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박물관 (Museums) - 세계 각국의 건축 문화유산을 찾아서
기울리아 카민 지음, 마은정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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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잘 안가게 되더라도- 왠지 여행을 가면 꼭 둘러보게 되는 곳이 있다 바로 유명한 박물관과 미술관이다. 그림에 대해 무지하더라도, 그 나라의 역사에 대해 무지하더라도 미국이나 유럽을 여행하게 되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박물관을 방문하여 한나절 정도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 짧은 기간에 지식을 얻고 떠나기보다는 유명한 작품을 실제로 보았다는, 그리고 이 유명한 곳에 내가 실제 와봤다는 뿌듯함. 그리고 잠시나마 그림을 보는 동안 마음의 평화와 왠지 안정이 되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정신없이 보기 보다는 어차피 다 못 볼것이라는 생각에 천천히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작품을 찾아 감상하곤 했었다.

이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는 그 크기와 종이질에 놀랐다. 이 책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소장품이 주인공이 아니다. '세계 각국의 건축 문화 유산을 찾아서'라는 부제에 맞게 바로, 미술관 건물 그 자체에 중점을 둔 책이었다. 44개의 박물관 중에서 가본 곳은 겨우 3곳 정도. 일단 아는 곳부터 펼친 곳에서 나타난 어디서 본듯한 건물 모양과 내부 사진들은 반가움이 일었다. 스미소니언 같은 경우는 다 방문 하지 못하고 일부만 방문해서-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흘렀기에 이런 곳도 있었구나 싶었다. 한장씩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마치 내가 직접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천천히 둘로보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시원시원하게 담겨진 박물관의 전경 사진들. 짧막한 설명들이 오히려 책에 몰입하는데 더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을 보고나니,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에 꼭 가보고 싶어졌다. 메르세데스 벤츠 등 다양한 박물관이 많았는데- 참 세상에는 재미난 곳이 참 많구나, 와 이 건물은 건물 그대로도 예술이다 싶은 곳들이 참 많았다.

이 책을 보고 난 후 여기에 나온 박물관이나 미술관들을 방문할 수 있다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이 책은 이 책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박물관을 찬찬히 둘러보고 온듯한 감흥을 일게 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싶지만, 미술관을 둘러보고 나오면 왠지 마음이 차분해지고 흡족한 것 처럼 이 책 역시 힘들고 짜증나는 날, 미술관에 발걸음 하듯 펼치고 싶은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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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수프
마쓰다 미치코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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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스케의 제안에 그녀는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저는 워낙 요리 솜씨가 없어 레시피를 써주신다고 해도 그대로 만들 자신이 없어요."
"무슨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에요. 상대방한테 따뜻한 음식을 대접하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사람에게 음식, 먹는 것은 참 많은 의미를 지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식구 같이 밥을 먹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예수님도 최후의 만찬에서 제자들에게 자산의 살과 피라면서 빵과 포도주를 나눠주었다. 그 외에도 직장인의 최대의 고민이 '점심에 뭘 먹을까'일 정도로 음식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결국 요리에는 그 요리를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져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수많은 요리 중에 수프라니... 보통 정식이나 스테이크에 사이드메뉴로 따라오는 음식. 하지만 돌이켜보면, 실제로 우리가 아플 때나, 정작 힘이 없을 때 기운을 붇돋기 위해 먹는 음식은 큼직한 스테이크가 아니라 몸을 보하면서도 필요한 영양소를 제공하는 수프이다.  그럼 천국의 수프란 도대체 어떤 맛일까?

이 책에는 언니를 잃고 아픈 엄마를 위해 단 하나의 특별한 수프를 찾는 유이코와 아들을 잃고 아내와 가정 모든 것을 잃은 료스케라는 요리사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두 명 모두 가족이라는 소중한 존재를 잃고, 이를 회복하기 위해 괴로워하기도 하고 힘들어하면서도 무언가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결국 돌고 돌아 얽혀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사실 살면서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한다. 말로 건네기 어려운 말이,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맛있는 식사 한끼로, 웃으면 기울이는 술한잔으로 풀릴 수 있다. 우리가 건네는 그 음식에는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이 응축되어 상대에게 전해지는 것 같다.

