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가까운 말 창비시선 386
박소란 지음 / 창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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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시가 가득하지. 무엇이든 시로 볼 수도 있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야. 세차게 쏟아지는 비는 어떤 시일까. 난 시보다 걱정을 하겠지. 비 많이 오면 안 될 텐데 하고. 겨우내 집에만 있다 봄이 오고 밖에 나가 푸릇푸릇한 새싹과 새순을 만난다면 마음이 기쁠 듯해. 겨우내 집에만 있지는 않겠지만. 날마다 세상은 바뀔 텐데 눈에 보이는 게 있어야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구나 하지. 겨울에서 봄으로 바뀔 때는 많이 달라져서 바로 알기도 해. 여름에서 가을로 바뀔 때는 어떨까. 뜨거운 여름 날을 보내고 어느 날 밤 서늘한 바람을 느끼고 풀벌레 소리를 들으면 여름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할 듯해. 냄새와 느낌으로 철이 바뀌는 걸 알겠어.

 

 

 

노래는 구원이 아니어라

영원이 아니어라

노래는 노래가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어라  (<노래는 아무것도>에서, 8쪽)

 

 

 

 구원도 영원도 아닌 노래라 해도 그걸 듣거나 부를 때만큼은 구원받고 영원하지. ‘순간’이면 어때. 그 순간이 있기에 살 수 있는 거 아니겠어. 그런 순간조차 없다면 삶은 얼마나 어둡고 추울까. 어둡고 추워도 그걸 이겨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람은 다 단단하지 않아. 아주 쉽게 깨어지고 무너지는 사람도 있어. 누군가는 깨어지고 무너져도 다시 일어나기도 하겠지. 그것 또한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마음이 단단하다고 해서 상처받지 않는 건 아닐 거야. 보이지 않는 금이 자꾸 늘면 부서질지도. 아니 다시 붙어서 멋진 무늬를 만들까. 시와 노래가 그렇게 되게 도울지도 몰라. 자, 세상을 바라보고 시를 찾아봐.

 

 

 

길바닥에 떨어진 십원짜리

 

십원으로 무엇을 살 수 있나요 아무것도

너는 살 수 없어 말하듯 단호한 표정으로 흩어지는 풍경들,

겨울

 

언젠가

한닢의 십원짜리를 위해 잠시 걸음을 멈출 사람

허름한 전구를 만지작거리는 것처럼 조심스레 눈동자를 밝혀 들고

값싼 화장이 뭉개진 작고 동그란 얼굴을 넌지시 들여다 볼 사람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겠지 나는

 

곁에 누웠던 누군가 황망히 떠난 새벽 한때의 여관방 같은 보도블록 위

십원짜리

 

십원짜리를 주워 살그머니 제 주머니 속으로 들일 사람

주머니는 참 따뜻할 텐데

붉은 담요를 두른 손이 있어 찬 등을 가만가만 쓸어줄 텐데

 

기다릴 수밖에 없겠지 기다림이 기다림의 잃어버린 모양을 문득 알아볼 때까지

 

별 수 없으니까, 바닥이란

원래 그런 거니까

 

-<참 따뜻한 주머니>, 18쪽~19쪽

 

 

 

 길에 떨어진 십원짜리를 보고 쓴 시일까. 예전 십원짜리는 길에 떨어져도 흠집이 심하지 않았는데 지금 십원짜리는 쉽게 찌그러지고 흠집도 심해. 그런 거 써도 괜찮을까. 난 십원짜리 길에서 보면 주워. 내 주머니도 따듯하겠지. 그렇다고 말 해. 십원짜리로 무얼 살 수 있을까. 십원짜리 하나는 어렵겠지만 좀 더 있으면 괜찮아. 십원짜리를 우습게 보면 안 돼. 작은 것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 마음은 따듯하겠지. 길에 떨어진 십원짜리 마음처럼 보이기도 해. ‘날 주워’ 같은. 십원짜리를 봐도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많겠지만 십원짜리를 알아보고 줍는 사람도 있을 거야. 잠시만 더 기다려 십원짜리야. 널 반갑게 여길 사람이 나타날 테니. 울지 마.

