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사용 설명서 사용 설명서 시리즈
차승민 글, 주미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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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사용 설명서

책 제목이 꽤나 발칙하다. 아내와 아이에게 이 책을 보여주니 반응들이 영 신통치 않다. 아내왈, “뭐야, 선생님이 무슨 스마트폰도 아닌데…”. 아들왈, “, 선생님을 스마트폰처럼 사용할 수 있는거예요?”. 그러게 말이다. 세상이 참 산뜻해져 간다고 해도 이건 좀 너무 산뜻해져 가는 느낌마저 든다. 그런데, 그게 출판사가 하는 일이지. 꼭 작가가 의도한 것일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자자, 이런 저런 첫 느낌은 그만하고, 책을 열어보았다. 그런데, 저자는 일선학교 선생님이시다. 저자 차승민이란 귀여운 이름의 그분은 바로 삽화처럼 중년의 남자 선생님이시다. 정확히 연세는 알 수 없지만, 이런 발칙한 제목을 허락하신 분이라면 내 또래의 40대가 아닐까 미뤄 짐작해 본다.

선생님은 이 책을 쓰시면서,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잘하길 바라는 마음과 선생님도 사람인지라 이런저런 아이를 편애할 수 있으니, 그런 마음을 아이들이 이해하고 선생님께 예쁨 받는 방법을 설명한 것이라고 한다. 참 좋은 의도로 고마운 선물 같은 작품을 쓰신 것이라 생각이 든다. 나 또한 그런 마음에 이 책을 아이와 아내에게 선물한 것인데, 남자들의 깊은 뜻을 여인들과 아이들은 알 수가 없나 보다.

어쨌거나 나의 순수한 마음과 저자의 마음은 쉽게 전달되기는 어려운 것일까? 그나마 산뜻한 책의 표지(동화책 같다.)와 삽화가 그나마 아이의 마음을 열어준다. 아직 2학년인 아들은 뭔가 설명서 느낌의 목차에 책의 저술형태는 다소 어려운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이 책은 비교적 고학년인 4학년 이상이나 무모에게 일단은 적합한 수준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이다. 부모가 읽고 내용을 이야기하면 결국은 잔소리가 된다. 조금만 잔소리 같은 이야기가 시작되면 표정이 어두워지고 청각이 급격히 떨어지는 내 아이에겐 꽤나 좋지 않은 전달 방법이 된다. 결국 다소 먼 미래를 위해 모험을 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일단 주고, 기다리는 것이다. 읽기를 기다리고 내용을 이해하길 기다리는 것이다. 어른이야 30분에서 1시간이면 다 볼 책이지만, 아이에겐 일주일이나 한 달이 걸릴지도 모른다. 눈 앞에 선생님이 언제나 사용 대기 중이라면 좋을 텐데 그 또한 아니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은 꼭 초등학생 때에 효과를 볼 필요는 없다. 천천히 중학생 때라도 효과가 발휘된다면 그 또한 다행이다. 또한, 선생님을 어려운 어른으로 보기보다 뭔가 설명서라도 있는 이해하기 쉬운 대상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가상의 벽이 허물어질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사회성 향상과 복잡한 것을 쉽게 이해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참고로, 저자와 같은 남자 선생님이 많다면 좋겠다. 너무도 많은 여자선생님들로 인해 이 책의 많은 내용들이 그냥 저자와 같은 남자 선생님에게만 한정된 내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 책 속의 내용 몇 가지를 소개해 보겠다. 선생님은 친근히 접근하는 아이들을 좋아한다. 하지만, 자신만 봐 달라는 아이는 선생님 또한 불편하다. 만약 아이가 선생님, 우리 만난지 백일째입니다.”라고 한다면 꽤나 어의 없어 한다. 아이들이 뭔가 선물을 해도 그렇고 같은 말을 대뇌면서 상기시키는 것도 마찬가지가 된다. 숙제를 못해 올 경우에는 차 선생님은 아침 일찍 와서라도 꼭 하라고 이야기 하신다. 융통성과 재치 있는 아이를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책은 완전한 책은 아닐 것 같다. 다른 선생님들은 내용 일부에 대해서 반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는 자신의 과거 행동들을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도 될 것이다. 부모 또한 선생님을 한 명의 사람으로 다시 보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좋은 의도 좋은 결과물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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