특별히 자극적인 내용도, 엄청난 사건도 없다. 다만 맛있는 수프를 한숟갈씩 떠먹듯 읽다보면 마음이 훈훈해진다. 처음부터 밝고 따뜻한 노란색 바탕의 표지부터 마음에 들었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날씨가 나날이 추워지는 겨울, 따뜻한 컵수프라도 한컵 끓여 가족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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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사랑에게 - 두 번째 이야기
최숙희 지음 / 예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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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분홍색표지- 행복해보이는 소녀의 표지에 나도 모르게 쌓아둔 책들을 두고, 손을 뻗었다.

나는 첫눈에 반하는 사랑, 운명적인 사랑을 믿지 않는다. 감정이 있다는 사실은 인식하고, 이해도 한다. 하지만 내가 주로 읽고 좋아하는 소설에는 아무래도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한 사랑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다. 세상에는 그런 사랑도 있겠지만, 오히려 내가 '사랑이 사랑에게'에서 만나 그런 일상적인 사랑의 모습이 더 많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즐겁고 행복하기도 하다.

사랑의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놀러갔던 유원지에서 초상화를 그리고 있는 사람, 내가 마시는 커피를 만든 여자 점원, 포토스튜디오에서 일하는 여자, 그 포토 스튜디오에 사진을 찍으러 가는 연인. 정말 짝사랑이던, 행복한 사랑이던, 아픈 사랑이던... 세상 사람 모두는 사랑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나오는 수많은 사랑이야기를 읽으면서 사랑은 어쩜 이렇게 소소하고 아기자기할까 생각을 했다.

짝사랑이라고 부족해보이거나, 반대에 부딪힌 사랑이라고 불행해보이지 않았다.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다. 그들의 사랑이 운명적이거나 거창하지 않아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훨씬 행복하고 아름다운 것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다. 언젠가 나도 그런 감정에 젖어들고 싶다. 그전까지 종종 이 책을 펴보며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목마름을 달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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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 오늘의 일본문학 6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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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엔 소중한 사람이 없는 인간이 너무 많아. 소중한 사람이 없는 인간은 뭐든 할 수 있다고 믿어버리지. 자기에겐 잃을 게 없으니까 자기가 강해진 걸로 착각하거든. 잃을 게 없으면 갖고 싶은 것도 없어. 그래서 자기 자신이 여유 있는 인간이라고 착각하고 뭔가를 잃거나 욕심내거나 일희일우하는 인간을 바보취급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지. 안 그런가? 실은 그래선 안 되는데 말이야.

요시다 슈이치의 추리소설이라니- 처음에는 어떤 내용일지 그냥 궁금했다. '악인'이라는 왠지 강한 인상을 풍기는 제목 부터, 작가까지. 처음 시작부터 이 책은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상황을 차분히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범인은 처음부터 짐작이 된다. 이 사람이구나- 너무나도 단순한 사건인데 이 몇백쪽이나 되는 책이 내게 무슨 이야기를 하려나. 지루하게 질질 끌어가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내가 틀렸다.

악인은 사건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 사건 전개 현황, 범인의 과거를 다루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자칫 산만해질 수도 있고, 끊김이 있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부드럽게 연결되면서 긴장감을 더해간다. 그러면서도 이 책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누가 악인인가? 어떤 사건인가? 무엇이 잘못 되었던 것일까?

이야기 자체는 매우 간단하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의 특징과 그의 주변상황이 독특해, 이야기 자체에 힘이 실린듯 싶다. 만남 사이트에서 알게 된 몇 사람의 남자와 타산적으로 관계를 가져가며 더 부유하고 멋진 생활을 꿈꾸는 요시노, 무언가 관심을 바라지만 거부당했던 유이치, 자신에게 호감을 가진 여자를 업신여기고 죽음을 안주거리 삼아 우스갯소리로 떠벌이는 게이고, 자수하려는 범인과 함께 도망하는 미쓰요, 이미 딸이 살해당했는데도 살해한 상대가 만남 사이트에서 만난 사람이 아니기를 바라는 요시노의 아버지, 피해자나 가해자의 부모에게 가해지는 익명의 폭력, 얄팍한 사회규범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인간을 상품화하는 매스컴. 어떻게 보면 모든 등장인물이 악인 같기도 하고, 피해자 같기도 한다. 안타깝다가도 공감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왠지 작가가 의도하는대로 감정의 흐름이 흘러가는 기분이 들었다.