 

 

 

내 집은 왜 종점에 있나

 

 

안간힘으로

바퀴를 굴려야 겨우 가닿는 꼭대기

 

그러니 모두

내게서 서둘러 하차하고 만 게 아닌가

 

-<주소>, 50쪽

 

 

 

 몇해 전에도 만난 시인데 난 또 이 시에서 멈추었어. 무언가 많이 가진 걸 시로 쓸 수도 있겠지만, 시는 모자란 걸 더 쓰는 것 같아. 슬프고 아프고 괴로운 마음도. 이 시집에 담긴 시에서 가난을 여러 번 느꼈어. 가난하면 어떤가 싶기도 해. 가진 사람은 못가진 게 어떤 건지 잘 모르기도 하지만 못가진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 마음을 조금 알기도 해. 있는 사람보다 없는 사람 마음을 아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이런 것도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일까. 사람은 다 모자란 부분이 있을 텐데. 많은 걸 가진 사람이어도 채우지 못한 게 있을 거야.

 

 시는 가까운 것 같으면서 멀기도 해. 자연에서 보는 시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담은 시는 마음 아프게 해. 마음 안 좋고 슬프고 아파도 잘 보고 잊지 않으면 좋겠지. 지금 시대는 많은 일이 쉽게 흘러가버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닐지라도 자신한테 일어난 일에도 실컷 슬퍼하고 울어. 그런 시간도 있어야 해. 그런 시간이 다른 사람도 생각하게 하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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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요, 라흐마니노프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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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클래식을 잘 모른다. 우연히 듣고 괜찮구나 할 때도 있지만 찾아서 듣거나 되풀이해서 듣지 않는다. 한때는 피아노 오래 배우고 싶기도 했다. 피아노로 고전음악을 연주하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연주하고 싶었달까. 피아노 소리는 여전히 좋아한다. 한번은 바이올린도 괜찮게 생각했다. 고전음악을 즐기는 방법에는 악기를 배우는 것도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스스로 연주하면 얼마나 기쁠까. 악기 배우는 건 전문가가 되지 않는다 해도 돈이 많이 든다. 난 돈이 없기에 그냥 어쩌다 한번 듣기만 해도 괜찮다. 음악에 별로 열정이 없구나. 사람 목소리도 악기라고 하지 않던가. 노래를 잘 하는 건 아니지만 어릴 때는 좋아했다. 지나간 이야기구나. 다행하게도 내가 좋아하는 건 돈 별로 안 든다. 이런 말은 그만해야겠다.

 

 이건 피아니스트 탐정인 미사키 요스케가 나오는 이야기로 두번째다. 첫번째인 《안녕, 드뷔시》는 못 만났다.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가 나오는 것도 두번째 이야기를 먼저 봤는데 이것도 그렇다니 조금 재미있구나. 나카야마 시치리는 음악을 좋아하겠지. 음악 들으면서 그걸 글로 나타내려고 생각 많이 했겠다. 어떤 음악인지는 몰라도 글을 보니 아주아주 조금 분위기를 느꼈다. 내가 아는 음악도 하나 있다. 아니 그건 많은 사람이 알겠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이다. 난 다른 데서는 별로 못 듣고 만화영화에서 들었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 나오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데도 배경음악으로 나왔다. 가장 처음 들은 건 <노다메 칸타빌레>가 아닐까 싶다. 노다메가 피아노를 치고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건 아니고 노다메 선배면서 사귀는 치아키가 피아노를 친다. 치아키는 지휘자가 되려 하고 피아노와 바이올린도 잘했다. ‘노다메 칸다빌레’에서는 피아노 이야기만 했는데, 여기에서는 피아노뿐 아니라 다른 악기 이야기도 한다. <피아노의 숲>에서도 들었다. <피아노의 숲>은 예전에 앞부분만 영화로 만들었는데, 다시 텔레비전 만화영화로 끝까지 만들었다.

