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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평점 :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제목은 멋지다. 이건 단편소설 제목이던가. 그 소설은 아직 못 봤다. 볼 기회가 있었는데 안 본 걸 보면 마음이 내키지 않는 걸지도. 김초엽 소설은 단편 한편 보고 이번에 《지구 끝 온실》을 보았다. 이건 장편이다. 인류가 지구를 망쳐서 살 곳이 없어질 수도 있겠지. 지금은 한번에 망치지는 않지만, 망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구를 망치는 시간이 되돌리는 시간보다 더 조금 걸리는구나. 그러면 언젠가는 그게 한꺼번에 밀려올지도. 지구를 좀 더 생각해야 할 텐데. 나도 생각만 하고 딱히 하는 건 없구나. 그저 살뿐이다. 지구에 해가 되는 건 인류, 곧 사람이다. 사람이 살면서 지구에 해를 덜 끼치고 살면 좋을 텐데. 그런 생각이라도 하면 좀 나을지도.
지구 기온은 예전에도 올라갔다. 그때는 그렇게 빠르지 않았다. 지금은 속도가 빨라져서 기후변화가 심하다. 2021년에는 세계 곳곳에 비가 엄청나게 내리고 엄청나게 덥기도 했다. 힘이 센 태풍. 몇해 전까지만 해도 난 태풍이 와도 비는 많이 오지 않겠지 했다. 그건 내가 잘못 알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태풍은 비를 아주 많이 뿌리는데. 태풍이 생기고 한국으로 다가오면서 비를 많이 뿌려서 내가 사는 곳에 오면 비가 덜 내렸던 거겠지. 다른 지역에는 비가 많이 왔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다. 지금은 한곳에 집중으로 내리기도 한다. 중국에는 하루 동안 내린 비가 한해 동안 올 만큼이었던 적도 있다. 지구온난화는 비뿐 아니라 산불도 자꾸 나게 한다. 갈수록 지구가 안 좋아지는 것 같아 걱정이다. 언젠가 지구가 소설에 나온 것처럼 되고 인류는 돔 안에서만 살아야 하는 건 아닐지. 그렇게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과 지구 생물이 죽을지 모르겠구나. 그전에 대멸종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
더스트 폴은 지구에 일어난 재앙에 가까웠다. 사람 몸에 해로운 먼지가 엄청나게 나타나고 죽은 사람도 많고 내성이 있는 사람은 안 좋은 일을 겪기도 했다. 그건 차별일지도. 돔에 사는 사람과 돔 바깥 사람, 공동체. 나오미와 아마라는 내성종이 산다는 도피처 프림 빌리지를 찾아다녔다. 둘은 연구소에 잡혀 있었는데 거기에서 달아났다. 멸망해 버린 세상에 희망이 있는 곳을 찾아 떠도는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겠다. 나오미와 아마라가 프림 빌리지에 가고 거기에서 지내는 이야기는 나중에야 나온다. 나오미와 아마라라는 이름이어서 한국 사람은 안 나오나 했는데 한국 사람도 나온다. 더스트생태학을 연구하는 곳에서 일하는 아영. 강원도 해월이라는 곳 있을까. 온유라는 곳은 없을 것 같은데. 실제 있는 지명도 있고 만든 곳도 있겠지.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데. 강원도 해월에 모스바사라는 식물이 나타나서 그걸 더스트생태학연구소에 알아봐달라고 했다.
아영은 어릴 때 알았던 이희수가 그 식물을 자기 마당에 심었던 것을 떠올렸다. 지금은 더스트가 사라졌지만, 한때 더스트 때문에 사람들은 살기 힘들었다. 공동체를 만들어 살아가는 사람도 있었는데 공동체는 시간이 가고는 사라졌다. 그 가운데 온실이 있었던 프림 빌리지가 있었고 모스바나를 만든 식물학자가 거기에 있었다는 걸 아영은 알게 된다. 앞에서 말한 나오미와 아마라가 찾아간 곳이 바로 그곳이다. 그곳은 나중에 전설처럼 된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이 나오미와 아마라를 랑가노의 마녀라 하기도 했는데, 두사람이 말한 프림 빌리지 이야기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 믿지 않으면 그런가 보다 하면 될 텐데, 믿어주지 않으면 마음이 안 좋을까. 그럴지도. 더스트는 그 일을 일으킨 곳에서 말하고 그걸 없애려 했다. 그전에 더스트는 줄어들었다. 그건 프림 빌리지에 살았던 사람이 세계 여기저기에 퍼뜨린 모스바나 때문이었다.
프림 빌리지가 그렇게 오래 있었던 건 아니지만, 거기에 살았던 사람은 그곳을 잊지 못했다. 또 다른 프림 빌리지를 만들려 했지만 잘 안 됐다. 이런 거 이야기하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잊힌 역사일 수도 있겠다. 많은 사람은 모스바나와 그걸 퍼뜨린 사람이 있었다는 건 모르고 다른 걸로 더스트가 사라졌다고 여겼다. 엉뚱한 사람을 영웅이다 했다. 그런 모습 보니 친일파가 잠깐 떠오르기도 했다. 그런 뜻으로 쓴 건 아닐 텐데. 프림 빌리지 사람이 세상을 조금 구하기는 했겠지.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지수와 레이첼 이야기 같기도 하다. 서로한테 관심을 갖기는 했지만, 그 이상은 나아가지 않은. 두사람은 프림 빌리지가 무너질 때 헤어지고는 서로를 오래 생각했다. 그런 거 바로 말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보인다.
내가 무슨 말을 한 건지 나도 모르겠다. 애매하게 썼구나. 실제 있었지만 잊히는 일이나 사람은 많다. 이 소설을 보니 그런 게 생각나기도 한다. 세상이 망했다 해도 다시 좋게 만들려는 사람도 있겠지. 사람은 더 힘들 때 큰 힘을 내기는 하는구나. 지구가 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