누가 악인이고, 누가 불쌍한 것일까? 사건의 전개로 시작하는 이 책은 끝부분에서 소설적인 부분이 가미 되지만, 결국 끝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통해 범인과 사건을 다시 거리를 두고 살펴보게 된다. 읽어내려가면서 끊임없이 소설처럼 주인공들에게 빠져들기도 하고, 다시 이게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냉정하게 살펴보게 된다. 아마 마지막 미쓰요도 나와 같은 생각이 아니었을까? 그녀가 마지막에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모르겠다. 살인을 포함한 어떠한 죄든 그 상황이 만들어내지, 우리 모두 가능한게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그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는 건 큰 잘못이다. 하지만, 성경에서 말하듯, '죄를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불현듯 떠오른다.

본인도 자신의 대표작이라하고, 문단에서 극찬 받은 이 작품. 그럴만하다고 생각한다. 요시다 슈이치답다라는 생각이 드는 추리소설이었다.

한 인간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은
피라미드 꼭대기의 돌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밑변의 돌 한 개가 없어지는 거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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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타부츠
사와무라 린 지음, 김소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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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사람들의 이야기. 일상생활의 미스터리. 좀 가벼운 미스터리를 읽고 싶다는 생각에 선택하게 되었다. 가타부츠란 착실하며 의리가 있지만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사람이란 뜻의 일본어이다. 표지부터 약간 체념한듯한 여성의 표정이 무언가 허무하게 보인다. 이 책에는 총 6가지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읽다보면 여기에 어떤 반전이 있을 수 있을까 궁금한 것도 있고, 내용이 짐작가는 이야기들도 있다. 하지만 각각의 나름대로 개성과 특징을 가진 재미난 이야기들이다.

여러 가지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여러 가지 형태로 기다리고 있지만 개차구 앞에서는 모두 하나같이 마음이 안 놓인다는, 쓸쓸한, 그리고 다소 긴장한 듯한 불안한 표정으로 서 있답니다. 재미있죠. 인류 공통의 불안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한가요. ... 그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해소되는 게 바로 상대가 나타나는 순간입니다.

'맥이 꾼 꿈' 같은 경우는 내용은 좀 평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마지막 부분이 무척 마음에 들었고, '주머니 속의 캥거루'는 주인공이 좀 답답했다. 의외로 평범한 결말이었던 '유사시'는 읽는 내내 긴장했다. '메리지 블루 마린 그레이'의 경우 결말에 대해 온갖 상상력을 펼치고 있지만, 작가의 생각이 무척이나 궁금하다. 무엇보다 '무언의 전화 저편'이 무척 좋았다. 캐릭터들도 독특해서 좋았고- 그 사람들의 고지식함도 마음에 들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고지식함과는 가장 거리가 멀지 않았나 싶다.

읽는 내내 동감이 가는 부분도 있었고 심지어는 나같은 사람도 짜증이 난다고 생각한 부분도 있었다. '가타부츠'란 의외로 특정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가타부츠' 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을지 모른다. 실제 여기에 실린 이야기들은 일상생활에 있을법한 내용과 사건들이 다뤄졌다. 그리 거부감없이 쉽게 쉽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소박하고 성실한 주인공만 나와야 할 이 책에 어떤 의도적인 과실에 따라 딱 한 편  '성실하고 좋은 사람’의 가면을 쓴 비상식적인 범죄자가 주인공으로 섞여 있습니다. 무심코 읽어 넘기다 보면 현명한 독자 여러분의 성실함과 비상식을 식별하는 능력을 해칠 염려가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작가가 남겨놓은 마지막 수수께끼다. 누구인지 대충 짐작은 가지만- 막상 그 사람이 맞는지 궁금하다. 이런게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미스터리일까? 성실하고 좋은...고지식한 사람들의 이야기. 앞에서도 말했듯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에 더 공감하면서 편하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얼핏 보면 공통점이 없어보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독특한 점을 찾아, 하나로 묶어 써낸 이야기는 다채로워서 지루할 틈이 없었던 것 같다.

일본에서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하는 사와무라린. 그녀의 다음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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