 

 무엇이든 꿈과 현실은 다르다. 꿈을 꾸는 사람은 많지만 꿈을 이루는 사람은 아주 적다. 어릴 때부터 악기를 하고 대학에 간다 해도 거기에서 연주자가 될 수 있는 건 얼마 안 된다. 그렇다고 어릴 때부터 악기를 한 게 쓸데없을까. 그림도 돈이 많이 들겠지만 음악도 다르지 않겠구나. 그래도 음악이 있기에 그 사람 삶은 좀 다르지 않을까. 이건 현실을 생각하지 않는 것일지도. 음대 4학년에 수업료를 다 내지 못해 학교를 그만둬야 할지도 모를 때 기도 아키라한테 기회가 왔다. 한해마다 열리고 학장이 피아노를 치는 연주회에서 콘서트마스터가 되면 준장학생이 되고 2학기 수업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기도 아키라는 연주회 오디션을 보고 제1바이올린 콘서트마스터로 뽑힌다. 하지만 학교에 있던 스트라디바리우스 첼로가 사라진다. 정기 연주회에서 학장 쓰게 아키라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연주할 거다. 이 학교에 있는 좋은 악기로 그 연주회에서 연주한다. 정기 연주회에 뽑힌 학생은 악기를 빌려서 연습했다. 기도 아키라도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켜 보고 거기에 사로잡힌다. 그런데 2억엔에 이르는 스트라디바리우스 첼로가 사라진 거다. 다음에는 학장이 칠 피아노를 못 쓰게 만들었다. 마치 정기 연주회를 못하게 하려는 듯했다. 오케스트라에 뽑힌 사람은 다음에는 악기가 아닌 사람을 공격할까 봐 걱정한다.

 

 정기 연주회에 뽑힌 사람은 다 4학년으로 일자리도 찾았다. 오케스트라 연습을 빠지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 모습 <노다메 칸타빌레>에서도 봤다. 파리 편에서. 거기에는 일과 오케스트라를 함께 하는 사람이 나왔다. 오케스트라만 해서는 먹고살 수 없을지도. 아주아주 잘 알려진 오케스트라라면 공연도 자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일과 음악을 함께 해야 할지도. 그렇게라도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은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음악과 아주 상관없는 일을 할 거다. 기도 아키라는 콘서트마스터여서 오케스트라가 잘 맞게 해야 했다. 기도 아키라는 앞으로도 바이올린을 하고 프로가 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비가 무척 많이 내린 날 사람들이 대피한 체육관에서 미사키 피아노에 맞춰 바이올린을 연주하고는 조금 자신을 갖는다. 비가 많이 온 일이 열해 전에도 있었다니, 난 그게 더 무서웠다. 다행하게도 열해 전보다 피해는 적었다. 음악은 사람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 주기도 하겠다.

 

 사람은 조금 바뀌지만 정기 연주회는 열린다. 미사키는 지휘를 한다. 이런 이야기가 끝나고 스트라디바리우스 첼로를 어떻게 밀실에서 가져가고 학장 피아노를 망가뜨린 게 누군지 나온다. 나이를 먹고 자신이 해놓은 게 많으면 그 자리를 떠나고 싶지 않을까.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고 병에 걸리기도 한다. 그걸 숨기려고 다른 일이 일어나는 걸 그냥 두다니.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하지 않는가. 움켜쥐기보다 놓는 게 더 편할 텐데. 한쪽 문이 닫히면 한쪽 문이 열린다고도 한다. 바로 그렇게 생각하기 어렵겠지만 한쪽 문이 닫힌 사람이 다른 문을 찾기를 바란다. 여기에는 출생의 비밀도 나오는구나. 학장인 쓰게 아키라는 신이 자신한테 재능은 줬지만 다른 건 주지 않았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재능이 있다 해도 겸손하고 다른 사람 마음을 생각해도 좋지 않을까. 그런 사람 별로 없을지.

 

 

 

희선

 

 

 

 

☆―

 

 음악은 일이 아니다.

 

 음악은 삶의 방식이다.

