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포에버
구자형 지음 / 박하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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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포에버

요즘은 생활 속에서 음악이 없이도 잘 지낸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내게 라디오나 워크맨, mp3 플레이어가 없이 살아왔던 시간이 얼마였나 생각해 본다. 거의 그런 날은 없었다. 이제 마흔이 되고 아직도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는 것이 왠지 어색해지면서 음악은 내 생활 속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흥얼거리는 노래가 있다. “기다려줘. 기다려줘. 내가 그대를 이행할 수 있을 때까지…” 바로 고 김광석의 <기다려줘>이다.

오랜만에 회식을 마치고 2차로 노래방에 갔다. 이제 노래방에서 부를 만한 노래가 거의 없다. 그 예전에 그렇게 불러대던 고음의 노래들을 떠올려 보지만, 제목도 가사도 목상태도 어느 하나 가능성을 밝혀 주는 것이 없다. 그런데, 이때에도 김광석은 나의 곁에서 체면치레가 가능하도록 도와 준다. 바로 그랬다. 그냥 목상태가 나빠도, 신곡으로 분위기가 한창 올라 있거나 아니거나 상관없이 무난하게 내 순서를 해결할 수 있다.

오늘 김광석을 추모하며 한 권의 멋진 책을 소개해 보려 한다. 제목은 다소 식상하지만 김광석 포에버이다. 누군가를 영원히 기억하며 그의 이름을 불러 본다면 자연스레 이 영어 단어가 따라올 것이다. “포에버”. 좀더 긴 표현을 찾자면 네버 엔딩 스토리가 가능하겠다. 이 책은 오랫동안 라디오 음악 방송의 작가로 활동 중이며 가수이기도 한 구자형님의 글 모음이다. 김광석의 1000회 콘서트를 완성할 수 있도록 1회부터 한결 같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무대를 제공했던 주인공이기도 하다.

내가 김광석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대학을 입학하던 93년으로 기억한다. 입학 후 5월쯤 교내에 축제가 한참이었다. 각 동아리에서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자신만의 솜씨를 뽐냈었다. 그때 1등을 차지한 선배가 불렀던 노래가 김광석의 사랑했지만이었다. 처음 들었던 노래지만 당시에 유행하던 노래들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가사 또한 그 깊이가 남달랐던 것 같다. 그 후에 김광석의 다시 부르기앨범을 사서 듣게 되었다. 한참 대학 새내기로 민중가요도 같이 부르던 때인데, 어떤 면에서는 비슷한 분위기였지만 확실히 다른 그만의 색깔이 느껴졌고 그 느낌이 좋았다.

이 책의 서두에 김광석이 민중가요를 부를 뻔했었는데, 어떤 계기로 동물원 활동을 시작했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김광석이 활동하던 민중가요 팀의 한 선배가 군 입대를 하게 된 후배의 환송식에서 그 후배의 여친과 바람나는 것을 목격했었다고 한다. 그 후에 민중가요를 부른다는 투사같은 사람들이 오히려 더 본능적이란 것을 느낀 건 아니었을까? 그 일로 그는 그가 원하는 그만의 노래 인생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렇게 자신이 하고 싶은 노래와 이야기하고 싶은 그만의 애드립들이 우리가 추억하는 고 김광석을 있게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보다 열살 정도 많은 형님 김광석, 어느새 나는 그가 떠났던 그의 나이보다 10년은 더 살아 오고 있다.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싶어했지만 짧은 다리와 날씬한 몸무게로 고민했고, 최초로 섰던 무대에서의 초라했던 모습이 싫어 죽어라 연습했던 노력파. 그리 잘생기지 않아 해회탈 같은 캐리커처가 그의 얼굴로 남았지만, 누구도 그의 노래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진정한 가수. 남들은 김광석을 어떻게 추억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자신이 가진 재능을 최고로 남들에게 나눠준 사람으로 얼핏 부족해 보이는 여린 영혼의 남자로 추억한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김광석 같이 기억되고 싶다.

배우 송광호가 영화 속에서 한 대사가 새삼 떠오른다. “근데 광석이래 왜 그렇게 일찍 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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