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고 첨이고 덤입니다 문학동네 시인선 123
정끝별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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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이름부터 시네요. 정끝별. 이름은 알았지만 시집은 이번이 두번째예요. 몇해 전에 본 시집에는 어떤 시가 담겼는지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일자리 찾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 이야기가 담긴 시를 소개했는데. 아버지 이야기도 있었네요. 이번 시집을 보다가 정끝별이 말을 가지고 놀았던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말을 가지고 놀지만 가볍지 않은 듯합니다. ‘애너그램을 위한 변주’를 제목 밑에 쓴 시가 여러 편인데 그 말이 없는 시에서도 말이 여러가지로 바뀝니다. 앞말에서 뒷말로 이어간다고 할까. 대칭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런 게 재미있네요. 이런 거 처음은 아닐 듯합니다. ‘살자살자살자, 여기를 이겨! (<깁스한 시급>─애너그램을 위한 변주>, 61쪽)’ 이 말은 힘을 주려고 한 말이겠지요. 힘들어도 죽고 싶은 마음을 이기기를.

 

 

 

육 남매 말썽 피울 적이면 엄마는 말했다

 

열 살까지는 부모 책임

스무 살까지는 반반 책임

스무 살 넘어선 다 니들 책임이라고

 

엄마는 책임을 다해 살았다

 

나도 그때의 엄마가 되어 딸에게 말한다

 

열 살까지는 내 책임

스무 살까지는 반반 책임

스무 살 넘으면 네 책임이라고

 

스무 살 스무 살까지만 하며 엄마처럼 살았다

 

보청기 잡음에 전화로도 기차 화통이신

여든다섯 엄마는 책임을 초과해 여태껏

쉰셋 늙은 딸 아침을 알람중이시다 그만

일어나라 밥 먹었냐 따순 밥 먹고 나간 자식들

안 비뚤어진다 파김치 시겠다 가져가라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아야 한다

 

두 딸이 스무 살 스무 살이 되면

희망하지 않을 거다 나 자신조차도

 

-<삼대2>, 62쪽~63쪽

 

 

 

 제목이 <삼대2>라는 건 첫번째도 있다는 말이군요. 어머니, 딸, 손자 이렇게 삼대겠지요. 부모는 자식이 몇 살이어도 걱정한다잖아요. 어머니는 딸이 어릴 때는 ‘스무 살 넘으면 네 책임이다’ 하고는 쉰셋 딸을 아침에 깨우는군요. 김치까지 가져가라 하고. 딸이 알아서 할 텐데. 딸은 ‘난 엄마처럼 살지 않아야 한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요. 그러겠지요. 부모와 자식 사이는 끊기 어렵고 걱정 안 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엄마는 엄마고 아이는 아이죠. 옛날에는 엄마와 아이 사이가 무척 가깝지 않았나 싶어요. 지금도 그런 사람 없지 않겠습니다. 그런 걸 부럽게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전 누구하고든 적당하게 거리를 두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전 거리를 많이 두었지만. 그런 제 마음 차가운 걸까요. 마음속에 있는 걸 잘 말하지 못합니다. 이건 거리하고는 상관없는 거군요.

 

 

 

경비업체 직원이 죽었다 새벽 귀갓길이었다

 

잠시 귀국해 밤새 놀다 취한 유학생들에게 맞아 죽었다

강남대로변에서 일곱 청년에게 맞고 또 맞았으나

새벽기도 가는 행인 십수 명이 지나갔고

헤드라이트를 켠 자동차 수십 대가 지나갔으나

때리다 지친 일곱이 다 달아난 후에야 중환자실로 옮겨져

스무날 만에 숨진 그는 스물네 살이었다

 

생모는 동생을 낳다가 죽었다

생부는 그길로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동생은 입양되고 그는 조부모가 거두었으나

조부모마저 이혼하면서 그도 보육원에 갔다

동생을 입양한 부부가 보육원에 봉사왔다 그를 만났으나

세 살 동생과 다섯 살 형은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다

 

죽고 난 뒤 그가 살던 단칸방 서랍에는 유서인 듯

입대 통지서와 가족관계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이 있었다

군복무 중인 동생이 유해를 거둬 생모 산소에 뿌렸다

 