 

 연주로 생계를 꾸린다거나 과거에 명성을 떨쳤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음악을 연주하는지, 그 음악이 듣는 사람 가슴에 닿았는지 그것만이 음악가의 증거다.  (3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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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2 : 막고굴과 실크로드의 관문 - 오아시스 도시의 숙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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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번 1권에서 돈황에 가고 명사산과 월아천에 갔다. 그걸로 끝난 게 아니고 다음에 막고굴에 갔겠지. 두권은 한번에 나올 수밖에 없었겠다. 한권에 담기에는 길어서 두권에 나누어 썼겠지. 중국은 정말 넓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겠구나. 유홍준이 간 곳에만 문화유산이 있는 건 아닐 것 같다. 땅이 넓으니까 여기저기 흩어져 있지 않을까. 이 생각은 틀렸을지. 한국이라고 어디에나 문화유산이 있는 건 아니다. 한국은 경주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그리고 서울쯤. 그밖에도 많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본 것도 있을 텐데 기억하는 게 얼마 없다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다 보지는 않았다. 많은 사람이 알고 많은 사람이 찾아가는 곳이 아닌 잘 알려지지 않은 곳도 있지 않을까. 어쩌면 아직도 그런 걸 찾을지도. 중국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중국은 지금 종교가 자유로울까. 오래전에는 실크로드로 불교가 들어왔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진 듯하다. 어느 나라든 문화유산을 잘 지킨 건 아닐 거다. 옛날 걸 지키고 다른 나라 걸 연구한 건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쯤은 아닐까. 나도 잘 모르는 걸 말했다. 서양은 좀 더 빨랐을지도. 한국은 좀 늦었겠지. 조선이 망하고 나라를 잃기도 했으니. 아무 생각없이 한국 역사나 예술에 중요한 걸 판 사람도 있었을 거다. 한쪽에는 그런 사람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자기 재산을 써서 지키려는 사람도 있었다. 지키려는 사람이 있어서 모든 걸 빼앗기지 않았구나. 문화재를 지키려는 사람한테 돈이 어느 정도 있어서 다행이다. 돈이 없었다면 그런 생각 못했을 것 같다.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사람이 문화재를 생각할 수 있을까. 돈이 있다고 누구나 문화재를 지킨 건 아니구나. 힘 만큼이나 돈도 잘 써야 한다.

 

 막고굴은 492개라 한다. 엄청난 숫자구나. 그거 다 본 사람도 있을까. 있겠지. 나라에서 관리하지 않던 옛날에는. 중국은 석굴이 발달하기에 좋았다. 이건 지난번에도 말했구나. 시대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겠지만 그걸 보러 가는 사람이 마음대로 볼 수 없었다. 보는 사람 숫자도 제한했다. 이건 그렇게 하는 게 좋겠지. 사람이 많이 가면 갈수록 유물은 안 좋아질 거다. 사람이 정말 많이 가는가 보다. 난 이 책 보고 중국에 그런 게 있다는 걸 알았는데. 내가 얼마나 중국에 관심이 없었는지 알 만한 일이다. 다른 나라에도 그렇게 관심없기는 하구나. 내가 사는 나라에조차도. 그저 우연히 기회가 오면 아는 걸로. 어릴 때 본 영화는 거의 홍콩에서 만든 거겠지. 지금은 어떨까. 중국에서 만드는 드라마나 영화 한국에서 볼 수 있을까. 이것도 내가 관심을 갖지 않아서 모르는구나. 드라마는 대만 드라마가 많은 것 같기도 하다. 한두편 봤는데 삼각관계가 나오는 한국 드라마가 생각나기도 해서 대만 드라마도 그렇다니 했다. 대만 소설도 많이 나오는 듯하다. 거의 못 봤지만. 중국과 대만은 좀 다를 텐데.

 

