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필의 New 영어기초확립 불후의 명저 시리즈
안현필 지음 / 하리스코대영당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현필의 영어기초확립


나는 74년생이고, 큰 아들은 올해 11살인 두 아이의 아빠이다.
나는 중학생 시절 3년 동안 영어 시험은 거의 만점을 맞았다.
자랑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시절이 너무 달라져서 아들이 불쌍하단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리 아들은 7살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하였다. 왜 하여야 되는지도 모르고 그냥 하고 있다.
지금까지 아이에게 들인 사교육비는 이미 천만원이 넘어 꽤나 들어갔다.
그렇다고, 영어책을 줄줄 읽고, 외국인과 대화하고, 영화를 자막 없이 보고,
영어 단어를 엄청 많이 외우는 그런 아이가 아니다. 이 중 어느 하나와도 걸맞지 않다.
왕년에 영어 쫌 하신 아빠가 아이에게 도움이 되느냐, 그것도 결코 아니다.
다만 나를 돌이켜 보면, 그냥 학교 수업 열심히 듣고, 끝나자 마자 바로 바로 복습을 했다.
워낙 낯선 말이라서 그렇게 하여야 암기가 되었다.
그리고, 영어 선생님도 이뻤고, 우리반 여자 부반장도 이뻤다.
나의 존재감은 그런 환경 속에서 영어 1등 뿐이었다.
누가 너는 어떻게 공부하니 하고 물으면, 그냥 교과서를 완전히 외웠다는 말만 했다.
모든 글자를 외웠고, 글씨 조차 흉내를 냈고, 테이프의 외국인 목소리와 억양도 흉내냈다.


지금 우리 아들은 넘쳐 나는 홍수 속에서 마셔야 될 것인지 마시면 죽는지 분간을 못하고 있다.
내 아내는 그런 아들에게 다양한 물놀이를 체험시키고 있다.
나는 그런 아내와 다투기가 싫어 그냥 주머니를 털고 있고, 그냥 웃고만 있다.


내가 지금의 이런 시절을 산다면 어떨까?
내 어머니는 초등학교만 나오셨고, 내 아버지는 팝송만 부르며 고등학교를 졸업하신 분이다.
두 분다 나의 학업성취에는 큰 관심이 없으셨다. 그냥 대학만 나오길 바라셨다.
한때 영어는 1등을 하니, 서울대를 잠시 기대하셨는지 모르지만,
융통성이 없어 좋아하는 과목만 잘했다. 내 아들은 이런 특징은 나와 완전히 동일하다.


내가 중학교 1학년 시절에 교과서 아닌 뭔가 수준 높은 책을 기대했었다.
마땅한 책이 없었다. 문제집은 80년대에도 넘쳐 나긴 했다.
응용력이 있었는지 문제 풀이는 정말이지 싫었다.
어느날 고등학생 누나가 있는 친구 집에 놀러 간 적이 있다.
거기서 누나의 책상 위에 있던 안현필 선생님의 책을 한 권 보게 되었다.
잠시 보았지만, 분명 어려웠다. 그런데, 정리가 참 잘되어 있어 관심이 있었다.
그렇게 그 책을 눈여겨 보고는 꽤 오랜 기간 그 친구 집에 놀러가 그 책을 보았다.
그 누님이 더 이상 그 책을 볼 일이 없게 된 것인지 다락방으로 옮겨 놓게 되었다.
그날 나는 그 책을 훔쳤다. 그리고, 그 친구 집은 더 이상 가지 않았다.


오랜 만에 다시 만난 책은 그때의 그 책이 아니다.
현대적으로 변하였고, 없던 그림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한 주제가 끝이나면 복습을 위한 문제가 있고, 풀이도 바로 설명이 되어 있다.
역시 그 시절 그 책과 같은 방식이다. 그때 훔친 책은 나의 고향집 다락방에 있을 것이다.


아들에게 책을 권하여 본다. 아이는 쭉 한번 보더니 절반까지는 혼자서 볼 수 있겠다고 한다.
다행이다. 천만원 이상 들어간 효과가 조금은 있나 보다.
이 책은 동기부여가 된 학생에게는 날개를 달아줄 책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한번 본다면, 두번 보는 것은 쉽고, 세번도 쉬울 것이다.
그렇게 반복하면 분명 벽돌로 지은 집처럼 단단해질 책이다.
영어 울렁증이 있는 내 아내는 35살이 되던 해에 Basic Gramma in Use란 책을 한권 보았다.
그러고 보면 이 책과도 유사한 면이 있는 꽤 유명한 책인 것 같다.
그런데, 동기부여가 덜 되었는지, 보름을 보더니 그만 내려 놓았다.


40년을 넘게 살아보니, 뭐든 끝까지 해내는 사람이 멋지고, 무섭다.
물론 내 아내는 다른 것들에는 집중력이 상당하다.
동기부여를 시켜주고, 그 후에 이 책으로 매일매일 조금씩 공부할 수 있게 습관을 길러주면
굳이 비싼 돈 들일 필요가 없다.
그때부터는 유투브나 만화책이나 영화나 모든 것이 선생님이 될 것이다.
30여년 전에 친구 누나의 책을 만난 것이 내게는 큰 즐거움이었다.
물론 바늘 도둑이 소도둑이 된 것은 아닌지 모르지만... 대통령도 도둑인 이 세상... 부끄럽다.
아마 친구는 알고도 눈감아 주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