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회사에 다니나 - 영화로 읽는 직장생활 바이블
오시이 마모루 지음, 박상곤 옮김 / 현암사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회사에 다니나

제목이 인상적이다. 이 책의 제목을 처음 접하면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경험에 따라 각양의 판단을 내릴 것이다. 회사생활에 관한 책이겠지? 표지에 나오는 그림을 보면 영화 이야기 같은데등등.

이 책은 영화와 회사생활 두 가지 모두 이야기한다. 작가는 영화 <공각기동대>의 감독인 오시이 마모루이다. 올해 60대 중반에 돌입한 일본인 애니메이션 감독이라고 간단히 소개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냥 중년의 좀 유명한 일본인 만화 영화 감독 같은 시시한 타이틀이 어울리지 않는 정말 멋진 분이란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이 책에는 작가가 십대 시절부터 즐겨본 영화부터 최근 영화까지 총 9가지가 소개된다. 각각의 영화는 감독이 느낀 다른 감독의 승부론이 담겨 있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은 승부가 좋다고 한다. 스펙타클한 영상미의 작품이나 남녀의 사랑을 애틋하게 담은 작품 등 잠시 감동을 주지만 오랫동안 가치가 유지되지 못하는 영화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 9가지 작품은 오랫동안 두고두고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들이 되겠다.

우선, 9가지 작품을 소개해 보겠다. 로버트 올드리치 감독의 피닉스”, 브래드 피트 주연의 머니볼”, 그레고리 펙 주연의 정오의 출격”, 오이시 마모루 감독의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극장판 2”, 게리 올드먼 주연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톰 행크스 주연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일본 영화 전원에 죽다”, 2012년 개봉작인 007 영화 스카이폴”, 끝으로 올드리치 감독의 터치다운”.

내가 이 영화들의 제목을 보았을 때 다행히도 6편의 영화를 보거나 알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완독하고 나서 아쉬웠던 것은 이 6편 중 정말 깊이 본 영화가 3편 뿐이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나마 전체의 30%를 저자만큼 고민하면서 보았다는 것이 대견스럽기도 하였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시각이 나 또한 남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계기가 되었다.

3편의 영화는 피닉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스카이폴이다. 피닉스는 학창 시절에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막에 추락한 비행기의 생존자들이 비행기 잔해를 이용하여 좀더 작은 비행기를 제작하여 탈출한다는 내용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내용 중 엄청난 반전 요소는 비행기 설계자가 장난감 비행기 설계자로 밝혀지면서 생존자간의 묘한 갈등이 본격화된 것이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 영화에 대한 결론을 이렇게 정의한다. “묻지 않은 말에는 답하지 마라”. 바로 비행기 설계자가 보여준 처세술이다. 자신이 생각한 가장 높은 생존비책이 비행기를 재제작하여 날아가는 것인데, 그가 장난감 비행기 설계자라고 밝힌다면 그의 비전은 곧바로 소멸될 것이다. 그러니 침묵하고 나아갈 수 밖에 없다. 직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경우가 참 많다 싶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각자의 경험 여부와 정도에 따라서 일의 방향이 결정된다. 하지만, 명확히 개별 인원의 스펙이나 경험이 정확히 판별되지는 않는다. 때에 따라서는 사기꾼이 등장하기도 하고, 이 영화의 장난감 설계자 같은 돈키호테가 등장하기도 한다. 결과는 인물의 양심과 노력, 운에 따라 달라져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란 영화를 보면서 매우 절제된 하지만 뭔가 답답한 공무원 집단을 이야기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은 이 영화를 이렇게 정의한다. “이인자일수록 마음이 편하다하고 싶은 일은 질리지 않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주인공으로 연기한 게리 올드먼의 역할은 조직내에서 항상 이인자로 두각 없이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었다. 일인자의 해임시 동반 하차하나, 성실하다는 이미지로 해임 후 복귀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인자는 항상 일인자의 곁에서 두루두루 많은 것들을 본다. 해야 될 것과 하지 말아야 될 것을 정확히 구분한다. 공무원 조직에서 이인자는 정년을 채울 수 있는 고액연봉자로 볼 수 있다. 일인자는 고액연봉자이지만 정년을 채우기는 쉽지 않다. 정말 말수 없이 묘한 느낌의 이인자를 이 영화에서 만날 수 있다. 나름의 생존기술.

스카이폴에 대해서는 어머니에게 사랑받고 싶은 아들들로 주제를 설명한다. 사회생활에 견주었을 때 상사를 평생 따르겠다는 생각은 버림받는 첫걸음이 된다고 보충 설명한다. 전형적인 오락영화인 007이 이렇게 다른 느낌을 보여준 것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 많은 사람들은 이 영화 이후에 007 영화가 계속 될 수 있을까 염려했는데, 덕분에 새로운 007 영화가 시작된 것 같다. 사람들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의외로 안정감을 높이려 한다. 공무원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이런 부류라 생각한다. 007 또한 자신을 버린 M을 다시 찾아가 본래의 직업을 계속하려 한다. 선택은 자유.

저자 오시이 마모루 감독은 후반부에 자신의 인생관과 승부론에 대해서 직설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책의 제목처럼 무슨 목표와 목적을 갖고 회사에서 뭉그적 거리느냐라고 묻는다.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입사 후의 목표는 어떻게 새로 세울 것인가? 목표를 완수했으니 그냥 정년까지 쭈욱 채우고 이후에는 어쩔 것인가? 등등의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진다. 영화판에서 최고의 감독이란 사람들을 만난 저자는 그들이 결코 행복하지 않아 보였다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인생목표가 뭔지도 묻는다. 저자는 행복이라고 밝힌다. 그 행복을 위해 가능한 자신의 방법, 자신만이 자신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은 남다른 영화 제작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만의 가치를 찾는 것이 이 책이 독자에게 주는 선물이자 숙제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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