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어 서점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초엽 지음, 최인호 그림 / 마음산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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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김초엽 소설 두권 봤다. 이번에 본 《행성어 서점》은 세번째다. 여기에는 짧은 소설 열네편이 실렸다. 열네편이지만 뒤쪽에 나오는 몇편은 이어졌다. 뒤쪽 소설 보기 전에 우연히 김초엽이 읽은 책 이야기를 쓴 글을 봤다. 그 책은 《작은 것들이 만든 커다란 세계》(멀린 셸드레이크)로 균사체 이야기가 담겼다. 그걸 읽고 여기 담긴 소설을 썼나 잠시 생각했다. 균사체는 서로 이어지고 서로 도왔다. 나무 뿌리에도 그런 곰팡이가 산다고 한 것 같은데. 지구에 외계 식물체가 침입했을 때는 사람이 미치기도 했는데, 어떤 지역에 사는 사람은 괜찮았다(<오염 구역>). 그 사람들 몸에는 버섯이 났다. 사람 몸에 버섯이 나다니. 그런 거 만화에서 본 적 있다. 만화에서는 독버섯 같은 걸 먹었더니 머리에 버섯이 났다. 버섯 먹고 죽지 않아 다행이구나.

 

 한사람 소설을 여러 권 보다보면 예전에 본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다. 지금 생각났는데 김초엽 소설에서 가장 처음 본 건 단편으로 《원통 안 소녀》였다. 젊은작가상 받은 게 처음이다 했는데. ‘원통 안 소녀’에 나온 사람은 그곳 공기에 부작용이 있었고 클론도 나왔다. 모든 사람이 어떤 것에 다 적응하는 건 아니다. 백신도 부작용이 큰 사람이 있지 않은가. 그런 사람도 생각해야 하는데 세상은 그러지 않는다. 모두가 같아야 하고 같은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그렇게 흘러가면 안 될 텐데. <행성어 서점>에서 파는 책도 마찬가지구나. 그건 말이 사라지는 걸 떠오르게 했다. 사람이 쓰는 말도 그걸 쓰는 사람이 없으면 사라진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사라지는 말이 있겠지. 그런데도 오래전 글자는 알려고도 하는구나. 그건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 그런다.

 

 사랑은 고통을 주지 않는 건지, 고통을 견디는 건지 생각하게 하는 건 <선인장 끌어안기>다. 누군가와 닿으면 아주 아픈 사람 실제 있을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그런 사람 이야기 본 것 같기도 하다. 여기에서는 접촉증후군이라 한다. 그런 사람이어도 누군가와 닿고 싶은 마음 있지 않을까 싶다. 서로 고통을 주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하지만. 그걸 선인장 끌어안기에 비유했구나. 선인장은 가시투성이여서 끌어안기 어렵다. 가시가 많은 고슴도치는 함께 있지 않던가. 고슴도치는 서로를 찌르지 않고 닿는 방법을 아는 건지도. 사람과 사람은 서로한테 상처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그것도 사랑이겠지. 이렇게 생각하지만 난 상처받고 싶지 않다.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보다 상처받아도 다른 사람과 함께 하기를 망설이지 않는 사람이 더 많겠다.

 

 어딘가에 가거나 중요한 일이 있으면 사진으로 남기기도 하는데, <표착되지 않는 풍경>에서는 사진을 찍어도 그게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 이런 일은 소설에만 있는 건 아니다. 멋진 풍경이나 소중한 기억은 그대로 담지 못한다. 그런 건 눈에 마음에 담아야 한다. 별안개 소문을 듣고 그걸 보러 간 곳에는 그 모습을 그리거나 글로 적는 사람도 있었다.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구나. <시몬을 떠나며>에는 가면을 쓴 사람이 나온다. 시몬이라는 행성에 사는 사람은 모두 가면을 썼다. 그 가면은 그곳에 찾아온 외계 기생생물이었다. 처음 기생생물이 얼굴을 가렸을 때는 절망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람은 거기에 익숙해졌다. 외계 기생생물이 가면이 되고는 억지웃음을 웃지 않아도 되고 더 다정해졌다고 한다. 사람과 다르다 해도 없애거나 쫓아내지 않고 함께 사는구나.

 

 자신이 다른 세계에 산다면 더 낫기를 바랄 것 같은데 <멜론 장수와 바이올린 연주자>는 그렇지 않았다.  멜론을 잘 팔지 못하는 자신뿐 아니라 바이올린 연주자로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자신도 괜찮다고 여겼다. 같으면서도 다른 두 사람이구나. 정말 평행세계는 어딘가에 있을까.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 어떤 만화에서는 사람이 결정할 때마다 그런 세계가 늘어간다고 했는데. 그렇게 되면 평행세계는 아주 많겠다. 나면서 내가 아닌 나는 어떻게 살아갈지.

 

 지구엔 외계인이 섞여 산다는 이야기는 벌써 나오기는 했다. <지구의 다른 거주자들>에서는 외계인은 미각이 다르다고 했다. 다른 환경에서 살다가 왔으니 다르겠구나. 이것도 재미있는 상상이다. 아니 어쩌면 진짜 지구에는 외계에서 온 생명체가 있을지도 모른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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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10-20 07: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선인장 끌어안기 좋아해요 희선님. 이런 짧은 단편들 속에서 또 장편을 끌어내 쓰시더라고요 희선님 글에서 만나니 다시 읽고싶어집니다 *^^*

희선 2022-10-21 00:18   좋아요 1 | URL
짧아서 아쉬운 이야기 장편으로 써도 좋겠습니다 앞으로 그러지 않을까 싶네요 다른 책을 보고도 이야기를 쓰기도 하는군요 그렇게 할 수 있는 거 부럽기도 하네요 작가는 아니지만 이야기 쓰고 싶기도 해서... 이런 주제넘은 말을...


