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도비라코와 신기한 손님들
미카미 엔
두해전(2017)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은 7권으로 끝났는데, 한해 지난 2018년에 또 나왔다. 책은 한해가 지나고 나왔는데 책속 시간은 일곱해가 흘렀다. 7권속 시간은 2011년이었고 2018년에 나온 건 2018년으로 맞추었다. 앞에 게 한두 권으로 끝나지 않아서 책 나오는 데 걸린 시간과 책속 시간이 맞지 않았다. 앞으로는 어떨까. 한해가 지나면 책속도 시간이 그렇게 흐를지 조금만 흐를지. 그건 다음 권을 봐야 알겠다(다음 권 나올까). 시오리코와 다이스케는 사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했다. 그리고 딸이 생겼다. 시오리코와 아주 많이 닮은. 그러면 삼대가 거의 같은 얼굴이라는 건가. 시오리코 엄마 지에코와 시오리코 그리고 도비라코. 그런 설정은 거의 만화에서 봤는데. 소설이라고 못 쓸 건 없고 실제로 삼대가 많이 닮을 수도 있겠지.
비블리아 고서당은 헌책이나 오래된 책을 사고 파는 곳으로 주인은 시노카와 시오리코다. 시오리코 할아버지에서 아버지 그리고 시오리코로 이어졌다. 처음에 고우라 다이스케는 비블리아 고서당에 외할머니 책 《소세키 전집》을 가지고 가서 외할머니 비밀을 알게 된다. 그때 일자리를 찾던 다이스케는 비블리아 고서당에서 일하기로 한다. 다이스케는 시오리코를 고등학생 때 보고 말 한마디 못한 걸 아쉬워했는데 시간이 흐르고 다시 만나고 함께 일하게 됐다. 다이스케는 어릴 때 겪은 일 때문에 책을 오래 볼 수 없었고, 시오리코는 누군가한테 책 이야기를 하면 좀처럼 멈추지 못했다. 책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과 책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이 만난 거다. 시오리코는 책 이야기는 막힘없이 잘 했지만 사람 대하는 건 잘 못했다. 한가지라도 잘 알고 말하는 게 어딘가 싶다. 난 하나도 없다. 잘 아는 것도 말을 잘 하는 것도.
두 사람 시오리코와 다이스케가 결혼하리라는 건 알았는데 그 뒤 바로 한 걸로 하다니. 하긴 딸인 도비라코가 좀 어리면 안 되니 그랬겠다. 다섯살보다는 여섯살이 말을 더 잘 알아듣겠지. 한국 나이로 하면 일곱살이겠다. 시오리코는 딸인 도비라코가 자기랑 비슷해지면 어쩌나 조금 걱정하는 듯했다. 여러 가지 문을 열어보라는 뜻으로 도비라코(扉子)라 이름 지었다. 그건 책뿐 아니라 사람도 들어간 거겠지. 앞에서 말했듯 도비라코는 여섯살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책이 자기 친구라 했다. 난 그런 도비라코 부러웠다. 시오리코도 마찬가지였겠지만 도비라코는 났을 때부터 책에 둘러 싸였다. 책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둘레에 책이 많아도 별로 관심 갖지 않은 시오리코 동생 아야카도 있지만. 그런 사람은 적을 거다.
여기 담긴 이야기는 지금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다이스케가 일하다 어딘가에 둔 책을 시오리코가 찾으면서 도비라코한테 해주는 이야기다. 다이스케는 자신이 가지고 다니던 책을 도비라코가 보지 않기를 바랐다. 지금은 다른 데 가서 그걸 찾을 수 없었다. 시오리코는 그걸 알고 도비라코가 그 책보다 다른 데 마음이 가게 하려고 책에 얽힌 이야기를 한다. 앞으로도 이렇게 한다면 다음에 한해가 지났다고 해도 그렇게 이상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늘 이럴지 그건 알 수 없구나. 오래된 책은 그 안에 담긴 이야기 말고도 책 자체에 이야기가 있기도 하다. 이건 사람 손에서 손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책에 얽힌 기억, 난 그런 거 없다.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어떤 책 한권을 소중하게 여기거나 책과 얽힌 일이 있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겠다. 아니 꼭 그렇지만도 않을지도. 오래되고 비싼 책은 사람의 욕심을 부르기도 한다. 마지막 이야기가 그랬다. 남을 속이지 않고 성실하게 일한다면 다른 사람 탓은 하지 않을 텐데.
어렸을 때 작은아버지를 오해하고 오랫동안 싫어했는데 시간이 흐르고 오해를 푼다. 부모와 작은아버지는 다시 좋은 사이가 되지 못해도 자신은 달라질 수 있다고 여긴다. 아들은 어머니 기대를 받고 어릴 때 이것저것 배우지만, 게임과 만화를 좋아하게 되고 일러스트레이터가 된다. 어머니가 보내준 자기 책을 보고 아들은 그 안에 어머니하고 추억이 담긴 책이 있다고 말하고 얼마 뒤 죽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말한 책이 뭔지 알고 싶어서 시오리코 엄마한테 그 책을 찾아달라고 했는데, 그 일을 시오리코와 다이스케가 하게 된다. 그 이야기를 보니 어릴 때 억지로 한 것도 조금 도움이 되는구나 했다. 하지만 아이한테 뭔가를 억지로 시키는 건 안 좋다. 어머니와 아들한테 추억이 된 책은 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를 조금 가깝게 해주었다. 이제 아들은 세상에 없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도비라코는 책이 사이가 나빴던 사람도 사이좋게 해준다면서 기뻐했다.
다음 이야기도 책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거였다. 조금 거짓말도 있었지만. 사람은 누구와 어떻게 이어질지 알 수 없다. 누군가한테 나쁜 짓 안 하는 게 좋겠다. 아무리 자신이 힘들다 해도.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솔직하게 말하고 뉘우치면 좀 낫겠지. 책을 좋아한다고 다 좋고 착하다 말할 수 있을까. 시오리코는 도비라코가 그렇게 생각할까봐 걱정했다. 아직 여섯살인데 여러 가지 일을 겪고 더 자라면 알겠지. 다이스케가 어딘가에 두었는지 모르는 책은 뭘까 했는데, 그건 다이스케와 시오리코가 만나고 비블리아 고서당에 온 사람 이야기를 적은 거였다. 그게 바로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이구나. 다이스케가 책은 오래 못 읽어도 글은 오래 쓸 수 있을까. 자기가 쓴 글도 오래 못 볼까. 그런 건 나오지 않았구나. 예전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예전에는 거의 다이스케가 이야기를 이끌어갔다. 이번에는 여러 사람이 이끌어간다. 그래서겠지. 이런저런 책에 얽힌 이야기 슬프기도 재미있기도 하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