집 가는 길이 가장 어둡고 쓸쓸해 눈 감고 걸었던

밤새 어둠을 바라보느라 핏발 선 그의 두 눈이

새벽 취객들 활보를 바로 보지 못해

대형 교회 십자가 불빛 아래서 맞고 또 맞는 동안

십수 명이 지나가고 수십 대가 지나가는 동안

 

그가 마지막까지 바라보았던 건 누구 눈이었을까

 

-<공범>, 94쪽~95쪽

 

 

 

 어쩌면 이 시는 실제 있었던 일이 아닐까 싶어요. 무언가를 보고도 못 본 척하는 사람 많겠지요. 저라고 누가 맞는 걸 보고 막을 수 있을지. 못할 것 같습니다. 누군가한테 괴롭힘 당하는 사람을 그저 보기만 해도 괴롭히는 사람과 다르지 않다고 하지요. 잠시 귀국한 유학생과 보육원에 살았다는 이십대 사람은 대비되는군요. 술을 먹고 남을 때리다니. 그렇게 할 거면 술을 마시지 않아야지요. 슬픈 이야깁니다. 그냥 지나간 차 그냥 지나간 사람은 다 공범입니다. 남일을 자기 일처럼 발벗고 나서는 사람도 있겠지요. 그냥 지나가는 사람만 있지 않을 거예요. 누군가를 도와주지는 못한다 해도 누군가를 괴롭히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지금 세상을 나타내는 시도 있어요.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자신. 지금 건망증이 있는 건지 그런 걸 말하는 시 <생각서치>도 있습니다. 저는 마트에서 물건 많이 못 사고 기억도 잘하는 편이어서 아직 공감이 가지는 않아요. 이런 말을 하다니. 언젠가 생각과 다른 행동을 하게 될 날이 올지. 저는 단순하게 살아서 기억해야 할 게 그리 많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잊어버리고 잘못하는 일은 아주아주 가끔입니다. 잘 잊어버리지만 기억하는 것도 많습니다. 그건 조금 쓸데없는 거. 다른 사람이 읽은 책 같은 거. 요새는 잘 모르겠어요. 예전보다 집중력이 떨어진 듯도 합니다. 글을 볼 때는 집중해야 할 텐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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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03-17 1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 님, 안녕하세요? 제 서재에 댓글 달아주셨는데 저는 이제야 인사를 드립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참, 평소에 느끼는 거지만 희선 님은 시인이신가봐요?^^

희선 2020-03-18 02:22   좋아요 0 | URL
언제나 그렇지만 지나갈 때는 그렇게 빠르지 않은데, 지나고 나면 시간이 빨리 갔다고 생각합니다 이달도 반이 넘게 갔네요 다른 때하고는 다른 봄이기도 합니다 세계 어디나 다르지 않겠습니다 시를 잘 보고 싶기도 하고 글 잘 쓰고 싶기도 한데, 여전히 다 못합니다 그래도 고맙습니다

라로 님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며느리를 그만두는 날
가키야 미우 지음, 고성미 옮김 / 레드박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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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사귀는 건 어떤 걸까. 난 여전히 잘 모르겠다. 아마 죽을 때까지 알 수 없겠지. 부모, 친구, 다. 서로 모르기 때문에 섭섭하고 잘못 알기도 하겠다. 부모는 자식이 어떻기를 바라고 그런 걸 저도 모르게 강요한다. 자식은 난 어때야 해 하면서 힘쓰고, 그렇게 오래 살 수도 있겠지만 힘들 거다. 자식이. 부모가 나빠서 그런 건 아닐 테지만. 부모도 자식도 서로 자기 이상을 밀어붙이지 않는 게 좋겠다. 자기 부모가 그러는 것도 힘들 텐데 시부모가 그런다면 어떨까. 그러면 더 숨막히겠지. 시부모는 자식을 잃으면 며느리한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다. 만약 아들이 아닌 딸이 죽었다면 어떨까. 사위한테 기대려 하지 않겠지. 이건 일본이나 한국이나 비슷한 듯하다.

