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물리학자 - 명화에서 찾은 물리학의 발견 미술관에 간 지식인
서민아 지음 / 어바웃어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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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시절 '제물포'라는 별명의 물리 선생님이 계셨다. 그분은 별명값을 제대로 하셨고, 물리는 나와 멀어졌다. 살아가며 물리를 가까이할 일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생각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공식을 달달 외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생활에 물리가 꽤 많이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읽은 책을 통해 미술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학자는 아니지만 여러 학문이 실생활에 적용이 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특히, 과학 분야는 내가 관심을 두고 챙기지 않을 뿐 그 혜택을 받고 활용한다는 것을 체감한다.


  그림을 통해 당시의 기후를 보거나, 그림 속 물결을 통해 파동이론을 연결한다. 뉴멕시코를 대표하는 화가 조지아 오키프는 모르면서도 그의 남편 알프레드 스티글리츠는 아는 것을 보면 내가 그림보다 사진 관련 서적을 더 많이 접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덕분에 그들의 치정사도 알게 된다. 하늘과 구름 사진을 종종 찍는 내게 이 부분에서는 좋은 이론을 알게 한다. 하늘이 파란 이유와 노을과 구름이 왜 그렇게 보이는지를 레일리 산란과 미 산란을 통해 알게 해준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


  책을 읽으면서 익숙한 화가의 이름과 다르게 책을 통해 새롭게 알아가는 화가들도 늘어난다. 현재의 구름 덕후 같은 내게 끌리는 존 컨스터블의 그림들은 새롭게 다가온다. 구름을 그리기 위해 기상학과 광학을 공부했기에 그의 풍경화가 새로운 경지를 이뤄낸 것이라 확신하게 된다. 윌리엄 터너의 그림은 익숙했다. 동시대에 다른 스타일의 풍경화 대가를 배출할 수 있었던 것이 악명 높은 영국의 날씨였다는 의견에 공감할 따름이다.


  책을 읽을수록 화가들이 과학의 발달 속에서 실험정신을 발휘해 자신들의 그림을 꾸준히 완성해 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머리말에 쇠라가 한 "누군가는 내 그림에서 시를 보았다고 하지만, 나는 오직 과학만 보았다."말은 책 본문을 읽으며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저자의 글이 기억에 남는다.


흔히 사람들은 예술적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고, 역사에 남은 거장들은 모두 천재성을 지녔다고 믿는다. 예술가라고 하면 직관과 영감에 휩싸여 일필휘지一筆揮之로 작품을 완성하는 사람을 떠올린다. 그러나 예술은 결코 직관과 천재성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부단한 노력과 반복된 실험,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보려고 하는 대담한 용기와 결단이 모였을 때 비로소 한 편의 예술작품이 탄생한다.(p.177)


  미술관에 간 지식인 시리즈를 처음 읽는다. 분명 관심은 갔지만 집에 못 읽은 책도 많았기에 도전을 하진 못했다. 이번 책을 읽으며 역시나 관심이 가는 분야의 책은 읽어야 하며 그 속에서 새로운 것을 알게 되고 미술을 보는 다른 눈을 뜰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코로나 19 사태로 도서관들이 휴관에 들어갔으니 상황이 나아지면 순서대로 시리즈를 읽던지 아니면 가장 관심이 가는 『미술관에 간 화학자』를 먼저 읽어보면 좋을 듯싶다. 미술을 공부하는 이들이나 물리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유익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나처럼 그냥 미술에 관심이 있는 이에게는 새로운 것들을 접하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어줄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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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0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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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는 글쓰기와 관련된 전공을 가졌기에 한 번은 거쳐가야 했다. 그의 책 『시학』은 글 쓰는 이들이라면 한 번은 읽어봤을 것이고, 나도 얇은 책과 뚜거운 해제가 담긴 책, 그리고 현대 영화와 관련된 책까지 소장하고 있을 정도다.


  수사학을 알게 된 것도 문예 창작과를 다니며 좀 더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였다. 글쓰기와 전혀 관계없이 살다 전공으로 글쓰기를 정하게 됐다. 처음에는 그냥 막연했으나 잘 쓰고 싶었다. 누군가의 앞에 나서서 말을 하는 것의 기본도 글이라 내게 수사학은 글쓰기 주였다.


  현대 수사학 책들은 가끔 봤으나 고전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 외에도 키케로의 책도 요즘 서점에 보이는 것은 선거가 다가오기 때문인가 싶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수사학을 '설득의 기술'이라고 정의하니 무관하진 않은 듯하다.


  책은 총 3권으로 되어 있다. 1권 1장에서 수사학의 역할을 '진정 설득력 있는 것과 설득력 있게 보이는 것을 구분하는 일'이라 한다. 특히 1권에서는 수사학의 세 가지 유형과 그에 대한 세부적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조언을 위한 연설, 법정에서의 변론, 선전을 위한 연설에 대해 다룬다. 연설은 조언과 선전으로 나뉘는데 정치적 연설을 떠올리게 한다. 앞서 수사학이 정치학 행세를 한다는 저자의 말에 수긍이 간다. 왜 그렇게 정치인들 가운데 법조인과 언론인이 많은 지도 새삼 깨닫게 되는 내용이었다.


