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곁에 있습니다 - 임종진의 사진치유 에세이
임종진 지음 / 소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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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을 취미로 시작한 지 14년 정도 됐다. 아버지의 장롱 카메라 캐노 AE-1 필름 카메라로 흥미를 가지다 잦은 셔터 막 고장 때문에 영입한 DSLR이 취미를 이어가게 했다. 그 초반부터 사진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일을 겪었다.


  사진이 찍힌 당사자들 모르게 그들의 사진이 렌즈 사용기로 쓰이고 있었다. 촬영한 이는 공연의 사진이라 초상권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상업 공연이 아닌 신앙과 관련된 공연이었기에 과연 찍은 이에게 저작권이 있었는지 지금도 의문이 든다.


  공연자들이 촬영을 요청한 것도 아니고, 촬영 후 그들에게 어디에 사용할지 양해를 구한 것도 아니며 사진을 제공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사진 촬영자는 자신의 저작권을 내세우며 타인의 초상권은 무시하고 소리 없이 그들의 얼굴을 노출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지금도 상대방의 초상권 보다 자신의 저작권을 내세우는 비슷한 이들이 있기에 안타깝다. 내가 찍었다고 해서 그들의 초상권을 동의 없이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주의해야 할 일이다.


  전하는 글의 '사람이 우선인 사진'에서 처음 '사진치유 에세이'라는 수식에 대해 예민했던 경계를 푼다. 이런 사진가라면 치유의 사진과 글을 담을 것이란 신뢰감이 생긴다. '사진 치유 에세이'이기 때문에 사진보다 글이 더 많다. 사진보다 글에서 치유를 받는 느낌이랄까? 저자의 글에서는 따뜻함이 묻어난다. 아마도 따뜻한 저자의 심성이 글과 사진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함께 공감할 수 있고, 그것을 사진과 글로 전달할 수 있는 저자의 능력이 자신의 이름 뒤에 '사진치유 에세이'라는 수식을 남길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보다 많은 사진이 담겨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글의 출판 사정상 많은 사진은 어려웠을 듯싶다. 책에 담긴 한 장 한 장의 사진들은 내 기준의 예쁜 사진과 괜찮은 사진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이런 사진이 사람 냄새가 담긴 사진이라는 것은 안다. 사진을 취미로 대하는 나와 진정 '사람이 우선인 사진'을 찍는 이의 큰 차이라 할 수 있겠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따뜻한 글 솜씨와 사진을 봤다. 예쁜 사진과 괜찮은 사진, 하늘 사진을 찍게 되는 것이 지금의 내 현실을 부정하는 일은 아닌지 생각하기도 했다. '현시창'의 시기를 제대로 살고 있기에 그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의 투사가 내 사진 촬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본다.


  따뜻한 사진을 찍고 싶은 이들, 자신의 사진이 너무 깔끔하기만 한 이들, 주변을 챙기지 못하는 이들이 읽어보면 좋을 에세이다. 당신 곁에 지금 누가 있는지 돌아보며 주변을 살피라는 메시지를 받은 책이었다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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