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구조 교과서 - 전문가에게 절대 기죽지 않는 자동차 마니아의 메커니즘 해설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아오야마 모토오 지음, 김정환 옮김, 임옥택 감수 / 보누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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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구조 교과서


1년 전에 샀던 “자동차 정비 교과서”와 똑같은 표지 디자인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뭐야, 그 사이에 수정판이 나왔나? 제목이 다른데,'

이런 생각에 금새 책을 펼쳐 보았다.

내가 정비 교과서를 볼 때 아쉬워 했던 자동차 구조의 이론적인 부분이 나온다.

모든 페이지마다 이론 설명과 도식화된 설명으로 잘 정리되어 있다.

멋지다. 도대체 누가 이런 작품을 쓴 것이지...


이내 놀랍기도 하고 아쉬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는 일본인으로 자동차 저널리스트이다. 감수는 국내 기계공학 교수님이 하였다.

놀랍다고 표현한 것은 국내 자동차 저널리스트는 내놓을 수 없는

기술적이고 이론적인 내용을 담았다는 것이다.


구지 비교를 하자면, 국내의 자동차 저널리스트는 문과 대학을 졸업하고

언론사에 취직하여 어떤 계기로 자동차 관련 글을 쓰게 되면서

언론사 유일의 전문가 아닌 전문가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하여 자동차 메이커들로부터 홍보자료나 시승행사,

제품 안내 등을 통해 차츰 지식을 쌓아가지만,

그 깊이는 기술이나 구조, 역학 등에서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참고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론 물리학을 전공하여 자동차를 논한 책은

“과학으로 만드는 자동차” 한권으로 나는 알고 있다.


아쉽다는 표현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에 그 어떤 자동차 전문가도 이런 책을 쓰지 않는다.

자료의 일관성이나 정확성 확보도 어렵고, 일반인이 이해 가능한 설명 스킬도 부족하다.

그러니 나와 같이 소위 자동차 매니아들에게는 불모지 같은 한국 땅에

일본 출판사의 번역서는 가뭄을 해갈하는 '단비'와 같다.


그런데, 과연 일본은 다를까?

그렇지 만도 않을 것 같다. 나와 같은 매니아들이 물론 일본에는 더 많을 수 있다.

자동차 역사도 우리보다 앞섰고, 인구도 많고, 기술자도 우대하는 문화이기에 가능하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보면서 또 한번 느낀 것은 영국에서 출간한 기계과학 도서들과

어딘가 유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일본과 우리의 차이는 출판사의 의지와 노력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일본 출판사는 분명 저자가 던진 출처 불분명한 그림들의 라이센스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그래픽 디자이너를 시켜 새롭게 그리고 전문가의 감수를 받았을 것이다.

그에 비해 국내 출판사는 몇 안되는 자동차 출판 전문업체가 아닌 이상

(그런 출판사도 그리 다르진 않다.) 일본 서적을 일본어 전문 번역가에게 초벌 번역 후

전문가 감수를 거치는 비용대비 최고의 효율을 창출하였을 것으로 추정해 본다.


마치 자동차 메이커와 상황이 비슷해 보인다.

다만 정주영 회장 같은 사람이 출판 업계에 있다면 오늘날과는 다른 시작이 있을 것 같다.


참 길고 긴 불평불만이었다.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어찌 되었건 나로서는 '단비'를 기꺼이 맞는 행운을 잡았다.

너무도 좋아하는 자동차에 대해서 균형 잡힌 구조학 정보를 손에 쥐게 되었다.


소위 자동차 매니아니 좀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도 종합적으로 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대부분 자신이 경험한 자동차 부위에만 관심을 두고 집중한다.

그래서, 서스펜션, 브레이크, 타이어, 휠 등의 전문가는 참 많다.

요즘에는 이 사람 저 사람, 이 분, 저 분이 각자 시승기를 자신들의 블로그에 올린다.

모두들 전문가인 척 떠든다.

물론 나는 그런 사람들 수준에도 못 미친다.

그래서, 나 또한 그런 허세를 떨기 위해 남과 다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바로 기계공학 이론과 재료공학 이론, 구조 설계 등에 대한 이해이다.

도대체 그런 것에 필이 꽂히면 밥이 생기나 돈이 생기나 궁금할 것이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왜 이런 것에 미치는지, 그저 남들 모르는 것을 알 때가 행복하다.


이 책은 정말 제대로 된 작품이다.

결코 작가 혼자의 결과물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출판사와 감수자들의 합작이다.


이 책을 제대로 즐기려면 앞서 말한 “과학으로 만드는 자동차”를 선수 학습하길 권한다.

그리고 이 책을 본다면 결코 막힘이 없을 것이다.

물론 이 책의 공식 자매서이자 선수 학습서인 “자동차 정비 교과서”도 일독을 권한다.

이 다음으로는 “모터 팬” 시리즈를 권할 수 있다. 자동차 부품별 전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모터팬 시리즈도 모두 일본에서 출간된 책을 번역한 것이다. 아쉬운 현실이다.


하루 빨리 국내에도 국내 자동차 모델을 참고한 책들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현대, 기아가 이런 작업에 참여하길 기대해 본다.

(워낙 가리고 숨기는 걸 좋아한다면 미래는 불투명하지만 말이다.)


자동차의 속과 동작 원리를 알면 자신이 타는 애마를 더욱 사랑할 수 있다.

자신의 애마를 그저 쓰다 버리는 가전제품 취급을 하겠다면 달리 할 말은 없다.

자동차의 근본을 알면 그 차의 한계를 알 수 있다.

잘못된 운전습관으로 차의 수명이 다한다거나,

과거 자신이 경험한 차와 현재의 신차를 이해력이 부족한 상태로 운전하여

그 상태를 망쳐 놓는다면 분명 차주의 학습과 교정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런 상황들을 피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준다.

물론 바로 찾을 수는 없다. 천천히 읽고 느긋하게 알아가야만 한다.


분명 한번 읽어서는 완전한 이해가 안될 책이다. 여러번 읽어야 그 재미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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