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파상 단편선
기 드 모파상 김동현, 김사행 옮김
문예출판사 2006년 09월 15일
모파상 이름은 알지만 소설을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어요. 그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기는 합니다. 고전은 여러 가지로 만들기도 해서 책을 잘 안 보기도 하는군요. 모파상 소설도 다른 걸로 만들어진 적 있을 텐데, 저는 본 기억이 없어요. 뭔가 봤지만 모파상 소설이 원작이라는 걸 모르는 것뿐일지도.
이 책을 보고 뭘 어떻게 쓰나 하면서 천천히 봤습니다. 게을러서 천천히 본 거군요. 책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목걸이>를 조금 다르게 써 보고 싶었습니다. 모파상 소설보다 못 썼지만. 갑자기 어떤 게 쓰고 싶었어요. 반전이라 하기는 어렵겠지만. 나름 반전이라면 반전입니다. 모파상 소설 <목걸이>에도 반전이 있군요. 이 부분 저는 다르게 썼습니다. 여기에서 이런 말을 하다니.
다른 사람이 쓴 소설을 제가 다시 써 보기는 처음입니다. 어쩌면 예전에도 이렇게 써 본 적 있을지도 모르겠지만(노래를 듣고 그걸 썼던 것 같은데 써둔 게 없어져서 어떻게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써야겠다 하고 쓴 적은 없었습니다. 이런 것도 재미있네요.
목걸이
옛날엔 나도 젊고 예뻤는데 지금은 많이 늙었버렸지. 나이를 많이 먹은 게 아니야. 한동안 일을 많이 했더니 고왔던 피부가 아주 거칠어졌어. 이제 삼십대 후반인데. 지금 같은 시대는 삼십대 후반도 아주 젊잖아. 하지만 난 아주 많이 나이를 먹어버린 것 같아.
내가 고생한 이야기 한번 들어보겠어.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지만. 누군가한테 이 말을 하고 싶기도 해.
이름이 뭐냐고.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하겠어. 난 어릴 때부터 부자가 되고 싶었어. 내가 일을 하고 돈을 많이 벌고 싶었냐고 물어본다면, 그건 아니야. 이런 생각을 해서 내가 그렇게 일을 하게 된 걸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어.
우리 집은 그렇게 부자는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살 만하고, 난 적당히 공부하고 대학에도 들어갔어. 대학은 나오는 게 사는 데 조금 도움이 될까 하고 들어갔지.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변호사나 의사였는데 말이야. 어쩌다가 공무원인 사람을 만나고 결혼하고 말았어.
언제나 난 멋진 집에서 예쁜 옷을 입고 편하게 살고 싶었는데, 공무원인 남편은 돈을 별로 벌지 못했어. 그나마 집은 살 곳이 있었지만, 재미가 없었어.
어느 날 남편이 상사 딸 결혼식에 초대받았다는 말을 했어. 난 그런 데 못 간다고 했어. 거기에 입고 갈 옷이 없어서 말이야. 남편은 자기한테 돈이 조금 있으니 그걸로 옷을 사면 어떻겠느냐고 하더군. 남편이 가진 돈은 그리 많지 않았어. 브랜드 옷은 아주아주 비싼데 말이지. 어쨌든 옷은 적당한 걸로 샀지만, 보석은 하나도 없었어.
남편이 부자 친구한테 하나 빌리면 안 되겠느냐고 말하더군. 마침 나한테 조금 잘사는 친구가 있었어. 친구는 대학 때 만났는데 내가 바라던 의사하고 결혼하고 잘 살았어. 친구 집에 가서 하루만 보석을 빌려달라고 말했더니 친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보석을 보여주면서 마음에 드는 거 골라보라고 했어. 난 여러 가지를 보다가 딱 마음에 드는 목걸이를 봤어. 그건 그렇게 화려하지 않았지만, 작은 다이아몬드가 반짝반짝 빛났어.
결혼식날이 오고 난 예쁜 옷을 입고 친구한테 빌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걸고 결혼식장에 갔어. 남편 상사 딸 결혼식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 결혼식과 그리 다르지는 않았어. 그래도 이런저런 사람이 와서 신기했어. 남편 상사 딸이 결혼하는 남자가 꽤 잘 알려진 사람이었던가 봐. 여러 사람과 인사하고 음식도 먹다 보니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나버렸어.
나와 남편은 늦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왔어. 집에 와서 보니 친구한테 빌린 목걸이가 보이지 않는 거야. 난 남편한테 목걸이가 없다고 말했어. 남편은 목걸이를 찾으려고 왔던 길을 되짚어 갔지만 찾지 못했어.
이제 알겠지. 내가 왜 이렇게 벌써 늙어버렸는지. 맞아 난 친구한테 빌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잃어버리고 그것과 똑같은 걸로 사다준 뒤 그 빚을 갚아야 했어. 혹시 모파상 소설 <목걸이>라고 알아. 내가 거기 나온 여자와 똑같은 일을 겪다니 하는 생각을 했어. 난 그 소설을 보면서 친구한테 말했다면 좋았을 텐데 했지만, 막상 내가 그런 일을 겪으니 말하기 어렵더라고. 소설처럼 목걸이는 가짜가 아니었어.
내가 목걸이를 잃어버리고 빚을 내서 목걸이를 사자 남편은 나한테 헤어지자고 했어. 자신은 그 빚을 함께 갚아주지 못한다면서 말이야. 공무원이고 성실하다고 여겼던 사람인데 나를 버렸어. 그래 내가 사람을 잘못 봐서 그런 거겠지.
얼마전에 더 기가 막힌 일을 알았어. 그게 뭔지 알아. 글쎄 내 전남편이 내가 목걸이를 빌린 친구와 결혼했지 뭐야. 친구는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위자료를 많이 받고 헤어졌어. 그 뒤 내 전남편을 만났다고 하더군. 그 둘은 아주아주 행복해 보였어. 난 친구 목걸이를 사서 진 빚 때문에 아주 늙어버렸는데.
오래 일하고 빚을 갚았으니 이젠 나도 조금 편하게 살아도 되겠지. 예전처럼 예쁜 옷이 입고 싶다거나 보석으로 꾸미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작은 다이아몬드 반지는 하나 있으면 좋겠어. 그냥 날 위해. 나한테 여전히 허영심이 있는 걸까. 그럴지도 모르겠어. 아, 이런 말까지 하다니 별로 재미없지. 여기까지 들어줘서 고마워.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