 

 한국에는 이런 말이 있다. 결혼하면 남편 집안 귀신이 되어야 한다는. 죽어서도 남편 집 사람이어야 하다니. 죽으면 부모뿐 아니라 남편도 다 없어질 텐데. 그나마 한국은 여성이 결혼해도 남편 성을 따르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다. 이 말 언젠가도 했구나. 일본은 여성이 결혼하면 성이 바뀌고 헤어지면 본래 성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좀 귀찮지 않을까. 어쩌다 일본은 그렇게 됐을까. 중국은 여성이 결혼해도 성 안 바뀌겠지. 한국이나 일본 다 가부장제기는 해도 한국은 여성이 조금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일본도 여성 집안을 따르는 사람이 없지 않지만.

 

 어느 날 가요코는 결혼하고 열다섯해를 함께 산 남편이 시내 호텔에서 뇌졸중으로 죽었다는 전화를 받는다. 남편은 가요코한테 도쿄로 출장간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시내 호텔에 있었다. 이런 말이 나오고 가요코 남편 통장에서 사오리라는 여자한테 달마다 돈을 보냈다는 걸 알았을 때는 남편이 아주 나쁘구나 했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니 어쩔 수 없구나. 가요코한테 동정이 가기는 했다. 그런데 가요코가 이제부터는 자유롭게 살 수 있겠다 하는 걸 보니 그리 좋지 않았다. 시어머니는 아들을 잃고 마음이 약해졌는지 가요코한테 의지하려 했다. 시아버지는 치매 손위 시누이는 은둔형 외톨이였다. 가요코가 부담스럽기는 했겠다. 남편도 없는데 남편 부모나 시누이까지 보살피려면.

 

 나가사키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다카세라는 집안은 그 지역에서 잘 알려졌나 보다. 가요코는 거의 감시 당했다. 별거 아닌 일도 시어머니가 알았다. 그런 데서 살면 숨막힐 듯하다. 난 밖에 나가도 아는 사람 거의 못 만나는데. 아는 사람이 별로 없기는 하구나. 가요코가 사는 곳은 그렇게 좁은 곳인가.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는데. 남편이 죽고 시부모는 불단을 가요코 집에 놓는다. 시어머니는 불단에 향을 올린다면서 가요코가 없을 때 모르는 사람과 집에 들어왔다. 식구라 해도 자신이 없을 때 집에 들어오면 안 좋을 거다. 함께 살지 않으면 부모나 자식 집이라 해도 남의 집 아닌가.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 별로 없을지도 모르겠다.

 

 가요코는 자신한테 기대려는 시어머니가 부담스러워서 인척관계종료서라는 걸 알고 구청에 가서 낸다. 서류로는 그렇게 된다 해도 사람 인연은 바로 끊을 수 없을지도. 가요코는 남편과 살면서 좋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좋았던 때도 조금 있었다. 가요코는 남편을 알려고 하지 않았다. 아무 말하지 않은 사람도 문제지만. 서로 말한다고 해서 상대를 다 알지 못할 거다. 말 안 하면 더 모르겠지. 가요코가 며느리를 그만두기로 했지만 시어머니와 아주 모르는 사이로 지내지는 않겠다고 한다. 내 생각에도 그게 나을 듯싶다. 시간이 흐르면 시어머니도 마음을 추스르고 집에만 있던 시누이도 조금 달라지겠지. 부모 자식이 다 서로한테 의지하지 않으려는 게 나을 듯싶다.

 

 사람 인(人)은 두 사람이 기댄 모습이라고 하지만 어느 한쪽이 더 기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담도 감당할 수 있어야겠지. 난 딱히 남한테 기대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그런 모습이 보일 때도 있을까. 하나 둘 나를 떠나는 듯해서. 글만으로는 남의 마음 더 모르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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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0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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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해 만에 해리 홀레가 나오는 이야기를 만났다. 내가 만나지 못한 것도 있는데 왜 본 것 같은 느낌이 들까. 정말 이상한 일이다.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봐서 그런 건가. 아니 그런 거 별로 안 봤다. 봤다 해도 거기에 쓰인 건 얼마 없었다. 그냥 읽지 않았지만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든 것일지도. 이 이야기 바로 앞에 건 못 봤다. 해리가 좋아하는 사람 라켈 아들 올레그가 해리한테 도움을 바란 이야기인 것 같은데. 이번에 시작할 때 해리가 올레그가 쏜 총에 맞고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다 했다. 그 말 때문인지 병원에 누워 있고 경찰이 지키는 사람을 해리 홀레로 생각했다. 일부러 그렇게 생각하게 하려고 했나 보다. 그 사람은 누군가한테 죽임 당한다. 해리 홀레가 그렇게 쉽게 죽을 리 없겠지. 그래도 잠깐 ‘해리 죽은 거야’ 하는 생각을 했다. 해리 홀레 시리즈에 해리가 나오지 않으면 그건 해리 홀레 시리즈가 아니겠구나.