  2권에서는 어디선가 들어 익숙한 용어이나 내겐 익숙하지 않은 '파토스', '에토스', '로고스'적 내용들을 다룬다. 수사학 활용에 영향을 미치는 연설과 관련되는 청중의 감정, 연령대별 인간의 성격과 세 종류의 연설에 공통적인 논제들과 예증, 생략삼단논법에 대해 설명한다.


  3권의 내용은 내가 수사학을 접한 이유와 관련된 내용을 다룬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막연하게 알고 있던 파토스, 에토스, 로고스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언제고 접했어야 할 책이었다. 책을 읽으며 정치인들이 얼마나 이 책을 읽었을지 궁금하다. 간혹 '어떻게 저런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는 이들이 국민들이 뽑은 대표라며 이상한 짓들을 하고 있는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는데 아마 궁금증과 멀지 않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지나치게 '파토스' 측면을 강조하고 '로고스'적인 부분은 너무 무시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괜히 수사학의 고전이 아니며 수사학에 대한 공부를 하는 이들과 정치를 하려는 이들이라면 꼭 읽어보고 생각해봐야 할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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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 텀 패스 - 나만의 노래를 프로듀싱하라!
황성제 지음 / 도토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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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림 팩토리 공장장 이승환 형님의 앨범 덕분에 익숙한 음악가 황성제. 이 책은 노래를 더 잘하게 해준다는 카피에 읽게 됐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가수 신승훈 형을 보고 노래를 따라 부르다 장래희망이 '싱어 송 라이터'였다. 하지만 희망사항 같은 일이었는지 생활성가를 2곡 작사한 것 외에는 불혹을 넘긴 나이에 음악 쪽으로 이룬 것은 없다. 노래를 부른 것도 성당에서 청년 성가대 활동을 했던 시간 외에는... 길을 걸으며 흥얼거리거나 방에서 따라 부르는 노래가 전부다.


  책의 구성에 앞서 첫 질문에 1번과 2번 사이, 1번에 더 가까운 음악에 대한 내 생각이 있음을 확인한다. 발성은 음악 발성보다는 성당 청년 전례부 활동 당시 연습한 전례 발성이 기본이 되어 있고, 성가대를 하며 배우게 된 발성도 있으나 꾸준히 연습하지는 않아 목소리 발성 외에는 까먹은 듯한 느낌이나 분명 내 나름의 발성을 하고 있음은 이미 알고 있었다.


  본격적인 노래 잘하기 위한 연습에 시작은 비브라토! 따로 음악을 공부하지 않고 노래를 불렀기에 가수들의 흉내 외에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음원을 들으며 가볍게 따라 하는데 갈수록 다양한 비브라토가 나온다.


  유튜브에 통으로 음원('1~10번' 이런 식이다)이 올라와 있어 블로그에 가봤으나 리듬 음원 외에는 유튜브에 연계된 내용이다. 블로그에 리듬 음원처럼 다른 파트의 음원들로 웨이브 파일 첨부파일로 올려두면 연습에 더 좋을 것 같다.


  텍스트 설명뿐이라면 뭔지 모를지도 모른다. 비브라토는 들어라도 봤으나 밴딩은 이 책에서 처음 듣는 용어였다. 텍스트와 더불어 그림, 음원이 있기에 그래도 이해를 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리듬감이 참 다양한 변화를 준다는 것도 여러 음원을 들으며 같은 곡을 다양한 리듬으로 접했기에 그 차이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감정 표현에서 가사 이해하기는 작사가를 여전히 희망하는 생활성가 작사자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TV 오디션 프로그램 등을 볼 때 나 또한 참가자들에게서 이 부분을 많이 느끼고 평가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어느 정도는 심사위원들과 일치된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호흡은 워낙 짧은 호흡의 내게 많이 아쉬운 부분이나 음원을 들으며 거기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었다.


  개성 있는 나만의 노래를 부르고 싶은 이들에게 좋은 도움을 줄 책이라 생각된다. 음악을 업으로 할 이들이 아닌 이상은 부담스럽지 않게 읽고 따라 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알려주는 대로 조금씩 연습만 해도 기존에 자신과 달라지게 만들어 줄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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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 창비시선 439
이영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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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무엇이 되어가는 중일까? 내 기분은 어떻게 되어가는가?

