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가는 곳 - 바닷속 우리의 동족 고래가 품은 지구의 비밀
리베카 긱스 지음, 배동근 옮김 / 바다출판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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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에 가고 고래 널 본 적은 없지만 네가 바다에 산다는 건 알아. 넌 사람을 알까. 사람을 만난 너도 있고 사람을 한번도 만난 적 없는 너도 있겠지. 넌 하나가 아니고 한곳에만 있지 않잖아. 너와 사람은 아주 멀지 않기도 해. 사람은 물속에서 뭍으로 나왔다고 하고 고래 넌 뭍에서 살기보다 바다로 갔다고 들었어. 넌 바다와 땅 두 곳에 살다가 바다로 갔던가. 이건 아주아주 오래전 일이겠어. 네 기억속에는 발이 있었던 때가 있을까. 넌 바다로 가고 바다에 살기 좋은 모습으로 바뀌었겠지. 사람이 한번도 본 적 없는 너도 있을 것 같아. 바닷속 깊은 곳에 살고 어쩌다 한번만 물 위로 떠올라서. 난 네가 어떻게 사는지 잘 몰라. 바닷속에서 오래 지내다 가끔 물 위로 올라온다고 하더라고. 그때 무섭지 않아.

 

 사람은 오래전부터 널 잡아서 여러가지로 썼어. 먹기도 하고 기름을 얻고 아픈 사람은 네 몸에 들어갔다고도 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네 몸 안에 들어가면 아픈 곳이 나았을지. 몸이 괜찮아진 사람이 있기도 한가 봐. 너에서 많은 사람이 아는 건 흰 고래가 아닐까 싶어. 그건 소설에 나오지만. 예전에는 정말 그런 흰 고래 살지 않았을까. 사람은 바다를 무섭게 여기면서도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어. 처음에는 천연소재로 배나 그물을 만들었는데, 과학이 발달하고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증기선을 만들었어. 냉동고를 만들고는 바다 물고기를 닥치는대로 잡았어. 거기엔 너도 들어갔어. 석유를 쓰게 되고도 한동안 널 잡았다고 해. 기름과 비누 마가린 가죽장갑 그리고 관절염 치료제 핵심 원료로 썼대. 사람은 참 잔인하지. 이런 말하니 미안하군. 나도 사람이잖아.

 

 넌 아주 먼 곳을 다닌다고 들었어. 사람은 가지 못하는 바닷속을 마음대로 다니겠어. 세계 사람이 널 잡으면 안 된다고 말한 게 그렇게 오래 되지는 않았어. 1970년대 말에야 그러다니. 그동안 넌 아주 많이 줄고 지구에서 사라진 것도 있겠지. 이젠 어느 나라나 널 잡지 않는데, 일본은 여전히 잡는다고 해. 밍크 고래를. 일본 사람이 옛날부터 고래 고기를 먹은 것도 아닌데 여전히 잡다니. 제2차 세계전쟁 때는 먹을 게 없어서 고래 고기를 먹었다고 해. 이제는 다른 걸 먹는데도 그때 일을 잊지 않고 지금도 널 잡는대. 한국도 예전에는 널 잡았어. 울산에는 네 암각화도 있대. 오래전에는 일부러 고래를 잡았다기보다 고래를 보고 바위에 새긴 거 아닐까. 이건 내가 좋을대로 생각하는 거군. 내가 한국사람이어서. 왜 너와 네 친구는 바닷가로 밀려오고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는 거야. 사람이 바다로 밀어줘서 산 것도 있지만 너와 네 친구는 많이 죽었어. 누군가는 그걸 너와 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도 했는데. 사람이 바다를 오염시켜서 그럴까 하는 생각이 더 크기는 해. 네 말을 몰라서 모르겠군.

 

 동물도 서로 말하기도 하겠지. 넌 바닷속에서 친구와 신호를 주고받고 아주 먼 곳에서 들리는 소리도 듣지. 그걸로 네가 갈 길을 알겠어. 사람이 바다로 가고 증기선이나 아주 커다란 배를 만들고는 바닷속이 시끄러워졌다더군. 배나 다른 기계가 내는 소리 때문에 넌 친구와 신호를 주고받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어. 그러다 길을 잃기도 하겠군. 어떤 넌 사람 말을 따라했다고도 하더군. 그런 너도 있었다니. 사람은 돌고래나 바다 생물을 수족관에 가두기도 해. 돌고래한테는 묘기를 가르치고 사람 앞에서 보여줘. 어떤 넌 수족관에 살다가 돌을 먹었다고 들었어. 넓은 바다가 아닌 좁은 수족관에 갇혀서 그랬을 것 같아. 돌고래도 스트레스로 죽는다고 했어. 사람은 널 돈벌이로 생각하다니. 기름을 얻으려고 널 많이 죽이기도 하고. 네가 바다에 살아서 지구 공기에 도움이 된다던데. 사람이 널 많이 잡아서 이상기온이 더 빨리 나타났을지도 모르겠어.

