여서 위험한 곳도 있지만 그게 더 많이 나오는 때를 안다면 어떨까. 남보다 뛰어난 사람은 그걸 좋은 일에 쓰고 둘레 사람도 그 사람을 안 좋은 일에 이용하지 않기를 바란다.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