희선

그레이스 2022-10-20 09: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디스같은 디스아닌^^
한사람 작품을 계속 읽다보면...
그렇죠?
저도 그래요.
그래도 좋은 작품이 있어요~♡
김초엽작가가 그런듯요

희선 2022-10-21 00:19   좋아요 1 | URL
작가는 비슷한 듯해도 다르게 쓰는군요 그렇게 해도 재미있게 쓰면 괜찮겠지요 한번 보면 잊어버릴지 몰라도 자꾸 보다보면 그런 거 기억하기도 하겠습니다 사람은 다 똑같지 않고 맞는 사람도 있고 안 맞는 사람도 있다는 거, 그런 거 잊어버리기도 하잖아요


희선

책읽는나무 2022-10-20 09: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사다 놓았는데 아직 읽진 않았네요.ㅜㅜ
이 책도 김초엽 월드? 속으로 빠져드는 책이로군요^^

희선 2022-10-21 00:20   좋아요 2 | URL
어느새 김초엽 월드군요 김초엽 작가는 그런 말 보면 좋아할 듯합니다 조금 부담 될지도... 지금까지 잘 썼으니 앞으로도 잘 쓰겠지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2-10-20 10: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김초엽 작가는 이제 SF소설계의 스타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같은 것을 봐도 다르게 보고 새롭게 보는 것이 저는 놀랍습니다.

희선 2022-10-21 00:22   좋아요 3 | URL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걸지 모르겠지만, 김초엽 작가가 나오고 한국 사람이 SF에 관심을 가지고 그런 책 많이 나오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예전에도 SF는 있었는데... 예전 것도 관심을 갖고 보는 사람 있겠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2-10-20 22: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행성어서점 너무 좋아해요. 김초엽작가는 아직 장편보다는 단편이 훨씬 좋아요. ^^
그런데 저 위에 책 사진은 직접 찍으신거예요. 와 사진 너무 좋아요. 책이랑 나무판자랑 너무 어울리고 감성돋는데요. ^^

희선 2022-10-21 00:29   좋아요 2 | URL
장편 한편인가 했는데, 경장편도 있었군요 그건 못 봤지만... 단편 좋아하는 사람 많을 것 같습니다 장편은 영상으로 만든다는 말이 있던 것 같기도 하더군요 영화인지 드라마인지... 책도 나무로 만드는 거군요 그래서 잘 어울릴까요


희선

서니데이 2022-10-20 22: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초엽 작가는 좋아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 선물로는 여러번 구매한 적 있는데, 읽은 책이 많지 않아요. 하지만 책 표지를 보면 낯설지 않은 느낌입니다.
희선님, 날씨가 일교차가 크다고 해요. 따뜻한 밤 되세요.^^

희선 2022-10-21 00:32   좋아요 2 | URL
저도 이 책 친구한테 보내주기도 했어요 재미있게 봤을지... 재미있게 봤다면 좋겠네요 서니데이 님도 다른 분한테 보내드렸군요 책 받으신 분 좋아하셨겠네요

오늘만 지나면 주말입니다 이번주엔 한 게 별로 없네요 지금 보는 책 이번주에 다 보면 좋을 텐데... 서니데이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페넬로페 2022-10-20 23: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짧은 단편들이었지만 거기에 들어 있는 것들의 의미가 다 좋은 작품이었어요.
행성어 서점 같은 경우엔 생경하면서도 왠지 기시감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저는 김초엽 작가 책 두 권 읽었는데 둘다 좋았어요^^

희선 2022-10-21 00:38   좋아요 3 | URL
마음 산책에서 나오는 이 시리즈도 괜찮죠 다 본 건 아니지만... 짧은 이야기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하면 좋은 거겠습니다 마음이 따듯해지는 이야기도 있고... 우주가 나오고 외계 생명체가 나와도 지금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군요


희선

scott 2022-10-21 17: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엽 작가 단편에서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죠
언젠가 서울에도 행성어 서점
(ai가 안내하고 결제하는)
생길지도😄

희선 2022-10-21 23:46   좋아요 0 | URL
소설을 보면 어떻게 하면 이런 생각을 할까 하기도 하네요 다른 걸 보고 거기에서 여러 가지를 상상하기도 하는가 봅니다 그렇게 하는 것도 부럽네요

세상이 그렇게 바뀔지도 모르겠네요 지금도 로봇이 서빙하는 곳 있다고 하던데... 책방에서도 AI가 여러 가지를 할지도...


희선

클라우디아 2022-10-27 0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넘 흥미롭게 읽은 책이랍니다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되는 단편들이었어요
희선님 저와 생각이 비슷하셔서 많이 공감 하고 갑니다

희선 2022-10-28 01:27   좋아요 0 | URL
클라우디아 님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이런저런 상상을 하고 그걸 글로 쓰고 다른 사람한테 감동도 주다니 멋집니다 마음 따듯하게 해주기도 하네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