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철학자가 되는 밤 - 인생은 왜 동화처럼 될 수 없을까? 문득 든 기묘하고 우아한 어떤 생각들
김한승 지음, 김지현 그림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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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사·철. 인문학의 핵심 분야이며 내가 관심을 꾸준히 갖는 학문이기도 하다. 가끔은 어려운 책이 끌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평상시 접하는 글에서 느끼게 되는 일도 생긴다.


  가장 최근에 읽은 하이데거의 철학서에서 존재에 대해 생각했다. 코로나19로 예정되었던 일들은 취소되었고, 먹고사는 어려움에 결국 새로운 길로 걸음을 옮겨야 했다. 사람의 예정된 일이 바이러스 때문에 무너지는 것도 보게 된다. 흑사병 이후 유례가 없을 세계적 비상사태. 그런 때에 큰 명제의 철학으로 나 자신의 존재를 돌아보는 경험도 하게 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아니라도 결국 살아가며 하는 생각들이 각자의 철학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에 읽게 된 책이 그러한 생각의 연장선이 되었다. 하이데거의 철학서와는 무게감과 결이 다르나 무거운 담론이 아니라 해도 삶 속의 철학을 우화나 이야기로 만나게 해주는 책이다.

  철학자인 아버지의 글과 딸의 그림이 어우러지며 책은 이어간다. 앞서 읽은 책의 무거운 내용과 다르게 이 책은 '누구나' 철학자가 되는 '밤의 시간'을 독자들에게 마련한다. 딱딱한 철학서가 수면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이 책은 그와 다른 영향을 줄 거라 예상한다.

  책의 크기나 표지 디자인, 제목 등은 '밤의 시간' 센티함과 만나 극대화되는지도 모른다. 책에서 만나는 각각의 글은 때론 가볍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마지막에서 깨닫거나 느끼게 되는 생각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익숙함 때문에 쉽게 넘기게 되는 이야기에 담긴 철학을 만나게 될 때의 희열은 또 다른 듯하다.

  '아무나' 철학자가 되지는 못하나 '누구나' 자신만의 철학을 생각하게 할 책이 아닌가 싶다. 철학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이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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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율, 강의와 강연 하이데거 전집 10
마르틴 하이데거 지음, 김재철 옮김 / 파라아카데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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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데거'라는 이름은 익숙하지만 그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그의 대표작이 '존재와 시간'이라는 것은 알지만 역시나 읽어 볼 시간은커녕 생각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번 책은 하이데거의 사상을 접하기 위한 기회였고, 근거율?이라는 낯설지만 익숙할 것 같은 제목이 끌렸다.


  '이유(근거) 없이는 아무것도 있지 않다'라는 근거율 공식.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이 명제가 정립이 되기까지 2300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내용이 놀라웠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 원인에 대해서 또 긍정하게 되는 부분이다. 동화 『파랑새』도 그렇지 않았던가? 아래의 말을 들으며 떠오른 게 나는 '파랑새'였다.
  가까운 것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항상 무디고 둔감하기 때문이다.(p.17)
  근거율의 이중 부정 명제는 긍정의 명제로 바뀌고 내게 강렬하게 다가온다.
'모든 존재자는 이유를 가진다'(p.18)
  철학적인 내용을 떠나 지금 상황에 내게 와닿는 명제였다. 괴테의 명언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처럼 연속된 방황의 시간을 보내고 있기에 책을 읽는 동안 가장 울림을 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처음 만났던 근거율의 명제만 보자면 간단하게 해석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에 관련된 책 속의 강의와 강연을 보자면 전혀 간단하지 않다. 일반인인 나로서는 당연하다 생각했던 근거율에 대해 하이데거는 의문을 가지며 단순화하기 위해 근거율의 근거를 찾는다. 결국 하이데거는 근거를 존재 속에서 찾아간다.

  읽는 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으나 책을 읽는 것까지였던 것 같다. 철학서답게 계속해서 파고드는 과정 속에서 길을 잃고 나의 존재에 대해 더 생각을 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철학서는 역시 철학서였다. 한 번 읽는 것으로 이해가 되긴 어려운 책이었고, 지금보다 다른 것들에 신경 쓸 일이 적을 때 다시 읽어봐야 이번 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그래도 지금 시점에 내 존재에 대해 생각을 해볼 수 있게 해줬다. 하이데거의 철학을 공부하는 이들과 나처럼 그의 철학서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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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다,,, 또 쓴다 - 문학은 문학이다
박상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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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가 아닌 '수필집'을 오랜만에 본다. 최근에 나오는 비슷한 책들이 대부분 '에세이' 혹은 '산문집'으로 출간이 된다. 저자의 확고한 철학이 있기에 '수필집'으로 책이 나왔고, 글 쓰는 것에 꾸준히 시선이 갔던 나는 제목 끌려 책을 만나게 됐다.