 

 꽤 두꺼운 책인데 다 보고 나니, ‘이게 뭐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괜찮기도 했는데, 어쩌면 나만 이런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 같다. 그러고 보니 여기에 살면서 거짓말 한번 해 본 적 없는 사람은 없다는 말 나왔는데. 노르웨이에서는 정말 이런저런 범죄가 일어나고 경찰이 죽기도 할까. 아이슬란드인가에서는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아이슬란드 사람이 쓴 범죄소설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일 뿐일지도 모르겠다. 해리 홀레는 이제 경찰이 아니다. 어디에 있는 건가 했더니 경찰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라켈과 살았다. 라켈은 늘 집에 있지 않았지만. 이런 이야기가 나온 건 책을 삼분의 일쯤 본 다음이다. 이대로 해리는 나오지 않는 건가 했을 때쯤 나왔다. 경찰이 해결하지 못한 사건이 일어난 곳에서 경찰이 죽임 당했다. 몇달이 흘러도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해리와 함께 일했던 사람이 모여서 수사하려고 했다. 그러다 해리한테 도움을 바란다. 그때서야 해리가 나온다.

 

 해리는 예전보다 좀 나은 모습이었다. 글로만 봤지만 어쩐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해리 홀레는 몇살 정도일까. 그런 거 한번쯤 나왔을 텐데 잊어버렸다. 해리는 예전에 좋아하고 결혼도 생각한 라켈과 헤어졌는데 이번에는 같은 집에 살았다(앞에서 말했구나). 그런데도 해리는 다른 생각을 한 걸까. 아니 책임지고 싶지 않아서 다른 잘못을 하고 끝내고 싶었던 걸까. 나도 잘 모르겠다. 라켈은 해리가 경찰이 아니기를 바라는 듯하다. 술도 안 마시고. 해리는 알코올 의존증이었다. 이젠 마시지 않는가 보다. 알코올 의존증은 술을 하나도 마시지 않아야 괜찮은 거다. 술을 안 마신다고 나은 건 아니다. 평생 안 마셔야겠지. 해리는 그 유혹을 이길 수 있을까. 난 술을 안 마셔서 그걸 마시는 사람 마음 잘 모르겠다. 하루라도 빼놓지 않고 마시는 사람 마음도. 그걸 마시면 모든 걸 잊을 수 있을까. 이건 좀 쓸데없는 말이구나. 해리가 경찰이 아니면 더는 할 이야기가 없을 텐데, 예전 동료였던 베아테 뢴이 죽임 당한다. 베아테도 같은 사람한테 죽임 당한 건지 다른 사람한테 죽임 당한 건지.

 

 책을 다 봤지만 썩 개운하지 않다. 어떤 사건을 맡고 그걸 해결하지 못한 경찰을 죽인 건 복수일까.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범인과 상관있는 사람이 죽임 당했을 때 범인을 잡지 못했다. 경찰도 중요하게 여기는 사건과 덜 중요하게 여기는 사건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경찰은 높은 사람과 상관있는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든 범인을 잡으려고 하겠지만, 그저 보통 사람에 동성애자가 죽임 당하고 범인을 못 잡으면 어쩔 수 없지 할지도. 경찰이면서 그걸 이용해서 중요한 걸 없애는 사람도 있다. 해리는 《스노우 맨》에서는 헤맸는데, 이번에는 한사람을 생각하고 다른 건 생각하지 못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그 사람이 자신한테 안 좋은 걸 알아서 그랬구나. 그나마 해리는 그 사람이 죽을 뻔했을 때 내버려두지 않았다. 범인이었다면 내버려뒀을까. 해리라고 아무 잘못 없는 경찰은 아니었다. 지금은 경찰이 아니지만.

