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의 왕자 - 조던 메크너의 게임 개발일지 1985~1993
조던 메크너 지음, 장희재 옮김, 조기현 감수 / 느낌이있는책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페르시아의 왕자 (P.O.P, Princess of Persia)

 

 

 

1990 드디어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언덕에 있는 우리 고등학교는 등교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너무 가파르고, 기슭의 차가움까지 더해 더욱 느낌이 남달랐다. 중학교 때와는 달리 낯선 얼굴들이 많았다. 모두들 교복을 입었지만, 확실히 눈에 2명은 다르게 보였다. 빨간 잠바를 입은 녀석과 빨간 빛이 도는 머릿결의 녀석은 아직도 날의 묘한 긴장감과 함께 기억에 남아 있다. 빨간 머릿결은 1주일도 안지나 나의 최장 베스트 프렌드가 되어 주었다. 그날 이후로 마흔살인 지금까지 말이다. 녀석의 집은 학교 정문에서 5킬로 떨어진 시장 구석의 컴퓨터 가게였다. 당시에 많은 집에는 IQ2000, IQ3000이라는 일본산 MSX계열 PC 국내판을 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말이 좋아 컴퓨터이지 게임보이라는 오락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키보드와 디스크 리더가 달린 것은 게임보이와는 차별된 점이었다. 그런 와중에 친구의 집에서는 MS-Dos 설치된 80286PC XT AT 진열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때까지만 해도 소프트웨어는 가격이 비싸 대부분 복제해서 사용했기에 멋진 컴퓨터에 비해 가게의 진열대는 멋이 없었다. 그런데, 주가 지나서 Princess of Persia 제목의 게임 박스가 진열되었다.

 

그렇게 나는 방과후 친구의 집에서 살다시피 했다. 친구의 형이 끓여주는 라면을 먹으면서 말이다. 물론 엄청난 사고도 쳤었다. 페르시아 왕자를 하다가 멈추는 현상이 있었는데, 요즘에서나 가능한 방법인 파워OFF 했다가 그만 20메가 바이트의 고가 하드디스크를 날려 먹었다. 당시의 가격을 추정해 보면 지금으로 50~100만원의 돈을 한방에 날려 버린 꼴이었다. 형님이 나를 미워하지 않고 다시 있게 주셨던 것은 거의 구원의 수준이라 있겠다.

 

그렇게 나는 페르시아의 왕자를 만났다. 후에 게임을 컴퓨터에서 실행하는 데는 3년이 지나서야 가능했다. 내가 93년에 컴퓨터과학과로 진학하면서 300만원이나 하는 486-66DX 구매하면서 말이다. 그때도 정품 소프트웨어는 구매가 부담이 되어 역시 복제품을 사용했다. 그런 복제품들은 대부분 바이러스 투성인데, 지금처럼 인터넷이 없으니 피해는 없었다. 안되면 포맷하고 다시 깔면 된다. 그게 경험이었고, 컴퓨터를 다루는지는 얼마나 빨리 복구 시키느냐에 달렸던 같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바로 게임의 저자 조던 매크너의 개발일기인 <페르시아의 왕자>이다. 기간은 1985~1993 이라고 되어 있는데, 내가 앞에서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한 추억의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정작 1993년은 컬러CRT 모니터가 보급되었고, 사운드 블래스터 음악카드는 대부분의 PC 설치되어 PC게임의 황금기인 시절이었다.

 

바로 조던 매크너는 나보다 10 정도 많았기에 17세에 대학을 들어가서 그때부터 게임개발을 시작했다. 그가 만든 가라데카 일본 가라데 무술로 적을 무찌르는 게임은 어렴풋이 기억이 날뿐 내겐 감동이 없었다. 하지만, 페르시아의 왕자는 정말 달랐다. 흑백 모니터에서도 참신함과 독특함은 나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감동에 자극되어 지금도 하고 있는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게임개발은 나와는 맞지 않았다. 게임개발은 단순한 기능인의 작품 이상이었다. 조던 매크너의 현업인 영화 제작은 그런 일면을 반영한다고 하겠다. 게임개발은 영화제작과 같은 수준의 길고 철저히 계획적인 노력의 결과물인 것이다. 시나리오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 독창성이 없다면 다른 게임들과 차별을 없다. 다음 후속판은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조던이 대단한 것은 그가 페르시아의 왕자의 80프로를 거의 혼자서 해결했다는 것이다. 물론 음악을 담당해준 그의 아버지와 영상처리 모듈, 그림자 캐릭터 등은 친구들의 도움이 컸지만, 그의 노력과 끈기가 없었다면 현재의 그도 페르시아의 왕자도 없었을 것이다.

 

책의 서두에 이런 말이 있다. 시절의 내가 표현과 느낌을 그대로 남겨 둔다라고 조던을 밝힌다. 누군가 자신의 20~30 일기를 본다면 많은 회상에 젖겠지만, 일부 내용은 등장한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 때문에라도 편집하고픈 마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던은 그러지 않았다. 그의 20 초반의 비교적 점지만, 책임감 있고, 남들과 함께 하는 일의 필요성과 게임사업에 대한 그의 놀랍도록 성숙된 자세가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많은 부분 게임개발과 연관이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의 꿈인 영화제작에 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일과 관련하여 답답한 동료에 대해서 불만을 표현했다가 주가 지나 사람과 좋은 관계가 되면 다시 좋게 평가하는 부분에서는 어린 아이 같은 순진함도 보인다.

 

이후 그는 자신의 게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페르시아의 왕자> 영화도 만들었다. 뭔가 깊이 애정을 담는 다면  그것은 평생 자신의 몸의 일부가 되는 같다. 책을 통해 저자의 시절보다 나의 시절이 올라 너무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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