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미스터 갓
핀 지음, 차동엽 옮김 / 위즈앤비즈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하이 미스터 갓


오랜만에 뭔가 푸욱 빠져드는 책을 읽었다. 표지도 심플하고 동화스럽다. 한마디로 만족스러운 책이다.


미스터 갓. 누가 도대체 하느님을 이렇게 부를 수 있을까? 이 책의 주인공 꼬마 안나만이 그렇게 부르고, 그 만큼 하느님과 통하는 자유로운 영혼이 아니었나 싶다.


아니었나 싶다란 말에서 처럼 안나는 2차대전 이전에 영국에서 마음껏 뛰놀고 마음껏 수다떨며 자신의 생각을, 특히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 하나님의 시각부터 수학, 물리학, 등등 많은 것에 관심과 질문, 대답을 쏟아 냈던 존재이다.


실제로 10살이 안되는 소녀인데, 그녀를 존재로 표현하고 싶다. 작가는 안나와 3년을 함께 한 친구 핀이다. 친구라고 하지만 실제 나이는 30대 후반이다. 그는 실존하는 인물이고 정규 대학과정을 마치지는 않았지만, 수학과 물리학 분야의 독특한 논문들을 많이 발표한 남다른 이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이 사실인지를 떠나서 더욱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존 내쉬라는 미국 수학교수처럼 친구와 친구의 조카들과 언제나 이야기 나누는, (실제로 내쉬는 정신분열 증세가 있었다.) 그런 느낌도 약간은 든다. 그래서 안나가 왠지 허구의 상상속 친구는 아니었을까 한참을 생각해 보기도 했다. 왜냐면 안나는 너무도 독특하다. 천재성을 지녔고 마치 뜨거운 촛불에 날아드는 나방처럼 일 순간 소멸해 버린 아쉬운 영혼으로 보여진다. 또한 만남도 특별하다. 어느 날 늦은 밤, 부둣가에서 담배나 피자고 어슬렁 그린 195미터 장신의 남자에게 꼬질꼬질한 노숙자 꼬마 아가씨. 어찌보면 미국 영화 택시의 한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택시 운전수와 꼬마 숙녀처럼.


안나는 핀의 어머니의 도움으로 산뜻하게 목욕하고, 굶주린 배를 채우고 따뜻한 보금자리를 갖게 되었다. 2차 대전 직전의 영국은 산업혁명으로 발전한 나라였지만 여전히 마차가 다니고, 곳곳에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시간을 허비하는 공허한 시기를 맡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때에 노숙자와 버려진 아이들, 매 맞는 아이들은 어쩌면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일 줄 모르겠다. 그러나 안나는 어떻게 이 세상에 왔는지 모르지만, 너무도 홀연히 등장하여 예쁘고 발랄하게 핀과 그의 가족들, 마을 사람들,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쁨과 변화의 바람이 되어 주었다.


이 책을 보면서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 지를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모든 아이들은 미스터갓이 선물로 준 가능성 200%로 존재들인데, 어른들로 인해, 특히 부모란 존재와 관계설정으로 인해 그저 엄마와 아빠를 닮아가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 같다. 미스터갓이 한숨 짓도록 말이다.


핀은 안나에게 아빠이기도 했지만, 보통 친구였다. 동등하게 대해 주었다. 때로는 너무도 대책없고 당돌한 아이에게 자신이 어른이자 유경험자임을 강조하려 했지만, 열린 마음을 가진 핀은 결국 안나의 편이 되어주고 안나를 인정했고, 안나에게 가사했으며, 안나의 사랑을 가득 담고 살았다.


이 책을 쓴 차동엽 신부님과 감수하신 고 정채봉 선생님께 감사함을 돌려 드린다. 또한, 거의 20년 만에 출간되었는데, 그 덕분에 나 또한 새로워진 것 같아 더욱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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