 처음에 유홍준은 특굴을 못 보았다. 그건 연구하는 사람만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일반 사람도 돈을 더 내고 신청하면 볼 수 있다는 걸 알고 사람을 모아서 한번 더 간다. 유홍준이 가자고 했을 때 바로 가겠다고 한 사람이 많았다니. 혼자 간다거나 모르는 사람하고 가는 것보다 재미있으리라고 생각했을까.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든다. 두번째는 겨울에 갔다. 사막에 눈이 내린다는 것도 이 책 보고 알았다. 중국 사막은 본래 그런 건지. 난 사막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했을까. 잘 모르겠다. 아프리카,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데(지금 사우디아라비아 있던가). 중국과 미국에 사막이 있다는 건 예전에 알았지만 자세히 몰랐다. 지금도 다르지 않구나. 중국에는 소수민족도 무척 많다. 오래전에 서하는 징키즈칸한테 멸망당했다(징키즈칸도 몽골 사람이구나). 그것보다 더 오래전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도 다른 인류를 죽였다고 말하지 않나. 그런 일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구나. 홀로코스트가 처음이 아니었다. 그나마 홀로코스트는 온 세계 사람이 알고 무척 안타깝게 여긴다. 그런 일 또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할 수 없다. 역사를 알고 잘 생각해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겠지.

 

 서구는 제국주의가 팽창하고 지리학 고고학이 발전했다. 그게 다른 나라 문화재를 빼앗아 가는 일이 됐구나. 자기네들이 더 잘 연구하고 지킬 수 있다면서. 막고굴 제17굴 장경동에는 고문서가 약 3만점이나 있었다. 그건 도사 왕원록이 찾아냈다. 뭘 알고 찾았다기보다 우연히 찾아내지 않았을까. 왕원록은 돈을 받고 그걸 다른 나라 사람한테 주었다. 그게 중요한 건지 모르고 돈 받고 준 사람보다 돈을 주고 가져간 사람이 더 나쁘겠지. 중국은 철도를 다른 곳보다 늦게 놓았다는 걸 《철도의 세계사》(크리스티안 월마)에서 봤는데,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미국 사람이 고고학이나 동양 미술에 관심을 가진 건 철도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철도가 없을 때도 배나 마차를 타고 여기저기 다녔겠지만, 철도가 생기고 더 활발하게 다녔겠다. 영국 사람인 오렐 스타인은 돈황에 와서 문서 1만점이나 영국으로 가지고 갔다. 프랑스 사람인 폴 펠리오는 많은 나라 말을 잘했고 중국말도 잘해서 돈황 문서를 보고 중요한 것 5천점을 프랑스로 가지고 갔다. 오렐 스타인도 여러 나라 말을 알았지만 중국말은 조금밖에 몰랐다. 그걸 아쉽게 여겼다. 일본사람 오타니 고즈미도 8천점을 가지고 갔다. 그건 중국 일본 한국으로 흩어졌다고 한다. 오타니가 가지고 온 것에서 1700점은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다. 그럴 수가. 한국 사람이 가지고 온 건 아니지만 일본이 물러나고 그대로 한국에 두었다니. 그건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미국 사람 랭던 워너는 돈황 벽화와 공양보살상을 가져갔다. 워너는 동양 미술사가로 영화 <인디아나 존스> 모델이란다. 그렇지 않아도 이 책 보면서 <인디아나 존스>가 괜찮은 게 아니구나 했다. 고고학을 한답시고 남의 나라 유물을 찾고 가져가는 거니. 영화에 그런 게 나오는지 나도 잘 모른다. 어렸을 때 본 영화에는 잘못된 게 많을 것 같다. 미국 영화에는 미국 원주민을 안 좋게 그린 것도 있다. 어렸을 때는 모르고 영화를 봤구나. 지금도 아는 게 별로 없다.

 

