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617/pimg_7987151333449415.png)
얼마전에 빨강머리 앤으로 일기장이 나온 걸 알았다. 지난달이었던가. 보통 일기장은 아니고 물음에 답을 쓰는 거다. <빨강 머리 앤이 5년 후 나에게 : Q&A a day (벤티 사이즈)>다. 이걸 보게 된 건 다른 데서 나온 걸 보다가였다. 빨강머리 앤으로도 세해 다섯해 일기장 나왔구나 했다(어린왕자도 있다). 아무것도 없이 세해 다섯해 쓰는 거였다면 좋았겠지만, 물음에 답을 안 써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일기 쓰기는 했는데, 날마다 쓰지는 않았다. 2021년 2022년에는 별로 못 썼다. 그걸 써도 별거 안 쓰기도 한다. 지금 생각하니 일기장이 아닌 다른 곳에 날마다 조금씩 쓸데없는 걸 썼다. 그게 일기 대신이었구나. 일기장에 안 쓴 건 그거 때문이었나 보다. 그건 그냥 쓰는 거다. 내 마음을 그대로 다 쓰지는 않았다. 나만 봐도 그러다니. 자신만 보는 건 솔직하게 써라 하던데, 그게 안 되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617/pimg_7987151333449417.png)
몇해 전에 일기 잘 써 볼까 했는데, 생각만 하고 말았다. 내가 일기를 잘 쓴 적은 한번도 없는 것 같다. 자주 쓴 적은 있지만. 하루하루가 그리 다르지 않다. 다르지 않은 것도 쓰면 괜찮을까. 예전에 김신지 책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를 보고 세해 다섯해 일기 써 보면 어떨까 했다. 그때 일기장 찾아보니 딱 마음에 드는 게 없었는데, <빨강머리 앤>을 보니 바로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본래는 2022년 마지막 달쯤 살까 했다가 지난달에 샀다. 이번 유월부터 썼다면 참 좋았을 텐데. 칠월부터 쓸지 다음해 2023년 첫날부터 쓸지. 아직도 정하지 못했다.
여러 해 쓰는 일기는 몇줄 안 된다. 몇줄 안 돼서 쓰기 쉬울 것 같지만 그런 게 더 쓰기 어렵다. 그날 좋았던 거나 기억에 남는 일을 써야 할 테니 말이다. 그런 게 한해 두해 세해 그렇게 다섯해 동안 쌓이면 좋을 것 같기는 하다. 일기 쓰고 다시 보는 일 거의 없지만. 이건 해가 지나고 같은 날 일기를 보겠다. 첫해는 아무것도 없겠지만. 아직 쓰지도 않았는데 이런 생각을 하다니. 다섯해 동안 큰일 없으면 좋겠지만 그건 내 마음대로 되지 않겠지. 지금도 별론데. 해가 가기를 기다리기보다 칠월부터 쓸까. 유월과 일월을 같이 쓸까 하는 생각도 했다. 다음은 칠월 이월 이렇게 지나간 달도 다 쓰려고 했는데. 생각뿐이구나.
처음엔 쓸 게 없을 것 같으니 물음에 답을 써도 괜찮겠다. 그걸 해마다 하면 재미없겠지. 같은 물음이라 해도 다른 답을 쓸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이 그렇게 많이 달라질까. 어쩐지 난 늘 같은 대답만 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일기장에 있는 물음에 답을 쓰면 자신을 알지, 그게 다가 아닐지도 모를 텐데. 이건 써 보면 알까. 일기를 써도 그렇게 달라지지 않고 마음도 달라지지 않고, 좋아졌다가 다시 본래대로 돌아갔다 한다. 왜 마음은 그런지 모르겠다. 더 나아지면 좋을 텐데. 그건 내가 그렇게 살지 않은 건가. 그런가 보다.
이 일기장 열해 짜리도 있다. 그건 좀 긴 것 같다. 지금 생각하니 세해가 나았을까 싶기도 하다. 다섯해 짧지 않다. 이걸 샀으니 써야 할 텐데. 시작하면 어떻게든 채우겠지.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