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 창비시선 439
이영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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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무엇이 되어가는 중일까? 내 기분은 어떻게 되어가는가?

  시집 제목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위 질문은 시집 제목을 보며 떠올린 질문이었다. '처음'이란 단어는 설레고 시인의 첫 시집 또한 설렌다. 다양한 처음을 겪어 봤지만 내 첫 시집에 대한 생각은 가끔 떠올릴 뿐이다. 꾸준히 쓰지도 않으며 시집을 바라는 욕심. 그 욕심 때문인지 예정되어 있던 일은 코로나19로 모두 취소가 됐다. 당분간 일이 없다. 시집 읽기 좋은 시간이다. 생각은 많아지고 분주하다. 집에서 나가는 일이 줄어든다. 나는 어떻게 되어가는 중인가?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된다. '상쇄, 기형, 상대성, 투명' 2부 기형의 14편을 제외하면 각 부 15편의 시들로 구성된다. 편수의 차이는 각부의 제목과도 연결이 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1부 상쇄의 시들을 읽으며 시어가 다른 시어를 만나 상쇄시키는 기분으로 읽히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시집 제목을 만나는 시 「슬럼」이 반가운 것은 1부의 다른 시들의 긴장감 속에서 약간의 숨 쉴 틈을 만난 기분이다. 기형의 시들에서는 1부의 시와 다른 느낌을 받는다. 몇 편 외에는 여전히 해석되지 않는 시들이나 1부의 시들처럼 숨 막히게 몰아오진 않는다.

  이원 시인의 추천사의 '다른' 시집과 전병준 평론가의 해설 마지막 '우리가 연 가능성'의 초반부의 '모호한 언어의 배열에서 자주 길을 잃을지도 모르겠다'를 제대로 경험한다. 기존에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의 시집이 아닌 다른 스타일의 시집이었다. 처음 1부에서 가장 많이 길을 잃었다.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녹녹치 않은 시대다. 내가 전문성을 키워 일을 하려고 해도 걸리는 게 많다. 수많은 카페가 주변에 보이지만 내가 일할 자리는 없었다. 그렇게 우연하게 다른 기술로 자리를 옮겼으나 그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시작 단계라 어려웠다. 그래도 올해부터 나아지려 했는데 코로나19로 다시 그 희망도 날아가 버린 때다. 어쩌면 시인의 시 「임상연구센터」에서 보이는 이들 중 한 사람이 될지도 모르겠다.

  『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는 제목부터 달랐고, 제목만으로도 여러 것을 생각하게 했다. 기존에 내가 쓰려던 시들과 다른 시를 담고 있었기에 난해했으나 그 안에서 그려지는 삶은 낯설지 않았다. 평소와 다른 호흡으로 다시 천천히 길을 더듬 듯 읽어봐야겠다. 다르기에 자리가 있는 시집. 낯선 시인의 시집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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