  시집 제목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위 질문은 시집 제목을 보며 떠올린 질문이었다. '처음'이란 단어는 설레고 시인의 첫 시집 또한 설렌다. 다양한 처음을 겪어 봤지만 내 첫 시집에 대한 생각은 가끔 떠올릴 뿐이다. 꾸준히 쓰지도 않으며 시집을 바라는 욕심. 그 욕심 때문인지 예정되어 있던 일은 코로나19로 모두 취소가 됐다. 당분간 일이 없다. 시집 읽기 좋은 시간이다. 생각은 많아지고 분주하다. 집에서 나가는 일이 줄어든다. 나는 어떻게 되어가는 중인가?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된다. '상쇄, 기형, 상대성, 투명' 2부 기형의 14편을 제외하면 각 부 15편의 시들로 구성된다. 편수의 차이는 각부의 제목과도 연결이 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1부 상쇄의 시들을 읽으며 시어가 다른 시어를 만나 상쇄시키는 기분으로 읽히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시집 제목을 만나는 시 「슬럼」이 반가운 것은 1부의 다른 시들의 긴장감 속에서 약간의 숨 쉴 틈을 만난 기분이다. 기형의 시들에서는 1부의 시와 다른 느낌을 받는다. 몇 편 외에는 여전히 해석되지 않는 시들이나 1부의 시들처럼 숨 막히게 몰아오진 않는다.

  이원 시인의 추천사의 '다른' 시집과 전병준 평론가의 해설 마지막 '우리가 연 가능성'의 초반부의 '모호한 언어의 배열에서 자주 길을 잃을지도 모르겠다'를 제대로 경험한다. 기존에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의 시집이 아닌 다른 스타일의 시집이었다. 처음 1부에서 가장 많이 길을 잃었다.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녹녹치 않은 시대다. 내가 전문성을 키워 일을 하려고 해도 걸리는 게 많다. 수많은 카페가 주변에 보이지만 내가 일할 자리는 없었다. 그렇게 우연하게 다른 기술로 자리를 옮겼으나 그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시작 단계라 어려웠다. 그래도 올해부터 나아지려 했는데 코로나19로 다시 그 희망도 날아가 버린 때다. 어쩌면 시인의 시 「임상연구센터」에서 보이는 이들 중 한 사람이 될지도 모르겠다.

  『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는 제목부터 달랐고, 제목만으로도 여러 것을 생각하게 했다. 기존에 내가 쓰려던 시들과 다른 시를 담고 있었기에 난해했으나 그 안에서 그려지는 삶은 낯설지 않았다. 평소와 다른 호흡으로 다시 천천히 길을 더듬 듯 읽어봐야겠다. 다르기에 자리가 있는 시집. 낯선 시인의 시집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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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곁에 있습니다 - 임종진의 사진치유 에세이
임종진 지음 / 소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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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을 취미로 시작한 지 14년 정도 됐다. 아버지의 장롱 카메라 캐노 AE-1 필름 카메라로 흥미를 가지다 잦은 셔터 막 고장 때문에 영입한 DSLR이 취미를 이어가게 했다. 그 초반부터 사진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일을 겪었다.


  사진이 찍힌 당사자들 모르게 그들의 사진이 렌즈 사용기로 쓰이고 있었다. 촬영한 이는 공연의 사진이라 초상권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상업 공연이 아닌 신앙과 관련된 공연이었기에 과연 찍은 이에게 저작권이 있었는지 지금도 의문이 든다.


  공연자들이 촬영을 요청한 것도 아니고, 촬영 후 그들에게 어디에 사용할지 양해를 구한 것도 아니며 사진을 제공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사진 촬영자는 자신의 저작권을 내세우며 타인의 초상권은 무시하고 소리 없이 그들의 얼굴을 노출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지금도 상대방의 초상권 보다 자신의 저작권을 내세우는 비슷한 이들이 있기에 안타깝다. 내가 찍었다고 해서 그들의 초상권을 동의 없이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주의해야 할 일이다.


  전하는 글의 '사람이 우선인 사진'에서 처음 '사진치유 에세이'라는 수식에 대해 예민했던 경계를 푼다. 이런 사진가라면 치유의 사진과 글을 담을 것이란 신뢰감이 생긴다. '사진 치유 에세이'이기 때문에 사진보다 글이 더 많다. 사진보다 글에서 치유를 받는 느낌이랄까? 저자의 글에서는 따뜻함이 묻어난다. 아마도 따뜻한 저자의 심성이 글과 사진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함께 공감할 수 있고, 그것을 사진과 글로 전달할 수 있는 저자의 능력이 자신의 이름 뒤에 '사진치유 에세이'라는 수식을 남길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보다 많은 사진이 담겨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글의 출판 사정상 많은 사진은 어려웠을 듯싶다. 책에 담긴 한 장 한 장의 사진들은 내 기준의 예쁜 사진과 괜찮은 사진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이런 사진이 사람 냄새가 담긴 사진이라는 것은 안다. 사진을 취미로 대하는 나와 진정 '사람이 우선인 사진'을 찍는 이의 큰 차이라 할 수 있겠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따뜻한 글 솜씨와 사진을 봤다. 예쁜 사진과 괜찮은 사진, 하늘 사진을 찍게 되는 것이 지금의 내 현실을 부정하는 일은 아닌지 생각하기도 했다. '현시창'의 시기를 제대로 살고 있기에 그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의 투사가 내 사진 촬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본다.


  따뜻한 사진을 찍고 싶은 이들, 자신의 사진이 너무 깔끔하기만 한 이들, 주변을 챙기지 못하는 이들이 읽어보면 좋을 에세이다. 당신 곁에 지금 누가 있는지 돌아보며 주변을 살피라는 메시지를 받은 책이었다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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