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유롭게 사는 것 같아도
늘 감시 당한다
감시 카메라는
어디서나
언제나
눈을 빛내지
희선
하늘하늘 가벼운 몸짓
때론 휘몰아치기도 하지
바람과 함께
네가 오면 온 세상은 하얗게 뒤덮이고,
멀리서 보면 따스할 것 같지만
가까이 가면 차가울 거야
그래도 네 마음은 따듯하겠지
자신이 살았던 흔적을
남기고 싶어하던 사람은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어요
죽음이 다가왔을 때
아쉬울 것 같았는데
그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그저 살다가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여기고
그 사람은 편안하게 눈을 감았어요
산꼭대기에 사는 나무는
보름달이 뜨면
그림자를 멀리멀리 뻗을 수 있었다
나무 그림자는 산을 내려가면서
다른 나무와 동물을 만났다
한번은 길을 잃은 사람을 보고
사람이 산을 내려가게 도와주었다
나무 그림자가 갈 수 있는 곳은
산밑까지였다
날이 흐려 보름달이 보이지 않으면
나무는 그림자를 뻗을 수 없었다
그런 날엔
새와 동물이 나무를 찾아왔다
당신은 어디로 가는지 아세요
전 잘 모르겠어요
여기서 잠깐 쉬었다 갈게요
앞으로 간다고 다 좋은 건 아니예요
가끔 뒤도 옆도 둘러봐야죠
어쩌면 저만 여기 남을지도 모르겠네요
여기까지 오면서도 그런 마음 많이 들었어요
그게 아주 안 좋은 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느려서 그렇다구요
그렇겠지요
느리든 빠르든
우린 다 죽음으로 갈 거예요
그때까지 많은 사람 뒤를 따르기보다
자신이 가고 싶은 대로 가도 괜찮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