  내가 관심을 가지는 시로 처음 등단해 희곡과 소설, 동화 등 다양한 장르를 쓰는 작가의 글이 궁금했다. 제목부터가 '쓴다,,, 또 쓴다'이니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내가 안 읽을 수 없었다.


  책은 5부로 구성된다. 제목에 끌린 내게 가장 관심이 갔던 내용이 1부에 나오는 것 같았다. 저자의 글을 읽으며 작가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다른 말로 말하자면 독특했다. 평범하지 않기에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쓸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글을 자유롭게 펼치는 저자의 글의 내용과 스타일에 끌린다.


  비단 1부의 글만 아니라 책 전부에 저자의 생각과 재치와 문장이 잘 녹아 있다. 시로 처음 등단했기에 종종 보이는 시에서도 울림을 얻을 수 있다. 이런 걸 일석이조라 할까? 시인들의 산문을 좋아하는 내게 정통 수필을 내세운 책이 주는 여운은 해당 장르에 대한 관심을 더 갖게 한다. 시가 아닌 산문을 써볼까? 하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특별히 아는 수필가는 없었는데 이 책이 그런 부분을 해결해 주는 순간이었다.


  적당한 긴장감 읽는 이들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기존에 읽던 산문집과는 확실히 결이 다르다. 대학시절 분명 수필 과목도 배웠었는데 특별히 기억이 나진 않는다. 전공으로 정했던 장르가 아니라 크게 신경을 쓰지 못했고, 어느 순간 에세이 · 산문으로 모습을 달리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작가는 쓰는 사람이다. 쓰지 않고 작가라 하기는 어렵다. 왜 저자가 '쓴다,,, 또 쓴다'라고 제목을 정했는지에 대해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된다. 에세이와 산문집 속에서 당당히 수필집으로 나온 책. 수필을 찾는 이들이라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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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을 위한 책쓰기 - 누구나 책 쓰는 시대, 팔리는 책을 쓰는 비법
이상민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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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쓰기,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출판사 서포터스와 마케터로 만나 알고 지내던 지인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과거에는 등단 문인, 박사, 대기업 임원이나 재벌, 유명 인사가 주로 책을 썼다. 나 또한 그런 책표지 날개에서 저자의 약력으로 책을 고르던 시절이었다. 많이 배우고, 잘나고, 성공하지 못한 이들에게 책쓰기란 불가능한 일이라 여겼었다. 하지만 퍼스널 브랜딩이 강해지고, 자신만의 확실한 콘텐츠가 있다면 쓸 수 있는 게 책이다. 그 사람의 학력 등은 중요하지 않다. 참신한 기획과 내공을 가진이라면 누구라도 책을 내는 게 이상하지 않은 시대다.

  그 때문에 책쓰기 관련해서도 여러 책들이 나온다. 나도 몇 권의 책을 읽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최근 읽은 책 중 한 권도 크게 보면 책 쓰기와 연관이 되어 있는 책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도 그 책과 이번에 읽는 책의 결이 다르다. 앞서 읽었던 책은 편집자로 다가가는 책에 대한 내용이었고, 이번 책은 제목 그대로 보통 사람인 저자의 책 쓰기다.

  저자의 이름이 낯설지 않은 것은 유명 연예인과 동명이인이라는 것과 서점에서 본 책의 저자라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내가 선호하는 분야의 책을 주로 쓰진 않지만 과거 저자의 책을 한 권 읽었었다. 이 책이 두 번째로 접하는 저자의 책이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된다. 1부는 책 쓰기와 이제는 뗄 수 없는 퍼스널 브랜딩에 관한 내용으로 책은 시작한다. 지금의 저자가 있게 한 내용과 앞으로 만들어갈 사람들을 위해.

  2부는 이 책을 읽는 독자를 위한 내용이다. 책쓰기에 관심이 있어 책을 읽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쓸 것인가를 다룬다. 생각만으로는 노벨 문학상까지도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뭘 써야 할지도 모르는 이들에게 필요한 조언이 아닌가 싶다.'아무나'가 책을 쓴 후 '전문가'로 대중들에게 인식(p.47) 되는 과정을 지켜본 저자의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조언을 담고 있다. 첫 글에 나오는 열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책쓰기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은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

  3부는 이제 쓰게 됐으니 어떤 책을 쓸지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이다. 주제 선정에서부터 자료 수집 등에 대해 다룬다.

  4부는 책쓰기에 앞서 '글쓰기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다루는데 3부에서 이어지는 내용이라 할 수 있겠다. 너무 잘 쓰려고 하다 보면 정말 더 이상한 글이 나올 수 있음은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들도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힘을 적당히 빼는 게 중요한데 그게 참 어렵다. 그래도 익숙해지면 어느 순간 몸에 익는 것이지만 시간과 연습이 필요하다.

  5부는 책을 내기 위한 가장 최종 관문 '출판사와의 관계 맺기'에 대해 다룬다. 이 부분을 보며 내가 온전히 책을 낼 능력이 갖춰지면 연락하고 싶은 지인들이 떠오르는 것은 왜 그럴까? 사적으로는 친하지만 분명 악마 같은 면을 가진 편집자 지인들이 급 떠오르던 파트였다.

