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때문이 아니고 뇌 때문이야 뇌과학자가 쓰는 육아서 1
김의철 지음 / 프리윌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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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때문이 아니고 뇌 때문이야


지금까지 몇 권의 자녀교육과 관련한 책들을 읽었다.
12살 아들은 5살부터 내 아내와 나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아이는 이유 없이 반항을 했었고, 우리는 그때마다 벌을 주거나 잔소리를 했다.
아이는 변하지 않았다. 항상 똑같았다. 그런 모습이 우리는 힘드었다.
상담소를 다녔고, 우리가 문제가 있다 생각했다.
때로는 아이와 내가 궁합이 맞지 않다 생각했다. 그렇게 느낄 때면 화가 났다.
나는 불만이 있으면 이야기하라고 잔소리했고, 대답을 잘하라고 잔소리했다.
하지만, 아이는 결코 달라지지 않았다. 5살 동생이 생기고 더욱 심해졌다 생각했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어릴 때 나와 너무도 똑같구나 싶었다.
하지만, 내 부모님이 그러셨듯이 나는 도무지 기다려줄 수 없었다.
그런데, 내가 잔소리를 할 때마다 아이는 퇴행하는 느낌을 준다.
심지어 모든 기능이 정지된 로봇처럼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면 도망치고 싶어진다.


이 책은 이런 나의 상황에 다소 이해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길을 내 주었다.
그렇다고 확실히 그렇구나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또한 이 책이 내리는 결론은 나를 더욱 당황스럽게 만든다.
저자는 오랫동안 생물학 관련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독특하게 뇌과학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고, 교육상담을 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저자의 가설과 검증의 일련의 사례들이다.
하지만, 매우 설득력이 있어, 내가 읽어본 교육 관련 책중에 이렇게 시작이
명확한 책은 처음이다.


저자는 한국의 아이들이 사교육 시스템을 통해 오리로 길러지고 있다고 말한다.
오리와 같이 육해공 모든 영역에 통한다. 하지만, 결코 능하지는 않다.
걸을 수 있지만, 병아리보다도 뒤뚱거리고, 날 수 있지만, 참새보다 못하다.
심지어 헤엄도 칠 수 있지만, 수영 실력이 송사리보다 못하다.
국영수를 두루 섭렵하고, 모든 과목 점수가 90점 이상을 받지만,
그렇게 대학을 입학하고, 만 15년 가까이 공부를 하지만, 노벨상을 타지도 못한다.
창의력이 남달라 세계에서 두드러진 사업가나 혁신가도 없다.
그냥 이 나라 시스템의 한 부품으로 살면서 답답해하고 억울해 한다.
그렇게 성인이 되면 다시 자녀들에게 그런 상황을 요구한다. 매우 슬픈 일이다.


우리 아들이나 나나 전형적인 우뇌형 인간이다. 저자의 가설과 이론에 따르면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정답이다. 다만, 가끔 도와줄 누군가는 필요하다.
그래야 잘 성장할 수 있다. 잔소리는 필요없다. 그래서, 오해도 많이 받고,
스스로 좌절도 많이 한다. 특히나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 말이다.


이 책을 열심히 읽었지만, 여전히 정답은 찾지 못하겠다.
전형적인 우뇌라고 생각되면서도 영어보다 수학을 잘하고, 행동이 느린 면에서는
전형적인 좌뇌가 아닌가 생각도 하게 된다. 나나 내 아이나 모두 그런 면이 있다.
한참을 읽고 고민하면, 저자를 찾아가 상담을 받아야 되나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책으로 인해 좌뇌형 인간과 우뇌형 인간에 대한 정의가 다시 세워졌다.
과거에는 창의력이 있느나 없는냐 감정적이냐 아니냐 정도로 구분했지만,
지금은 새로운 정보에 빠르게 반응하느냐 익숙해진 정보의 숙련도를 높이냐로
구분하게 되었다.


결국 좀더 깊이 있게 책을 천천히 끝까지 보게 되었다.
나와 내 아들은 우뇌성향과 좌뇌성향을 모두 갖고 있는 균형발달형이다.
특히나 내 아들은 이제 슬슬 여물어가는 상황이라 어느날은 바보처럼 보이고,
어느날은 매우 합리적이고 똑똑해 보이는 모습으로 널을 뛰고 있다.
나도 과거에 그랬었는데, 까맣게 잊어 버렸다. 그래서, 현재는 좌뇌로 위장한
우뇌형 인간으로 스스로 판단하게 된다. 그래서 매우 양면적이다.
전형적인 좌뇌형인 내 아내는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 막내는 매우 우뇌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항상 긍정적이고 따뜻하다.
사랑스럽다. 살면서 수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상처받던 일들이
그래서 그랬구나란 생각을 하게 된다. 여전히 나는 이해받지 못하는 유형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참 다행이다는 생각을 한다. 내 아들은 기다려주면 된다.
나 또한 그랬듯이 가출을 다짐하거나 학업을 포기하려고 했었지만,
언제나 내 어머니가 믿어 주었다. 물론 어머니도 30대 초반까지는 나를 힘들어 하셨다.
그리고, 화도 엄청나게 많이 내셨다. 나는 고분고분했다. 하지만, 우리 아들은 다르다.
이 책이 잊고 있던 옛 일도 생각나게 해 주었고,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노력이 필요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해 주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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