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큰 부산할매, 렌터카로 유럽을 누비다
금유진 지음 / 호밀밭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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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큰 부산할매, 렌터카로 유럽을 누비다


금씨 할매가 여행하신 나이는 75세이다. 이 책이 작년에 쓰였다면, 올해 한 살 더 드셨을 것이다.
책 속에 아들이야기가 나온다. 마치 마흔 먹은 쌩쌩한 아주머니가 이십대 아들을 이야기하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그 아드님도 쉰은 넘은 나이일 것이다. 그들에겐 추억이 있다. 90년대 몇 차례 유럽을 함께 여행했나 보다.
그때, 가방도 잃어 먹었다는데, 아들만 믿고 내린 우리의 금씨 할매가 자기 가방만 덜렁 들고 있는 아들을 보고 "내 가방은?"하고 물었단다.


내겐 그런 추억은 없다. 어머니가 환갑을 코 앞에 두고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내가 서른이 되고,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리게 되었을 때, 어머니와 유럽여행을 갈 여유가 없었다.
금전적 여유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저 투병 중인 어머니를 여동생이 사는 덴마크로 홀로 보내드린게 나름의 효도였다.
그냥 회사를 그만두고 아내랑 좀 타투더라도 어머니와 함께 갔어야 나 또한 금씨 할매의 아들만큼은 되었을텐데 생각해 본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홀로 남겨진 아버지와 떠난 여행에서 나는 아버지께 가방을 잠시 맡겼다. 그때 아버지께 "제 가방은요?"하고 물은 기억이 난다.
역시나 그렇게 묻게 되는 가방은 외계인이 들고 가지 않고서야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사건이 되버렸다.


금씨 할매는 길치라고 스스로 밝힌다. 그런데도 원하는 곳에 도착할 때까지 참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길을 찾아 간다.
운전은 서툴지 않으신 것 같은데, 한번에 딱 찾아내지는 못하신 것 같다. 심지어 경상도 특유의 거친 운전도 가능하신 것 같다.
유럽여행 후에 운전을 얌전히 하기로 결심했다는 내용이나, 먼저 머리 밀고 들어가면 된다는 식의 운전으로 큰일 치를 뻔 했다는 회상이 반증해 준다.


이 책은 칠십대의 두 어머니(누군가에게는 할머니)께서 한분은 운전하시고 글을 쓰셨고,
다른 한 분은 글 쓰는 분을 따라다니면서 사진을 찍으셨다.
책 속에 친구 이야기가 별로 없는 것을 보면 매우 부끄러움을 많이 타시는 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렇게 적극적인 저자와 코 드라이버 역할도 하면서 실수투성이인 간 큰 할매의 보조역을 착실히 해준 사진사님의 여행기.
바로 이 책은 그렇게 출간된 것이다. 저자는 소녀의 감성도 가득해서 곳곳에 추억과 소소한 과거 사건들을 풀어 놓고 있다.
학창시절 좋아했다는 지리며, 미술 관련 이야기들, 독일 작가들의 이야기를 구석구석 풀어 놓는다.
또한 20년 전에 아들과 배낭여행으로 다니면서 놓쳐던 스위스의 명소들을 다시금 찾아가는 글 속에서
상당한 기억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여행지 곳곳마다 거침없이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도움을 요청하고, 감사를 표현한다.
아마도 그런 적극적인 자세와 인간적인 매력이 저자를 당당하고, 멋진, 간 큰 할매로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성격이 결국 행운 가득하고, 기쁨 가득한 여행으로 연결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내 어머니가 처음 혼자서 떠난 덴마크 여행에서 눈치와 미소로 쉽게 네덜란드를 경유해서 동생을 만났던 일이 떠오른다.
그 얼마나 감개무량하여 내게 자랑을 하셨는지 지금도 생생하다. 그렇게 떠나고 그렇게 즐거우면 그만이다.
나도 아내와 그렇게 떠나 봐야 되겠다. 아내는 내가 생각이 많고 굼떠서 함께 여행을 가기 곤란하다 말한다.
사실 나는 생각이 많고, 굼뜬 면도 있다. 하지만, 누구보다 호기심이 많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일정에 맞추는 가이드 투어를 즐기는 아내와는 성향이 다를 뿐이다. 어쨌거나 함께 느긋하게 떠나고 싶다.
그곳이 독일이거나, 체코이거나, 이태리이거나 어디든 말이다. 더 나이가 들면, 아내는 나보다 처제를 선택할 것이니 서둘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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