 도사 왕원록처럼 돈황 문서를 쉽게 다른 나라 사람한테 넘긴 사람도 있지만 돈황 벽화를 중국에 알리고 지키려 한 사람도 있다. 장대천 상서홍 한락연이다. 상서홍은 40년이나 돈황에 살았다. 한락연은 조선족 중국 사람이다. 한락연은 그림뿐 아니라 항일 운동도 했다. 돈황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그곳에만 있어야 해서였다. 그 말 보니 제주도에 유배 간 추사 김정희가 생각났다. 조선족이라 해도 중국 사람이겠지. 그래도 예전에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게 어딘가 싶다. 옥문관과 양관은 서역으로 열린 관문이었다. 중국 사람이 거기에서 다른 나라로 가거나 다른 나라에서 왔겠구나. 그곳에 볼 건 별로 없다 해도 길게 이어진 행렬이 보일 듯도 하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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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의 우산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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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한테는 써야 하는 것이 있을까. 쓰고 싶지만 쓸 수 없어서 오랫동안 붙잡고 있는 이야기. 가끔 그런 말을 하는 글을 봤다. 보통 사람은 어떨까. 나는 딱히 쓰고 싶지만 쓰지 못한 건 없다. 나는 그렇구나. 난 쓸거리가 떠오르기를 바란다. 쓰고 싶은 게 있는 게 더 낫겠다. 한동안 생각했던 건 벌써 썼다. 대충. 난 그냥 쓰는 사람이니 아주 잘 써야겠다는 마음은 없다. 그래서 잘못 읽히기도 하는 걸까. 나도 내가 빼놓는 게 많다는 거 안다. 그런 걸 더 생각하고 써야 하는데. 자꾸 쓰면 늘어지고 더 이상해질 것 같아서 안 쓴다. 사실은 게을러서. 어쩌면 글은 쓴 사람 마음대로 전해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끔 소설을 보고 글쓰기를 생각하기도 하는구나. 잘 써 보려고 해야겠다는 말은 잘 하지 않는다. 내가 그렇지. 그런 말을 하면 그렇게 되려고 애써야 하니 아예 말 안 한다. 이런 내가 답답할지도 모르겠다.

 

 황정은 소설 그렇게 많이 읽지는 않았다. 이번이 네번째인가 보다. 그래도 <d> 앞 이야기라 할 수 있는 <웃는 남자>는 만났다. <d>도 처음에는 ‘웃는 남자’였던 것 같은데. 단편 웃는 남자에서 남자는 자신을 방 안에 가뒀는데(그때는 도도였던가), 여기에서 d는 집 안에서 나온다. dd가 죽고 얼마 동안은 방에만 있었지만. 집을 나오고 d는 본래대로 돌아갔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건 자신을 방어하는 걸지도. 예전에 다른 사람이 쓴 글에서 여소녀를 보고 여자라 생각했는데 남자였다. 남자라고 해서 여성 중성 이름을 쓰지 못할 건 없기는 하다. d는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사람과 말을 잘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것보다 d한테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 나이 많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d가 레코드판 들을 것들을 사려고 했을 때 난 d가 고시원에 산다는 걸 잊었다. d가 그걸 고시원에 가지고 가서 들을 때 생각났다. d는 그곳에서 음악을 듣고 옆방 사람이 자신이 있다는 걸 안다고 느꼈다. 고시원에는 사람이 많지만 마주치지 않는다고 한다. 고시원만 그런 건 아니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도 다르지 않다.

 

 첫번째 소설 <d>는 d가 dd를 잃은 개인의 슬픔에서 많은 사람 슬픔으로 커진 듯하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광화문 광장 촛불 시위. 이건 다음 소설로 이으려고 넣은 걸까. 시간의 흐름, 예전과 많이 달라진 세운상가. 물건을 사는 사람은 여전히 있지만 거의 인터넷으로 산다. 세운상가는 그런 물건이 잠시 머물다 가는 창고가 되기도 했다. 다시 상가에 사람이 오게 하려 한다고 하지만 잘 될까. 예전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많은 게 바뀌었으니. d와 dd만 생각할 수 없는 이야기다. 제목은 <d>구나. 그렇다 해도 d한테 dd는 잊을 수 없는 사람이다.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을 생각하는 걸로 마음에 살게 하라 하지만 그 말 쉽지 않다. d는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아주 사라지는 것으로 여긴 것 같기도 한데, 나중에는 생각이 조금 바뀐 것 같기도 하다. 그냥 그런 느낌이 든다.

 

 다음 이야기는 <d>보다 조금 긴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다. 소설 제목은 이런데 말이 무척 많다. 지금까지 본 황정은 소설과 달라 보이기도 한다. 이건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한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를 말하니. 페미니즘도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잘못 본 건 아니겠지. <d>에도 dd와 d 엄마는 아들만 생각하는 부모 때문에 힘들었다. 여기에서 가장 처음 나온 건 1996년인가. 연세대에서 김소영(나)과 서수경이 만나고 스무해 동안 함께 살았다고 한다. 제2차 세계전쟁, 홀로코스트, 동성애, 1980년대, 세상에 절망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츠바이크와 아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그리고 광화문 광장 촛불 시위. 제18대 대통령 박근혜는 대통령에서 물러난다. 2017년 3월 10일에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걸 생각하는 걸지도. 여기에 무슨 뜻이 있는 걸까.