  책쓰기가 이제 정말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 가까운 이들의 책도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로 만나게 된다(물론 내 전공의 영향도 있으나 그 외의 케이스도 있기에...). 꾸준히 블로그에 쓰다 보니 욕심이 생기는 것도 있으나 여전히 책으로까지 생각하는 콘텐츠를 쓰기에는 부족하다. 그래도 책 쓰기가 참 가까이 왔음을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자신의 책을 쓰고 싶은 이들이라면 참고하며 읽어보기 좋은 책이라 추천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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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하고 찬란한 고대 로마 - 전 세계의 박물관 소장품에서 선정한 유물로 읽는 문명 이야기 손바닥 박물관 1
버지니아 L. 캠벨 지음, 김지선 옮김 / 성안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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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를 떠올리게 하는 고대 로마에 관심이 있었다. 과거 읽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읽기는 로마에 대한 내 적극적인 표현이었다. 그 후로는 고대 로마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진 않았다. 딱히 눈에 드는 책도 크게 없었고,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하기에도 바빴다.


  이번 책은 과거 읽은 로마의 이야기보다는 그 당시의 유물을 통해 접하는 로마였다. 『로마인 이야기』에는 스토리가 있었다면 유물에는 그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접하게 되는 유물이 생소하기도 했지만 종종 미술책에서 보던 사진들도 만나게 된다.


  이 책에서 가장 독특했던 부분을 꼽자면 각 유물 옆에 손바닥, 사람의 모양 등으로 각 유물의 실물을 가늠하게 한다. 제원도 적혀 있으나 이미지로 나타내 더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참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다.


  책은 총 네 시기로 유물들을 분류한다. 처음은 로마의 시작 단계인 초기 이탈리아와 '왕들의 시대'로 기원전 약 900년~509년의 유물들을 다룬다. 투박하다 생각되는 유물들도 보이나 그 섬세한 세공과 디테일은 2500년 전의 솜씨로 보기에는 놀라울 수밖에 없다. 물론 너무 현대적인 우월감을 가지고 보는 것인지도 모르나 비약해서 보자면 이탈리아의 장인들의 기원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두 번째 시기는 공화국 시기인 기원전 약 509년~27년경의 유물들이 나타난다. 오랜 시간을 지나며 보다 발달된 모습이 보인다. 더 정밀한 세공은 지금 보더라도 근사한 작품들이다. 미술책에서 봤던 작품 몇 점도 보이기에 더 익숙했다. 『로마인 이야기』에서 접했던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인물, 유명 정치가의 흉상도 기억에 남는다. 또 꽤 높았을 해부학적 지식을 엿보게 하는 유물들도 볼 수 있다.


  세 번째 시기는 초기 제국으로 제국이 커지는 시기인 기원전 27년~서기 285년경)의 유물들이 나온다. 초기에는 아직 그리스도교가 국교로 공표가 되지 않았던 시기라 이시스와 미트라 등의 이교의 신상들도 볼 수 있다. 5현제의 한 인물이자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만나게 되는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청동 조상을 만날 수 있는 이유가 오해 때문이었다는 것도 흥미롭다. 뒤에 가면 역시 글래디에이터에서 악역인 코모두스 황제의 흉상도 만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앞부분에 보인 수술 도구들에 관심이 간다. 이미 공화국 시기에서 의학적 지식을 가늠케 하는 유물들이 보였는데 외과수술을 그 시기에도 하고 있었다는 것도 놀라운데 수술도구도 상당히 세분화되어 있었다. 오늘날 서양 의술이 역시 그렇게 발달되어 왔음을 가늠케 한다.


  마지막으로 제국 말기인 서기 285년~476년의 유물들이 나온다. 달이 차면 기울 듯 국가의 운명도 비슷하게 이어지는 것 같다. 지금까지 꾸준히 지속된 국가가 있을까? 현대 국가들 역시 언젠가는 몰락의 시기를 만나겠지만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어느 정도 그런 몰락의 모습을 조금은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기독교의 부상과 로마의 몰락을 다루는 시기지만 그만큼 작품들의 세공은 초기에 비해 많은 발전을 해 있다. 현재의 '스위스 아미 나이프'를 떠올리게 하는 연장은 특히나 돋보인다. 기독교가 공인이 되었기에 성경 관련 작품들이 끝부분에 가면 많이 보인다.


  마지막에 Glossary에서 용어를 한 장 분량으로 정리하고 있어 낯선 용어에 대한 이해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역시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유물을 통해 잘 알 수 있었다. 박물관에 방문을 해본 게 언제인지 떠올려 본다. 고대 로마의 유물을 보며 우리나라의 유물과 시기별로 비교하며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서 빨리 코로나19가 해결되어 다시 제대로 된 문화생활을 할 수 있길 바란다. 고대 로마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읽어보면 유익할 것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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