 

 세사람 해리 라켈 올레그는 앞으로 괜찮을까. 총을 쏜 건 정당방위라 하면 될 것 같은데 다른 것 때문에 숨기다니. 그런 비밀을 가진 사람이 앞으로 잘 지낼지. 경찰을 죽인 사람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걸로 끝났다. 그런 걸 보고 ‘뭐야’ 한 거다. 마지막에 성당에 있는 사람을 말할 때는 장례식 같았다. 해리 홀레. 좀 더 보니 그건 장례식이 아니고 결혼식이었다. 난 해리 홀레가 다시 경찰 일 하지 않았으면 한다. 해리 홀레가 아니어도 범인 잡을 사람은 많다. 여기에서는 해리가 대단한 것처럼 말하지만. 라켈 아들 올레그는 나중에 경찰이 될까. 올레그도 경찰이 아닌 다른 걸 하면 좋겠다. 결혼식을 장례식처럼 쓴 건 뭔가를 상징하는 걸까. 해리가 경찰을 그만두는 거. 모르겠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일지도. 감옥에서 달아나고 성형한 발렌틴 예르트센은 못 잡은 거겠지. 심리학자 스톨레 에우네 딸 에우로라는 괜찮을까. 무언가를 예고하는 듯 끝나다니. 마지막은 그랬지만 다음에 그 이야기는 하나도 안 할 수도 있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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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여덟 마리와 살았다
통이(정세라)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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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 길고양이 많다고 하던데 난 자주 만나지 못했어. 어쩌다 한번만 봤어. 내가 다니는 길에는 과일가게가 있어. 그 과일가게를 지나다 새끼 고양이를 보기도 했어. 새끼가 아닌 좀 큰 것도 봤는데, 과일가게에서 기르는 고양이가 아니었을까 싶어. 한해가 아니고 여러 해 동안 새끼를 봤어. 새끼 고양이는 몸이 무척 가벼워. 그건 새끼 고양이가 다니는 걸 보고 알았어. 길에서 만난 고양이 한번도 만져 본 적 없어. 아마 만지려고 다가갔다면 바로 달아났겠지. 도시에 사는 길고양이는 무척 힘들 거야. 같은 길고양이하고 영역 싸움 해야 하고 사람도 피해야 하겠지. 그렇게 힘들게 살아서 오래 못 산다고도 해. 도시에는 고양이 싫어하는 사람도 많을 거야. 자신한테 피해주지도 않는데 뭐 그렇게 싫어하는지. 그냥 같이 살면 안 될까. 난 그냥 보기만 하지만 먹이를 가지고 다니면서 그걸 주는 사람도 있더군. 그렇게라도 하루를 더 사는 길고양이가 있어도 괜찮을 것 같아.

 

 고양이도 도시보다 시골에 사는 게 더 나을 듯해. 고양이 싫어하는 사람은 시골에도 있겠지만. 시골 인심도 예전만 못할지도 모르겠어. 이 책은 시골로 이사하고 만난 고양이가 새끼를 낳고 한동안 함께 사는 이야기야. 떠나간다 해도 어미 고양이한테 이름을 지어줬어. 미미라고. 처음에는 미미 한마리였는데 미미가 새끼를 일곱마리나 낳았어. 일곱마리는 많은 거 아닌가 싶기도 한데, 동물이 새끼를 많이 낳는 건 새끼가 살기 어려울 것 같아서기도 하다던데, 이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 미미가 낳은 새끼 일곱마리는 다 잘 자랐어. 미미가 새끼를 낳으려고 한 곳에 사람이 와설지도. 작가는 이사한 날 미미를 처음 만났다고 했는데, 미미는 새끼 낳을 곳을 줄곧 찾다가 작가가 이사한 집으로 정하지 않았을까. 내가 고양이가 아니어서 잘 모르겠지만. 미미 혼자 새끼 일곱마리 기르는 건 힘들었을 거야.

 

 작가 부모님은 고양이를 기르지는 않아도 밥은 주기로 했어. 자신이 기르지도 않는데 먹이를 주다니. 이 집에는 미미와 새끼 일곱마리 말고도 동네 고양이가 밥 먹으러 찾아왔어. 밥 주는 곳을 고양이끼리는 말한다고도 하던데. 그 동네에 사는 고양이도 서로 말했을지도. 집고양이는 아니어도 같은 사람을 날마다 보고 먹이도 주면 따를 것 같기도 한데 미미뿐 아니라 새끼는 사람을 잘 따르지 않았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몇 마리는 작가를 보고 재롱을 부리기도 했어. 가끔 그런 모습 보면 고양이 무척 귀여울 것 같아. 그저 먹이를 줘서 따른다 해도 말이야.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봐도 고양이는 소리를 잘 듣는다고 하던데, 새끼 고양이도 이런저런 소리를 듣고 밥 주려나 하고 기다렸대. 집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는데도 문을 열어두면 어느새 고양이가 들어왔어. 사람을 잘 따르지 않아도 뭔가 싶은 마음이 들었겠지.

