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시 도요타인가 - 위기의 한국기업에 해법 내미는 도요타 제2창업 스토리
최원석 지음 / 더퀘스트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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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시 도요타인가


10년 전이었던가? 한 때 도요타 경영이니 뭐니 하면서 회자되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전세계 자동차 판매 1위인 도요타에게 많은 것을 배우자는 분위기 였다.
부품 단가를 낮추고, 부품 공급이 원활하게 되도록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델 컴퓨터처럼 부품 창고 없이 바로 바로 주문 생산하는 방식과 비슷하게 자동차 회사에서
한다고 느꼈었다.
하지만, 또 얼마가 지나니 하청업체의 피를 빠는 짓을 한다며 비판하는 이야기도 들렸다.
아마도 그때그때 비슷한 제목의 책들이 등장하니
이번에는 '왜 다시'란 수식어를 단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그렇게 지난 10년간 도요타는 현재도 세계 1위의 자동차 회사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5년 전, 일본내 지진과 원자력 발전소 사고, 미국내 1000만대 리콜 사태를 이겨내고,
지금도 도요타는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이쯤 되면 도요타에게 뭘 배워하며 반문할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 현대와 기아 자동차는 5년전의 도요타보다 더 심각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자동차 결함으로 인한 리콜사태 뿐만 아니라, 중국의 강력한 금융과 대량생산, 기술축적 등으로
새로운 파국을 맞게 되었다. 현 정부의 무능도 한 몫을 하고 있고, 노사갈등은 더욱 심해 졌다.
부품 공급업체들과의 관계도 그리 좋지 못하다.
물론 죽지 않기 위해 돕자란 식이면 또 몇 년간은 그럭저럭 갈지 모르겠다.
영국의 유명 자동차 메이커가 모두 인도와 중국, 독일에게 넘어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일본 내에서도 미쯔비스는 닛산으로, 그 닛산은 르노가 모 기업이 되어 있으니,
도요타의 생존 전략은 분명 남다른 면이 있겠다.


이 책은 단순히 도요타의 내부 경영자료를 대충 요약하는 그런 책이 아니다.
물론 도요타가 그렇게 쉽게 자료를 제공하지도 않는다. 또한 저자는 우리 한국인이다.
그냥 경영전문서적 같이 공개된 자료를 분석하는 내용은 결코 아니다.
이 책 속에는 객관적으로 도요타가 지금까지 성장하고, 위기를 극복했던 모습을 관찰하여
서술하고 있다. 도요타도 부품업체와의 문제가 심했고, 창업주의 자녀들이 경영자로 되물림되어
많은 지적을 받기도 하였다. 대기업이란 형태만 보아도 한국과 매우 유사한 문제들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포드나 GM에게 뭔가를 배우기 보다 도요타가 더 적합한 모델이 되겠다.


GM도 파산 후에 미국 정부가 새롭게 회생시켜 현재의 안정적인 모습을 갖게 되었다.
도요타도 5년 전, 아키오 회장이 1000만대 리콜 사태를 극복하지 못했다면,
전문 CEO로 교체되었을지 모른다. 물론 일본이 그렇게 신식 시스템을 도입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아키오 회장 본인이 스스로를 변모시켰다. 좀더 기술에 관심을 갖고 노력하였다.
GM도 회계나 경영만 하던 일선들이 모두 물러나고, 조립라인에서 올라온 생산직 간부가
현재 사장 자리에 있다. 40년간 현장 경험이 풍부한 여성이다. 개천에서 용이 난 꼴이다.