 

 세상은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고 조금씩 바뀌었다. 지금도 조금씩 바뀌고 있을 거다. 그렇다 해도 아직 여전한 것도 많다. 여자는 남자하고 결혼해야 한다 같은. 어느 시대를 살든 힘들기는 마찬가진데 윗세대는 아랫세대한테 뭐가 힘드냐고 한다. 윗세대는 전쟁이 없고 굶지 않으면 괜찮다고 여기겠지. 사람이 먹고 살기만 해도 되겠지만, 그렇게 되면 다른 것도 생각하지 않을까. 그게 좋은 거면 좋겠다. 지금 물질은 넉넉해졌을지 몰라도 마음은 굶주리지 않았나 싶다. 남녀차별은 여전하고 동성애자를 안 좋게 보는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밖에 가진 게 별로 없는 사람, 장애인보다 비장애인 중심인 세상. 김소영 아버지나 엄마는 자신이 불쌍하지 않느냐는 말을 했는데 왜 그런 말을 할까. 난 그런 말할 자식이 없어서 다행이구나. 자식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없지만. 세상은 비장애인이나 결혼한 사람 중심이다. 그것도 바뀌어야 할 텐데.

 

 모두가 만족하는 세상은 없겠구나. 그냥 안 보이는 데서 조용히 살아야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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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란다스의 개 (양장) TV애니메이션 원화로 읽는 더모던 감성 클래식 1
위다 지음, 손인혜 옮김 / 더모던 / 2019년 5월
평점 :
일시품절


 

 

 일본에서는 오래전에 쓰인 소설로 만화영화를 많이 만들었다. 어릴 때 만화영화 볼 때는 그게 일본에서 만든 건지 몰랐다. 디즈니 만화영화도 했지만. <플란다스의 개>도 어릴 때 봤는데 그때는 잘 몰랐고, 마지막에 넬로와 파트라슈가 죽었을 때 그렇게 슬프지 않았다. 그때 난 몇 살이었는지……. 이 만화영화는 시간이 흐르고 EBS에서 할 때 한번 더 봤다. 그때는 왜 그렇게 슬픈지. 많이 어릴 때는 내가 감정을 잘 몰랐나 보다. 나이를 조금 먹고 그걸 알게 되다니. 넬로네 할아버지가 아파서 집에 누워 있기만 하는 것뿐 아니라 넬로와 파트라슈가 우유 배달하는 게 안돼 보였다. 넬로는 그걸 힘들게 여기지 않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다니. 책은 별로 두껍지 않은데 만화영화는 길게 만들었구나. 보면 슬프겠지만 한번 더 보고 싶다. 예전에 제대로 못 봐서.

 

 책 제목은 만화영화 제목과 같게 ‘플란다스의 개’라 했지만, 플랑드르 지방이고 책속에서는 영어 발음으로 플랜더스라 했다. 넬로나 알루아도 참 어색하다. 네로와 아로아로 알았는데. 예전에 만화영화 할 때 제대로 발음을 썼다면 좋았을걸. 플랜더스보다 플랑드르라고 하는 게 낫겠다. 《빨강머리 앤》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썼다는 거 나중에라도 알았는데 이 소설은 작가 이름 몰랐다. 나와는 다르게 작가 이름 알았던 사람도 많겠구나. 예전에 이 책을 볼 수도 있었는데 그 기회를 놓쳤다. 그러고 보니 그때 소설이 원작이라는 걸 알았구나. 이제라도 책 봤으니 괜찮은 거 아닌가 싶다.