 

 새끼가 어느 정도 자라자 미미는 집을 떠났어. 본래 동물은 어미와 빨리 헤어지지. 새끼들은 어미가 없어졌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이것도 알 수 없는 마음이군. 형제가 일곱이어서 괜찮았겠어. 밥 달라고 소리 내면 밥 주는 사람도 있으니. 미미 새끼는 돌아다니다 밥 먹을 때 돌아오기도 했어. 집에 사는 고양이는 집 안이 다인 듯 살겠지. 이것도 어디에 사는 게 더 좋다 말할 수 없어. 자신한테 맞게 살면 좋겠지. 사람이든 고양이든. 처음부터 사람과 집에 산 고양이는 다르게 살기 어렵겠지만. 그런 고양이는 사람이 끝까지 함께 하기를 바라. 동물 목숨도 소중하잖아.

 

 사람과 고양이가 함께 사는 듯하면서도 함께 살지 않아. 이렇게 사는 것도 있구나 했어. 작가는 고양이와 좀 더 친하게 지내고 싶었나봐. 가끔 만지고 싶어하기도 했으니. 고양이는 사람이 만지면 싫어할까. 안으면 가만히 있는 고양이도 있고 잠시 참는 고양이도 있더군. 그런 고양이 얼굴 재미있었어. 고양이가 가까이 있어서 고양이가 어떤 감정을 나타내는지 알았겠지. 미미가 낳은 새끼들 지금도 잘 지낼까. 잘 지내겠지. 그랬으면 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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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의 사람 공부 - 우리 시대의 언어로 다시 공부하는 삶의 의미, 사람의 도리
이황 지음, 이광호 옮김 / 홍익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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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계 이황은 조선시대 학자로 한국 돈 천원짜리에 나온다. 꽤 익숙한 이름이지만 아는 건 별로 없다. 성리학자라는 것만 안 듯하다. 공부를 가르치는 도산서원도 생각난다. 아니 도산서원은 이 책을 보고 안 것일지도. 도산 하면 안창호가 먼저 떠오른다. 안창호 호와 도산서원 도산이 같은 한자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이런 걸 말하다니. 조선에도 배울 사람이 많을 거다. 그런 사람이 쓴 글을 일부러 찾아본 적은 없다. 퇴계 이황은 학교 다닐 때 잠깐 들은 이름이기도 하다. 이황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렇다. 이황한테도 제자가 많은데 내가 아는 사람은 이이뿐이다. 이이도 이름만 아는구나. 신사임당이 어머니인. 퇴계와 이이는 조금 다르기도 했단다. 뿌리랄까 그건 같아도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 말할 수 없다.

 

 어릴 때부터 퇴계는 책을 읽었다. 열아홉살에는 책 만권을 다 읽었단다. 난 아직도 만권 못 읽었는데, 살았을 때 만권 읽을 수 있을까. 옛날 책과 지금 책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그래도 만권 아주 많겠지. 열아홉살에 퇴계는 책 만권을 읽고 많은 걸 깨달았다 했는데, 그 뒤에 다시 자신이 더 공부해야 한다 생각했다. 공부는 끝이 없는 거다. 뭔가를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게 더 많다는 걸 알게 된다. 퇴계는 그걸 빨리 알았겠다. 퇴계는 벼슬하기보다 공부하기를 바랐다. 그때 양반은 거의 과거를 보고 벼슬하기를 바랐겠지. 그걸 바라지 않은 사람이 퇴계만은 아니었겠구나. 사회가 하나만 바라면 많은 사람이 힘들다. 어쩐지 그런 건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시간이 흘러도 그렇다니. 겉은 그래도 보이지 않는 곳에는 부귀영화를 바라지 않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저 자기 자신을 갈고 닦는 데 힘쓰는 사람. 그것도 괜찮지 않을까.

