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 - 일본의 실천적 지식인이 발견한 작은 경제 이야기
히라카와 가쓰미 지음, 장은주 옮김 / 가나출판사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


이 책의 표지에 나타나는 모든 문구들을 한번 적어 본다.


일본의 실천적 지식인이 발견한 작은 경제 이야기.

“노동의 기쁨이 살아 있고 삶의 가치가 우선시되는 사회로!”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의 저자 와타나베 이타루가 추천한 책


, 내가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나는 현재의 장기불황과 소득불균형을 극복할

새로운 길을 골목의 작은 가게에서 발견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하였다.

보통의 미국 저자들이 이런 식의 제목을 달고 글을 썼다면 분명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기대감을 곧바로 종식시켜 버린다.

왜냐면, 책을 펼치자 마자 시작하는 작가 서문에 나와 같은 기대로 이 책을 폈다면

미안하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니란다.

도대체 뭐지?


가깝지만 정말 먼나라 일본을 다시금 마주하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의 제목과 출판사만으로 책을 선택한다.

물론 목차 정도는 확인한다. 하지만, 대체로 일본 서적이 미시적인 관점으로

자신들만의 오랜 노하우를 결집한 즉시 사용 가능한 방법들로 채워진 책이기에

아마도 나처럼 책을 의심없이 집어 들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이 책은 일본 내에서도 일반적이지 않은 거시와 미시가 혼합된 경제 이론서라 하겠다.

우리에게 익숙치 않은 히라카와 가쓰미라는 저자의 약력을 보면

대략 이 책의 독자층을 추측할 수 있다.

1950년 출생하여 일본의 경제부흥기를 통과하고

현재의 불황기를 타개하려 노력하는 전문가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일본 기업과 미국 기업을 이어주는 역할로 성공한 인물이다.

현재는 일본에서 뒤로 물러 앉아 전체를 관망하며 새로운 길을 안내하고 있다.


, 저자는 일본 내에서는 유명하고, 그의 이론들이 정제계 인물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그가 자본주의 대안으로 소상인의 마음자세를 이야기한다면 일본인들은 듣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를 모른다. 그가 이야기하는 논리적 흐름이 다소 공감이 안된다.


저자는 오랜기간 경기불황 속에서도 양적 성장을 모색하는 일본 경제를 진단한다.

한마디로 이런 결론을 낸다. 과거 2차대전 이후에 일본은 강대국이자 부자나라 미국의

소비재를 만들어 공급하여 급성장을 이룩하였다.

쇼와30(일본의 경제 부흥기로 1970년대이다. 우리의 1990년대와 흡사하다.) 기간

가난이 성장동력이 되어 행복한 시기를 보냈다.

그 시절에는 기술이 있으면 결코 굶지 않았다. 기술을 배우려는 젊은 이들이 넘쳐 났다.

그런 젊은 이들을 사장이자 아버지라 불렀던 골목의 가게 주인들이 있었다.

자신의 노하우를 모두 아낌없이 주었고, 제자들과 직원들은 그런 주인의 노후를 책임졌다.

그 시절 일본 정부는 양적 팽창에만 주력하지 않았다. 계층간 균형도 신경썼다.

그 결과 현재 일본은 장기 경제불황에 노였지만, 계층간 불균형은 그리 심하지 않다.


이런 식으로 전개하면서 책의 결론을 쉽게 도출하지 못하던 저자는

동일본 지진과 원자력 사태를 통해서 책의 결론을 새롭게 섰다고 이야기한다.

일본 전체는 이미 성장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데 실패하였다.

원자력 또한 이러한 양적 성장에만 맞춰 안전성 고려는 무시되어 왔다.

그런 결과 극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시련이 오고 말았다.

하지만, 이 시련은 새로운 쇼와30년을 부활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다시금 그 시절의 가난했던 정서로 돌아가야 한다.

재건을 위한 노력이 그 시절의 작지만 강한 성장동력이 되어 줄 수 있다.


이런 내용이 이 책의 줄거리이다. 분명 일본 내에서는 많이들 공감할 내용의 책이다.

분명 판매량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책을 수입하려한 출판사의 의도는 이해가 된다.

또한 책의 번역도 원문에 충실했다고 본다.


그런데, 직역만 하기에는 이 책은 일본인의 정서를 기본에 깔고 쓴 저작물이다.

우리와는 정서가 다르고 상황이 다르다.

물론 좋게 보면 일본의 1970년대가 우리에게는 1990년대이고

일본의 2010년은 우리에게는 2015년에서 2020년 정도로 조율을 할 수도 있다.

그러니, 현재 일본의 이야기가 앞으로의 우리를 위한 대응력을 갖지 않느냐 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의 이론을 깊이 읽으면 적응이 곤란하단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부자나라였던 미국도 어려워 졌다.

양적 팽창만 노리던 기업들은 자국의 성장에 일조했지만,

자신들의 성장에 한계를 느끼자 국경을 뛰어 넘기 시작하였다.

결국 1차 대전 전과 같이 개발 도상국이나 후진국으로 판로를 옮겨 전략을 유지한다.

양적 팽창을 지속하려는 시도이다.

다국적 기업들이 여전히 그러고 있다.

돈이란 무기를 이용하여 과거보다 짧은 기간 장난질을 더 적나라하게 하고 있다.

현재 신흥 부국인 중국을 놓고 보면 이들은 양적 팽창을 이웃 부자나라에 의존하려다

당황하는 형국이 되었다. 과거 미국과 같은 위상의 나라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중국은 자국내로 집중하고 있다.

그런 결과 부의 불균형은 유사이래 최악의 상태로 전개된다.

이런 중국이 미국과 일본의 과거 전략을 채용한다면 남아 있는 후진국들을

이용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게 된다. 그마저도 미국과 일본, 유럽들과 나눠 먹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일까?


이 책이 던져준 많은 화두를 생각하고 곱씹어 보면 나로서는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제 성장의 속도를 늦추고 성숙의 길을 찾아야 되겠다.

모두들 함께 가는 방법을 모색하여야 한다.

배추가 돈 된다고 모두 배추 농사를 짓다가

마늘이 돈 된다고 모두 마늘 농사를 짓는 그런 임기응변적이고 단기속성 형태를 멈추자.

모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남이 잘하는 것 인정해 주자.

내가 잘하는 것 남들에게 나눠 주자.

겉만 멋지길 원하지 말자.

(람보르기니에 티코 엔진을 얹어서 남들에게 보여주기 식으로 서행운전하지 말자.

분명 주유소 직원은 알 것이다. 엔진 소리와 기름 먹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예전의 티코 순정을 타는 즐거움을 배우는 것이 우리가 함께 잘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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