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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축일기 - 어쩌다 내가 회사의 가축이 됐을까
강백수 지음 / 꼼지락 / 2015년 11월
평점 :
사축일기
사축,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
사축은 회사란 목장에서
소처럼 살아가는 존재를 의미한다.
이 책은 직장에 대한
생각, 직장인이 느끼는
존재감을 시와 소설로 표현한 책이다.
요즘 한창 취업준비로
고생하거나 취업후 신입생활을 시작할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젊은이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오늘 서평은 마침
“송곳(5부)”를
보고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쓰게 되었다.
드라마 송곳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하고 싶다.
노사,
계약직, 함께
살아가기 등의 키워드가 이 드라마의 중심 소재이다.
TV에서
투쟁이니 결사항쟁이니 하며 살기 등등한 모습들이
드라마 속에도 등장한다.
섣부르게 뭔가 결론을
이야기하기는 매우 어려운 주제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간간히 제기하는 문제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전세계적으로
이익집단의 규모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
이런 것과 맥을 같이하여
정규직은 차츰 줄이고 비정규직을 늘려간다.>
이것이 잘못되었다가
아니라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가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들에게는 회사를
다니고, 직장에 충성할
수 있는 것이 목표이고 희망이 된다.
그런 다소 무거운
내용에 비해 이 책은 어쩌면 너무도 가벼운 내용이 될
수 있다.
물론 다소 가벼운
이야기라도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시련이자 고통일
수도 있다.
이 책의 뒷쪽 커버의
타이틀을 읽으면 작가의 의도가 전달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일 잘하는 우수사원보다
행복한 적당주의자가 되고 싶다.”
이 글만 놓고 보면
드라마 “송곳”보다는 “미생”이 좀더 어울린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어느덧 20년의
직장생활을 코 앞에 두고 있다.
99년에
벤처회사를 첫 직장으로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 당시 벤처는 지금의
스타트업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훨씬 불쌍하고 불량하고,
그저 막연한 기대감과 눈먼 투자금으로 시작되었다.
그런데도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모든 사례들이 100%
공감이 된다.
시대가 바뀌어도 상황은
그대로 이다.
이 책의 전반부는
신입직원이 느끼는 허전함을 그대로 시로 표현하였다.
어린 왕자와 직장인의
대화를 표현한 시를 읽으면 우리는 자기 모순을 직시할
수 있다.
먹고 살기 위해 회사를
다니고, 취직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는데,
정작 회사를 다니면서
그만 두고 싶어하는 모순을 말한다.
이 책의 중반에는
팀장과 같은 중간 관리자의 애환도 이야기한다.
껍데기와 자리로
연명하는 관리자 급에 대한 불만,
일도 못하고, 배울
자세도 안된
하급 직원들에 대한
불만. 그렇다고 자신에
대한 자부심도 강하지 않다.
이 책의 후반은 소설로
채워진다.
앞 시들이 그림과 함께
빠른 템포로 전개 되지만,
생각이 응축되어 느린 감상을 유도한다.
이와 다르게 소설은
훨씬 빠른 전개로 산들 바람에 날아가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마치 오늘 나의 회사생활을
몇 장의 글로 그대로 묘사한다.
영화 “어바웃 타임”
같은 시나리오로 직장인의 애환을 표현한 것은
정말 작가의 재능과
위트를 느끼게 한다.
작가는 천상 작가이다.
이 책의 저자 강백수는 아주 짧은 직장 경험을
갖고 있지만,
이미 그 경험들을 글로
만들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이 책의 대부분은
친구들과 나눈 대화들이다.
친구들의 뒷담화가 보충 자료가 되었다.
남의 입장이 되어 글로
표현하는 재능이 이 책을 정말 재미나게 만들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