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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형 이야기 ㅣ 생각하는 숲 13
모리스 샌닥 글.그림, 서남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의 형 이야기
모리스 샌닥. 이쁘고 아름답고 느낌 있고 뭔가 어려운 동화책. 이 작가의 책을 처음 만난 것은 첫째 아이가 5살이던 해에 어린이 도서 전시회에서 <괴물들이 사는 나라>라는 책을 본 바로 그때이다.
한참 로봇에 관심이 많았던 아이가 그 즈음 영화 “몬스터 주식회사”를 보고 주인공 설리와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덩치 큰 그림자가 꽤 비슷한 인상을 주었다. 그런데 정작 아이나 나나 그때 읽은 그 책의 줄거리가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이번에는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나의 형 이야기>를 아들과 함께 읽었다. 어린이 동화 책이라고 하기에는 외관이 일단 독특하다. 얇고 가볍고 그림이 작고, 글씨는 그다지 많지는 않다. 내용을 읽기 시작하자 뭔가 시 같고 그 의미가 바로 와 닿지 않는다. 아들은 고민하는 아빠를 뒤로 하고 후다닥 다 읽어 버렸다. “너 무슨 내용인지 알겠어?” “음 약간 어렵지만 자기 형 이야기를 하고 있어”. “형? 어떤 형인데”. “덩치가 무지무지 큰데 숨어 있어. 주인공이 숨어 있는 형을 찾아냈어”. “그렇구나”. 나는 아들이 읽은 책을 받아 집중에 집중하여 책을 읽었다.
제목과 소갯글을 읽지 않으면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모리스 샌닥은 아이를 위한 동화책보다 동화책 형식을 띈 수필집 또는 시를 쓴 것이 아닐까 싶다. 중심 소재는 제목과 같이 자신의 형이다.
형. 주인공의 형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아마 주인공의 바로 윗 형인 것 같다. 그래서 좀더 애틋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그런 형이 동화작가로 이름을 날리고 어느새 중년이 된 작가에게 여전히 그리운 존재로 남아 있다. 어쩌면 형이 떠난 그때 이후로 쭉 형을 그리워해 형이 등장하는 꿈을 여러 번 꿨을 것이다. 동화 속 내용은 그 꿈의 어느 시점에서 불쑥 전후 설명 없이 이야기가 전개되는 그런 느낌이다. 형은 어느 곳에 감금되었거나 주인공에게 나타날 수 없는 처지이다. 주인공은 형을 만나기 위해 추운 겨울나라로 떠난 것 같다. 보통의 흔히 들어 알고 있는 험난한 여행을 떠났다. 역시 여행 중에 마녀 또는 괴물을 만난다. 여기까지는 흔한 동화 속 이야기이다. 그래서 우리 아들 조차 그냥 쉽게 이해해 버린 것 같다.
그렇게 보고 싶은 형을 꿈속 여행에서 찾게 된다. 그리고 재회하게 되지만 거기에는 댓가가 있어야 한다. 자신의 생명이다. 뭔가 어둡고 정지된 느낌이다. 아이들에게 뭔가 생각하게 하지만 그것이 좋은 영향을 줄지 아닐지는 나로서는 모르겠다.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지 않길 바란다.
아차차, 동화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주인공은 형을 만나 재회함과 동시에 형의 품에 안긴다. 따뜻한 형의 품에. 그리고 형의 마법같은 주문이 마지막을 장식한다. “잘자. 우리 꿈 속에서 보게 될 거야”. 꿈인지 현실인지 애매해져 버렸다. 이미 꾸고 있는 꿈 속에서 꿈으로 다시 만날 것이란 말이 동공을 흐리게 만든다. 눈물을 자아낸다.
아직 어린 내 아들에게는 뭔가 알 수 없는 기분을 남겼다. “아빠, 나도 형이 있으면 이런 꿈을 꿀까?”. “글쎄, 나중에 니 동생이 이 책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네. 그때 꼭 물어 보자” 우리의 동화 속 여행은 이것으로 끝이다. 안녕. 가이.