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다른 방에서 노랫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는 노래였는데 다른 사람이 부르더군요. 그때 나온 노래는 <가을 우체국 앞에서>였어요. 저 노래 누가 다시 불렀나, 하는 생각을 하고 밤에 인터넷에서 찾아봐야지 했습니다. 저는 컴퓨터 쓸 때 찾아봅니다. 낮에 찾아봐야지 하고 생각했던 걸 찾아볼 때도 있고 잊어버릴 때도 있어요. 그래도 노래는 찾아봤습니다.
그 노래 드라마 OST로 쓰였더군요.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 드라마 제목은 인터넷에서 본 적 있지만 드라마는 본 적 없습니다. 재미있나요. 감동스러울 듯 하네요. 의사가 누군가를 살리는 모습이. 의사나 간호사가 아픈 사람을 떠나보내고 슬퍼하는 일도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드라마 보지도 않고 이런 생각을 하다니.
팔월 며칠 안 남았습니다. 곧 구월이에요. 전에는 일본 드라마나 만화영화 주제곡이었는데, 이번에는 한국 드라마 주제곡이네요. 뭔가 새로 글을 썼다면 좋았겠지만, 아무것도 못 썼습니다. 몇해 전에 쓴 글 다시 올립니다. 본 사람보다 못 본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싶네요. 마지막은 그때 일부러 노래 제목을 제목으로 썼습니다. 별로 잘 쓰지도 못했는데 또 올리는군요.
친구에게
좋은 소식 전하고 싶지만,
언제나 다르지 않은 날들을 이야기한다
마음 한쪽에선
아무 일 없는 지루한 날도 괜찮다고 생각해
내 삶은 달라지지 않아도 둘레는 쉴 새 없이 바뀌어
어느새 얼굴 내민 봄꽃을 만났어
동백 수선화 매화 개나리……
너는 어떤 꽃을 만났을까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낸다 해도,
차가운 겨울을 지내고
따스한 봄이 오면 활짝 웃는 꽃처럼
언젠가 네 마음에도 웃음꽃이 피어나길
편지야 잘 가
우체국 앞을 지나는데 누군가 우는 소리가 들렸어요. 둘레를 둘러보니 우체국으로 들어가는 계단 옆 우체통에서 나는 거였어요. 처음에는 우체통이 우는 건가 했습니다. 잘 들어보니 우체통은 아니고 우체통 속에 들어가지 못한 편지였어요. 우체통이 우는 소리를 들어도 놀랐을 테지만, 편지가 우는 소리를 듣다니 제 귀가 이상해졌는지 알았습니다. 혹시나 하고 우는 편지한테 말을 걸어봤어요. 그랬더니 편지는 자신이 우체통 속에 들어가지 못해서 운다고 했습니다. 우체통에서 편지 넣는 곳을 보면 미는 뚜껑 같은 게 있잖아요. 편지는 거기에 걸려있었어요. 편지 보내는 사람이 제대로 넣지 않은 거였어요. 집배원이 편지를 거두러 와도 그 편지를 알아차릴 테지만, 우는 편지를 그냥 둘 수 없어서 제가 우체통 속으로 넣었어요.
편지는 가야 할 곳에 잘 갔을까요.
가을 우체국 앞에서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고 유경은 웃음지었다. 노랫말처럼 지금 유경은 그야말로 가을 우체국 앞에 서 있다.
며칠전 유경은 어릴 적 친구 미경이 보낸 편지를 받았다.
유경은 여덟살 때 미경이 사는 동네로 이사했다. 그곳은 시골로 유경이 살게 된 곳은 방 한칸짜리 사글세 집이었다. 거기에는 세들어 사는 사람이 여러 집이었다. 유경이 집에서 나가자 마당 한쪽에서 미경이 다른 친구와 놀고 있었다. 미경이 유경을 보고 말했다.
“야, 너 우리하고 같이 놀래.”
“응.”
둘은 가까운 곳에 살고 나이도 같아서 바로 친구가 되었다. 학교는 같았지만 반은 달랐다. 그래도 학교에는 같이 다녔다. 학교 갈 준비를 먼저 끝낸 사람이 친구 이름을 불렀다. “미경아, 학교 가자.” 또는 “유경아, 학교 가자.”고.
어떤 시간을 지낼 때는 그 시간이 잘 가지 않지만 지나고 나면 한순간이다. 유경과 미경이 함께 보낸 어린 시절도 순식간에 지나갔다. 유경은 가끔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그때가 있어서 다행이다 여겼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유경 아버지가 일자리를 옮겨서 유경은 다시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
“미경아, 잘 지내.”
“유경아, 잘 가.”
두 사람은 어려서였는지 헤어지고 연락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유경은 중학생이 되고는 반 친구와 편지를 나누면서 미경을 생각했다. 미경과도 편지를 썼다면 좋았을 텐데. 유경은 유경대로 미경은 미경대로 초등학교 중학교를 마쳤다.
유경이 고등학생이 되고 봄과 여름을 지내고 가을을 맞고 한달쯤이 지난 어느 날 유경한테 편지가 왔다. 유경은 그 편지를 보고 놀라고 반가웠다. 유경한테 편지를 보낸 사람은 미경이었다.
유경에게
너한테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다니 신기하다. 유경이 너 나 생각 나. 너네 집하고 가까운 데 살았잖아. 몇해 뒤에 우리집도 시내로 나왔어. 같은 시내에 살면서 한번도 마주치지 못하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이제라도 너한테 편지 쓰게 돼서 기쁘다.
너네 집 주소 어떻게 알았냐고. 너네 언니하고 우리 언니 같은 고등학교 다녔더라. 예전에도 너네 언니하고 우리 언니 별로 친하지 않았잖아. 친했다면 우리가 좀더 빨리 연락했을 텐데. 얼마전에 우연히 언니 졸업앨범 보다가 너네 언니 보고 주소 찾아봤어.
유경아 우리 언제 한번 만나자. 편지 기다릴게. 늘 잘 지내
미경이가
아직 미경은 나타나지 않았다. 유경이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왔다. 유경은 미경을 만나기 전 설렘을 즐겼다. 우체국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 유경을 보고 웃었다.
희선
가을 우체국 앞에서 - 김대명(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
https://youtu.be/cCyJNklLau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