우리나라는 기술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여전히 기술을 천시한다.
자동차를 사랑하지만, 자동차를 고치거나, 만드는 일을 저급 노동으로 생각한다.
기름쟁이란 표현이 보여주듯, 그런 직무를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현대 자동차의 초대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은 그렇지 않았다. 언제나 작업복 차림이었다.
물론 그 아들인 정몽구 회장이 양복만 입지는 않는다. 하지만, 뭔가 현재의 난국을
기술보다는 화려함에서 찾고 있는 듯 보여 걱정이다.
제네시스의 디자인은 점점 죽여줄지 모르겠다.
비머 디자이너에 부가티 디자이너까지 영입했으니 당연할 것이다.
그런데, N 프로젝트니 하던 고성능 차량은 도대체 어떻게 되가는 것일까?
국내 최대 기업 중 하나인 현대, 기아차가 한국의 자동차, 기계 학과 학생들에게
기회를 준다면 구지 BMW 이사들을 채용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물론 도요타도 일본 내 자동차 업체 중에서는 고성능 모델과는 가장 거리가 멀었던 회사였다.
하지만, 사장이 관심을 갖고, 자동차 경주에 나가는 등 노력이 있어,
렉서스 고급 모델이나 르망24시 대회 등에 나름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독일 아우토반 같은 환경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고성능 차량이 무슨 소용이냐면 할말이 없다.
그러면서 뭣하러 돈들이냐고 되묻고 싶다.
국내 내수 차량과 중소형 이하 급 차량 등의 꼴은 정말 말이 아니다.
그런 차량들도 미국 수출 물량은 많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warranty의 차이란 설명도 있지만.
일본은 오히려 자국내 차량들을 우선하여 고성능 모델 출시는 항상 일본 내부가 먼저이다.
도요타가 다시 내 놓은 86 같은 차량도 그런 취지라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짧은 기간 성장한 것만은 전세계 어디에도 유례가 없다는 것. 이것이 자부심이다.
이 책 속에는 여러나라의 다양한 노력과 성장통이 소개되고 있다.
현재의 우리나라 상황을 답답해 하는 사람들은 비단 자동차 회사 이야기인데도
이 책을 보면 생각하게 되는 것이 많을 것이라 기대한다.
미국의 자동차 대부 포드도 분명 노사문제는 해결을 못했던 인물이다.
미국인에게 300만원 대의 저렴한 T모델을 공급한 위인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오랜 세월이 흘러, 도요타 아키노 회장도 그런 위인이 될지 모르겠다.
국내에도 정주영 회장은 그런 위인의 반열에 올랐다.
물론 최초의 한국차란 타이틀 싸움에 오명을 남기기는 하였다.
정몽구 회장은 과연 그런 위인으로 남을까? BMW에서 날아온 인물들도 그럴 수 있을까?


이 책 속에는 국내의 바이크 산업의 현황도 이야기하고 있다.
과거 대림 혼다와 효성 스즈키는 이제 일본과의 라이센스 종료로 대림과 KR모터스가 되었는데,
한때의 영광은 온데간데 없고, 점점 중국, 대만 등에 밀려나고 있다고 한다.
어쩐지 그 예전과 같은 광고조차 보이지 않더라니, 그리 되고 말았다.
그래서, 요즘은 일본 오토바이와 독일 오토바이, 이태리, 미국 물건 들만 잡지를 매우고 있다.
퀵서비스나 음식 배달용 오토바이만이 도로에 보인다.
물론 할리데이비슨 같은 럭셔리 오토바이는 주말 국도를 가득 메우기는 하지만.
자동차도 어쩌면 이런 식으로 가서는 현대, 기아가 다시 분리되고,
점점 성장동력이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나마 모헤닉 같은 벤처 회사들이 등장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어울림 모터스가 사라진 것은 너무도 뻔한 일이었기 때문에 더욱 놀랍다.


삶의 질이 떨어져 시름하는 국민들에게 차만큼은 기분 좋게 달릴 수 있는
기술력 있는 도요타 같은 회사가 국내에 있어 주었으면 좋겠다.
물론 못생긴 도요타 전기차, 하이브리드는 닮지 말아야 한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이렇다. <커다란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회사는 지속 가능하다.>
기업이란 단거리 달리기 선수가 아니다. 끝없이 달릴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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