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를 그만두는 날
가키야 미우 지음, 고성미 옮김 / 레드박스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사귀는 건 어떤 걸까. 난 여전히 잘 모르겠다. 아마 죽을 때까지 알 수 없겠지. 부모, 친구, 다. 서로 모르기 때문에 섭섭하고 잘못 알기도 하겠다. 부모는 자식이 어떻기를 바라고 그런 걸 저도 모르게 강요한다. 자식은 난 어때야 해 하면서 힘쓰고, 그렇게 오래 살 수도 있겠지만 힘들 거다. 자식이. 부모가 나빠서 그런 건 아닐 테지만. 부모도 자식도 서로 자기 이상을 밀어붙이지 않는 게 좋겠다. 자기 부모가 그러는 것도 힘들 텐데 시부모가 그런다면 어떨까. 그러면 더 숨막히겠지. 시부모는 자식을 잃으면 며느리한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다. 만약 아들이 아닌 딸이 죽었다면 어떨까. 사위한테 기대려 하지 않겠지. 이건 일본이나 한국이나 비슷한 듯하다.

 

 한국에는 이런 말이 있다. 결혼하면 남편 집안 귀신이 되어야 한다는. 죽어서도 남편 집 사람이어야 하다니. 죽으면 부모뿐 아니라 남편도 다 없어질 텐데. 그나마 한국은 여성이 결혼해도 남편 성을 따르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다. 이 말 언젠가도 했구나. 일본은 여성이 결혼하면 성이 바뀌고 헤어지면 본래 성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좀 귀찮지 않을까. 어쩌다 일본은 그렇게 됐을까. 중국은 여성이 결혼해도 성 안 바뀌겠지. 한국이나 일본 다 가부장제기는 해도 한국은 여성이 조금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일본도 여성 집안을 따르는 사람이 없지 않지만.

 

 어느 날 가요코는 결혼하고 열다섯해를 함께 산 남편이 시내 호텔에서 뇌졸중으로 죽었다는 전화를 받는다. 남편은 가요코한테 도쿄로 출장간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시내 호텔에 있었다. 이런 말이 나오고 가요코 남편 통장에서 사오리라는 여자한테 달마다 돈을 보냈다는 걸 알았을 때는 남편이 아주 나쁘구나 했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니 어쩔 수 없구나. 가요코한테 동정이 가기는 했다. 그런데 가요코가 이제부터는 자유롭게 살 수 있겠다 하는 걸 보니 그리 좋지 않았다. 시어머니는 아들을 잃고 마음이 약해졌는지 가요코한테 의지하려 했다. 시아버지는 치매 손위 시누이는 은둔형 외톨이였다. 가요코가 부담스럽기는 했겠다. 남편도 없는데 남편 부모나 시누이까지 보살피려면.

 

 나가사키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다카세라는 집안은 그 지역에서 잘 알려졌나 보다. 가요코는 거의 감시 당했다. 별거 아닌 일도 시어머니가 알았다. 그런 데서 살면 숨막힐 듯하다. 난 밖에 나가도 아는 사람 거의 못 만나는데. 아는 사람이 별로 없기는 하구나. 가요코가 사는 곳은 그렇게 좁은 곳인가.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는데. 남편이 죽고 시부모는 불단을 가요코 집에 놓는다. 시어머니는 불단에 향을 올린다면서 가요코가 없을 때 모르는 사람과 집에 들어왔다. 식구라 해도 자신이 없을 때 집에 들어오면 안 좋을 거다. 함께 살지 않으면 부모나 자식 집이라 해도 남의 집 아닌가.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 별로 없을지도 모르겠다.

 

 가요코는 자신한테 기대려는 시어머니가 부담스러워서 인척관계종료서라는 걸 알고 구청에 가서 낸다. 서류로는 그렇게 된다 해도 사람 인연은 바로 끊을 수 없을지도. 가요코는 남편과 살면서 좋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좋았던 때도 조금 있었다. 가요코는 남편을 알려고 하지 않았다. 아무 말하지 않은 사람도 문제지만. 서로 말한다고 해서 상대를 다 알지 못할 거다. 말 안 하면 더 모르겠지. 가요코가 며느리를 그만두기로 했지만 시어머니와 아주 모르는 사이로 지내지는 않겠다고 한다. 내 생각에도 그게 나을 듯싶다. 시간이 흐르면 시어머니도 마음을 추스르고 집에만 있던 시누이도 조금 달라지겠지. 부모 자식이 다 서로한테 의지하지 않으려는 게 나을 듯싶다.

 

 사람 인(人)은 두 사람이 기댄 모습이라고 하지만 어느 한쪽이 더 기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담도 감당할 수 있어야겠지. 난 딱히 남한테 기대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그런 모습이 보일 때도 있을까. 하나 둘 나를 떠나는 듯해서. 글만으로는 남의 마음 더 모르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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