 

 바다에서 죽고 바다로 가라앉는 넌 다른 생물한테 도움을 줘. 넌 그저 먹이를 먹는 건데 네 안에는 안 좋은 게 쌓이기도 해. 사람이 안 좋은 걸 버리고 그걸 물고기나 바다 생물이 먹고 넌 또 물고기나 크릴을 먹겠지. 사람이 만든 플라스틱과 미세플라스틱은 네 몸 안에 쌓이기도 해. 누군가는 네가 그것 때문에 죽었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했지만 정말 그럴까. 사람은 지구 자체를 오염시켰어. 사람이 버린 쓰레기는 거의 바다로 흘러가고 그물도 많이 버린다고 하더군. 플라스틱이 시간이 흐르고 사라지면 좋겠지만, 그런 건 사라지는 데 엄청난 시간이 걸려. 그게 사람한테 돌아오기도 해. 사람은 그걸 잊지 않아야 하는데, 보이지 않으니 괜찮다 여기는 듯해.

 

 뭍에서 새가 사라지고 바다에서 고래 네가 사라지면 세상은 아주 조용해지겠어. 사람이 만든 듣기 싫은 소리로 세상이 가득해지겠군. 네가 노래하는 소리 들어본 적은 없지만 네 노랫소리가 바다에서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바닷사람을 홀린 노래는 네가 했던 걸지도 모르겠다고 하더군. 아름다운 노래를 하던 넌 벌써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르겠어. 사람은 널 제대로 만나지도 못하고 너와 헤어졌군. 아니 널 만나지 못해도 괜찮아. 널 만나지 않고 네가 바다에 있다는 것만 아는 게 낫겠어. 언제나 네가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치고 노래하기를 바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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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7-07 07: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란 드러마를 봤는데 거기 고래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문제가 해결될때 고래장면이 나오더라고요. 바다로 돌려보낸 제돌이 생각나네요. 잘 살고 있는지.

페넬로페 2022-07-07 10:10   좋아요 2 | URL
저도 잠깐 그 드라마 봤는데 많은 생각이 들게 했어요~~

희선 2022-07-09 02:01   좋아요 2 | URL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고래이야기가 나오는군요 그걸 넣은 건 왜일지... 바다에 사는 고래를 생각하라는 걸지... 제돌이는 돌고래군요 바다에서 잘 살면 좋겠네요 수족관보다 바다가 더 좋겠지요


희선

희선 2022-07-09 02:02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 님도 그 드라마 보시는군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하는 드라마군요


희선

stella.K 2022-07-07 1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뭔가 멋진 책 같습니다. 고래는 정말 멋진 동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정신나감 때문에 제대로 지켜주지도 못하고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ㅠ

희선 2022-07-09 02:05   좋아요 3 | URL
고래는 사람과 가까운 동물이기도 한데, 옛날에 사람이 아주 많이 잡았네요 고래를 잡지 않아야 한다고 한 건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아서 사라진 고래도 있겠습니다 보이지 않아도 바다에 살면 좋을 텐데, 바다는 넓고 깊어서 사람이 모르는 게 많네요


희선

2022-07-08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09 0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22-07-09 08: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장생포에서 고래축제 기간에 배를 탔어요
바다로 나가는데 고래를 본 것 같더라구요
우리의 상상력을 부추기는 고래.
고래 종류가 아주 많더군요.
고래와 창녀,라는 영화 좋아합니다

희선 2022-07-11 23:15   좋아요 2 | URL
고래축제가 있군요 바다로 나가서 고래도 본다니 멋지겠습니다 제주에도 고래 보러 가는 배가 있는 것 같더군요 돌고래던가 고래 종류 많지요 예전에 그림책으로 나온 《고래》 봤어요 거기에는 그림도 있어서 더 좋아요 그림책이니... 고래가 나오는 영화도 찾아보면 많을 것 같습니다 고래가 바다에서 잘 살아야 할 텐데...