 

 책 제목에 끌려서 이 책을 봤는데 제목과 이 책에 실린 글 맞지 않아 보인다. 사람 공부는 뭘까. 이런저런 게 괜찮은 사람을 보고 배우는 건지, 사람으로 지켜야 할 도리를 배우는 건지. 둘 다일지도. 퇴계는 옛 사람한테서 배우려 했다. 공자 맹자 주자. 거의 중국 사람이구나. 그때 조선은 유교가 중심이었다. 유교도 잘 모른다. 하나 생각나는 건 가부장제. 그것만 있는 건 아닐 텐데. 공자는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를 많이 말했구나. 그런 걸 지금 사람도 배우고 익혀야 한다고 한다. 퇴계는 출세하려고 공부하는 걸 안타깝게 여겼다. 조선시대에도 그런 사람이 많았다니. 그건 오백년이 지난 지금도 다르지 않다. 좋은 대학 좋은 일자리를 얻으려고 아이들은 공부한다. 퇴계는 오래전에도 교육이 잘못됐다 말했는데 지금도 잘못된 거 많다. 퇴계가 지금 시대 사람을 본다면 자신이 살던 때가 조금 나았구나 할지도.

 

 사람 본성은 착할까 나쁠까. 이건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퇴계는 사람 본성을 착하다 여기고 그 본성에 따라 살기를 바랐다. 좋게 생각하는 게 좀 나을지도. 자신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제자한테도 마음을 다해 편지를 썼다. 퇴계가 이런저런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해서 그러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퇴계는 사람됨을 강조했다. 그걸 따른 사람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구나. 아주 없지 않았겠지. 이런 의심을. 공부하고 실천하기, 이것도 중요하다. 퇴계는 자연을 좋아했다. 벼슬을 그만두었을 때 자연이 가까운 곳에 집을 지었다. 도산서원은 다섯해나 걸려서 짓다니, 오래 걸렸다 생각했다(다른 책을 보니 도산서원은 제자가 지었다고 한다. 도산이 지은 건 서당이라고 하던데, 그것도 도산서원에 들어가는 것 같다. 도산서원에서는 퇴계를 모실 거다). 요즘은 몇달 만에 뚝딱 건물을 짓는데. 대충 지어서 그런 거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겠다. 빨리 짓는 건 과학이 발달해서겠지. 뭐든 시간 많이 들인다고 좋은 건 아닐지도.

 

 벼슬보다 자신의 마음과 학문을 갈고 닦는 데 힘쓴 퇴계 이황.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어야 한다. 앞에서도 비슷한 말 했던가. 공부하고 익힌 걸 몸소 실천하면 더 좋겠지. 정치하는 사람은 더 그래야 한다. 퇴계 이황이 그러기를 바란 사람이 바로 정치가다. 지금 정치가는 공부하고 그걸 실천할까. 꼭 정치가가 그래야 하는 건 아니구나. 착하지 않더라도 사람으로 지켜야 할 도리를 잊지 않는 게 좋겠지.

 

 

 

희선

 

 

 

 

☆―

 

 자신이 누군가에게 글을 쓸 때는 신중하게 쓰고, 또 그것을 잘 간수하고 틈틈이 읽어 자신을 돌아보는 정신은 오늘을 사는 사람도 꼭 배워야 할 덕목이다.  (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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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0-03-09 2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좋은 리뷰에요.
지행합일이 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제 자신도 돌아봅니다.
건강하세요.

희선 2020-03-11 02:48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 님 고맙습니다 아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기 쉬운 것 같아도 어려운 듯합니다 늘 그럴 수 없다 해도 아주 나쁜 쪽으로는 가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프레이야 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0-03-10 1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아홉살에는 책 만권을 다 읽었단다˝
저는 그동안 읽은 책과 합해, 지금부터 열심히 읽어도 만 권이 되지 않을 게 확실합니다.ㅋ

희선 2020-03-11 02:51   좋아요 0 | URL
이황은 이른 나이에 책 만권을 읽었더군요 어릴 때는 몸이 별로 안 좋았답니다 그런 것 때문에 책을 더 본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책 많이 읽으면 좋겠지만, 깊이 읽는 것도 중요하죠 책 읽기를 그만두지 않고, 자신을 돌아보고 두루두루 살피면 좋을 듯합니다 페크 님은 앞으로도 그러시겠네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