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그리는 여자 - 벤츠 최초 여성 익스테리어 디자이너
조진영 지음 / 열림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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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그리는 여자

유명한 어느 화가의 책 읽는 소녀같은 느낌의 제목인 책을 한 권 소개하려 합니다. 저자는 제목과 같이 현재 벤츠에서 자동차 익스테리어(외관) 디자인을 하고 있는 조진영씨입니다. 올해 29살이네요. 곧 서른을 앞두고 자신의 족적을 남기려는 목적으로 책을 쓴 것 같습니다. 흔히 잘 나가는 여배우들이 꺾어지는 시기에 누드 화보집을 내는 것과 어딘가 비슷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저자가 저의 서평을 읽고 당황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는 이 책을 보면서 젊고 팔팔한 저자의 에너지를 읽어서 좋았습니다.

이 책은 정말 자동차를 그리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저자가 자동차를 좋아하는지는 이 책을 통해서 그렇게 많이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저자는 미국 국적으로 미국에서 자라 초등학교를 마치고 부모님을 따라 한국에서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녔습니다. 홍익대 미대 실용 디자인학과를 졸업한 것 같습니다. 국내 대학 중 디자인학과로는 최고로 손꼽는 곳입니다. 현재 전세계의 유수한 자동차 회사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한국인 대부분이 홍익대를 졸업하고 영국의 RCA나 미국의 아트센터로 진학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진학하는 것도 하늘에 별따기 수준입니다. 그 후에 외국의 유수한 자동차 회사에 들어가는 것 조차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곳저곳 계약직으로 일하는 것만도 다행일 수 있습니다. 그러다 국내의 현대나 기아로 입사하게 되면 그나마 다행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던 자동차를 포기하는 디자이너들도 많습니다.

저자는 재능도 많고 운도 좋아 BMW, 포르쉐, 벤츠, 혼다 등의 회사와 공동작업을 하거나 인턴을 하는 등의 기회를 잡습니다. 영국 RCA 재학 중에 이런 모든 기회들을 잡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은 뭔가 하나를 고르려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합니다. 욕심(?) 많은 저자는 모두 맛을 보고 재미도 느껴보고 고통(?)과 고민도 경험합니다. BMW에서는 계속 추상화를 그리는 듯한 경험만 하게 되어 자동차란 물리적 대상에 대가갈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벤츠를 최종 선택하였다고 합니다. 벤츠는 차근차근 자동차에 대해서 모두 경험할 수 있는 곳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곳도 삭막하고 갑갑한 분위기가 쉽지는 않나 봅니다. 인턴으로 일했던 포르쉐에서는 재미난 경험을 했던 것 같습니다. 남자들만 가득한 포르쉐. 특히나 자동차에 미친, 아니 포르쉐에 미친 남자들만 있는 곳에서 그녀는 견디기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은 매일매일 오직 자동차와 여자 이야기만 한다고 합니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너는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고 싶니? 포르쉐를 만들고 싶니?” 매우 명확한 질문에 포르쉐를 포기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가 만든 929 컨셉은 꽤 멋집니다.

이 책의 시작이자 마무리처럼 등장하는 조진영씨의 샤넬카가 있습니다. 홍익대 졸업작품으로 자동차는 모르지만, 샤넬이 자동차를 만들어 모델처럼 워킹하다면 이러지 않을까 하는 컨셉카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 전세계의 유수한 자동차 회사가 미소를 지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루키 시절이 때로는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뭔가 어색하고 부족해도 시도하는 것이 아름답다 싶습니다.

디자인이 하고 싶고 특히 자동차 디자인이 꿈인 사람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것 같습니다. 자동차의 나라인 독일에서 살아남는 법이 이 책 속에 숨어 있습니다. 저자의 친구인 아디다스 디자이너 이야기도 있습니다. 저자의 친구는 순수 한국 국적입니다. 좋아하는 디자인 일로 외국어와 외국 생활을 잘해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의 뒤편에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한다란 글귀가 있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면 힘들거나 어렵다거나 불평불만을 할 틈이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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