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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제21회 전격 소설대상 수상작
기타가와 에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놀 / 2016년 1월
평점 :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이 책 제목 어떤가요? 뭔가 궁금해지지 않나요?
나도 이 말 한마디 속시원하게 하고 싶지 않나요?
저도 이 책 제목 보고는 그랬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5곳의 회사를 옮겨 다녔는데, 옮겨 가는 사이에 거의 쉰 적이 없습니다.
항상 카드값이나 늘 나가는 고정 비용들 생각에 바로바로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런 저를 보고 누구는 참 체력이 좋다느니, 그럴거면 뭣하러 옮기냐고 묻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왜 그랬나 싶습니다.
대학을 졸업하던 때엔 분명 외국여행도 다니고, 유학을 가는 것도 생각했는데 말이죠.
뭐가 늘 그렇게 급했을까요?
저는 생애 첫 직장도 2군데 합격해서는 연봉이 50만원 더 높은 곳을 선택했습니다.
회사의 장래성은 고려도 안했습니다. 오히려 복장이 자유로운 곳을 선호했습니다.
그 첫 직장은 3년 후에 문을 닫았습니다. 망할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얼른 옮겼습니다.
이 책은 소극장의 연극 시나리오를 보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
속도감이 있고 참 빠르게 읽혀지는 멋진 소설입니다.
물론 직장인의 하루하루가 아주 느리게 흘러갈 때도 있듯이 이 경우는 매우 더딥니다.
매일매일 반복되다가 어느새 6개월이 흘러 버리는 것이 마치 제 이야기인 듯 합니다.
이 책의 제목은 주인공이 친구에게 하는 대사입니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마치 이런 뜻입니다. "나 이젠 나를 위해 나의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살 길을 찾을거야"
이 책의 줄거리를 한번 쓱하고 적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만 둘까 합니다. 이 책의 스포일러가 되고 싶진 않습니다.
어쩌면 이 책의 저자는 주인공과 같은 계기로 작가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회사일이란 것이 나의 일이라 생각하면 즐겁지요.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질 못합니다.)
그리고, 함께 하는 동료들과 윈윈하는 그런 상황이면 더 없이 좋을 겁니다.
쓸때 없이 서로 상처주고 경계하면 스트레스 받고 일이 싫어집니다. 하루하루 힘들죠.
마음을 바꾸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때로 필요한 것은 회핍니다.
회피는 주인공의 부모님과 친구가 멘붕 속에서 헤맬 때 준 선물이자 탈출로입니다.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이 중요합니다.
하나님도 인간에게 생명을 유지하며 노력하도록 기회를 주었습니다.
불교의 윤회론으로 보았을 때도 탈출을 위해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 반복된다면
그땐 어떻게 해야 될까란 질문을 던집니다. 반복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가 늘 같다면 그것이 나에게 좋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지루하면 못 참는 것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지루한 일상과 어색한 회사 생활에 대한 자숙의 시간과 기회를 줍니다.
타인의 시각으로 현재를 검토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아직 젊다면, 회피의 기법을 활용하는 것이 자신의 본업(숙명)을 찾는 길이 될 수 있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즐감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