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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행복해야지
도대체 지음 / Lik-it(라이킷) / 2021년 9월
평점 :
책 제목을 보고 이건 무슨 이야길까 했습니다. 맨 앞에는 사람이 개랑 고양이랑 누운 그림이 있군요. 책 맨 뒤를 보고 사람 하나 개 하나 고양이 둘이 어쩌다 함께 살게 된 이야긴가 했습니다. 앞부분은 그렇지도 않더군요. 이 책 작가인 도대체는 어느 날 고양이한테 고기를 주고, 그 뒤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었어요. 도대체는 개 한마리와 살았습니다. 이름이 태수예요. 사람 이름 같지요. 도대체는 고양이 한마리한테 마음을 쓰니 다른 고양이도 보였답니다. 도대체는 태수와 산책할 때면 길고양이한테 사료를 주고 잠깐 만나는데도 이름을 지어줬어요. 아니 그건 자신만의 고양이 구별법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길고양이 이름 짓고 부르는 사람 많을까요. 그러면 고양이 이름은 하나가 아니고 여럿이겠네요. 여러 사람이 같은 이름으로 알 때도 있겠습니다.
사람과 함께 사는 고양이도 많지만, 위험해도 바깥에서 자유롭게 사는 고양이도 많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저는 길고양이 자주 못 봤네요. 가끔 봤습니다. 길고양이는 사람을 무섭게 여겨서 쉽게 달아나요. 제가 사는 곳 둘레에는 고양이 밥을 챙겨주는 사람이 없는가 봅니다. 아니 밥을 주는 사람이 있다 해도 사람 가까이에 가지 않는 걸지도. 도대체가 길고양이 밥을 챙겨줘도 고양이는 쉽게 다가오지 않았어요. 사료를 그릇에 쏟으면 빨리 가라는 듯 소리를 냈답니다. ‘나 법 먹을 테니 그만 가 봐’ 였을까요. 고양이는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다는 말 어디선가 들은 것 같기도 한데, 도대체가 고양이 밥을 준다는 걸 다른 고양이도 알게 되고 찾아왔어요. 그러고 보니 처음에는 집 가까운 데서 고양이한테 밥을 주고 다른 고양이한테도 주게 됐군요. 그런 거 대단합니다. 자신도 힘들 때 고양이를 생각하다니.
오며가며 만나는 사람도 정이 들지도 모를 텐데, 사료를 챙겨주는 고양이는 더할 것 같습니다. 도대체는 자신이 다니는 곳 구역 이름도 짓고 거기를 돌았어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고양이도 있었어요. 그럴 땐 참 아쉬워했어요. 아니 아쉽다기보다 그 고양이가 어떻게 됐을지 생각했군요. 길고양이는 다른 고양이한테 영역을 빼앗기거나 사람한테 해코지 당하거나 로드킬 당한답니다. 길고양이는 집고양이보다 오래 살지 못한다죠. 바깥에 살아도 즐거우면 좋을 텐데. 사람이나 동물이나 그건 쉽지 않겠습니다. 사람도 말하다니. 모든 고양이가 도대체한테 다가오지 않은 건 아니예요. 어떤 고양이는 도대체가 나타나면 다른 소리를 냈어요. 고양이를 자주 보다보면 고양이가 내는 소리가 하나가 아니다는 걸 알겠습니다. 도대체는 자신이 고양이 이름을 부르는 걸, 고양이는 도대체가 그런 소리로 운다고 여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그럴지도. 접대용 목소리를 낸 고양이는 나중에 작가와 함께 사는 꼬맹이였네요.
길고양이도 예쁘면 많은 사람이 좋아하기도 하겠습니다. 도대체는 그런 고양이도 한번 만났더군요. 꼬맹이는 뽕나무 구역에 살았는데 추위가 다가올 때 꼬맹이가 보이지 않았어요. 도대체는 꼬맹이가 어디 갔을까 했는데, 다른 곳에서 꼬맹이를 만났습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도대체는 꼬맹이가 멀리 왔다가 길을 잃어서 자기가 살던 곳으로 돌아오지 못했나 하고 꼬맹이를 본래 살던 곳으로 데려다 줬어요. 그 뒤 꼬맹이는 도대체를 반기게 됐습니다. 태수하고도 친하게 지내려 했어요. 꼬맹이는 붙임성이 좋았어요. 그런 꼬맹이를 본 어떤 사람이 겨울을 따듯하게 보내라고 아는 사람 집에 데려다 줬는데 적응을 못하고, 그 사람이 자기 집에 데리고 갔는데 문이 열렸을 때 달아났답니다. 도대체와 꼬맹이가 다시 만난 건 고양이연일까요. 기적이네요. 도대체는 꼬맹이가 겨울을 잘 지내게 따듯한 잠자리를 만들어줬어요.
앞에서 예쁜 고양이 말했는데 좀 못생긴 고양이도 있었어요. 다른 사람이 지은 이름은 춘식인데, 도대체는 못난이라 했어요. 이 못난이는 기특한 고양이에요. 어미 없는 새끼를 돌봤어요. 고양이도 서로 돕는 모습 본 적 있군요. 그런데 좀 웃기기도 했습니다. 못난이가 새끼 뒤에 있기도 했어요. 그건 새끼 뒤에 숨은 걸까요. 도대체가 함께 살게 된 고양이 둘은 바로 꼬맹이와 못난이예요. 못난이는 다시 장군이 됩니다. 장군이라 하는 게 더 낫네요. 꼬맹이는 다른 고양이한테 자기 영역을 빼앗긴 것처럼 보였을 때고 장군이는 꼬리가 잘렸을 때 함께 살게 됐습니다. 꼬맹이는 집안에서 도대체와 사는 데 빨리 적응했는데 장군이는 시간이 좀 걸렸어요. 아니 어쩌면 아직도 장군이는 사람인 도대체를 다 믿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자신이 사는 곳이 안전하다는 건 알겠지요. 그러면 좋을 텐데.
뒤에서는 사람이 개 하나와 고양이 둘과 함께 사는 이야기가 됐지만, 도대체가 만난 길고양이 이야기도 재미있었습니다. 도대체 어머니도 고양이한테 밥을 주러 다니면서 고양이가 보이지 않으면 걱정했어요. 길고양이한테 사료 챙겨주는 사람 멋집니다. 그런 걸 안 좋게 여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