 

 넬로 할아버지 요한 다스는 여든살에 두살 배기 넬로와 살게 됐다. 만화영화 봤을 때 넬로 할아버지 나이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 그뿐 아니라 알루아 아버지가 넬로와 알루아를 만나지 못하게 한 건 넬로가 열다섯살 때였다. 만화영화는 훨씬 어려 보이는데. 만화영화 볼 때 알루아 아빠가 왜 그러나 했던 것 같다. 소설을 보고 그때 의문을 풀었구나. 예전에는 알루아 아빠가 넬로가 가난해서 알루아와 만나지 못하게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난 알루아 아빠가 꼭 그렇게 해야 했을까 싶다. 지금과 그때는 다르겠지만 그때도 그림 그리고 잘사는 사람 있었을 텐데. 넬로는 무척 가난했다. 그림 그릴 걸 살 돈이 없어서 먹을 걸 못 먹기도 했다. 할아버지는 넬로가 얼마 안 되는 땅이라도 갖고 평범하게 살기를 바랐다. 넬로가 자기 꿈을 말할 수 있는 건 언제나 넬로와 함께 있는 파트라슈와 친구인 알루아뿐이었다. 넬로한테 파트라슈와 알루아가 있어서 다행이다.

 

 가난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못한다 해도 넬로는 착했다. 방앗간에 불이 나자 알루아 아빠는 기회라는 듯 넬로가 방앗간에 불을 질렀다고 한다. 넬로는 그 말에 아무 말도 못했다. 부자인 알루아 아빠가 넬로를 안 좋게 말하자 마을 사람도 넬로를 모르는 척했다. 가난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 마음을 안다지만 때로 가난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을 자기보다 밑으로 끌어내리기도 한다. 그걸 사람이 약해서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마을 사람은 넬로가 방앗간에 불을 지르지 않았다는 걸 알면서도 알루아 아빠를 거스르려 하지 않았다. 넬로는 그림대회에서 1등 하면 사람들이 자신을 다시 보리라고 생각한다. 넬로한테 좋은 일이 있기를 바랐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죽고 희망도 깨지고 넬로는 밀린 집세 때문에 집을 비워줘야 했다. 착한 사람한테는 왜 더 안 좋은 일만 일어나는 건지. 넬로는 배고픔과 추위에 떨면서도 길에서 주운 알루아 아빠 지갑을 돌려준다.

 

 앞에서 벌써 말했듯 넬로와 파트라슈는 함께 얼어죽는다. 넬로는 파트라슈만이라도 알루아 집에서 잘 살기를 바랐는데 파트라슈는 넬로를 찾아간다. 넬로가 혼자가 아니어서 다행이구나. 넬로는 죽기 전에 보고 싶은 그림을 본다. 그것도 돈이 없어서 못 봤는데, 좀 더 빨리 화가가 넬로 그림을 알아보고 알루아 아빠가 넬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좋았을 텐데. 끝은 슬퍼도 넬로와 파트라슈 우정은 보는 사람 마음을 따스하게 한다. 가난하다고 꿈을 가지면 안 될까. 그건 아니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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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1-13 2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난할 때 꿈이라도 있으면 가난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어요. 꿈을 생각하는 동안은 자신이 가난하다는 사실도 잊게 되지요.
플란다스의 개는 오래전 티브이를 통해 만화영화로 봤는데 단순한 스토리인 것 같아도 감동적인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눈물을 흘리며 본 적도 있어요.
소녀 감성이고 싶어서였는지? 빨간머리 앤을 오디오북으로 어제 구입했어요. 에이번리 이야기 편입니다. 들어 보고 좋다 싶으면 종이책으로도 살 생각입니다. ㅋ플란다스의 개도 새로운 느낌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희선 2020-01-14 01:36   좋아요 0 | URL
아무것도 없다 해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게 자신한테 힘이 되겠지요 네로한테는 재능이 있었는데, 그래도 그림을 그리고 꿈을 꿀 때는 즐거웠을 거예요 할아버지와 아로아 그리고 파트라슈도 있었으니... 네로를 좋아하고 믿었네요 네로 그림을 조금만 빨리 알아봤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소설에서는 슬프게 끝났지만 현실은 달랐으면 좋겠습니다

앤은 언제 만나도 반갑지요 다음 이야기는 앤이 에이번리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일어나는 일이군요 오디오북으로 들어도 재미있겠습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