희선

scott 2022-07-11 00: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래가 어린이 10살의 지능과 기억력을 갖고 있다고 하죠!

고래가 살지 못하는 바다는
그야 말로 호랑이가 사라진
숲과 같다고 합니다 ^ㅅ^

희선 2022-07-11 23:17   좋아요 4 | URL
고래가 열살 어린이 지능과 기억력을 갖고 있군요 꽤 똑똑하겠습니다 호랑이가 사라진 곳은 많군요 조선시대에는 호랑이 많았는데... 고래도 다르지 않군요 그 많던 고래는 다 어디 갔을지... 바닷속 깊은 곳에 사는 건 거의 못 보겠습니다 아주 큰 것도 있던데... 고래가 사는 곳은 바다숲이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2-08-10 16: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당선 축하드려요!
우영우 보면서 고래에 대한 지식이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희선 2022-08-10 23:25   좋아요 0 | URL
그레이스 님 고맙습니다 저도 고래 잘 모르는군요 얼마전에 라디오 방송에서 들으니 고래가 옛날보다 많이 줄었다고 했어요 몇십만 마리라고 했는데... 드라마는 못 봤지만 우영우가 고래를 잘 안다고 한 건 봤습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2-08-10 16: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저는 우영우를 보지 않았지만 고래가 나왔다는 이야기는 보도를 통해서 접했었습니다. 희선님의 시선은 늘 따뜻한 것 같아요.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희선 2022-08-10 23:30   좋아요 1 | URL
그 드라마를 보고 고래를 알려는 사람 많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림책을 봐도 괜찮아요 고래 그림책 많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 그림책 본 게 생각나서... 책으로 고래를 봤지만 많이 알지는 못하네요 고래를 잡지 않아야 할 텐데... 거리의화가 님 고맙습니다


희선

mini74 2022-08-10 16: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 아자아자! 당선 축하드립니다 *^^*

희선 2022-08-10 23:31   좋아요 1 | URL
미니 님 고맙습니다 오늘도 거의 다 갔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2-08-10 17: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희선님~!! 축하드립니다~!! 기분 좋아지셨으면 좋겠습니다~!!

희선 2022-08-10 23:32   좋아요 1 | URL
새파랑 님 고맙습니다 이거 보니 기분 좋네요 잘 못 썼지만... 늘 그렇게 생각해도 되면 기분 좋은...


희선

서니데이 2022-08-10 2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2-08-10 23:33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 님 고맙습니다 좋은 밤 보내고 있겠지요


희선

페넬로페 2022-08-11 01: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이 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요즘 우영우 드라마 열심히 보는데 고래에 대한 얘기, 넘 좋습니다.
막연하게 고래에 대해 알고 있었는데, 고래에 대한 것도 무궁무진 한 것 같아요**

희선 2022-08-12 23:25   좋아요 1 | URL
저는 우연히 이 책을 봤는데, 드라마에서 고래를 말하기도 하다니... 그 드라마 때문에 고래를 말하는 책 많은 사람이 관심 가질 듯합니다 고래라고 치면 많은 책이 나오더군요 예전보다 고래가 많이 줄었지만, 더 줄지 않기를 바랍니다


희선

thkang1001 2022-08-11 13: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2-08-12 23:26   좋아요 0 | URL
thkang1001 님 고맙습니다 곧 주말이네요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scott 2022-08-11 23: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이달의 당선 축하 합니다!

어린 시절 돌고래쇼 보고!
고래와 사랑에 빠져 버렸습니다!ㅎㅎ

고래는 분명 인간 보다 더 영민하고 영특 할 것 같은데
인간은 더이상 고래 사냥을 하지 말았으면 ㅜ.ㅜ

희선 2022-08-12 23:30   좋아요 0 | URL
scott 님 고맙습니다 지난번에 고래는 어린이 열살 정도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말씀하셨군요 열살이라고 해도 여러 가지 잘 아는 아이도 있겠습니다 고래도 저마다 다르겠지요 그런 고래를 사람이 많이 잡다니... 지금이라도 고래를 잡지 않으려 하니 다행이지만, 사람이 버린 비닐이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가서 고래가 죽는 듯해요 다른 물고기도 마찬가지군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